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호에서는 현장 대원들에게 방화복의 방호성능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오염물질을 효과적으로 제거할 수 있는 올바른 방화복 세척, 건조, 보관 방법을 소개하고자 한다.
우린 방화복이 일반생활ㆍ유해물질 오염의 끝판왕이라는 걸 인지해야 한다. 방화복 외피는 재난 현장에서 발생하는 연기에 직접 노출되므로 다양한 종류의 유해물질과 높은 수준의 오염이 이뤄진다.
반면 방화복 내피의 경우 일부 외부와 직접 접하는 부위를 제외하면 방화복을 착용한 소방대원으로부터 발생한 땀, 피지 등에 의한 오염이 대부분이다.
이렇듯 방화복의 내피와 외피는 오염물질 종류와 유형이 다르므로 세척 방식도 달라야 한다.
방화복의 외피와 내피를 세척하는 방식이 다른 이유는 뭘까? 방화복 세척의 주목적은 오염물질 제거지만 세척 과정에서 방화복 고유의 방호성능이 저하된다면 세척에 의미가 없다(이 점이 일반 의류 세척과 차별되는 이유다).
구체적으로 설명하자면 방화복 외피는 400~500℃의 불꽃과 열에도 견디는 방염성 소재로 제작돼 세척 과정에서 열이나 물리적인 힘에 의한 손상에 강하다.
하지만 내피는 얇고 온도에 민감한 방수투습천과 물리적 압력에 약한 방열층으로 구성돼 세탁 시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방호성능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방화복은 고가의 특수 의류이자 소방대원의 소중한 생명과 안전을 책임지는 가장 중요한 보호장비라는 점을 항상 인식하고 소방대원의 안전을 확보할 수 있는 방식으로 세척해야 한다.
방화복 오염물질 제거를 위한 표준 세척 절차 우선 세척 단계에 대한 정확한 용어 설명이 필요하다. NFPA 1851을 기준으로 세척의 단계는 일상 세척(routine cleaning)과 고급 세척(advanced cleaning), 전문 세척(specialized cleaning)으로 구분된다.
▲ 세척 용어의 정의
방화복의 오염이 시작되는 소방 현장이나 소방서 내에서는 방화복의 오염된 부분을 간단한 세척 방식을 통해 제거하는 부분 세척(spot cleaning)이 쉽고 효과적이다. 미지근한 물과 세제를 이용해 부드러운 솔로 오염된 부위를 문질러주고 충분한 물로 헹궈낸다.
물을 사용할 수 없을 땐 세척용 티슈(decon wipes)로 오염 부위를 여러 번 닦아주면 된다. 그것만으로도 중금속이나 검댕 등 피부에 흡수되기 쉬운 오염물질을 효과적으로 제거할 수 있다.
세척 시엔 대원의 유해물질 노출을 예방하기 위해 보호장갑(가급적 1회용 니트릴 장갑 사용을 추천)과 보안경 등 보호구를 반드시 착용해야 한다.
1. 사전 오염 평가를 통해 세척 여부ㆍ단계를 판단해야 한다. 방화복 세척은 오염 수준, 종류에 대한 평가와 세척 여부 판단에서부터 시작된다. 낮은 수준의 일반생활 오염과 유해물질 오염은 굳이 소방 현장에서 세척할 필요가 없다.
다만 피부에 직접 닿는 부위라면 오염 수준이 낮더라도 일상 세척이 필요하다. 중간 수준 이상의 오염은 현장에서 물을 사용하는 습식 제거방식이나 세척용 티슈를 사용해 오염물질을 제거해야 한다.
오염 수준과는 무관하게 CBRN에 해당하는 오염이라면 세척 과정 없이 무조건 수거 후 폐기해야 한다. HazMat 사고에 의한 오염은 오염된 화학물질의 종류에 따라 세척 가능 여부를 판단해 폐기 처분하거나 적절한 방식으로 전문 세척해야 한다.
인명 구조와 이송과정에서 체액에 오염된 경우도 소독이나 멸균 과정을 포함하는 전문 세척을 한다.
2. 검댕, 그리스 등에 오염된 부분은 적절한 세제로 전처리 해 준다. 방화복에 오염된 검댕이나 그리스 등 유류 물질은 세척 과정에서 제거가 어렵고 교차오염(cross contamination)을 일으킬 수 있어 세탁기 투입 전 전처리해야 한다.
검댕과 같은 입자성 오염물질은 그을음 제거제, 그리스는 탈지 제거제를 사용해 오염이 심한 부위만 부드러운 솔로 세척하고 충분히 헹궈줘야 한다.
산업용으로 판매되는 전처리용 세제는 방호성능에 영향을 줄 수 있는 표백제나 용제류 등의 성분을 포함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아 미리 테스트한 후 사용해야 한다. 또 전처리 세제를 불리거나 세탁기에 직접 투입해 세탁하는 건 권하지 않는다.
3. 오염이 심한 방화복은 불림과정이 필요하다. 방화복 원단은 제조 과정에서 방수 처리를 거쳐 제조된다. 화재진압 과정에서 방화복이 젖지 않도록 해 뜨거운 화염과 복사열에 의한 화상 발생 위험을 예방하기 위함이다(화재진압 과정에서 사용하는 진압용수에 방화복이 젖으면 뜨거운 화염과 복사열에 의한 화상 위험성이 높아진다. 따라서 방화복이 젖지 않도록 원단 제조 과정에서 방수 처리를 거쳐 제조된다).
하지만 세척 과정에서는 세제 성분이 침투하고 세척 작용이 작동하려면 방화복이 충분히 젖어야 한다. 불림(soaking 또는 swelling)은 방화복을 세제가 포함된 물에 담가 물이 충분히 방화복 원단에 침투할 수 있도록 하고 세척 효과를 높이기 위한 과정이다.
특히 다량으로 오염된 물질을 미리 제거해 세탁 시 오염물질이 다른 방화복으로 전이되는 걸 최소화한다. 오염도에 따라 최소 1시간 이상 불려주는 게 좋다.
세제를 물에 풀어 표면장력을 낮춰주면 쉽게 적실 수 있다. 당연한 소리지만 불림에 사용한 세척수는 반드시 버리고 방화복을 저속으로 탈수한 후 세탁을 시행한다.
4. 방화복 전용 세제와 방화복 전용 세탁기를 사용하라. 방화복은 KFI 인증 기준에 적합한 전용 세탁기 또는 그에 준하는 드럼식 세탁기를 사용하면 된다. 일반 가정에서 고급 울 소재나 고어텍스와 같은 기능성 의류는 별도의 세탁 코스와 전용 세제를 사용해 세탁하듯 방화복도 마찬가지다.
방화복에 적합한 세제를 사용하고 최적화된 세탁 코스를 선택할 수 있는 세탁기라면 방화복의 방호성능을 유지하면서 오염물질을 효과적으로 제거할 수 있다.
방화복 전용세제는 아라미드 소재의 기능을 저하시키는 것으로 알려진 염소계 표백제나 형광 증백제 등이 포함되지 않아야 한다. 중성 또는 약알칼리성(pH 6.0~10.5 범위)의 액체 형태로 된 세제를 사용해야 한다.
섬유유연제는 외피 표면에 막을 형성해 방염기능을 방해하고 방수투습천의 투습 기능을 저하시키므로 사용하지 않는 게 좋다.
5. 세탁량과 오염 수준에 따라 최적의 세탁 프로그램을 사용하라. 방화복 전용 세탁기에 방화복 종류(내ㆍ외피)와 오염도 수준에 따라 최적화된 세탁 코스 프로그램이 내장돼 있다면 적절히 선택해서 세탁하면 된다.
만약 세탁 코스 프로그램이 없다면 세탁 시간과 수위, 헹굼 횟수 등을 직접 조절해서 사용하면 된다. 드럼식 세탁기는 세탁 시 사용하는 물 사용량을 최소화하도록 세팅돼 있다. 방화복 세탁 시 오염물질을 충분히 헹궈내기 어려울 수 있으므로 헹굼의 수위는 최대(고수위)로 세팅하는 게 좋다.
▲ 방화복 세척에 최적화된 세탁 코스 프로그램 세팅 조건
※ 방화복의 세척 프로그램 구성 세탁 조건에서 수온은 40℃ 이하의 미지근한 물을 사용해야 한다. 40℃ 이상으로 세탁 시 방수투습 천의 기능이 저하될 수 있다. 또 탈수는 원심력지수 100G 이하의 속도로 회전하도록 조절해야 한다. 내피를 100G 이상의 속도로 탈수하면 방수투습 천의 파열과 방열층 쏠림을 일으킬 수 있다.
6. 내ㆍ외피 분리 세척, 뒤집어서 투입하기는 기본이다. 효과적인 오염물질 제거와 방호성능 유지라는 두 가지 조건을 모두 충족하기 위해 내ㆍ외피 분리 세척과 뒤집어서 세척하기는 기본 중의 기본으로 반드시 준수해야 한다.
두 대의 세탁기를 보유하고 있다면 고오염용(외피)과 저오염용(내피, 방화두건)으로 구분해 사용한다. 한 대라면 오염 수준이 낮은 내피를 먼저 세탁하고 오염 수준이 높은 외피는 나중에 세탁하는 게 좋다. 지퍼와 단추, 파스너 테이프(벨크로) 등은 물리적 손상을 방지하기 위해 모두 잠근 상태로 세탁해야 한다.
방화복은 원단 자체가 방염성을 가진 소재를 사용하므로 반복 세척에 의한 방염성능 저하는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세탁 과정에서의 물리적 손상으로 인해 원단의 색상 변화와 강도 감소는 불가피하다.
반복 횟수가 증가할수록 원단 손상에 의한 보풀 발생량이 증가했다. 방수투습 천은 세척 반복에 따라 다공성의 입체구조가 손상돼 고유의 방호성능(특히 내수도)을 저하시킨 거로 예상된다. 이로 인한 화상의 위험성이 증가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세탁 시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 반복 세탁에 따른 방수투습천의 내수도(내수압) 변화(*시험편에 압력을 가할 시 시험편이 물을 흡수해 측정 자체가 불가능함.)
▲ 반복 세탁에 따른 방수투습천의 내수도(내수압) 변화(*시험편에 압력을 가할 시 시험편이 물을 흡수해 측정 자체가 불가능함.) 7. 육안검사를 통해 오염이 충분히 제거되지 않았다면 반복 세척한다. 방화복 세척이 끝났다면 육안으로 오염물질 제거 여부를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 만약 오염물질이 충분히 제거되지 않았다면 위 과정을 반복해 추가 세탁한다.
8. 방화복은 자연건조 방식이나 캐비닛형 건조기를 사용해 건조한다.
단점으로는 건조 시간이 오래 걸린다. 특히 장마철과 겨울에는 눅눅해지거나 건조가 잘되지 않을 수 있다.
강제 송풍식은 빠른 건조를 위해 하부 또는 상부로 흐르는 열풍 순환 시스템을 이용한 방식이다. 의류가 회전하지 않는 캐비닛 형태의 건조기가 주로 사용된다. 건조 시간과 온도 조절 기능을 사용할 수 있어 일정하게 건조 조건을 유지할 수 있다.
열풍이 세탁물에 쉽게 전달되도록 해 빠른 건조가 가능한 에어튜브(air tube) 방식의 건조장치를 장착한 제품도 출시되고 있다. 건조 온도 역시 40℃를 초과해선 안 된다.
일부 건조기 중에는 소독을 위해 자외선 등이 설치된 제품이 있는데 자외선은 파라-아라미드의 구조를 파괴한다. 이는 인열 강도 등의 방호성능을 심각하게 떨어트릴 수 있어 절대 사용하지 않도록 한다.
텀블식 건조기는 권장 용량을 초과해 사용하지 않아야 한다. 건조 과정에서 반사 테이프의 손상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어 지퍼와 루프, 단추 등은 모두 고정한 상태에서 건조해야 한다.
9. 방화복은 청결하고 건조하고 환기가 잘되는 장소에 보관한다.
세척과 건조가 끝난 방화복은 장기간 보관이 가능하고 교차오염이 발생하지 않도록 건조해 환기가 잘되는 장소에 보관한다. 형광등에도 약간의 자외선이 포함돼 있으므로 되도록 자외선 노출이 가장 적은 LED 광원을 사용하기를 권장한다.
방화복은 공동구역이나 개인물품과 함께 보관해선 안 된다. 오일, 용제, 탄화수소, 산, 알칼리, 기타 오염물질과 접촉할 수 있는 장소는 소재의 분해나 교차오염, 방염기능 저하 가능성이 있으므로 피해야 한다. 방화복의 상의와 하의는 주름에 의해 손상될 수 있으므로 접어서 보관하지 말고 걸어서 보관해야 한다.
축축하거나 충분히 말리지 않은 방화복을 장기간 보관할 경우 곰팡이와 세균 번식 위험성이 높아진다. 이는 피부 자극이나 간지러움, 심각한 피부 질환을 일으킬 수 있다. 악취의 원인이 되기도 하므로 충분히 말린 후 보관한다. 장기간 보관 중인 방화복은 6개월 간격으로 세척 후 보관한다.
국립소방연구원_ 박제섭 : jspark3588@korea.kr
<본 내용은 소방 조직의 소통과 발전을 위해 베테랑 소방관 등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2019년 5월 창간한 신개념 소방전문 월간 매거진 ‘119플러스’ 2022년 9월 호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저작권자 ⓒ FPN(소방방재신문사ㆍ119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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