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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PANY+] “휴대전화 전파분석으로 구조 사각 지역 실종자 찾아낸다” (주)솔빛시스템

방산혁신기업 선정 등 기술력ㆍ사업 수행 실적 보유한 강소기업
지능화 수색 지원 시스템 iSAR 개발… 우선 수색지역 선별한다
실증 결과 분석 시간 7분ㆍ수색영역 46분의 1 소거, ‘효과 입증’
김영구 대표 “구조대상자 신속히 찾아 국민 안전 이바지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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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호 기자 | 기사입력 2023/03/20 [10:00]

[COMPANY+] “휴대전화 전파분석으로 구조 사각 지역 실종자 찾아낸다” (주)솔빛시스템

방산혁신기업 선정 등 기술력ㆍ사업 수행 실적 보유한 강소기업
지능화 수색 지원 시스템 iSAR 개발… 우선 수색지역 선별한다
실증 결과 분석 시간 7분ㆍ수색영역 46분의 1 소거, ‘효과 입증’
김영구 대표 “구조대상자 신속히 찾아 국민 안전 이바지하겠다”

박준호 기자 | 입력 : 2023/03/20 [10:00]


우리나라는 1970년대 후반 국민 생활 수준 향상으로 전화 수요가 폭증하기 시작했다.

 

이에 정부는 교환원 없이 다이얼이나 버튼을 인식해 상대방에게 통화를 연결하는 전전자교환기(TDX) 사업을 추진했고 5년 만인 1986년 세계에서 10번째로 국산화에 성공했다. TDX 개발은 대한민국 통신 역사상 가장 중요한 변곡점이란 평가를 받는다.

 

이후 국가기간전산망 사업과 분할다중접속(Code Division Multiple Access) 개발을 거쳐 2010년 광대역통합망(BCN) 구축을 완료했다.

 

2019년엔 전 세계 최초로 5세대 이동통신(5G)을 상용화했다. 우리나라가 지난 수십 년간 ‘통신 강국’으로 불릴 수 있었던 이유다. 그러나 촘촘한 통신망에도 빈틈은 존재했다. 대표적인 곳이 바로 ‘산’이다.

 

산림청에 따르면 우리나라 성인 중 78%가 한 달에 한 번 이상 산을 찾는다. 등산 인구가 늘면서 산속에서 조난되거나 실종되는 사고도 꾸준히 발생하는 추세다. 산 중턱이나 깊은 계곡은 휴대전화가 안 터지는 ‘음영지역’이 많아 통화가 안 되면 구조 요청이 불가하다.

 

특히 겨울철에는 장시간 길을 헤맬 경우 저체온증 등으로 사망할 위험이 크다. 이 때문에 구조대상자를 조금이라도 빨리 발견하는 게 중요하다. 하지만 사람들 시야를 벗어난 장소라 녹록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실종자 위치를 신속하게 파악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한 회사가 있어 주목받고 있다. 바로 유ㆍ무선 통신 소프트웨어 전문 개발 기업인 (주)솔빛시스템(대표 김영구)이다.

 

 

군 통신 M&S 전문 업체로 출발 “정보통신 해결이 목표”

솔빛시스템은 LG텔레콤(현 LG U+) 책임연구원 출신인 김영구 대표가 2007년 LG 동료와 함께 창립했다. 솔빛(Solvit)은 해결한다는 뜻의 ‘Solve’와 정보통신기술이자 대명사로 그것을 뜻하는 ‘IT’를 합친 말이다. 회사 이름처럼 ‘창조적 기술 개발로 고객의 문제를 해결해 준다’는 목표로 20년 가까이 달려왔다.

 

솔빛시스템은 군 통신 M&S(Modeling & Simulation) 전문 업체로 출발했다. 군 통신 M&S는 무전기 등 군 통신 시스템 개발 초기 단계에서 모의실험을 통해 어떤 기술과 방식을 적용해야 최고의 성능을 발휘할 수 있는지 등을 제시하는 일이다. 솔빛시스템은 우리 군 통신 M&S의 80%를 수행하고 있다.

 

또 국산 군 무기체계를 해외에 수출할 때 관련 정보 등의 유출을 방지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최근엔 무인비행장치에 탑재할 AI(인공지능) 기반의 플랫폼도 선보였다.

 

이 플랫폼은 무인비행장치를 띄워 단순히 상공에서 촬영만 하는 게 아니라 영상 내 표적을 탐지ㆍ식별하고 좌표, 이동 방향 등 주요 정보를 지휘통제소에 실시간 전송하는 역할을 한다.

 

적극적인 R&D 투자ㆍ고급 인력 확보로 방산혁신기업 선정

독보적 기술을 개발한 솔빛시스템은 2022년 12월 방위사업청으로부터 미래 국방첨단전략산업을 선도ㆍ개척해 나갈 AI 분야 방산혁신기업으로 선정됐다.

 

 

솔빛시스템이 다년간 최고의 기술력과 사업 수행 실적을 보유한 강소기업으로 성장한 데엔 적극적인 R&D 투자와 고급인력 확보가 있었기 때문이다.

 

솔빛시스템은 창립 직후 기술지원팀과 M&S개발팀, 소프트웨어개발팀, 하드웨어개발팀으로 구성된 기업부설연구소를 설립하고 기술 개발에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

 

 

솔빛시스템 직원 중 절반 이상은 석ㆍ박사 학위 소지자다. 관련 분야 전문가들이 마음껏 일할 수 있도록 매년 회사 매출의 상당 부분을 연구개발에 투자한다.

 

2021년과 2022년엔 AI 분야 R&D에 15% 이상을 투자했다. 이를 통해 이동통신 중계 장비가 탑재된 수색드론 운용시스템 등 신제품 개발에 공을 들이고 있다.

 

 

휴대전화 먹통 된 실종자 위치 특정ㆍ유추 프로그램 ‘iSAR’

등산한다고 집을 나선 뒤 연락이 끊긴 50대 남성 A 씨가 26일 만에 숨진 채 발견됐다. A 씨는 1월 14일 오전 경기 양평 용문산을 등반하던 중 행방불명됐다. 장시간 연락이 없자 딸이 경찰에 실종 신고했다.

 

경찰과 소방이 함께 수색한 끝에 약 한 달만인 2월 8일 정상 부근에서 A 씨를 발견했다. A 씨의 휴대전화 위치는 실종 당일 오전 용문산 근처로 확인됐지만 전원이 꺼져있어 구조대와 소통이 안 됐고 결국 싸늘한 주검으로 돌아왔다. 

 

솔빛시스템이 개발한 ‘산악지역 조난자의 효율적인 구조를 위해 전파 차감법과 이동성 모델을 활용한 지능화 수색 지원 시스템(이하 iSAR, intelligent Search And Rescue)’은 이처럼 휴대전화가 꺼져있거나 통화 연결이 안 되는 실종자 위치를 특정ㆍ유추하는 프로그램이다.

 

 

구조 요청이나 실종신고가 접수되면 이동통신사업자는 긴급구조측위시스템으로 소방과 경찰 등에게 구조대상자의 휴대전화 위치정보를 제공한다.

 

휴대전화가 정상 작동될 땐 GPS나 와이파이(Wi-Fi), 기지국에서 수집한 정보로 실종자 위치를 추적하면 된다. 그러나 문제는 구조대상자가 음영지역에 있거나 전원이 꺼진 경우다.

 

솔빛시스템에 따르면 실종자의 휴대전화가 먹통일 경우 이동통신사업자는 구조대상자가 가장 최근에 접속한 기지국의 위치를 전송한다. 하지만 이 정보는 단순 기지국 주소일 뿐 이 장소에서 구조대상자가 어느 방향으로 이동한 지까진 알 수 없어 구조대원에게 혼란을 줄 수 있다.

 

50분의 1 수색지역 소거로 인력ㆍ장비 낭비 막는다

iSAR의 핵심은 실종자가 있을 거로 예상되는 지역을 선별해 구조시간을 최대한 단축하는 데 있다. iSAR은 기지국의 위치와 주파수 대역, 출력 등을 프로그램에 입력하고 전파를 분석해 정상 통신지역과 음영지역을 구분한다. 가장 잘 터지는 곳은 파랑, 제일 먹통인 지역은 짙은 빨강으로 분류한다.

 

 

이후 구조대상자의 휴대전화가 어느 지점에서부터 통신이 안 되기 시작했는지를 추론한다. 이를 위해 솔빛시스템은 CDR(Call Detailed Record), 즉 구조대상자 휴대전화와 기지국이 서로 주고받은 통신기록에 주목한다. 

 

 

솔빛시스템에 따르면 정상 통신지역에선 약 3분마다 카카오톡 등 데이터 서비스에 접속했다는 내용이 남는다. 이 기록과 기지국 수신신호세기 지표(RSRP, Reference Signal Received Power)를 활용해 먹통이 되기 시작한 장소를 특정한다. 

 

iSAR을 활용하면 적게는 4분의 1, 많게는 50분의 1로 수색지역을 소거해 구조대상자를 신속히 구조하고 구조대의 인력과 시간 낭비도 현저히 줄일 수 있다는 게 솔빛시스템 설명이다.

 

iSAR에는 구조대원의 동선을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는 기능도 있다. 구조대는 iSAR이 특정한 실종자 의심지역을 대원들과 공유하고 본격적인 수색에 나선다. 

 

최대 300명까지 접속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엔 구조대원의 동선이 실시간으로 나타난다. 지휘팀장은 모니터링하면서 수색이 안 된 지역에 대해 재명령을 내릴 수 있다.

 

 

솔빛시스템은 지난해 11월 15일부터 사흘간 경남 창원 무학산에서 창원소방과 강원소방, 경남경찰청, (사)대한산악구조협회 등이 참여한 가운데 iSAR을 실증했다. 음영지역에 실종자가 있다는 조난 시나리오를 부여하고 iSAR로 구조대상자를 찾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그 결과 수색지원 분석 소요시간 7분, 수색영역 소거 비율은 46분의 1을 기록해 실종자 수색 지원 시스템으로서의 즉시성과 유효성을 충족했다.

 

“iSAR은 실종자 수색 차세대 기술… 

효율 극대화 위해선 법령 재정비 필요”

[인터뷰] 김영구 (주)솔빛시스템 대표

 

“찾을 수 있는데도 구하지 못하는 실종자가 너무 많습니다. 신속한 구조를 위해선 이동통신사업자가 더 많은 정보를 제공할 수 있도록 법령 재정비가 필요합니다. 그래야 더 많은 국민을 구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 더욱 효율적인 실종자 수색 시스템을 개발해 나가겠습니다”

 

김영구 대표는 한양대학교 전자통신공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전자통신 석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LG정보통신 선임연구원과 LG텔레콤 책임연구원으로 근무하며 국책사업인 TDX 개발에 참여했다. 약 20년간 몸담은 회사를 떠나 솔빛시스템을 설립한 그는 일평생 통신 연구개발에 몰두해왔다.

 

군 통신 등 방위사업에만 집중해온 김 대표가 iSAR 개발을 결심한 건 사훈인 ‘문제해결’, 그리고 ‘국민 안전’이라는 대의명분 때문이다.

 

“사실 전파분석을 통한 실종자 위치추적은 최종찬 대한산악구조협회 이사 아이디어입니다.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으로부터 기술 개발에 대한 협업 제안을 받았는데 위험에 처한 국민을 구한다는 뜻깊은 의도에 감명해 참여하게 됐죠. 전혀 다른 업역이지만 제가 평생 통신만 연구해왔기 때문에 누구보다 자신 있었습니다”

 

김 대표와 직원들은 iSAR 실증을 위해 개발 기간 수차례 산을 올랐다. 음영지역에서 전파실험을 해야 했기 때문이다. 산악 특성상 굴곡 지형이 많아 간혹 오차가 나기도 했지만 큰 어려움 없이 2년 만에 개발에 성공했다. 

 

김 대표는 실종자의 신속한 구조를 위해선 하루빨리 현행법에 세부 규정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위치정보의 보호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긴급구조기관이 급박한 상황에 놓인 실종자의 ‘위치정보’를 요청할 경우 위치정보사업자는 이를 거부해선 안 된다. 법률에 따라 제공하는 위치정보를 구체화해야 한다는 게 김 대표 주장이다.

 

“현재 이동통신사업자는 실종자 휴대전화가 마지막으로 접속한 기지국 주소만 제공하는데 단순 기지국 위치가 아닌 기지국의 ‘안테나 방위각’을 알려줘야 합니다. 기지국 안테나는 보통 세 방향을 가리킵니다. 이 중 어느 안테나에 신호가 잡혔는지를 알아야 실종자가 어디로 향했는지를 특정할 수 있습니다”

 

김 대표는 구조대상자 휴대전화가 접속한 기지국 주소의 시계열 자료나 기지국의 GPS 위치, 안테나 하방 기울기 등 상세한 정보가 있어야 iSAR 효율이 극대화되고 이는 곧 빠른 구조로 이어진다고 확신한다.

 

“피자 한 판을 생각해 보세요. 어느 곳인지 몰라 여덟 조각 전부를 수색해야 하는 것과 한 조각을 특정해 검색하는 건 정말 천지 차이입니다. 수색지역이 광범위하면 인력과 장비 낭비는 물론 구조시간이 지연돼 실종자가 위험할 수 있습니다. iSAR이 상용화되면 실종자를 이전보다 확실히 빠르게 구조할 수 있을 겁니다” 

 

솔빛시스템은 드론을 활용한 지능형 공중중계 운용시스템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 플랫폼은 중계드론이 음영지역을 통화권으로 만들어주는 체계다. 인근 기지국의 신호를 끌어온 드론이 음영지역 상공을 비행하며 전파를 송출하는 방식이다.

 

“iSAR로 수색지역이 특정되면 중계드론이 해당 영역을 탐색합니다. 전원은 있지만 통신이 안 되던 휴대전화가 중계드론을 통해 다시 기지국과 연결되면서 실종자 위치를 알아낼 수 있죠. 실종사고가 없어지진 않을 겁니다. 앞으로 이 두 플랫폼을 결합해 그간 구조사각지역이던 전파 음영지역의 구조대상자를 신속히 찾아 ‘국민 안전’에 이바지하겠습니다”

 

박준호 기자 pakrjh@fpn119.co.kr

 

<본 내용은 소방 조직의 소통과 발전을 위해 베테랑 소방관 등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2019년 5월 창간한 신개념 소방전문 월간 매거진 ‘119플러스’ 2023년 3월 호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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