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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취재-현대아울렛 화재①] “화재 신고 5분 전, 경종 소리 안 들려” 소방시설 정상 가능성 희박

소방활동 증언 이어 차량 블랙박스 영상 속 정황… 소방시설들 제 기능 했을까
아울렛 지하주차장에 ‘준비작동식 스프링클러’, “신뢰성 낮아” 전문가들 ‘갸우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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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 기자 | 기사입력 2022/09/29 [14:25]

[집중취재-현대아울렛 화재①] “화재 신고 5분 전, 경종 소리 안 들려” 소방시설 정상 가능성 희박

소방활동 증언 이어 차량 블랙박스 영상 속 정황… 소방시설들 제 기능 했을까
아울렛 지하주차장에 ‘준비작동식 스프링클러’, “신뢰성 낮아” 전문가들 ‘갸우뚱’

최영 기자 | 입력 : 2022/09/29 [14:25]

▲ 지난 27일 7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대전 유성구의 현대 프리미엄 아울렛  © 최영 기자

 

[FPN 최영 기자] = 7명의 목숨을 앗아간 대전 현대아울렛 화재 당시 소방시설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을 것으로 보이는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언론 보도로 알려진 현장 활동 소방관의 옥내소화전 작동 불가 상황 증언에 더해 공개된 화재 당시 진입 차량의 블랙박스 영상이 이를 뒷받침한다.

 

최초 영상을 공개한 언론사 <더팩트>로부터 <FPN/소방방재신문>이 제공 받은 이 블랙박스 원본 영상에는 음향이 함께 녹음돼 있다. 오전 7시 40분께 주차장으로 들어서는 차량의 정면으로 시뻘건 불길이 치솟고 수십초 이내 주차장 전체는 검은 연기로 뒤덮인다. 

 

▲ 블랙박스 영상을 공개한 언론사 <더팩트>로부터 제공받은 원본 영상 캡쳐. 주차장으로 진입하는 블랙박스 장착 차량의 전면에는 불길과 함께 빠르게 퍼지는 연기의 모습이 담겨 있다. 더팩트 공개 영상 : https://youtu.be/h58i6eY3UlA


하지만 화재 사실을 알려줘야 할 경종 소리는 전혀 들리지 않는다. 거센 화세 속에서도 울리지 않는 경종 소리에 더해 화세의 형상은 스프링클러설비가 화재 초기 정상 작동해 불길을 제어하고 있다고 보긴 힘든 모습이다.

 

소방 상황보고서에 따르면 최초 행인으로부터 화재 신고가 들어온 시간은 오전 7시 45분이다. 이 블랙박스 영상이 찍힌 지 5분이 지난 시점이다. 지하에서 검은 연기가 많이 나온다는 신고 내용과 블랙박스 속 불길의 크기 등을 볼 때 고의적 방화가 아니라면 실제 화재는 못 해도 신고 시간보다 최소 10분 혹은 훨씬 이전부터 발생했을 가능성을 나타낸다. 

 

경보조차 나지 않고 화세 제어를 위한 스프링클러설비가 제 기능을 못 한 상황이었다면 그 원인은 크게 세 가지로 압축할 수 있다. 소방시설이 애초부터 불량이었거나 고의로 이미 정지시켜놨을 가능성, 화재 감지 신호를 받은 뒤 고의로 정지시켰을 가능성이다.

 

화재 사실을 초기에 감지하고 경보를 울려주도록 구성되는 ‘자동화재탐지설비’는 방재실 화재 수신기에서 제어가 이뤄진다. 화재 감지기로부터 신호가 들어오면 1차적으로 방재실 내 ‘주경종’이 먼저 울리고 주차장과 같은 방호공간에 화재 사실을 알릴 수 있도록 ‘지구경종’을 울려준다. 하지만 이런 화재 입력 신호에 따라 작동하는 각 기능을 사전에 정지시켜놓거나 주경종 발생 직후 강제로 끄면 연동된 스프링클러설비 등의 시설 역시 먹통이 된다.

 

사고 당일 언론 보도 영상 등에서는 화재진압 과정에서 경보가 울리는 장면이 여럿 확인된다. 화재 초기 소방시설의 작동을 고의로 정지시켰다거나 이미 정지해 놓았던 시설을 뒤늦게 풀었을 가능성이 커 보이는 대목이다.

 

특히 스프링클러설비도 화재 초기 경보가 안 울린 자동화재탐지설비 문제로 인해 제때 작동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다. <FPN/소방방재신문> 취재 결과 대전 현대아울렛 지하주차장에 설치된 스프링클러는 ‘준비작동식’ 형태로 적용됐다. 모두 15개의 존으로 구성돼 각각의 구역에서 불이 났을 때 작동하는 형태다.

 

그러나 ‘준비작동식’ 스프링클러는 배관 내 항상 물이 차 있어 열 감지 시 바로 물을 뿌려주는 ‘습식’과 달리 두 개의 화재 감지기가 교차로 감지해야만 작동한다. 감지기로부터 받은 화재 신호를 기점으로 중간 밸브 개방과 함께 펌프를 가동시켜 평소 비어 있던 배관으로 물을 공급해 뿌려주는 방식이다. 

 

하지만 ‘준비작동식’은 화재 감지 신호를 받아 각 소방시설에 신호를 보내는 방재실 내 화재 수신기의 제어 기능을 차단해 놓거나 정지시킬 경우 설비 자체를 무용지물로 만드는 위험성이 존재한다. 반응 속도 또한 평소 배관에 물이 차 있는 습식 스프링클러보다 늦다.

 

화재 당일 감지기에서 전달돼 수신기로 들어온 신호를 고의로 차단했거나 이미 정지시켜 놓은 거라면 스프링클러설비는 제때 작동하지 못했을 수밖에 없다. 블랙박스 영상에서 경종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는 건 스프링클러설비 가동을 위한 화재 감지 신호와 연동되는 각 소방시설에도 문제가 있었다는 추측을 하기 충분한 근거가 되고 있다.

 

실제 대형 화재사고 때마다 이 자동화재탐지설비의 정지 또는 차단 문제는 단골 메뉴로 등장하며 화재 피해를 키운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2021년 7월 17일 발생한 이천 쿠팡 물류창고 화재 때에도 자동화재탐지설비를 강제로 정지시켜 무려 12분 동안 스프링클러설비 작동이 지연되면서 피해를 키웠다. 

 

지난해 4월 10일 경기도 남양주 부영애시앙 주상복합건물 화재 때도 관리자가 자동화재탐지설비 수신기로 들어온 화재 신호를 무시하고 소방시설 전체를 고의로 정지시켰다. 2021년 7월 21일 5명이 숨진 경기도 용인 양지면의 SLC물류센터 화재사고에선 무려 2년 가까이 자동화재탐지설비를 정지시킨 상태로 운영해 온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2019년 2월 19일 3명이 숨진 대구 포정동 사우나 화재, 2018년 11월 7명이 숨직 국일 고시원 화재, 2018년 8월 21일 8명이 숨진 인천 남동구 세일전자 화재 등 대형 화재 대다수가 자동화재탐지설비를 고의로 차단해 피해를 키운 사고들이다.

 

정석환 세종사이버대학교 소방방재학교 교수(소방기술사)는 “대형 화재사례의 공통점 중 하나는 자동화재탐지설비를 고의로 꺼놓거나 차단하는 문제”라며 “이번 화재 역시 정황상 자동화재탐지설비의 화재 감지 신호에 의존하는 준비작동식 스프링클러 설비가 정상 작동했을 거란 기대는 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소방기술자 B 씨는 “자동화재탐지설비의 정상 운용하는 사례가 적다보니 실제 분야 내에서도 준비작동식 스프링클러설비를 신뢰하는 이들은 많지 않다”며 “관리적 측면에서 나타나는 고질적 문제”라고 꼬집었다. 

 

최영 기자 young@fpn119.co.kr

[인터뷰]
[인터뷰] “다양한 경험ㆍ조직 이해 바탕으로 새로운 변화 물결 만들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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