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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재조사관 이야기] “미필적 고의인가? 진정 부주의인가?”

경기 김포소방서 이종인 | 기사입력 2022/02/21 [10:00]

[화재조사관 이야기] “미필적 고의인가? 진정 부주의인가?”

경기 김포소방서 이종인 | 입력 : 2022/02/21 [10:00]

매년 우리나라 화재 발생 건수는 4만여 건을 상회한다. ‘코로나’로 인해 예년보다 한풀 꺾이듯 화재 건수가 많이 줄었다고 하나 부주의 화재는 여전히 줄지 않고 있다. 원인별로 살펴보면 부주의가 49.6, 전기적 요인이 24.1, 기계적 요인 10.4% 순으로 분석된다.

 

사람이 사회생활을 하면서 주의의무를 게을리해 발생하는 화재가 많은 건 쉽게 망각하고 ‘나는 괜찮아’하는 자기주의 생각에서 비롯된 것으로 해석된다. 부주의 화재는 조금만 부지런하고 안전의식을 게을리하지 않는다면 충분히 예방할 수 있는 인재다.

 

부주의 화재를 세부적으로 들여다보면 담배꽁초에 의한 화재가 가장 잦고 음식물 조리와 쓰레기 소각, 불꽃, 불씨 방치 순으로 나타난다. 길거리를 걷다 보면 심심치 않게 거리에서 담배꽁초가 눈에 띄곤 한다.

 

담배꽁초는 흡연자가 흡연할 때 필수품이지만 욕구 충족 후 담배꽁초 처리는 휘리릭 던져 흡연자의 손을 떠나 길거리에서 자유여행을 한다.

 

담배꽁초에 의해 화재가 발생하는 장소는 야외 공터 쓰레기를 모아둔 곳에서 가장 많이 발생하고 주거시설과 판매시설, 음식점, 자동차 순으로 발생하고 있다. 쓰레기가 모아진 장소에 담배꽁초를 던지고 지나가는 사람을 종종 볼 수 있다.

 

특히 도로를 주행하는 자동차 창문을 열고 창밖으로 담배꽁초를 던지는 행위를 쉽게 목격할 수 있다. 쉽게 생각하고, 쉽게 망각하고, 쉽게 행동하는 건 어쩌면 나만의 생각, 자기중심적인 생각에서 오는 이기주의 사고(事故)일 수 있다.

 

어느 해 늦은 봄, 아니 초여름 날 점심시간이 끝나갈 무렵 비닐하우스 측면에서 발생한 화재다.

 

비닐하우스 앞 종이 상자와 쓰레기를 모아둔 장소에서 발생한 화재로 관계자 진술에 의하면 발화지점 측면에 화장실이 있었으나 사용하지 않았다. 종이 상자와 쓰레기는 누가 버렸는지 알 수 없다고 했다.

 

마치 화장실을 이용할 때 흡연하는 걸 방어하기 위한 진술 같이 느껴졌다. 아마도 화재 원인을 알고 있는듯한 진술로 해석된다. 화장실을 이용할 때 흡연자가 흡연하는 걸 염두에 두고 진술한 내용 같았다.

 

목격 지점을 확인하라!

비닐하우스 구조는 샌드위치 패널로 벽을 만들고 그 위에 비닐하우스를 덧씌워 축조한 형태다. 즉 겉은 비닐하우스고 내부는 샌드위치 패널로 구획해 사용하고 있었다.

 

화재를 처음 목격한 택배기사 김 씨는 화재 발생 장소 인근에 택배 물건을 배달왔다가 연기와 불꽃을 보고 신고했다고 진술했다. 처음 비닐하우스 외부 박스 등 쓰레기가 있던 부분에서 불꽃이 보였다고도 했다.

 

▲ [사진 1] 화재 현장


재난의 시작 담배꽁초

인근 건물에 설치된 폐쇄회로에서 신원 미상인이 흡연 후 담배꽁초를 투척하는 장면이 확인됐다. 투척하고 약 20여 분 후 연기가 피어나는 것으로 볼 때 투척한 담배꽁초가 쓰레기 더미에 떨어져 발화한 화재로 추정했다.

 

담배꽁초 하나가 비닐하우스와 차량 세 대, 인근 공장의 벽면을 태우고 소방대에 의해 진화됐다. 흡연 후 담배꽁초를 투척한 사람은 민사(民事)에 있어 경제적으로 혹독한 시련을 겪어야 했다. 흡연자 자신은 담배를 기호품으로 생각하고 즐겼지만 흡연 후 꽁초의 처리가 미흡한 결과 재난이 되고 말았다.

 

 

▲ [사진 2] 소훼한 비닐하우스


비닐하우스는 화재로 인해 앙상한 철골만 남았고 내부에 보관하던 사무집기나 동산은 모두 소실돼 단 하나도 재사용할 수 없었다. 

 

▲ [사진 3] 발화지점


관계자 진술을 청취하고 생각하라!

발화지점이 공교롭게도 화장실 앞이었다. 관계인은 아마도 화장실 출입구 앞에서 화재가 발생하면서 사용자 과실을 외면하기 위해 화장실을 사용하지 않는다고 진술한 것 같다.

 

화장실 입구에 담배꽁초가 떨어져 화재가 발생했다면 그리 엉뚱한 얘기는 아니고 일반적으로 있을 수 있는 일이라 생각해 진술한 것으로 추측된다.

 

그도 그럴 것이 건물을 이용하는 사람은 관계자가 유일해 다른 사람이 화장실을 사용할 이유가 없었다. 인근 건물엔 개별 화장실이 건물 내부에 있어 굳이 비닐하우스 측면 화장실을 이용할 이유가 없어 보였다.

 

대부분 화재 현장에서 느끼는 거지만 관계인은 화재 사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은 진술을 하기 십상이다. 즉 내 잘못보다는 다른 이의 잘못이나 내 점유 공간 안에서 연소가 시작됐다기보단 다른 이의 점유 공간에서 화재가 발생해 자신은 연소 피해자가 되고 싶은 심정일 거다.

 

이처럼 독립공간에서 화재가 발생한다면 불티 비산에 의한 화재를 주장하기 어렵다. 인근 작업장은 화염이 출화한 흔적이 전혀 관찰되지 않아 연소 확대 피해를 주장하기 쉽지 않다.

 

비닐하우스 관계자도 애써 부인하지 않았다. 비닐하우스 내부를 조사하고 발굴하는 동안 시간이 잠시 흐르고 나니 “내부엔 불날 게 없어요”라고 하는 게 아닌가.

 

그도 그럴 것이 화장실은 비닐하우스 관계자 외 사용자가 없고 화재 당시 관계자는 외출 중으로 비닐하우스 내부엔 사람이 없었다. 그렇다면 비닐하우스 밖에서 화재가 발생한 후 비닐하우스로 연소 확대했다고 해야만 본인의 귀책 사유가 없다는 걸 알고 방어하는 듯했다.

 

▲ [사진 4] 비닐하우스 내부


현장 주변을 발굴해 오해 여지를 없애라!

비닐하우스 내부는 샌드위치 패널로 구획해 사용했다. 전체적으로 소훼되고 붕괴해 내부에서는 방향성도, 특정 지점의 흔적도 발굴하기 어려운 상태였다. 내부에서 집중 탄화한 형태로 식별되는 지점은 2개소였다.

 

[사진 4] 정면에 일부 군청색으로 변색한 부분과 우측 벽면 창문이 있던 부분에 가장 특이한 소훼 흔적이 나타나 있었다. 건물 내부를 확인했으나 출화한 흔적이나 발화지점을 특정할 수 없었다.

 

목격자가 비닐하우스 밖에서 불꽃을 보고 신고했다고 진술했지만 관계자나 인근 연소 피해자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즉 비닐하우스에서 불이 났고, 내 자동차가 소훼됐고, 내 건물이 피해를 봤으니 당연히 비닐하우스 관계인 또는 현장을 조사한 화재조사관과 마찰이 있을 수 있다.

 

따라서 의문점을 그 자리에서 해소하고 오해의 여지를 남겨두지 말아야 한다. 이 화재사고의 경우 목격자가 있으나 인근 피해자들은 비닐하우스밖에 원인이 없다고 굳게 믿고 있었다.

 

비닐하우스 외에는 화원이 없었다는 걸 평소 생활에서 잘 알고 있기에 모두 비닐하우스 내부에서 발화해 외부로 출화한 형태로 믿고 있었다. 따라서 이런 현장에선 화재 현장 전체를 조사하는 수고를 해야 한다. 피해자들 모두의 의문점이나 의혹, 여지를 남겨둬선 안 된다.

 

인근에 탄화한 자동차와 건물, 쓰레기 등을 모두 조사해야 한다. 인근 주차된 차량 블랙박스나 폐쇄회로를 전부 확인해 발화지점을 특정해야만 정확한 조사가 될 수 있다. 특히 관계인들이 의심할 만한 소지를 모두 해소할 수 있다.
 

▲ [사진 5] 발화지점 연소 흔적


발화지점의 연소 잔류물을 확인하라!

발화지점의 연소 잔류물과 연소 가능성을 확인해야 한다. 점화원이 있을 때 쉽게 탈 수 있는 물질이 있었는지, 연소 촉진제가 있었는지, 연소 특이점은 없는지, 점화원과 관련해 가능성 있는 도구는 없는지 등을 확인해야 한다.

 

수시로 사용하는 화장실 출입문 앞에 적치물을 쌓아 놓는다면 화장실 이용 시 상당한 불편함이 있을 텐데 무언가 쌓여 있어서 처음엔 선뜻 이해되지 않았다.

 

화장실 앞에 그래이팅(Grating)1)이 식별되는 것으로 볼 때 우수구 또는 하수구가 있어 흡연 후 담배꽁초를 버리는 게 어쩌면 자연스러운 행동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잔류물에서는 담배꽁초와 휴지 뭉치, 종이, 비닐 등 일반적인 쓰레기 정도가 확인됐다.

 

잔류물에서는 특이한 점을 발견할 수 없었다. 다만 담배꽁초가 의심되긴 했으나 비닐봉지에 싸여 있던 상태로 식별돼 담배꽁초에 소진되지 않은 불이 잔류한 상태보다는 소진된 상태에서 비닐 내부에 넣어 버린 것으로 추정했다.

 

그리고 화장실 출입구 오른쪽 벽면에 잔류한 연소 패턴은 마치 물이 흘러가는 듯한 무아레 패턴(Moire pattern)2)이 식별됐다.

 

이런 형상은 열전도가 순차적으로 이뤄지고 열 세기에 따라 수열 흔적이 층을 이루는 패턴이 잔류하기 때문에 나타난다. 이를 기초로 열의 흐름을 파악하면 화염 방향성을 일부 찾을 수도 있다.

 

▲ [사진 6] 무아레 패턴


[사진 6]을 보면 오른쪽에 가연물이 더 많았으나 왼쪽 바닥부터 오른쪽으로 물이 흘러간 듯한 패턴이 식별됐다. 오른쪽 목재에는 터틀 패턴(Turtle pattern)3)이 잔류해 있었다. 목재가 있었는데도 벽면에 패턴이 약하게 나타나 있어 벽면에서 약간 떨어진 형태로 목재가 보관돼 있었던 것으로 추정했다.

 

▲ [사진 7] 발화지점 주변 담배꽁초


잔류물과 주변 환경을 확인하라!

발화지점 주변의 연소 잔류물이나 미연소 잔류물을 확인하면 의외로 화재 원인과 가까운 증거를 발견하기도 한다. 이 사건 현장에서 확인된 탄화잔류물 중 화재 원인과 관계 깊은 것으로 담배꽁초가 가장 의심됐다.

 

선입견 같지만 이 화재 현장처럼 완전히 개방된 공간이고, 불특정 다수의 출입이 가능하고, 왕래가 잦은 도로변 옆에 있고, 화인이 없는 곳에서 발화했다면 크게 인위적인 착화와 담뱃불을 의심할 수 있다.

 

특히 추정 발화지점 측면에 그래이팅이 있고 다수의 담배꽁초가 식별되는 점을 미뤄 볼 때 발화원인으로 담배꽁초를 의심했다. 담배꽁초를 원인으로 추정한 건 어쩌면 추상적일 수 있지만 발화지점 주변에 담배꽁초가 많았기 때문에 분명 의심은 되나 명쾌하게 증명하기가 녹록지 않았다.

 

블랙박스와 폐쇄회로를 확인하라!

담배꽁초를 버리는 사람이나 그런 행동을 한 사실을 밝히려면 주변에 주차된 자동차 블랙박스와 주변 건물에 설치된 폐쇄회로를 통해 흡연하며 지나는 사람이나 흡연 후 담배꽁초를 투척하는 사람을 확인해야 한다.

 

▲ [사진 8] 화재 현장 인근에서 흡연하는 모습


‘참외밭에서 신발 끈을 매지 마라’는 속담이 있다. 화재 현장을 조사하는 화재조사관은 주변에서 화인이 될만한 여지가 있는 모습이나 물건이 있다면 한 번쯤은 의심하고 조사한다. [사진 8]에서 담배를 입에 물고 피우는 모습이 확인됐다.

 

화재지점과는 떨어져 있어 담배꽁초를 화재 현장까지 버리긴 쉽지 않아 보였다. 즉 발화지점은 사람이 혼자 서있는 옆 자동차가 주차된 지점 너머였다. 흡연 후 투척했다 해도 사람과 자동차를 넘어 담배꽁초가 발화지점에 떨어지긴 쉽지 않아 보였다.

 

▲ [사진 9] 담배투척 모습

 

CCTV를 통해 신원 미상인이 흡연 후 약 5초 만에 담배꽁초를 투척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담배꽁초를 투척하고 25여 분만에 차량 측면에서 연기가 올라오는 모습이 확인됐다.

 

즉 [사진 8]에서 보면 상당히 긴 담배를 피우고 있는데 5초 만에 담배꽁초를 투척하는 모습이 보인다는 건 흡연을 다 하지 않은 상태, 즉 긴 담배꽁초를 버리는 것으로 판단했다.

 

담배꽁초가 신문지 한 장을 유염 연소시켜 태우기 시작하는 시간은 일반적인 실험에서 약 15분 전후다. 외부 온도나 습도에 따른 기상의 변화에 따라 달리 나타난다.

 

날씨가 맑고 쾌청한 날에는 약 12분 정도면 유염 연소를 시작하고 상대습도가 60% 전ㆍ후로 확인되는 기온이라면 약 17~18분 정도 돼야 유염 연소가 시작된다.

 

그러나 이 화재사고 발화지점에는 골판지와 쓰레기가 있어 무염 연소에서 유염 연소로 이어지는 시간은 길어질 수 있다.

 

담배꽁초를 입에 물고 있다가 투척한 시간이 오후 12시 20분이고 연기가 확인된 시간은 오후 12시 45분, 유염 화원이 확인된 시간은 오후 12시 46분이다. 즉 담배꽁초를 투척하고 26분 만에 유염 화원이 확인됐다.

 

조사내용을 정리하라!

초기 목격자인 김 씨가 연기와 불꽃을 보고 신고한 시간은 오후 12시 49분이다. 불꽃을 목격했다고 한 지점을 발굴해보니 화장실 앞 쓰레기로 확인됐다.

 

탄화 잔류물 중 다수의 담배꽁초와 휴지, 종이, 비닐 등이 나왔으나 발화원인으로 특정할만한 물적 증거물은 확보되지 않았다. 비닐하우스 내부엔 출화 흔적이나 분열 흔적 등 연소 확대 흔적이 관찰되지 않았다.

 

화장실 앞에서 유염 화원에 의한 무아레 패턴이 식별됐다. 인근 폐쇄회로에서 비닐하우스 측면 건물 앞에서 흡연하는 모습과 5초 후 담배꽁초를 투척하는 모습이 확인됐다. 25분 후 연기가 보였고 바로 유염 화원이 보이는 점 등으로 볼 때 신원 미상인의 담뱃불 투척에 의한 화재로 추정됐다.

 

▲ [사진 10] 화염 확인

 

비닐하우스 측면 쓰레기 더미에서 발화된 화재로 최초목격자의 진술을 참고하고 잔류한 연소 패턴, 현장의 미연소 잔류물, 집중 탄화된 지점의 식별, 주변에 설치된 폐쇄회로 등과 발화지점을 확인하고 발굴했다.

 

관계자는 발화지점이나 주변에 화기 취급 또는 화재 열원이 관찰되지 않고 발화지점 측면 화장실도 사용하지 않는다고 진술했다.

 

현장에 잔류한 담배꽁초와 폐쇄회로에 담배 길이가 긴 상태로 투척하는 모습과 약 25분 후에 연기가 촬영된 점으로 볼 때 투척한 담뱃불에 의해 화장실 앞에 쌓아 놓은 쓰레기 더미에 착ㆍ발화했을 가능성이 가장 크다. 주변에 특정되는 다른 원인의 발굴이 없어 담배꽁초에 의한 발화 가능성이 가장 큰 것으로 판단했다.

 

폐쇄회로를 자세히 확인한바 흡연자는 차량으로 이동하면서 담배꽁초를 투척하고 승차하는 모습이 확인됐다. 이는 자신이 승차한 차량 내에서 흡연하지 않으려 한 행동으로 보여 자기 편의주의에서 오는 무의식적 행동이라고 판단했다.

 


1) 그래이팅(Grating): 우수구 덮개, 배수로 위를 덮는 철재 구조물 

2) 무아레 패턴(Moire pattern): 물결무늬라는 의미의 프랑스어. 연소한 흔적이 물결무늬처럼 잔류해 있다.

3) 터틀 패턴(Turtle pattern): 목재가 연소과정에서 분해돼 연소하며 나타나는 균열 흔적(=Crocodile pattern)

 

경기 김포소방서_ 이종인 : allway@gg.go.kr

 

<본 내용은 소방 조직의 소통과 발전을 위해 베테랑 소방관 등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2019년 5월 창간한 신개념 소방전문 월간 매거진 ‘119플러스’ 2022년 2월 호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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