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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재조사관 이야기] “화재조사관은 원인을 찾을 수 없을 때 자괴감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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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김포소방서 이종인 | 기사입력 2023/02/20 [10:30]

[화재조사관 이야기] “화재조사관은 원인을 찾을 수 없을 때 자괴감을 느낀다”

경기 김포소방서 이종인 | 입력 : 2023/02/20 [10:30]

매년 이때쯤이면 명절도 지나고 들뜬 마음도 어느 정도 차분해진다. 연초에 계획했던 일들을 하나둘 점검하며 실천에 옮기려 마음을 다잡고 움직이는 시기다.

 

매년 화재 발생 추이를 살펴보면 1월과 4월에 자주 발생하는 것으로 조사된다. 또 명절 전후로 화재 빈도가 높다. 이는 명절로 들뜬 상황에서 안전에 대한 마음이 소홀해짐에 따른 것으로 추정된다. 

 

모든 화재에는 발생한 원인이 있는데 원인을 찾지 못할 때가 있다. 이럴 때 피해자와 화재조사관의 호불호가 갈린다.

 

원인이 규명돼야 손해를 조금이라도 덜 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원인이 규명되면 더 큰 손해를 보는 사람이 있다.

 

‘원인 규명 안 해도 돼요. 그냥 빨리 복구할게요’ 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까짓 것도 못 찾으면서 화재조사관이냐?’ 하는 질책 섞인 말을 하는 사람, ‘다 타서 없어졌는데 뭐가 남아 있겠어?’ 하고 위로 섞인 말을 하는 사람, ‘화재조사관도 사람인데 못 찾을 때도 있지!’ 하는 사람이 있다. 

 

화재조사관은 현장에서 화재 원인에 관한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조그만 증거라도 찾으려고 무던한 노력을 한다. 그런데도 화재 원인을 규명하지 못하거나 증거를 찾지 못할 때가 있다.

 

이런 경우 화재조사관은 참으로 난감하다. 아니 자괴감을 느낀다. ‘지식이 부족해서일까? 의지가 없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지식과 경험이 부족해서 못 찾는다’는 생각에 자책하기도 한다.

 

화재 원인을 찾을 수 없을 때 화재발생종합보고서를 작성하기 가장 힘들고 보강조사도 더 많이 해야 ‘원인 미상’의 결론을 지을 수 있다. 원인 미상의 보고서가 갖는 의미는 조사관으로서는 가장 힘들지만 주변에서 “야야, 너 편하게 지내려고 모르쇠로 가는 거지?” 하는 말을 들을 때도 있다.

 

하지만 화재조사관은 화재 현장에서 원인과 타협하지 않는다. 누가 뭐래도 화재 원인을 밝히기 위해 관련 논문이나 도서, 경험, 인터넷 등 다방면으로 자료를 수집하고 그 누구보다 더 바쁘게 움직여 최선을 다해 화재 원인을 규명하려고 한다.

 

어느 겨울날 비닐하우스 화재

소개할 화재가 발생한 시기는 겨울의 문턱 아니 지역에 따라 겨울이 한참일 수도 있다. 보일러와 난방기구를 모두 가동하고 지내는 시기에 발생한 화재로 발화지점은 특정되지만 원인을 규명하지 못했다.

 

비닐하우스 내부에 축조한 방에서 점유자 이 씨는 취침 중 화재를 인지하고 일어나 수중 펌프로 화재를 진압하려고 했으나 화세가 급격하게 커져 불을 끄지 못하고 밖으로 대피했다고 했다.

 

목격자 진술을 청취하라!

최초신고자 한 씨는 ○○마을 사거리에서 신호대기 중 A 횟집 뒤편에서 검은 연기가 보였다고 했다. 점유자 이 씨는 내실에서 취침 중 메케한 냄새가 나서 확인하니 TV가 설치된 벽면 부근에서 퍽 소리가 나고 불길이 보여 수중펌프로 불을 끄려 했으나 이미 불길이 솟아올라 비닐하우스 밖으로 대피했다고 진술했다.

 

현장에 가장 먼저 도착한 소방대 진압대원은 A 횟집 뒤편 비닐하우스가 연소 중이었으며 인근 비닐하우스로 확대되고 있었다고 진술했다.

 

최초신고자 한 씨, 점유자 이 씨, 소방대 진압대원의 진술을 종합한 결과 집중적으로 탄화한 흔적이 일치하는 부분이 있었다. 철 파이프 만곡 형태가 심한 부분 하단에 TV가 설치된 형태가 확인됐다.

 

▲ [사진 1] 최성기


연소 상황을 파악하라!

화재조사관이 현장에 도착했을 땐 이미 비닐하우스 4동이 전소하고 있었다. 화재의 시작이 어디고 끝이 어딘지 알 수 없었다. 소위 말하는 불바다처럼 느껴졌다.

 

비닐하우스는 연소가 시작되면 보온재와 차광막 등 가연성 물질로 이뤄져 연소 시 급격하게 화염이 확대하는 특성이 있다. 비닐하우스 화재는 화재 원인을 규명하기 위한 증거 발굴이나 연소 확대 방향성을 확인하기 어렵다.

 

▲ [사진 2] 화재진압


[사진 2]는 서쪽에서 촬영한 형태로 비닐하우스 5동 중 1동은 연소 확대를 저지해 피해를 최소화했다. 먼저 도착한 소방대의 판단이 빨랐다는 걸 알 수 있는 부분이다.

 

비닐하우스는 연소가 시작되면 방어하기가 상당히 어렵다. 비닐은 플라스틱 필름(Plastic film)으로 열에 약하고 복사열에도 쉽게 연소하는 특성이 있기 때문이다.

 

비닐하우스 내부를 확인하라!

진압이 마무리될 무렵 화재조사관이 내부로 진입해 현장을 확인했다. 일반적인 비닐하우스가 아니라 내부는 샌드위치 패널을 구획해 축조된 상태다. 테이블이 있는 것으로 볼 때 식당 영업을 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 [사진 3] 테이블


비닐하우스 내부에 테이블이 여럿 있었고 바닥은 타일로 돼 있어 비닐하우스라기보단 일반 건축물 같았다. [사진 3]을 보면 화재를 진압한 부분은 소훼 상태가 심하게 나타났으나 테이블 주변에 있던 플라스틱이 원형으로 잔류했다. 이는 열 영향을 받지 않았다는 증거다.

 

이런 부분은 선착한 소방대에서 판단을 빨리해 연소 확대를 저지한 효과다. 이렇게 연소 부분과 미연소 부분이 잔류한 경우는 화재조사관이 연소 방향성을 찾는 데 큰 도움이 된다.
 

화재지점 외부를 확인하라!

내부 구조를 확인했다면 멀리서 화재지점을 관찰해야 한다. 차근차근 스캔하듯 바라보면 연소 확대 방향이 보인다. 물론 가연물 적치 상태에 따라 달리 나타날 수도 있다. 하지만 가연물의 조건이 비슷하다고 가정한다면 화재가 어느 지점에서 시작됐는지, 어느 방향으로 진행됐는지 가늠할 수 있다. 

 

▲ [사진 4] 소훼 형태


철 파이프가 만곡되고 주변 비닐하우스 비닐의 용융과 소실 상황, 붕괴한 방향 등을 종합할 때 발화지점을 가늠할 수 있다. 멀리서 화재 현장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지점이 있다면 그곳에서 화재지점을 바라보고 화재지점보다 조금 높은 곳에서 본다면 [사진 4]와 같이 연소 형태나 방향성을 확인할 수 있다.

 

다만 내부 적치물 현황과 가연물 위치, 물성에 따라 연소 방향성이 달라지는 걸 고려해 조사한 후 연소 확대 방향을 추론해야 한다.

 

▲ [사진 5] 붕괴 형태


비닐하우스 철재가 만곡되고 붕괴한 형태는 [사진 5] 비닐하우스 세 동 중 가운데 비닐하우스가 가장 심하게 관찰된다. 가운데 비닐하우스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연소 확대한 형태다. 세 동의 비닐하우스 모두 내부는 샌드위치 패널로 축조된 구조다.

 

주변 상황을 더 조사하고 탄화 잔류물을 확인한 후 연소 확대 상황을 조사해야 정확한 발화지점을 축소할 수 있다.

 

연소 확대로 탄화하고 잔류한 지점부터 확인하고 많이 탄화한 중심 부분으로 좁혀가며 조사하다 보면 무아레 패턴(Moire pattern)1)이 나타나기도 하고 샌드위치 패널에 잔류한 스퀘마 패턴(Squama pattern)2)을 발견하는 등 발화지점을 찾는 데 큰 도움이 된다.
 

▲ [사진 6] 인근 화원


인근 화원은 발화지점 방향으로 비닐과 보온재가 소실됐다. 화원에서 키우던 화초가 수열에 의해 소사한 상태로 잔류했다. 미연소 부분에서 방향성을 확인할 때 인근 구조물이나 가연물, 용융물, 철재 변색 등을 종합해 판단해야 한다.

 

발화 가능성을 확인하라!

발화지점으로 추정된 지점에서 발화 가능성이 있는 내용을 모두 조사해야 한다. 비닐하우스 내부를 조사하다 보니 특이한 점이 발견됐다. 비닐하우스 중간에 물탱크로 식별되는 잔류물이 있었다.

 

점유자 이 씨는 물고기를 양식하기 위해 물탱크를 만들었고 물고기 생존 온도를 맞추기 위해 냉각기를 사용한다고 했다. 발화 가능성이 있는 전기시설과 냉각기의 압축기, 냉온수기, TV 등을 모두 확인했다.

 

먼저 수족관에 사용한 압축기를 확인했다. 전체적으로 소실돼 있었다. 특히 알루미늄 재질의 방열판은 모두 소실되고 동파이프와 철재만 잔류했다. 모터ㆍ압축기 전원선, 실내기와 연결된 파이프 전선 등을 모두 확인했으나 특이점을 발견할 수 없었다.

 

▲ [사진 7] 압축기


수족관 압축기와 에어컨 실외기 등을 확인했지만 발열 가능성이나 화재 원인으로 작용할 만한 특이점은 관찰되지 않았다.

 

▲ [사진 8] 물탱크

 

물탱크의 물이 없던 부분은 연소했다. 물탱크 하단부에 물이 있던 부분은 잔류해 있었고 특이점은 관찰되지 않았다. 단순하게 FRP3) 물탱크 같았는데 내부에 물고기는 없었다.

 

‘대부분 화재 현장에 전기적 특이점이 관찰되는 걸 고려하면 이 현장에서도 전기시설에 특이점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배전반과 차단기, 연결된 전선을 모두 확인했으나 발열 형태는 식별되지 않았다.

 

▲ [사진 9] 배전반


배전반 메인 차단기는 ON이었고 일부 차단기는 Trip 된 상태를 확인했다.

 

▲ [사진 10] Trip 차단기


차단기가 [사진 10]과 같이 Trip 된 상태로 있다는 건 전기가 통전되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Trip만으로 전기적 요인을 섣부르게 단정할 수 없다. Trip은 전기가 통전되고 있었다는 단순한 사실을 증명할 뿐 전기적 요인에 의해 화재가 발생한 증거로 단정할 수 없다.

 

Trip 차단기에 연결된 전선에서 합선 흔적이나 단락 흔적을 찾는 건 화재조사관의 몫이다. Trip 차단기에 연결된 전선을 모두 확인했으나 단락 흔적을 찾을 수 없었다.

 

▲ [사진 11] 냉온수기


냉온수기는 발화지점 측면에 있었고 위쪽에서 아래쪽으로 수열 받은 형태다. 냉온수기 케이스 하단의 페인트가 원형으로 탄화하지 않은 채 잔류해 있었고 시즈히터(Sheath heater) 부분이나 압축기 전원선 등에도 특이점이 없었다.

 

▲ [사진 12] TV


발화지점에 있던 TV Plate에 군청색의 집중 수열 받은 부분과 적 산화 현상이 잔류했다. 집중 수열 부분에도 수열로 인한 변색 형태만 관찰될 뿐 발열과 관련한 특이점은 발견할 수 없었다.

 

사실 TV에서 발화했어도 소훼 상태가 심해 입증할 수 없고 증거 또한 찾을 수 없다. TV를 중심으로 주변을 조사한 결과 점유자 이 씨의 진술과 분열 흔적, 심증만 있을 뿐 증거는 찾을 수 없었다.

건물 배치를 확인하라!

▲ [그림 1] 평면도


평면도에서처럼 내실 외벽에 있던 TV 발화 가능성이 가장 크게 느껴지기는 하나 추측만으로 TV 발화를 논할 수 없다. 내실에서 점유자 이 씨가 취침 중이었다.

 

만약 내실에서 화재가 발생했다면 이 씨가 먼지 인지했어야 한다. 그러나 신고자 한 씨가 먼저 화재를 인지했고 신고 시간이 오전 7시께다. 그렇다면 발화지점은 최소한 내실이 아니란 사실을 알 수 있다.

 

이 씨는 메케한 냄새를 맡고 밖으로 나와보니 TV가 설치된 지점에서 불꽃이 보였고 TV 부분에서 퍽 소리와 함께 불길이 천장으로 치솟았다고 했다. 이는 내실에서 밖으로 나오는 출입문을 열면 바로 주방이기 때문에 주방엔 불길이 없었다는 방증이다.

 

주방 앞에는 테이블이 놓여 있는 형태가 확인된다. 내실에서 나오면 주방과 테이블, 카운터가 한눈에 보이고 불꽃이 있었다면 바로 보였을 수밖에 없다.

 

평면도를 확인했을 때 점유자 이 씨가 불꽃을 목격했다고 한 진술에 무게가 실린다. 화재조사관이 조사한 내용에서도 TV 지점에서부터 분열 흔적이 관찰됐기 때문이다.

발화지점과 연소 경로를 검토하라!

최초신고자 한 씨는 운전 중 ○○마을 사거리에서 신호대기하다 A 횟집 뒤편에서 연기를 봤다고 했다. 따라서 그 위치에서 연기를 발견한 지점을 확인하고 지도에 선을 그어 발화지점을 확인하는 과정을 거쳤다.

 

차량이 이동하는 경로에서 처음 연기를 목격한 지점과 사거리를 지나 다음 사거리에서 연기를 목격한 지점을 종합해 선을 그어 연기가 나는 지점을 확인했다.
 

▲ [그림 2] 지도


차량이 진행하면서 연기를 본 내용을 토대로 [그림 2]와 같이 작성해 봤다. 아니 어쩌면 화재조사관이 조사한 내용과 점유자 이 씨의 진술을 토대로 발화지점을 한정하고 최초목격자 진술에 맞히려 했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최초목격자가 어느 지점에서 무엇이 보이고 어느 지점에서 어떤 건물 뒤로 보였는질 확인해 선을 그었다. 최대한 객관성을 확보하기 위해 지도에 표시했다.

 

결론!

비닐하우스에서 발화된 화재로 관계자와 최초목격자의 진술을 참고하고 탄화된 잔류물과 전기시설, TV, 정수기 등을 확인해 발화지점을 추정했다.

 

내부에 점유자 이 씨가 취침 중이었고 외부 침입자가 없었던 것으로 판단된다. 이 씨가 불꽃을 목격한 지점은 TV가 설치된 지점이라고 진술했다. 또 화재를 진압하려 수중 모터를 연결하고 물을 뿜기 전에 불이 급격하게 커졌다는 진술이 있었다.

 

TV에서 발화됐더라도 TV는 모두 소실되고 Plate만 잔류했고 전자부품도 모두 소실돼 원인을 규명할 수 없었다. TV 기본 패널(Basic plate)만 잔류한 수열 흔적으론 발열 상태나 출화 형태를 단정할 수 없다. 측면에 있던 정수기는 상부에서 하부로 수열 받은 형태였는데 하단 도색 부분이 원형으로 유지된 상태였다.

 

냉온수기 내부 전기 연결부나 시즈히터 부분을 확인했으나 출화 형태나 발열 형태를 확인할 수 없었다. 전기시설을 확인하니 전선에서 용융이나 단락 흔적 등 전기적 특이점이 관찰되지 않았다.

 

비닐하우스 철 파이프와 내부에 설치된 샌드위치 패널 등이 붕괴했고 일부는 하수구 정비 때문에 굴삭기로 정리하는 과정에서 현장이 흐트러져 잔류물에서 정확한 화재 원인을 발굴하기 어려웠다.

 


1) 무아레 패턴: 물결 무늬 패턴

2) 스퀘마 패턴: 물고기 비늘 모양의 패턴

3) FRP: 섬유로 강화한 플라스틱

 

경기 김포소방서_ 이종인 : allway@gg.go.kr

 

<본 내용은 소방 조직의 소통과 발전을 위해 베테랑 소방관 등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2019년 5월 창간한 신개념 소방전문 월간 매거진 ‘119플러스’ 2023년 2월 호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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