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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분석] 19년 만에 바뀌는 국가 화재안전기준, 어떻게 변하나

소방청장 고시로 운영돼 온 화재안전기준 → ‘고시’, ‘공고’ 형태로 이원화
민간 주도 기술 제도로 ‘탈바꿈’… 80명 규모 기술기준 협의체 구성한다
“민ㆍ관 합심, 전문성ㆍ신속성ㆍ유연성 강화하겠다”, ‘기대반, 우려반’
소방청 “시행시기 맞춰 기준 형상 마련, 내년부터 개정 작업 본격 돌입”

최영 기자 | 기사입력 2022/11/10 [13:28]

[이슈분석] 19년 만에 바뀌는 국가 화재안전기준, 어떻게 변하나

소방청장 고시로 운영돼 온 화재안전기준 → ‘고시’, ‘공고’ 형태로 이원화
민간 주도 기술 제도로 ‘탈바꿈’… 80명 규모 기술기준 협의체 구성한다
“민ㆍ관 합심, 전문성ㆍ신속성ㆍ유연성 강화하겠다”, ‘기대반, 우려반’
소방청 “시행시기 맞춰 기준 형상 마련, 내년부터 개정 작업 본격 돌입”

최영 기자 | 입력 : 2022/11/10 [13:28]

[FPN 최영 기자] =  지난 2004년부터 20년 가까이 적용돼 온 국가 화재안전기준이 오는 12월 1일부터 전면 개편된다. 기존 38개에 달하는 국가 화재안전기준을 ‘성능기준’과 ‘기술기준’ 등 두 가지 기준으로 구분하고 소방청 ‘고시’와 ‘공고’ 형태로 각각 운용될 전망이다.

 

소방청은 이 같은 내용이 담긴 국가 화재안전기준 제ㆍ개정안과 공고안을 지난달 26일 행정예고하고 7일까지 의견을 접수한 상태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현행 ‘화재예방, 소방시설 설치 유지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을 ‘소방시설 설치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이하 소방시설법)’과 ‘화재의 예방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이하 화재예방법)’ 등 두 가지 법률로 분법화했다.

 

변화되는 화재안전기준 제도는 오는 12월 1일부터 본격 시행되는 이 ‘소방시설법’을 근거로 두고 있다. 소방청은 화재안전기준의 새로운 운영 체계를 통해 앞으로 신속한 기준 개정은 물론 그간 나타난 신기술이나 신제품 도입 지연 등의 문제를 해소해 나갈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나아가 국내 소방산업의 육성과 발전에도 기여할 거란 기대를 나타내고 있다. 

 

▲ 이원화 화재안전기준 규정 구성 특징     ©FPN

 

향후 바뀌는 화재안전기준 정책의 방향과 내용을 <FPN/소방방재신문>이 꼼꼼히 들여다보고 앞으로의 과제를 짚어봤다.

 

‘고시’와 ‘공고’로 나뉘는 ‘화재안전기준’

화재안전기준은 건축물 등에 설치되는 소방시설의 구체적인 설치방법 등 기술 사항을 규정하고 있다. 그간 소방청장 고시로 운용돼 온 화재안전기준은 소방시설 기준을 세세하게 열거한 기술법규다. 우리나라에 지어지는 모든 특정소방대상물의 소방시설은 이 화재안전기준을 반드시 따라야 한다.

 

현행 기준은 소화기구나 스프링클러, 자동화재탐지설비 등 소방시설별 33개 고시, 도로터널, 전기저장시설, 고층건축물, 지하구 등 공간 특성에 따른 대상물별 기준 5개 고시 등 모두 38가지에 달한다.

 

하지만 앞으로는 ‘화재안전성능기준(NFPC)’과 ‘화재안전기술기준(NFTC)’이라는 두 가지 형태로 구분ㆍ운영된다.

 

‘성능기준’은 화재안전 확보를 위해 재료나 공간, 설비 등에 요구되는 안전성능 규정을 말한다. 이 기준은 소방청 고시로 규정돼 소방시설에 대한 ‘기본 규격’의 개념을 갖게 된다. 소방시설이 갖춰야 할 주요 성능의 골격인 셈이다. 다양한 기술변화가 있더라도 반드시 유지될 필요가 있는 내용이 여기에 담긴다.

 

‘기술기준’의 경우 ‘성능기준’에서 정한 기준을 충족하기 위한 상세 규격이다. 특정 수치나 시험방법 등을 열거해 소방청장으로부터 승인받아 적용하는 방식으로 운용된다. 각 시설의 성능 구현을 위한 사양에서부터 설치, 시험 조건 등 기술환경 변화에 맞춰 제때 개정해야 할 기준이 담겼다.

 

이원화되는 화재안전기준… 변경 배경은?

소방청은 이번 화재안전기준 이원화 조치로 앞으로는 관련 기준의 전문성을 높이고 시대 변화에 따른 개정 등의 신속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공고 형태로 운용되는 화재안전기술기준의 개정 작업이 기존 고시 수준보다 한층 수월해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현행 화재안전기준은 전적으로 소방공무원의 권한과 책임 아래 운용되고 있다. 우리나라 소방법의 입법 당시 일본 법규 형태를 채택한 영향이 크다. 이로 인해 민간의 기술개발과 운용체계를 유기적으로 반영하는 선진국과 달리 자율성을 억제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런 현실은 기술의 경직성을 키우면서 소방산업 발전까지 저해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았다.

 

게다가 미국이나 유럽 등 선진국에서는 이미 반영된 기술이나 제한사항은 물론 국내 산업 표준과도 부합하지 못해 소방기술 발전에 큰 장애가 된다는 인식이 팽배한 상황이다.

 

▲ 기준 제개정 절차     ©FPN

 

하지만 앞으로는 ‘화재안전기술기준’이라는 명칭의 상세 규격이 고시가 아닌 ‘공고’ 형태가 되기 때문에 기술변화에 따라 다양한 사항을 빠르게 반영할 수 있을 것으로 소방청은 기대하고 있다.

 

민간 개방성 ‘활짝’… 80명 규모 위원회 구성 

▲ 화재안전기술기준위원회ㆍ분과위원회 구성 특성     ©FPN

 

큰 변화 중 하나는 화재안전기준의 제ㆍ개정 체계다. 그간 화재안전기준은 소방청 내 분석제도과에 소속된 소방공무원이 관련 업무를 주도해 왔다. 하지만 앞으로는 2019년 개원한 ‘국립소방연구원(이하 연구원)’ 내 전담 조직에서 화재안전기술기준의 제ㆍ개정을 담당하게 된다. 

 

기본 규격인 ‘화재안전성능기준’은 소방청, 상세 규격인 ‘화재안전기술기준’은 연구원이 맡는 구조다. 연구원에는 화재안전기준을 담당하는 전문 조직이 구성ㆍ운영된다. 소방정책연구실 소속 화재안전기준센터(팀)가 이 역할을 맡아 민간 주도 전문가 협의체 기준과 분과위원회의 운영 등 전반적인 업무를 수행한다.

  

화재안전기술기준위원회는 ▲수계소화설비 ▲가스계소화설비 ▲경보설비 ▲피난구조설비 ▲소화활동설비 ▲특정용도소방시설 등 6개 분과로 나뉠 예정이다. 각 분과위원회는 민간전문가 8, 당연직 2명 등 10명씩, 모두 60명 규모로 구성된다.

 

각 분과위원회에선 기술기준의 개정과 폐지부터 적용, 운영, 국내외 기준 또는 신기술ㆍ제품 등의 채택 등 관련 업무에 대한 전반적인 검토와 심사를 진행하게 된다. 이렇게 심사를 거친 안건들은 화재안전기술기준 위원회를 통해 최종 심의와 의결을 거친다. 

 

각 분과위원회에서 도출된 사안을 화재안전기술기준위원회에서 최종 판단해 기준에 반영하는 프로세스다. 화재안전기술기준위원회는 민간전문가 18, 당연직 2명 등 모두 20명으로 구성될 전망이다. 각 분과와 기술기준 등 두 위원회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할 것으로 보이는 대목이다.

 

연구원은 관련 법률이 시행되는 12월 1일부터 분과별 위원회(6개 분과)와 기준위원회(1개)를 구성하기 위한 모집 공고를 진행할 예정이다.

 

새 출발 화재안전기준… 풀어낼 과제도 ‘수북’

▲ 화재안전기준센터ㆍ기술기준위원회 구성과 역할     ©FPN

 

신규 화재안전기준 운용 방안을 두고 소방 분야 내에선 반신반의하는 분위기다. 행정 예고된 화재안전기준안만으로는 뚜렷한 제도의 운영 방향과 앞날을 가늠하기 쉽지 않아서다.

 

실제 각 제정안에는 현재의 화재안전기준을 ‘성능기준’과 ‘기술기준’이라는 두 가지 기준틀로 구분하고 있지만 대다수 내용이 서로 중복되거나 단순히 나누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소방청 관계자는 “12월 1일부터 시행되는 관련 법률에 맞춰 규정을 마련하다 보니 기존 화재안전기준 고시 내용을 기반으로 관련 기준들을 양분화하는 데 중점을 두게 됐다”며 “내년부터는 제도 개선 취지를 살리기 위해 순차적인 개정 작업에 돌입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새로운 화재안전기준 도입 의미를 살리려면 앞으로의 제도운영 방향이 관건이 될 전망이다. 소방청 구상처럼 화재안전기준 제ㆍ개정에 대한 민간 참여율을 높이고 신속성을 확보하기 위해 풀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

 

우선 연구원 내 화재안전기준 업무를 맡는 조직의 원활한 운영이 가장 큰 과제로 꼽힌다. 화재안전기준센터에서 관련 직무를 맡는 부서는 4명의 인원으로 출범할 전망이다. 

 

올해 초 연구원은 화재안전기준연구센터 출범에 대비해 과 단위 조직 신설을 위한 센터장 포함 15명의 정원을 소방청에 요청했지만 반영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 연구원의 고유 업무와 함께 화재안전기술기준 제ㆍ개정 업무까지 병행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화재안전기준센터의 제 역할을 위해선 직제 보강이 무엇보다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하나의 과제는 민간위원의 자질과 실질적 역할이다. 이를 위해서는 위원회에서 활동하는 각 위원의 선별이 중요하다. 화재안전기준이 적용되는 시공 현장을 이해하고 관련 지식을 보유한 전문가들이 위원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면밀한 검토를 거쳐 선임하는 게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소방기술사 A 씨는 “성능위주소방설계나 소방 관련 각종 심위위원 중에서도 실무와 지식수준이 현저히 떨어지는 경우도 많아 간혹 위원회의 논의가 산으로 가는 경우가 있다”며 “위원 선정 과정에서의 투명성과 객관성이 확보될 수 있도록 철저한 검증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소방용품 검ㆍ인증제도와의 부합화 방안도 풀어야 할 숙제다. 공고 수준으로 운용되는 화재안전기준이 아무리 신속하게 제ㆍ개정된다 해도 소방용품 기술기준과의 합치성이 떨어진다면 제도의 탄력적인 개선과 발전은 여전히 더딜 수밖에 없을 거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소방기술사 B 씨는 “소방시설 법규의 핵심인 화재안전기준은 소방시설을 구성하는 다양한 용품의 성능과 서로 연결되는 부분이 많다”며 “소방용품의 형식승인과 성능인증 기준 등 기술적 법 규정에 대해서도 탄력성을 부여할 수 있는 방안이 함께 고민돼야 한다”고 말했다. 

 

최영 기자 young@fpn119.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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