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人事)는 만사(萬事)’라 했다. 공정성이 깃든 인사는 조직 구성원의 사기와 결속력을 높이지만 자칫 잘못된 인사는 조직 전체를 흔들고 인간관계까지 망가뜨리는 원인이 된다. 이런 이유로 인사는 조직 운영에 있어 기본 중 기본임을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
모두가 인정하고 수긍할 수 있는 인사였는지, 얼마나 예측이 가능한 인사였는지는 어떤 조직에서든 인사 결과의 공정성을 평가하는 잣대가 된다.
독립적인 차관급 부처인 소방청이 만들어진 지 어느새 5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지만 그간 소방청 내부의 인사는 크고 작은 잡음이 있었던 게 사실이다. 2017년 소방청 출범과 함께 부임한 초대 청장을 시작으로 4대 청장을 거친 최근까지 소방의 인사는 늘 뒷말을 낳았다.
중앙에서 일한 경력도 없는 인물을 갑자기 소방청으로 불러들여 진급시킨 뒤 다시 지방으로 내보내는가 하면 조직 발전보단 편을 가르거나 다른 목적이 있는 건 아닌지 의구심을 불러일으키는 인사가 이뤄지기도 했다.
더욱이 최근에는 2년 전 소방정감급 고위직 인사 과정에서 승진 대가로 금품수수 혐의를 받는 S 전 소방청장의 검찰 수사 소식까지 전해지면서 소방인사의 민낯이 세상에 드러났다.
7만명에 육박하는 소방 구성원들은 전국 조직을 이끄는 소방청의 투명하고 공정한 인사를 바라고 있다. 이는 인사제도와 행정이 얼마나 객관적이고 예측 가능한지와 결부된다.
그동안 이어져 온 잡음과 최근의 검찰 수사 사건까지 맞물리며 소방청은 대대적인 인사운영 체계의 개편을 예고했다. 투명하고 예측 가능한 인사제도를 도입해 누구나 만족하는 인사시스템을 확립해나가겠다는 의지를 내비치면서 말이다.
그 내용을 보면 크게 공정성과 투명성을 내세운다. 공정한 인사운영을 위해 해마다 소방청이 인사운영 계획을 수립ㆍ공표하고 연간 운영 방향을 투명하게 공개한다는 방침이다. 또 승진심사나 전보, 계획 인사교류 등 인사기준을 사전에 알리는 데 더해 임용 분석 결과를 소속 직원에게 공개하는 방안을 추진한다고 한다.
인사 전 모든 직원이 희망 부서를 최대 3지망까지 자율적으로 선택하고 부서장은 함께 일할 직원을 책임하에 추천하는 방식으로 자율성과 책임성을 부여하는 원칙을 세우기로 했다.
근무성적평정은 감독자와 하급자 간 면담을 통한 연간 성과목표를 설정하고 목표달성 실적에 따라 평가하는 방식으로 개편하겠다는 구상이다. 현 1, 2차로 구분된 평정 단계도 평가자와 확인자 평가ㆍ합의 후 근무성적평정위원회에서 최종 점수를 결정하는 3단계로 개선하고 평정 등급 결과 공개와 함께 이의신청 제도의 도입도 검토하기로 했다.
인사부서장과 계장급 직위는 공모를 거쳐 선발하는 ‘직위 공모제’를 도입하는 방안도 내놨다. 인사 청탁자에게는 ‘원 스트라이크 아웃제’를 적용하고 승진심사 위원 구성 시 학연이나 지연을 배제하는 제척ㆍ회피제 등의 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인사 고충 해소를 위한 소방청장과의 핫라인 상담 창구 개설과 인사 상담실을 상설 운영하는 방안도 대책에 담았다.
소방청이 마련한 이번 인사제도 개편 방향을 바라보는 이들은 반신반의하고 있다.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아직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다만 소방청이 인사 문제 개선을 위해 고민을 거듭하고 개혁방안을 내놓고 있다는 건 분명 낙관적이라는 평가가 많다.
이해 못 할 ‘골목대장 식’ 인사가 아닌 ‘공정하고 투명한 인사’를 위해선 지휘부와 각 구성원의 공감과 실천이 필요하다. 나아가 구성원의 실적과 성과를 보다 객관적이고 올바르게 평가할 수 있는 체계적인 시스템을 견고하게 만들어나가야 한다. 그게 미래 소방을 위한 뼈대를 세우는 일이라는 걸 명심하자.
<본 내용은 소방 조직의 소통과 발전을 위해 베테랑 소방관 등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2019년 5월 창간한 신개념 소방전문 월간 매거진 ‘119플러스’ 2023년 3월 호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저작권자 ⓒ FPN(소방방재신문사ㆍ119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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