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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소방드론 경진대회 현장 속으로- 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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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영등포소방서 김성호 | 기사입력 2022/08/22 [10:00]

2021년 소방드론 경진대회 현장 속으로- Ⅱ

서울 영등포소방서 김성호 | 입력 : 2022/08/22 [10:00]

▲ 화재 상황을 가정한 소방청 장비 운용 시연

 

<지난 호에서 이어지는 내용입니다.>

 

드디어 대회가 시작되다!

대회 당일엔 소방드론 관련 업체의 신식 장비 소개와 화재 상황을 가정한 소방청의 장비운용 시연 후 경기가 진행됐다. 서울팀의 경기 순서는 붕괴건물 수색과 공원 수색, 시뮬레이터 순서로 배정됐다.

 

공정성을 위해 선수들에게 경기 시작 직전 종목별 경기장과 표적 위치를 공개했다. 대회 취지를 생각하면 공개되지 않은 장소에서 경기를 진행하는 게 맞다. 하지만 경기장이 중앙소방학교 훈련장이었다는 걸 고려하면 공정성 측면에서 주최 측의 어쩔 수 없는 선택이지 않았나 싶다.

 

▲ 대회 붕괴건물 수색 경기 중 조종자 시점

 

첫 번째 경기였던 붕괴건물 수색 경기장은 천장이 뚫린 구조라 GPS 수신이 잘 됐다. 내부도 밝아 각종 센서 작동에도 무리가 없었다.

 

사전에 들어가 내부 공간을 확인했는데 예상한 것보다 넓어 크게 걱정되지 않았다. 준비과정에서 협소 공간 비행을 중점적으로 훈련했던 게 많은 도움이 됐는지 전반적으로 수월하게 경기를 마칠 수 있었다.

 

하지만 경기 진행 중 전혀 예상치 못한 문제가 발생했다. 조종기에 이상이 생겨 조종 신호 강도가 급격하게 떨어졌다. 급하게 조종 주파수를 수동으로 조절하며 경기를 마치긴 했지만 일부 시간 지연이 생겨 조금 아쉬움이 남았다.

 

▲ 대회 공원 수색 경기 중 조종자 시점

 

두 번째 경기는 공원 수색 종목이었다. 첫 번째 경기에서 문제가 생긴 조종기를 예비 조종기로 바꾸면서 부조종자와 함께 연습한 조건과 다른 모니터를 쓰게 됐다. 준비과정과 다른 조건에서 경기를 치러야 하는 게 큰 부담으로 다가왔다.

 

공원 수색도 붕괴건물과 마찬가지로 경기 직전 경기장과 표적 위치가 공개됐다. 공원 길 사이로 저공 비행하면서 표적을 식별하게끔 배치돼 있었다. 준비과정에서 연습했던 장애물 사이로 비행하는 것과 같은 방식이라 첫 번째 경기와 마찬가지로 수월하게 경기를 마쳤다.

 

마지막 경기인 시뮬레이터 종목은 준비과정과 다른 점이 가장 많았다. 반쯤 누워있는 자세로 고정된 조종 좌석은 모니터와 거리가 있었다. 대회 당일 햇빛이 무척 강했는데 모니터와 조종석이 야외에 설치돼 있어 모니터 화면에 햇빛이 반사됐다. 예상치 못한 경기장 환경에 크게 당황했다.

 

다행히도 부조종자가 옷으로 햇빛을 가려줘 시야가 어느 정도 확보됐다. 그 결과 주어진 5분 이내에 2번의 완주에 성공했다. 기록이 평소보다 저조해 아쉬웠지만 마지막 경기까지 무사히 마무리할 수 있었다.

 

▲ 대회 시뮬레이터 경기

 

이렇게 모든 경기가 끝난 후 점수합계가 진행됐다. 서울팀에서는 붕괴건물 수색 분야 1, 공원 수색 분야 1, 시뮬레이터 2위를 기록해 종합 1위로 대회를 마무리했다.

 

경기 운영이 의아했던 ‘시뮬레이터 종목’

경기는 무사히 치렀지만 시뮬레이터 종목 운영에는 의아한 점이 많았다. 우선 회전익(드론, 헬기)이 아닌 고정익(비행기) 기체를 이용해 경기가 진행됐다. 회전익과 고정익은 서로 비행 원리 차이가 크다.

 

조종기의 스로틀, 러더, 엘리베이터, 에일러론 조작이 기체의 요, 피치, 롤 축에 작용하는 방식에 큰 차이가 있다. 양력 발생 메커니즘도 다르다.

 

즉 근본적인 비행 원리의 차이가 몹시 크기 때문에 조종 방법이 서로 다르다. 이런 부분에서 소방드론의 조종 능력을 경합하는 대회 목적과는 그 어떤 연관성도 찾아볼 수 없었다.

 

두 번째로 공지와 다른 초기 설정값이다. 최초엔 조종기 설정값은 프로그램 초깃값으로 설정됐다고 공지했다. 그에 따라 2주간 약 50시간 이상을 개인에게 익숙한 값이 아닌 초깃값으로 연습했다.

 

하지만 실제 경기에서 조종했던 기체는 에일러론 레이트값이 달라 최대 회전속도가 훨씬 높게 설정돼 있었다. 공지대로 연습한 설정값과 비행성이 전혀 달랐다.

 

곧바로 적응해 완주엔 성공했지만 이런 설정을 경기 중에 알게 돼 굉장히 당황했다. 평소 기록이던 평균 38초대보다 약 4초 늦은 42초 기록이 나왔다. 다른 팀들 또한 이런 상황에 당황해 평소 역량을 내지 못한 팀이 있었으리라고 추측해 본다.

 

▲ (위쪽부터)경기용 기체, 적응시간 부여 기체

 

세 번째는 적응시간 부여 방식이다. 경기 전 조종기에 대한 적응시간을 부여한다는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 운영이 있었다. 위에서 기술한 두 번째 상황에서 적응시간 부여 방식이 정상적이었다면 사전에 조종 감도 적응을 일부 할 수 있었을 거다. 하지만 이 부분에서도 경기에 사용될 기체와는 다른 기체가 지정됐다.

 

게다가 조종 시점이나 조종 반응성이 명확히 달랐다. 레이트 설정으로 각 축의 최대 회전속도가 10°만 달라지더라도 반응성에서 차이를 느낄 수 있다. 하지만 각각의 기체는 체감상 에일러론과 엘리베이터 감도에서 약 2~3배 차이가 느껴졌다.

 

즉 조종기 조작에 따른 기체의 움직임이 달라 사전 적응이 불가한 상황이었다. 의미 없는 시간이 주어진 거고 현장에선 조종에 혼란이 올 것으로 판단해 바로 경기를 진행하겠다고 요청한 기억이 있다. 이런 이유들로 인해 시뮬레이터 경기 운영 부분에서 아쉬움이 컸다.

 

소방드론 대회에 바란다

평소 일상의 비행 훈련이나 이런 대회는 재난 현장에서의 소방드론 운용 능력 향상에 그 목적을 둔다. 하지만 소방드론을 운용했던 실제 재난 현장은 일반적인 훈련이나 대회 상황과는 차이점이 많았다.

 

특히 올해 1월 발생한 광주 아파트 붕괴 사고 현장에서 임무를 수행하면서 더 큰 차이를 느낄 수 있었다. 소방드론 운용자이자 대회 참가자 입장에서 이번 대회 경기 종목들과 실제 현장의 차이점을 비교해보면서 개선됐으면 하는 바람을 적어본다.

 

1. 실제 현장과의 괴리감

대회 경기장은 장애물을 예측할 수 있을 정도로 단조롭고 비행에 굉장히 적합한 환경이었다는 게 재난 현장과 가장 큰 차이점으로 다가왔다. 대회 수색 종목은 아주 쾌적한 환경에서 진행됐다. 맑은 낮에 대상물과 근접한 장소에서 조종할 수 있었고 비행할 공간이 넓어 오작동이 발생해도 쉽게 조치할 수 있었다.

 

반면 출동 중 현장에서 비행할 때면 적합한 이륙 공간을 찾아내기조차 쉽지 않다. 조종 신호 송ㆍ수신에 적합한 지점을 점유하다 보면 현장과 100m 이상 멀어지는 일이 허다하고 잦은 야간비행, 곳곳에 돌출된 장애물, 바람 등 추락으로 이어질 수 있는 악조건 속에서 비행하게 된다. 신호 간섭이나 오작동, 심지어 야생조류의 공격 같은 돌발상황은 덤이다. 

 

▲ 광주 붕괴 현장 내부 드론 진입 중 장애물

 

대회 때는 비행 직전 경기장이 공개돼 조종자가 비행경로나 고도 등 계획을 미리 세울 수 있었는데 아무래도 이런 환경이면 비행 난도는 급락할 수밖에 없다. 매 비행이 초도 비행 같은 현장과는 너무 동떨어진 느낌이었다.

 

▲ 수난사고 수색

 

대회 경기 요강에서 유도했던 비행 방식이 현장에선 적용이 어렵다는 점도 아쉬웠다. 특히 공원 수색 종목의 비행방법은 현실적으로 불가하다고 생각한다. 한강공원에서 익수자 수색이나 구조대상자 위치 특정 등의 비행을 해보니 사람이 있을지 모르는 공간에서 나무 사이 정도의 고도로 비행하는 건 굉장히 위험하다.

 

이런 행위는 ‘항공안전법’ 조종자 준수사항에서도 금지하는 사항이다(‘항공안전법’ 시행규칙 제310조 초경량비행장치 조종자의 준수사항).

 

산악환경을 가정하더라도 나무 사이로 드론을 진입시켜 수색할 때 빠른 속도보다는 장애물 회피가 우선이라고 생각한다. 즉 공원 수색 종목은 수색 목적이 아닌 FPV 레이싱 기체로 지정된 장애물 통과 시간을 측정하는 방식의 경기에 더 가까운 종목으로 느껴졌다. 소방드론 운용방식과는 거리도 있어 보였다.

 

2. 대회 발전을 위해선?

가장 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던 건 대회 경기 종목의 난도다. 현재 소방드론 경진대회의 비행은 어렵지 않았다. 대회 비행 환경을 난도 있게 조성한다면 자연히 준비과정에서 훈련의 난도 또한 올라가지 않을까 싶다. 

 

▲ 장애물ㆍ협소 공간 비행 등

 

서울소방에서는 각종 재난을 대비해 평상시 훈련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대회 준비 기간만큼은 평소보다 훨씬 어려운 비행 환경과 악조건을 조성한 후 훈련했다.

 

그 과정에서 수많은 추락이 있었고 개인장비였던 기체의 정비 부담이 컸다. 그러나 역량 강화 측면에서 효과는 뛰어났고 대회에서도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지 않았나 싶다.

 

재난 현장을 최대로 반영한 경기 요강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소방드론 운용능력 향상에 목적을 두는 대회인 만큼 실제 현장과 가장 유사한 상황에서 진행돼야 하지 않나란 생각이 대회 내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드론 조종을 위해 모든 게 완벽한 상태에서 추락위험 하나 없는 공간을 비행하는 건 소방드론이 비행하는 공간과 너무도 다르지 않은가?

 

그리고 현장에 접목하기엔 어려운 비행방법을 요구하는 것 또한 소방드론 역량 강화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대회 때 소방드론을 운용한다기보단 센서드론으로 레이싱 경기를 하고 있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마치며

광주 붕괴 사고나 대형 산불같이 재난은 갈수록 다양해지고 복잡해지는 양상이다. 소방드론은 소방력과 장비가 투입되기 전 선제 진입 수색이나 정보수집의 역할 등 활용 가능 분야가 점점 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드론이 적시에 활약하기 위해선 다양한 재난 현장을 대비한 강도 높은 훈련과 장비에 대한 이해가 필수다.

 

지금까지의 형식적이고 안전한 장소에서의 훈련보단 다양한 재난 상황을 가정해 기체 오작동 대응이나 협소 공간 비행, 자연환경 극복 등 어려운 비행 상황을 조성해 훈련해야 한다.

 

물론 이런 상황에서의 훈련은 고장이나 추락위험이 따르겠지만 소방드론의 위상은 추락 그 이상으로 비상할 수 있다고 믿는다. 악조건 속의 훈련은 운용자의 역량 강화에 큰 도움이 될 뿐 아니라 훗날 발생할 재난 속에서 빛을 발할 날이 앞당겨지지 않을까?

 

서울 영등포소방서_ 김성호 : seongho11@seoul.go.kr

 

<본 내용은 소방 조직의 소통과 발전을 위해 베테랑 소방관 등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2019년 5월 창간한 신개념 소방전문 월간 매거진 ‘119플러스’ 2022년 8월 호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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