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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ST 119] “소방관 ‘강철 체력’ 증명했다”… 해운대 LCT 계단 오르기 대회 성료

소방관 670명ㆍ기자 13명 참가… 100개 층, 계단 2372개 올라
방화복 종목 1위에 청주동부소방서 윤바울 소방교… 23분 48초
<119플러스> 최누리 기자 30분 15초 완주… 기자 중 1위 ‘쾌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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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윤 기자 | 기사입력 2022/12/20 [10:00]

[BEST 119] “소방관 ‘강철 체력’ 증명했다”… 해운대 LCT 계단 오르기 대회 성료

소방관 670명ㆍ기자 13명 참가… 100개 층, 계단 2372개 올라
방화복 종목 1위에 청주동부소방서 윤바울 소방교… 23분 48초
<119플러스> 최누리 기자 30분 15초 완주… 기자 중 1위 ‘쾌거’

김태윤 기자 | 입력 : 2022/12/20 [10:00]

▲ 해운대 LCT 랜드마크타워 전경

“2022년 전국소방공무원 해운대 LCT 계단 오르기 대회에 참가한 우리 선수 일동은 대회 규정을 준수하고 정정당당히 경기에 임할 것을 선서합니다. 안! 전!”

 

푸르고 힘찬 가을 하늘이 유달리 빛나던 10월 26일 오전 9시. 개회식 무대 앞에 집결한 670여 소방관들의 표정에 엄숙함이 감돌았다. 참가 선서가 끝나자 이를 지켜보던 시민은 큰 박수로 응원을 보냈다.

 

같은 시각 개회식장 한편에선 방화복을 든 한 남자가 망연자실한 채로 서 있다. 자세히 보니 <FPN/119플러스> 최누리 선배다.

 

그는 부산소방재난본부의 대회 체험 요청으로 계단 오르기 대회 비경쟁 부문에 흔쾌히 참가하기로 했다.

 

하지만 막상 우리나라에서 두 번째로 높다는 지상 101층, 높이 411m 규모 해운대 LCT 랜드마크타워의 위용을 실제로 보자 기가 질린 듯했다.

 

하지만 딱히 걱정되진 않았다. 사실 최누리 선배는 ‘보통 기자(?)’가 아니다. 187㎝에 이르는 큰 키와 다년간의 운동으로 다져진 날렵한 몸매의 소유자이기 때문이다. 완주를 기대하는 후배의 뜨거운 눈빛을 의식한 선배는 빠르게 방화복을 갖춰 입고 출발 대기열에 합류했다. 준비 운동을 하는 그의 뒷모습은 왠지 생각이 많아 보였다.

 

1층에서 시작해 100층에 마련된 결승선까지 총 2372개의 계단을 오르며 완주 기록을 경쟁하는 이날 대회는 소방관들의 체력 증진과 화합의 장을 마련하고 안전한 대한민국과 ‘2030 부산세계박람회’ 유치를 기원하기 위해 개최됐다.

 

경기는 경쟁 부문 3종목(방화복 개인, 간소복 개인, 간소복 팀)과 비경쟁 부문 1종목(간소복 개인)으로 구분된다. 부산을 비롯해 전국에서 670명의 소방관이 선수로 참여했다. 여기에 13명의 기자가 비경쟁 부문으로 특별 참가했다. 기자들은 방화복과 공기호흡기 등을 착용해도 되고 간소복을 입어도 된다. 

 

최누리 기자는 “소방 분야 최고의 전문지인 <FPN/119플러스>의 기자로서 다른 기자들처럼 간소복을 입을 순 없다”며 자청해 공기호흡기를 제외한 방화복을 착용했다. “방화복을 입고도 괜찮겠냐”고 묻자 “정작 방화복은 입을 만한데 마스크를 착용한 채로 계단을 오르는 게 더 부담스럽다”고 했다.

 

부산소방 소속 진행 요원들의 안전 관리와 감독하에 경기가 시작됐다. 기자들은 방화복 개인 경쟁부문 경기가 치러지는 1계단을 올랐다. 계단이 협소해 선수들은 30초 간격으로 한 명씩 출발해야 했다. 최 기자는 13명의 기자 중 12번째로 출발했다.

 

▲ 최누리 기자가 계단을 오르고 있다.

 

안전한 경기 진행을 위해 촬영은 제한된 구역에서만 가능했다. 뜨거운 취재 열기 탓에 좋은 자리를 선점하기 위해선 무거운 촬영 장비를 들고 숨 가쁘게 움직여야 했다. 치열한 경쟁을 뚫고 첫 번째 촬영 지점인 20층에 겨우 자리를 잡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분명 13명 중 뒤에서 두 번째로 출발한 최누리 기자가 선두 그룹과 함께 세 번째로 올라왔다. 아직 할 만한 듯 카메라를 향해 여유를 보이기도 했다. 개인적인 생각일 수도 있지만 ‘아직’ 분명 경기를 즐기고 있는 것 같았다.

 

두 번째 촬영 지점인 48층에 이르자 최 기자는 그사이 한 명을 더 추월해 무려 2등이 돼 있었다. 그나마도 1등과 연달아 들어왔다. 1등으로 온 모 언론의 A 기자는 카메라 앞에서 거친 숨을 조절하고 있는 최 기자의 등을 토닥이며 응원을 보냈다. 스포츠 정신이 빛난 아름다운 순간이었다.

 

미리 준비했던 생수를 건네자 최 기자는 겨우 한 모금 들이키고는 다시 계단으로 떠났다. 여태껏 거의 들어보지 못한 그의 쌍시옷 감탄사(?)를 희미하게 들은 것 같다.

 

최 기자의 속도를 고려해 너무 빨리 올라와서인지 세 번째 촬영 지점인 76층에 도착했을 땐 주변의 인기척이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설마 힘들어서 포기한 건가?’란 생각이 들 때쯤 ‘헉헉’거리는 숨소리가 계단실을 울리며 들려왔다. 

 

최 기자는 다른 모든 기자를 제치고 당당하게 1등으로 도착해 시뻘게진 얼굴로 숨을 몰아쉬다가 “아, 으아~!”라는 말 만 남긴 채 다시 출발했다. 그는 도대체 혼자 어떤 싸움을 했던 걸까.

 

마침내 100층 결승선. 최 기자는 13명의 기자 중 당당하게 1등으로 계단 오르기 대회를 완주했다. 결승선에서 기다리던 사람들의 박수가 쏟아졌다. <FPN/119플러스>의 위상이 한층 더 올라가는 역사적인 순간이었다. 결승선을 통과한 그의 목에 이상규 부산소방재난본부장이 직접 메달을 걸어줬다.

 

▲ 최누리 기자가 결승선을 통과하고 있다. 이상규 부산소방재난본부장이 직접 메달을 목에 걸어줬다.

▲ 최누리 기자의 완주 기록은 30분 15초다.

 

최누리 기자는 “1층에서 100층까지 열심히 달린 끝에 1등으로 완주했다. 기분은 좋지만 정말 죽을 것 같았다”며 “방화복과 공기호흡기까지 전부 착용하고 올라온 소방관들이 정말 대단하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최 기자의 완주 기록은 30분 15초였고 이날 방화복 분야 평균 기록은 31분 25초였다.

 

▲ 계단 오르기를 완주한 소방관들이 누워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

▲ 경기를 마친 한 소방관이 착용 장비를 정리하고 있다.

 

비록 공기호흡기 등의 장비는 착용하지 않았지만 최 기자가 소방관이 아닌 일반인인 걸 고려하면 실로 엄청난 기록을 세웠다고 생각한다. 사실 완주만으로도 대단하다.

 

대회의 꽃이라 할 수 있는 경쟁 부문 방화복 개인 종목 영예의 1위는 충북 청주동부소방서 소속 윤바울 소방교가 차지했다. 그는 23분 48초 만에 100층을 완주했다.

 

윤 소방교는 “20층부터 계속 힘들었지만 5층만 더 가자, 10층만 더 가자는 생각으로 포기하지 않았다”며 “(고층 빌딩 화재) 현장은 위험이 항상 도사리고 있어 긴장해야 하지만 오늘은 제 체력만 보여주면 돼 최선을 다할 수 있었다”고 했다.

 

▲ 방화복 개인 종목에서 1위를 차지한 청주동부소방서 윤바울 소방교가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올해 처음 열린 ‘전국소방공무원 해운대 LCT 계단 오르기 대회’는 축제 같은 분위기 속에 마무리됐다. 단 한 명의 중도 포기자 없이 참가 소방관 670명 전원이 완주에 성공하며 그 의미를 더했다. 한 사람이라도 더 많은 생명을 구하기 위해 날마다 체력을 갈고 닦았을 참가 소방관들에게 경의를 표한다. ‘강철 체력’을 증명한 대한민국 소방관 화이팅!

 

LCT 계단 오르기 대회가 궁금하다면? ‘FPN TV’에서도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김태윤 기자 tyry9798@fpn119.co.kr

 

<본 내용은 소방 조직의 소통과 발전을 위해 베테랑 소방관 등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2019년 5월 창간한 신개념 소방전문 월간 매거진 ‘119플러스’ 2022년 12월 호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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