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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IT(Rapid Intervention Team) 신속동료구조팀- 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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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소방학교 채해승 | 기사입력 2023/08/21 [09:30]

RIT(Rapid Intervention Team) 신속동료구조팀- Ⅰ

경북소방학교 채해승 | 입력 : 2023/08/21 [09:30]


2016년 경북119특수구조단에 근무하면서 선배들과 RIT에 대해 진지하게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외국에서는 일찍부터 RIT라는 개념을 갖고 각종 훈련과 스킬을 연마하고 있었다. 당시 우리도 이런 훈련과 RIT 운영편성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지만 정보가 많이 부족했다. 

 

심지어 NFPA에도 RIT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정보를 찾아볼 수 있는 곳이라고는 www.FireEngineering.com, www.firehoues.com 등 외국 웹사이트뿐이었다.

 

그곳에서 세계 각국의 소방관들이 쓴 기고문과 외국 서적을 번역해 자료를 수집해 나갔다. 지금도 그렇지만 영어 실력이 뛰어나지 못해 번역하는 데 많은 어려움이 있었고 여러 분의 도움을 받아야만 했다. 

 

최초의 RIT는 1960~70년대 런던 소방대에서 비상공기공급 장비와 공기 이송 라인을 갖춘 ‘비상 팀’을 지정하면서 시작됐다.

 

이어 2001년 NFPA 1701 Initial Rapid Intervention Crew(IRIC)가 발표되고 2015년 NFPA 1407(Standard for Training Fire Service Rapid Intervention Crews), 2020년 NFPA 1407 개정판이 나오면서 본격적으로 RIT에 대한 구체적인 교육 프로그램을 확인할 수 있었다.

 

우리나라도 이런 교육이 절실하게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경북소방 사내 게시판을 통해 NFPA 1407에 수록된 내용을 설명하고 훈련 영상들을 제작해 몇 차례에 걸쳐 연재했다. 많은 분이 관심을 주시는 걸 보면서 내 생각이 틀리지 않았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이 시기 경북소방학교에서도 소방관 생존구출과정 준비를 시작했다. 현재는 경북소방학교 교관으로서 RIT 교육을 도맡아 진행하고 있다. 외국의 자료들을 인용하는 게 시작이었지만 지금은 전ㆍ현직 교수ㆍ교관 요원들의 아이디어와 열정으로 교육의 퀄리티가 매해 발전해 나가고 있다.

 

무엇보다도 실제와 같은 상황을 연출하기 위해 실화재 상황에서 RIT 교육을 진행하는 게 가장 큰 특징이다. 지난 6월에는 경북소방학교에서 RIT 실화재 학술세미나도 추진했다. 어떻게 보면 RIT와 실화재는 분리할 수 없는 분야다.

 

NFPA 1407

우선 NFPA 1407 내용을 살펴보자.

 

 

MAYDAY

가장 기본적인 키포인트는 ‘MAYDAY’다. 우린 이러한 비상 상황에 처했을 때 무전을 할 수 있는 콜사인이 없다는 걸 지적하고 싶다. 

 

우리 소방관은 언제나 위험한 상황을 마주한다. 소방관이라면 피할 수 없다. 그러한 상황에 직면한다면 당연히 바로 도움을 요청해야겠지만 비상 상황 무전 매뉴얼이 없으면 그 다급함을 전달하기란 쉽지 않다. 게다가 다급함을 무전으로 받은 지휘관 또한 처음 경험한 상황에 섣불리 판단이 서지 않을 수 있다. 

 

그렇지만 비상 상황에 대한 매뉴얼이 있다면, 그리고 그 매뉴얼대로 훈련돼 있다면 대처 시간은 줄고 생존율은 높일 수 있을 거로 판단된다. 

 

비상 상황 콜사인은 여러 군데에서 볼 수 있다. SOS, MAYDAY라는 용어를 많이들 알 거다. SOS는 운항 중인 선박의 무선통신으로 무선의 최우선권을 지니는 통신이다. 해당 신호가 수신되면 인근 지역을 항해 중인 모든 선박은 구조 활동을 위한 최선의 방안을 세워야 한다. 

 

MAYDAY는 각종 영화나 매체를 통해 많이 들어봤을 거다. 미주와 유럽에서는 소방관들이 위험한 상황에서 콜사인으로 MAYDAY를 쓰고 있다. MAYDAY 호출이 들어오면 지휘관은 Emergency Traffic을 선언한다. Emergency Traffic은 무전 침묵으로 번역된다. 

 

우리도 현장에서 무전기로 여러 사람이 지휘관에게 보고를 한다. 복잡하고 소음이 큰 현장에서 지휘관이 MAYDAY 호출을 들었어도 여기저기서 들어오는 무전에 다 대응하기 힘들 수 있다.

 

비상 상황이 발생했기 때문에 MAYDAY 대원을 제외한 모든 대원에게 무전 침묵을 지시하는 것과 동시에 현재 비상 상황이 생겼다는 걸 현장에 있는 모든 대원에게 알리는 게 Emergency Traffic이다. 

 

비상 상황에 처한 대원과 지휘관만 그 채널을 이용해 무전을 하겠다고 선언하는 셈이다. 그다음은 사전에 정한 매뉴얼대로 LUNAR Report, U-CAN Report 등을 보고해야 한다.

 

*각 주마다 차이가 있음.

 

이런 매뉴얼이 없다면 지휘관은 하나하나씩 MAYDAY 대원에게 물어보고 MAYDAY 대원은 그에 맞는 답을 하면서 시간이 계속 지체될 수밖에 없다. 비상 상황에서는 일분일초가 중요하므로 시간을 단축하려면 비상 상황 무전 절차를 확립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런 이유로 RIT 교육을 통해 비상 상황 콜사인을 비롯해 무전훈련을 진행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정책적인 뒷받침이 우선돼야 한다. 비상 상황 시 대처할 수 있는 무전작전절차가 매뉴얼화돼 지휘관뿐 아니라 모든 소방대원이 훈련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운영과 편성

소방청에서는 각 시도 특성에 맞게끔 RIT 교육을 운영ㆍ편성하라고 공문을 내렸다. 이에 각 시도에서는 RIT 운영 기본계획을 세워 진행하고 있는 거로 알고 있다. 

 

NFPA 1407이나 외국 자료들에는 공통으로 ‘RIT 인원ㆍ장비는 현장에 도착해 다른 용도로 사용하지 말라’고 강조한다. 이 말은 MAYDAY 상황이나 이와 비슷한 비상 상황이 아닌 이상 다른 용도로 활용하지 말라는 뜻인데 우리의 운영ㆍ편성과는 맞지 않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경북소방학교 RIT 교육은 만약 현장에서 비상 상황이 발생하면 그 현장에 있는 모두가 RIT 대원이 돼야 한다는 견해를 가지고 교육을 진행한다. 교육과정은 기본과정과 전문과정, 교관양성과정으로 구성되고 기본과정은 모든 소방관이 교육받길 원한다.

 

단순 RIT 대원만으로는 비상 상황 해결이 쉽지 않다. 캘리포니아소방서 연구결과에 따르면 한 명의 소방관을 위험에서 구출하기 위해선 12명의 소방관이 로테이션으로 활동해야만 완벽하게 구출할 수 있다. 따라서 초기 대응하는 RIT 대원은 2~4명이 될 수도 있겠지만 결국엔 많은 대원이 RIT를 수행해야 한다는 결론이 도출된다.

 

미국 인디애나 지역 은퇴 소방관인 돈 애버트는 2015년 MAYDAY 호출 건에 대한 정보를 분석했다. 연구자료에 따르면 근무년수 2~6년(30%), 나이로는 23~32세가 가장 많이 MAYDAY 요청을 했다. 또 선착대(68%)와 진압대원(91%)에게 가장 많이 발생했다. 

 

우리나라와는 차이가 있겠지만 선착대에 많은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는 대목이다. RIT 대원들도 선착과 동시에 필요하다는 걸 생각해 볼 수 있다. 한편에서는 아직 RIT를 운영하는 게 시기상조라고 한다. 

 

단순히 RIT가 MAYDAY 상황이나 비상 상황 시 움직이는 대원들이라고 인식한다면 그렇게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RIT 대원들은 마냥 현장에 도착해서 어떠한 이벤트가 일어날 때까지 기다리는 임무만 하는 게 아니다.

 

RIT 대원과 팀장은 현장에 도착하자마자 내ㆍ외부 SIZE-UP을 통해 진압대원들이 건물 내부 어디에 위치하는지 파악하고 사다리 등을 설치해 미리 탈출구를 마련해줘야 한다. RIT 교육 시 화재 성상과 화재를 외부에서도 파악할 수 있는 Reading the fire 교육을 동시에 진행하는 이유다.

 

훈련 방법의 특이성

모든 교육훈련이 그렇겠지만 RIT 훈련이야말로 진정 나와 동료의 목숨을 결정하는 일이기 때문에 항상 긴장감이 감도는 상황 속에서 진행된다. 미국 LODD(Line Of Duty Death) 순직보고서를 바탕으로 사고 현장과 같은 배경을 만들어 또다시 이런 사고가 나지 않길 바라면서 훈련한다. 

 

▲ 덴버 드릴

 

▲ 낸스 드릴

 

대표적인 스킬 훈련이 덴버 드릴과 낸스 드릴이다. 덴버 드릴은 1992년 오하이오주 덴버에서 순직사고가 났던 배경과 같은 시설을 만들어 훈련하는 RIT의 대표적인 훈련이다.

 

낸스 드릴 또한 지금은 많이 알려진 훈련이다. 타버 드릴이나 피츠버그 드릴 또한 모두 순직사고에서 비롯한 결과물이다. 앞으로의 연재에서 더 자세한 내용을 수록하겠다. 

 

RIT 교육 기간에는 교육생에게 지속해서 스트레스를 부여하고 스스로 극심한 스트레스를 관리할 수 있는 능력을 배양할 수 있도록 한다. 만일 화재 현장에서 스스로 마인드 컨트롤이 되지 않는다면 공기 소모가 빨라지고 판단력도 흐려지게 될 것이다. 이런 것 또한 RIT의 능력이라고 생각한다. 

 

이렇듯 단순 위험에 처한 소방관을 구조하는 데 국한하지 않고 스스로 생존하는 분야도 같이 교육하고 있다. 생존교육 또한 모든 소방관이 받아야 하는 교육이라고 생각한다. 

 

소방관 생존 구출 교관양성 과정으로 각 시도 소방학교에서도 RIT 기본교육이 활성화돼 모든 소방대원이 기본교육을 받을 기회가 열렸으면 좋겠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우리 동료가 위험해 처했을 때 지정된 RIT 대원만이 우리 동료를 구하는 게 아니라 현장에 있는 모든 대원이 집중해야 한다.

 

앞으로 연재될 내용은 경북소방학교에서 교육하는 RIT 과정의 세부적인 내용을 파트별로 다뤄볼 생각이다. 이 연재를 통해 많은 소방관이 조금이라도 안전하게 활동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길 기대한다.

 

 

▲ 덴버 드릴

 

경북소방학교_ 채해승 : chae1hae@naver.com

 

<본 내용은 소방 조직의 소통과 발전을 위해 베테랑 소방관 등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2019년 5월 창간한 신개념 소방전문 월간 매거진 ‘119플러스’ 2023년 8월 호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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