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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러스 칼럼] 국제소방안전박람회, 이대로 괜찮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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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9플러스 | 기사입력 2022/10/20 [11:00]

[플러스 칼럼] 국제소방안전박람회, 이대로 괜찮은가?

119플러스 | 입력 : 2022/10/20 [11:00]

우리나라 대표 소방전시회인 ‘국제소방안전박람회’가 불안하다. 역사상 최대 규모라 자칭한 소방청 발표와 달리 올해 박람회에는 소방시설 분야 참가 기업이 눈에 띄게 줄었다.

 

소방청과 대구광역시가 주최하는 ‘국제소방안전박람회’는 2003년 대구지하철 화재 사고를 계기로 ‘종합적 방재 기능 확충과 소방환경 발전’이라는 슬로건을 내세우며 이듬해 깃발을 올렸다.

 

대형 화재를 겪은 대구시의 이미지를 바꾸고 시민 안전의식을 높이겠다는 취지가 컸다. 2020년 코로나19 여파로 한 차례 열리지 못한 걸 포함하면 올해 박람회는 19년 차가 됐다.

 

소방산업은 크게 두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소방공무원이 사용하는 ‘소방장비 산업’과 건축물 등에 적용되는 ‘소방시설 산업’이다. 그간 국제소방안전박람회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소방전시회로 위상을 높여왔다. 

 

소방장비와 소방시설 분야가 한데 어우러져 박람회장을 찾은 관람객과 기업은 소방장비와 시설을 함께 볼 좋은 기회를 만끽했다. 올해는 소방장비 분야 기업이 크게 늘어난 반면 소방시설 예방 분야 참가 기업이 대폭 줄었다.

 

지난해부터 소방장비 품평회라는 주요 행사가 함께 기획되며 탈바꿈을 꾀한 건 가히 성공을 이룬 듯하다. 소방관서의 장비 구매 전 단계인 품평회를 한자리에 마련하면서 전국 2천여 명에 가까운 시ㆍ도 소방장비 구매 평가단이 전시회를 찾았다. 전국 소방공무원들이 장비 정보를 접하는 장이 열렸다는 평가가 많다.

 

문제는 소방시설 분야다. 해가 갈수록 위축되는 모습을 지켜보는 이들 사이에선 “소방장비를 위한 전시회가 돼가는 것 같다”, “예방 분야 기술이 점점 볼 게 없어진다”는 등 뒷말을 내뱉는다. 소방관도, 산업계도, 건설업계 역시 마찬가지 반응이다.

 

소방산업계 전반에선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국제소방안전박람회’가 소방장비 중심의 박람회로 변해가는 걸 체감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 직면한 원인 중 하나는 소방시설 분야에 초점을 둔 전문박람회인 ‘소방방재기술산업전’의 등장이다.

 

이 박람회는 2018년 대한민국 소방기술 분야의 최고 엔지니어 집단인 한국소방기술사회를 주축으로 태생했다. 

 

정부 기관과 지자체가 주최하는 대표 전시회가 십수 년 동안 열린 상황에서 민간 주도 전시회가 또 하나 탄생한 건 무슨 의미를 주는지 곱씹어볼 일이다. 그간 소방이라는 조직이 민간 산업계와의 협력과 융합에 얼마나 소홀했는지를 방증하는 건 아닐까.

 

한 걸음 더 들어가면 소방청 조직의 구조부터 그 이질감이 나타난다. 소방산업 진흥과 박람회를 주관하는 소방청 내 부서는 ‘소방산업과’다. 하지만 1년 전 조직 개편 과정에서 신설된 ‘장비기술국’에 예속됐다.

 

당시 소방조직 내에서는 소방산업과의 업무 대부분을 차지하는 소방시설업과 소방용품 관련 법규 등을 고려할 때 장비기술국 아래 두는 건 잘못됐다는 지적이 많았다.

 

화재 예방 기술의 주춧돌과도 같은 소방시설 산업이 소방제도와 밀접하게 연결됨에도 주관 부서를 ‘화재예방국’이 아닌 ‘장비기술국’ 내에 둔다는 건 문제라는 거였다. 

 

조직 내 고유 업무 특성마저 외면한 기형적 조직 구조가 산업진흥 정책의 시작점이 돼야 할 박람회의 형상마저 바꾼 건 아닌지 되짚어볼 일이다. 그간 소방산업에 대한 소방청의 무관심 역시 원인으로 작용했음을 부정할 수 없다.

 

소방청이 발표한 2021년 소방산업 통계에 따르면 소방산업 한 해 시장 규모는 17조3797억원에 달한다. 이는 소방산업으로 분류된 소방시설 설계, 공사, 감리, 관리, 방염, 제조, 도ㆍ소매업 등의 매출 합산치다. 극히 일부인 소방장비 제조 분야를 제외한 대부분의 통계 비중은 소방시설 관련 산업이 차지하고 있다. 

 

민간과의 협력과 소통, 융합이 없다면 소방시설과 소방장비 산업을 모두 아우른 ‘국제소방안전박람회’의 모습은 훗날 기억에서 사라질지 모른다. 소방이라는 분야의 산업적 가치를 소방 스스로 살피고 미래의 밑그림을 다시 그려야 할 때다.

 

<본 내용은 소방 조직의 소통과 발전을 위해 베테랑 소방관 등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2019년 5월 창간한 신개념 소방전문 월간 매거진 ‘119플러스’ 2022년 10월 호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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