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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러스 칼럼] ‘따라오라 식’ 정책만으로는 소방장비 선진화 어렵다

119플러스 | 기사입력 2022/07/20 [10:00]

[플러스 칼럼] ‘따라오라 식’ 정책만으로는 소방장비 선진화 어렵다

119플러스 | 입력 : 2022/07/20 [10:00]

소방장비의 성능과 품질이 보장되고 잘 관리되면 소방관은 더 안전한 환경에서 활동할 수 있다. 소방장비의 질 향상이 곧 국민 안전과 밀접하게 연결되는 이유다.

 

2018년 12월 27일 소방장비의 생애주기를 체계화할 수 있는 ‘소방장비관리법(이하 ‘장비법’)’이 본격 시행됐다. 

 

‘장비법’은 소방장비의 구조적인 문제를 개선할 수 있을 거란 기대 속에 탄생했다. 소방서비스의 질을 높이고 나아가 국민안전에 기여하는 걸 목적으로 하는 이 법률에는 효율적인 소방업무 수행을 위해 장비 구매부터 불용까지 전 과정에 대한 다양한 내용이 담겼다.

 

‘장비법’ 시행에 맞춰 소방청은 곧바로 관련 정책을 쏟아냈다. 소방장비 관련 정책은 시작부터 화려했다. 먼저 60여 종에 달하는 소방장비의 기본규격을 개발하고 국가인증제도(KFAC)를 통해 검ㆍ인증 절차를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또 특정 규격의 소방장비를 현장 대원이 직접 결정ㆍ구매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전문기관에 검사와 점검, 정비 등의 업무를 대행토록 해 일반 물품과 차별화된 관리 규정을 운용하겠다고 했다.

 

‘장비법’이 시행된 지 3년 6개월여의 시간이 흘렀다. 그런데 최근 분위기는 시작 때와 사뭇 달라졌다. 기대감을 크게 내비쳤던 일선 소방관들의 관심은 체감하기 어려운 변화에 조금씩 사그라들고 있다. 소방장비를 공급하는 기업들도 산업 생태계의 고질적 문제는 여전하다는 반응을 보인다.

 

소방장비 선진화를 위한 대표 정책은 ‘소방장비 기본규격 개발사업’이다. 성능과 안전성 향상을 목적으로 한 이 정책은 큰 관심을 모았다. 대한민국의 소방장비도 선진국 수준처럼 대폭 향상될 수 있을 거란 기대가 컸다.

 

올해 9종이 개발되면 모두 60종 소방장비 기본규격 개발은 마무리된다. 우려스러운 건 KFAC 검ㆍ인증 절차의 온전한 시행을 위한 세밀함을 찾아볼 수 없다는 점이다.

 

사실 소방장비의 기본규격 개발은 ‘장비법’ 시행 이전부터 추진돼왔다. 매년 10여 종의 기준을 정립하면서도 소방 차량 5종을 제외하곤 KFAC 검ㆍ인증 제도는 제대로 운용되지 못하고 있다. 공기호흡기와 방화복의 경우 전문 검사기관까지 지정됐지만 검ㆍ인증 신청에 선뜻 나서는 기업이 없다.

 

시장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행정 성과에만 몰두한 소방청의 책임이 크다는 지적이 많다. 따져보면 틀린 말도 아니다. KFAC 검ㆍ인증을 위한 절차와 기준 자체가 너무 까다로워서다. 실제 시장에서 제법 규모있다고 평가받는 중견 기업들도 난색을 표할 정도다.

 

기존 소방청 고시로 운용해 온 장비 관련 기술기준(형식승인 등)과 새로운 KFAC 인증 장비와의 연계성 대책이 마련되지 않았다는 점도 문제다. 당장 10월부터 KFAC 제도로 시행 예정인 공기호흡기의 경우 기존 형식승인 제품과 부속품 호환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소방청의 장비 정책은 현장 대원의 목소리와 행정의 융합이 있어야만 성공할 수 있다. 장비기술을 개발하고 공급 체계를 뒷받침해줘야 하는 업계와 발을 맞추는 일도 중요하다. 장비 조달 체계의 실정과 시장 상황, 기업 능력 등 산업계의 현실을 외면한 채 밀어붙이기 식의 정책으로는 엇박자가 날 수밖에 없다.

 

소방장비 정책은 행정은 물론 내실을 갖춘 산업계와의 협치가 필요하다. 혹자는 국내 기업이 공급 못 하는 장비는 수입해서 쓰면 된다고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는 오판이다. 장비의 품질을 유지하면서도 합리적인 비용을 투입하는 것 역시 정부 정책의 목적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소방청이 현장 대원과 장비 산업계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길 바란다. 무조건 ‘따라오라는 식’의 독선적 정책보단 산업계와 함께 호흡해 서로가 믿고 따를 수 있는 정책이 펼쳐지길 기대한다.

 

 <본 내용은 소방 조직의 소통과 발전을 위해 베테랑 소방관 등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2019년 5월 창간한 신개념 소방전문 월간 매거진 ‘119플러스’ 2022년 7월 호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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