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생활안전장비, 그 시작과 현재- Ⅲ대한민국 최초 말벌 제거 장비의 종류ㆍ사용법
지난 호까지 말벌 제거를 위한 장비 중 유일한 보호장비인 방호복의 개발 배경과 과정, 변천사를 다뤘다. 아무래도 필자 회사에서 가장 공을 많이 들이는 제품이다 보니 다른 제품보단 더 강조하고 싶었던 듯하다. 이번 호에서는 현재 소방에서 사용 중인 말벌 제거용 장비를 소개하려고 한다.
5. 말벌 장비의 종류와 사용법 1) 벌집 제거용 그물망
벌집 제거를 위해선 제거하는 사람이 벌집에 최대한 근접해 작업하는 게 일반적이다. 그러나 움직이는 물체(사람 또는 천적)가 벌집으로부터 약 10m 정도 접근하면 벌들은 예민해지고 가까워질수록 공격성도 강해진다(말벌 종에 따라 약간의 차이는 있다). 게다가 사람이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곳에 벌집이 위치하는 경우도 많다.
이 장비는 벌집에서 최대한 멀리 떨어진 채로 벌집을 직접 제거할 수 있는 장비다. 원형 테 주변으로 와이어가 삽입돼 있어 봉 끝에서 와이어를 잡아당기면 망 속으로 벌집이 들어가는 방식이다.
벌집에서 약 4m 이상 떨어진 상태로 봉의 각도를 조절해 쉽게 제거할 수 있다.
2) 벌집 제거용 스크래퍼 벌집 제거용 그물망은 망 테의 지름이 40㎝ 정도라 좁은 곳이나 모서리 쪽에 벌집이 있다면 사용하기 어렵다. 이럴 때 사용할 수 있는 장비가 스크래퍼다.
벌집이 붙어 있는 벽면이나 벌집을 직접 긁어낼 때 사용한다. 약 4m까지 확장할 수 있어 가까이 접근하기 어려운 곳에 있는 벌집 제거에 도움을 준다. 벌집 제거용 그물망과 같이 각도 조절이 가능하다.
3) 원격말벌퇴치기 아마 필자의 회사에서 판매하는 제품 중 방호복과 함께 소방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장비가 아닌가 싶다. 스프레이 분사 거리를 획기적으로 늘려주는 제품이다.
사람의 팔이 닿기 어려운 곳에 있는 벌집을 제거할 때 유용하다. 3단 안테나식으로 제작해 보관이 편하고 최대 2m70㎝까지 확장할 수 있다. 분사구는 위 장비들과 비슷하게 각도 조절이 용이해 약 160°까지 조절해 분사할 수 있다.
다만 아쉬운 부분은 약효를 더 세게 해달라는 의견이 많아 여러 경로를 통해 알아봤지만 물질에 대한 규제가 점점 심해지고 있어 어려울 듯하다. 국내법은 벌이 꿀을 생산하는 동물로 등록돼 있어 직접 죽이는 제품을 만들 수 없다. 따라서 스프레이 캔 어디에도 벌 그림이나 명칭이 들어가지 않는다.
2021년엔 기존 제품에서 용량을 줄인 W울트라프리즈320 제품을 출시했다. 기존 제품인 W울트라프리즈520과 분사력, 성능은 같다. 말벌 제거작업 시 고소작업을 하는 경우가 많아지자 휴대성이 좋은 제품의 수요가 점점 늘고 있다.
5) 벌집 수거 전용 봉투
6) 다목적 세제 장비와는 별개지만 필요한 제품이라 생각해 간단히 소개하겠다. 필자 회사에서 출시한 다목적 세제다.
여름철 벌집 제거 현장을 빈번하게 다녀오면 어쩔 수 없이 발생하는 문제가 바로 땀 냄새다. 비교적 짧은 시간 진행함에도 방호복 안의 땀이 채 마르기도 전에 하루에 몇 번씩 입고 벗고를 반복한다.
그 안에선 냄새를 넘어 악취가 돼 고통스럽다고 하는 대원분들이 해결 방법에 대한 문의를 자주 했다.
원단 특수성 때문에 물빨래 정도만 가능하다고 할 수밖에 없어 항상 미안한 마음이었는데 다목적 세제가 출시되면서 고충 해결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지 않았나 싶다.
위에 언급한 장비의 공통적인 특징은 대체로 가볍다는 거다. 제일 무거운 제품도 1.3㎏이 넘지 않는다.
장비를 가볍게 제작하려는 이유는 사용환경이 벌집에서 멀찍이 떨어져 있어야 할 때도, 주변 지형지물에 의지해야 할 때도, 장비를 들고 오를 때도, 불편한 자세로 매달릴 때도 있기 때문이다.
정확한 자료는 없지만 사람의 시선을 기준으로 아래를 보고 제거작업을 하는 경우보다 위를 보고 제거작업을 하는 경우가 더 많을 거다. 가뜩이나 방호복도 더운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자 무게감을 줄이는 데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
말벌 관련 글을 마치며 필자는 2008년부터 수집해 온 말벌 관련 정보를 모아 나름의 교육용 자료로 제작해 2010년부터 약 4년간 영업할 때 제공했었다. 아무래도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는 옛말도 있듯이 말벌에 관해 깊이 있는 정보가 있다면 소방대원분들의 업무에 도움이 되리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처음엔 대수롭지 않게 보던 분들도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관심을 두고 자료를 요청하는 연락이 많아 뿌듯했던 기억이 있다. 지금은 필자의 자료에 다양한 내용이 덧붙여지면서 교육자료로 잘 활용되고 있는 것 같아 기분은 좋지만 아주 살짝 아쉽기도 하다. 2014년 이후로는 자료를 업데이트하지 않아 새롭게 추가된 내용은 없다.
그렇지만 기본적인 내용은 아직도 충분하다고 생각된다. 궁금하신 대원분들은 언제든 연락 주시면 제공해 드리겠다.
3개월에 걸쳐 말벌 제거 장비와 말벌방호복에 관한 개발배경ㆍ기준, 장비설명에 대해 <119플러스>에 글을 쓰며 지난 13년간 어떤 길을 걸어왔는지 다시 한번 되돌아보는 계기가 됐다.
사업을 시작하면서 마음에 품었던 초심과 대한민국 소방에 생활안전장비의 표준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던 그 마음을 잊지 않고 더욱 발전시키도록 하겠다. 앞으로도 필자는 대원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고 대원의 편의와 작업 효율성을 위해 지속해서 기능을 개선해 나가겠다는 다짐을 한다.
(주)애니테크_ 김진우 : anytech119@daum.net
<본 내용은 소방 조직의 소통과 발전을 위해 베테랑 소방관 등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2019년 5월 창간한 신개념 소방전문 월간 매거진 ‘119플러스’ 2022년 4월 호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저작권자 ⓒ FPN(소방방재신문사ㆍ119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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