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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고 쓰면 계륵 ‘스마트 인명구조 경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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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시흥소방서 이경탁 | 기사입력 2022/05/20 [10:00]

모르고 쓰면 계륵 ‘스마트 인명구조 경보기’

경기 시흥소방서 이경탁 | 입력 : 2022/05/20 [10:00]

스마트폰 등 휴대전화 기술이 발전하면서 소방 활동 등 재난 활동 안전장비 또한 발맞춰 개발되고 있다. 스마트 인명구조 경보기가 대표적인 개발 장비가 아닌가 싶다.

 

계륵이란 위나라 조조가 촉나라 유비와 한중이라는 지역을 놓고 싸울 때 유래된 고사성어다. ‘닭의 갈비뼈는 먹을 만한 데가 없다, 그렇다고 버리기도 아깝다’는 뜻이다. 삼국지를 좋아하는 분이라면 한 번쯤 들어 봤을 거다. 스마트 인명구조 경보기 또한 사용자가 특성을 알지 못하고 사용하면 ‘계륵’이 될 수밖에 없다.

 

스마트 인명구조 경보기는 기존 소방대원들이 사용하던 인명구조 경보기와 개인 인식표, 위치추적 장비 기능을 통합해 구축한 장비다. 추가로 위험 탈출경보 발신과 재난 현장 온도측정ㆍ경보, 지휘명령 기능 등을 탑재해 현장 활동 대원의 소방 활동을 모니터링 할 수 있다.

 

▲ [그림 1] 현장 안전 장비의 변화(출처 인명구조 경보기 구축 설명회 자료)

 

2011년부터 2020년까지 10년간 소방공무원 순직자는 총 49명이다. 연평균 4.9명이 안타깝게 순직한 셈이다. 안전사고 발생 저감을 기대하며 2020년부터 본격적으로 스마트 인명구조 경보기가 도입됐다. 

 

실제 현장 활동 데이터를 반영하지 않았기 때문일까 아니면 사용 미숙에 따른 결과일까. 스마트 인명구조 경보기를 보다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선 생각했던 것보다 다양한 조건과 장비에 대한 이해가 필요했다.

 

시흥소방서에서는 2021년에 스마트 인명구조 경보기를 활용한 지하층 화재진압 훈련을 추진했다. 이 훈련을 통해 현장 상황이나 건물 여건, 사용법 등에 따라 인명구조 경보기 활용도가 차이남을 인지했다. 그에 따라 자체적으로 개선방안을 고민한 후 적용해 보니 비교적 유의미한 결론을 얻게 됐다.

 

<119플러스>를 통해 현장 활동 대원이 스마트 인명구조 경보기를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방법과 추후 개선사항에 대해 설명해보고자 한다.

 

스마트 인명구조 경보기란?

짧다면 짧은 소방관 생활이지만 10년간 소방에 몸담는 동안 다양한 장비개선이 이뤄졌다. 좀 더 간단하게 높은 효율을 얻을 수 있고 현장 활동에 도움을 주는 장비도 많이 개발됐다. 

 

인명구조 경보기는 이미 많은 선배님께서 전술훈련 등에 활용하고 있다. 따라서 어떤 장비고 어떻게 사용하는지 대부분 알고 있다. 하지만 스마트 인명구조 경보기에 대해선 ‘인명구조 경보기 보다 좋아진 건가?’ 정도로 생각하시는 분이 많았다.

 

스마트 인명구조 경보기는 현장 활동 시 소지하는 인명구조 경보기와 출동차량에 부착된 차량용 수신기, 현장지휘관이 사용하는 웹 패드 등 세 가지로 구성된다. 

 

차량용 수신기는 인명구조 경보기에서 송신되는 주파수를 수집해 차량용 웹 패드로 송신하는 역할을 한다. 웹 패드는 수신된 주파수를 LTE 통신망을 활용해 본부 서버로 전송한다. 전송된 데이터는 현장 활동 지원시스템에 저장돼 출동 중인 각 웹 패드와 휴대용 PTT로 보내진다. 

 

전송된 데이터는 현장 활동 중인 차량에 비치된 웹 패드나 현장 대원 출동 시스템을 접속할 수 있는 휴대용 PTT로 확인할 수 있다. 확인 가능한 데이터는 소속과 탑승 차량, 출발 시각, 성명, 임무, 대원 상태, 진입시간, 신호 세기, 주위온도 등이 있다.

 

그 외 현장 활동 대원이 인명구조 경보기의 단말기에 SOS 버튼을 활성화하면 맨다운 신호를 전송할 수 있다. 현장지휘관은 위급 상황이 발생하면 웹 패드의 지휘명령시스템을 통해 단말기를 소지한 대원에게 긴급 명령 송신으로 피난 명령을 내릴 수 있다.

 

▲ [그림 2] 스마트 인명구조 경보기 시스템 구성(출처 인명구조 경보기 사용자 매뉴얼)

▲ [그림 3] 웹 패드 조회화면

 

필자는 화재조사관이라 스마트 인명구조 경보기를 실제 사용하진 않는다. 하지만 평상시 스마트 기기 등에 관한 관심이 크고 새로운 장비에 대한 궁금증이 많은 편이라 매뉴얼을 여러 번 반복해 읽어봤다. 그 덕에 대략적인 장비 구성에 대해 듣기만 해도 알 수 있는데 처음 듣는 분이라면 무척 생소할 수 있다. 어찌 보면 간단하지만 실제론 생각보다 구성이 복잡하다. 

 

이쯤에서 사용자들이 반드시 기억하고 사용해야 하는 몇 가지 기능과 당부사항을 짚고 넘어가겠다.

 

첫 번째, 너무도 당연한 얘기지만 스마트 인명구조 경보기는 전원을 켜야 작동한다.

기존에 사용하던 인명구조 경보기는 부착된 태그를 제거하면 자동으로 작동했다. 하지만 스마트 인명구조 경보기는 경보기 측면의 버튼을 길게 눌러 전원을 ON 해야만 대기 상태로 작동한다. 현장에 진입할 때 동작키를 제거하고 진입해야 현장 활동 중인 것으로 인식해 모니터링할 수 있다.

 

두 번째, 각 펌프차량에 장착된 차량용 수신기는 차량별로 호환되지 않는다.

펌프차량이 1대인 센터는 장비를 이동할 일이 없기 때문에 관계없다. 하지만 펌프차량이 여러 대인 직할안전센터나 규모가 큰 안전센터의 경우 차량 수리 등의 특이 상황이 발생하면 웹 패드와 수신기를 혼용해 사용할 때가 있다. 수신기를 지급하면서 페어링 된 웹 패드는 설정 당시 차량에 탑재된 웹 패드다.

 

쉽게 말해 웹 패드 1과 수신기 1은 세트다. 웹 패드 2와 수신기 1은 동작시키더라도 페어링 돼 있지 않아 정상 작동하지 않는다. 이처럼 웹 패드와 수신기를 섞어 쓰면 무용지물이 되므로 혼용하면 안 된다.

 

세 번째, 현장 활동 대원이 소지한 경보기가 차량에 비치된 수신기, 웹 패드와 너무 멀리 떨어지거나 전파 음영지역에 진입하게 되면 데이터 송신이 불가능할 수 있다.

 

경보기→수신기→웹 패드→본부 서버의 단계로 데이터를 수집하므로 차량과 너무 멀리 떨어지거나 전파수신 장애 지역에 진입하면 경보기 데이터를 수집해 송신하기 어려울 수 있다. 웹 패드의 인명구조 경보기 모니터링 탭에는 신호 세기가 표시된다. 신호 세기가 1칸 미만으로 떨어지면 SOS 신호조차 수신할 수 없다. 결과적으로 일반 인명구조 경보기 기능밖에 하지 못하므로 주의할 필요가 있다.

 

앞서 말한 세 가지 정도는 기억하고 있어야 스마트 인명구조 경보기 한계를 이해하고 좀 더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스마트 인명구조 경보기의 한계

스마트 인명구조 경보기는 기술 발전에 힘입어 많은 점이 개선된 장비다. 제대로 사용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지만 주파수나 블루투스를 이용해 통신하기 때문에 한계점도 분명히 존재한다.

 

앞서 언급한 지하 5층 건물의 지하 4층에서 화재가 발생한 상황을 가정해 훈련을 진행할 때였다. 이때 스마트 인명구조 경보기의 한계점이 발견됐다. 스마트 인명구조 경보기의 맨다운 신호를 송출했으나 웹 패드에서 확인되지 않거나 일부만 확인되는 오류가 나왔다.

 

▲ [그림 4] 2021년 12월 20일 시행한 시흥소방서 지하층 훈련

▲ [그림 5] 대원들이 지하층으로 진입하고 있다.

 

훈련 종료 후 문제점에 대해 자체적으로 분석했다. 선착대 펌프차량에 부착된 수신기, 웹 패드와 가상 화점(지하 4층)까지의 거리가 멀고 다중의 콘크리트 벽, 방화문 등의 차폐물이 존재함에 따라 음영지역이 발생해 수신 장애가 생긴 것으로 판단됐다.

 

개선방안을 고민하며 매뉴얼을 검토했다. 차량에 비치된 수신기와 웹 패드 세트를 건물 내부로 가져오면 전파율이 향상된다는 걸 확인하고 건물 내부와 지하층 층별로 진입해 테스트해 봤다. 그 결과 지상 1층 선착 펌프차량 내부에 있는 것보다 수신감도가 확연히 좋아지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이를 바탕으로 스마트 인명구조 경보기의 한계에 대해 인지했으나 어느 정도의 건물에서 얼마만큼의 신호가 수신되는지에 대한 명확한 자료가 없었다. 

 

그래서 우리가 직접 실험해 보기로 했다. 시흥소방서 청사(본관동 바닥면적 약 1200㎡/약 400평)를 기준으로 우선 건물 내부에서 실험을 진행했다. 그 결과 같은 층에서는 비교적 수신감도가 양호(반경 약 50m)했지만 지하층이나 층을 달리하면 수신감도가 확연히 약해지는 걸 알 수 있었다. 수신기와 웹 패드 위치를 건물이 없는 주차장(개활지)에 놓고 실험해보니 반경 약 100m 정도로 확인됐다.

 

위 실험 결과 바닥면적이 약 400평 정도인 건물을 기준으로 건물 전면에 차량을 부서한 후 현장 활동을 할 때 화점층이 지상층이면 별다른 조치 없이도 원활하게 작동할 것으로 추측된다.

 

하지만 층을 달리하거나 지하층 화재일 경우 수신기와 웹 패드 위치에 따라 정상 작동 여부가 결정되지 않을까 싶다. 물론 대상 건물의 공법상 특성이나 차폐물, 음영지역의 존재, 방해전파 수신에 따라 결괏값은 많은 차이를 보이겠지만 현장 활동 중 충분히 참고할 수 있을 만한 데이터라고 판단된다. 

 

▲ [그림 6] 시흥소방서 청사에서 임의로 SOS 신호를 송출시켜 얻어낸 수신반경 도식화 자료(건물 내부측정: 파란색, 개활지: 빨간색)

 

어떤 점을 개선하면 좋을까?

훈련 중 발생한 문제점이나 자체 개선방안을 통해 파악한 스마트 인명구조 경보기의 효율적 활용방법과 개선방안을 공유하고자 한다. 전파수신 장애는 기계적인 한계점으로 장비개선이 불가피하다고 보인다. 전파나 통신에 대한 깊은 지식은 없으나 실현 가능할 만한 몇 가지 방안을 제언하고자 한다.

 

1. 인명구조 경보기 단말기 주파수 통신을 LTE 통신환경으로 변경(PS-LTE 무전기와 단말기의 페어링)

인명구조 경보기의 단말기는 수신기와 주파수로 통신한다. 주파수 통신은 소방 현장에서 사용하는 UHF 무전기와 같은 방식으로 지하층 깊은 곳이나 긴 터널 등의 음영지역에서는 원활한 통신이 불가능하다. 

 

LTE 통신을 활용해 무전 감도를 높인 PS-LTE 무전기에 인명구조 경보기 단말기를 페어링하면 PS-LTE 무전기가 작동 가능한 구역에선 원활하게 작동하지 않을까 싶다.

 

쉽게 말하면 휴대전화 통화가 가능한 장소라면 그곳이 지하층이나 넓은 개활지더라도 스마트 인명구조 경보기가 원활하게 작동할 것으로 추정된다. 요즘 지어지는 건물은 지하층 깊은 곳에서도 원활하게 전화 통화가 가능한 것으로 볼 때 실현 가능성이 클 것으로 판단된다.

 

2. 무선통신 보조설비 활용(수신기 안테나 결합)

특정 소방대상물 중 무선통신 보조설비가 설치된 지하층이나 지하구, 터널은 해당 시설을 활용하면 음영지역에서의 원활한 통신이 가능할 것으로 생각된다.

 

현재 지급ㆍ설치된 수신기는 안테나 일체형이다. 안테나 분리가 불가능하지만 현장 활동에 사용 중인 UHF 무전기는 안테나를 분리할 수 있다. 분리한 후 무선통신 보조설비 케이블을 연결하면 활용이 가능하다.

 

수신기 안테나도 무전기처럼 분리해 탈착되도록 구성한다면 무전기 접속 단자 케이블을 이용해 전파 수신 장애 지역에서도 인명구조 경보기 전파를 수신해 공유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 [그림 7] 무선통신 보조설비 활용(UHF 무전기 활용 예시)(출처 2021. 3. 24. 소방청 보도자료)

 

3. 현장지휘관이 탑승하는 지휘차량에 수신기와 웹 패드 세트를 추가 배치해 현장안전관이 활용토록 하는 방법(즉시 시행하기 어려운 기계적인 문제점의 개선방안이 아닌 자체 운용방안)

현재 경기도는 현장에 안전관이 별도로 배치된다. 현장 활동 대원을 모니터링하고 이상 상황이 발생하면 현장지휘관에게 전술 수정이나 탈출명령 건의 등의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안타깝게도 안전관은 지휘차량에 비치된 웹 패드를 이용하기 때문에 본부 서버에 현장 활동 대원의 데이터가 수신되지 않으면 현장 대원의 상황을 정확히 알 수 없다.

 

따라서 안전관에게 수신기와 웹 패드 세트를 별도로 제공하고 위험성 평가나 현장 활동 대원 모니터링 시 활용하게 하는 방안을 제안한다. 현장 활동 중인 대원들을 순회하며 데이터를 수신해 본부 서버로 전송해 보다 정확하게 현장 상황을 파악하는 방식이다.

 

이 방안으로 운영한다면 인명구조 경보기 단말기의 주파수 송신범위로 수신기가 직접 이동해 데이터를 수집하기 때문에 전파장애를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 

지금까지 스마트 인명구조 경보기의 구성과 사용방법, 한계점, 개선방안에 대해 살펴봤다. 소방 활동 중 안전관리는 대원의 인명과 직결되기 때문에 여러 번 강조해도 모자라지 않을 정도로 중요하다.

 

안전사고가 발생하지 않기 위해선 현장지휘관에게 대원의 긴급상황이나 현장 활동 정보가 지속해서 제공ㆍ관리돼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현장지휘관과 현장 활동 대원이 안전장비를 정상 작동시키는 건 필수다. 지급된 장비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한계점을 인지해 활용방법을 모색하면서 계륵이 되지 않도록 하는 유연한 자세가 필요하다.

 

경기 시흥소방서이경탁 dlrudxkr1@gg.go.kr

 

<본 내용은 소방 조직의 소통과 발전을 위해 베테랑 소방관 등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2019년 5월 창간한 신개념 소방전문 월간 매거진 ‘119플러스’ 2022년 5월 호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인터뷰]
[인터뷰] “다양한 경험ㆍ조직 이해 바탕으로 새로운 변화 물결 만들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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