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만금에서 열린 ‘세계스카우트 잼버리’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부실 운영으로 인한 국가적 이미지 실추 문제에 더해 소방에도 논란의 불씨가 튀었다. 잼버리 참여 대원들의 숙소 퇴소 과정에서 구급차가 이용된 사실이 알려지자 소방의 무분별한 동원 문제가 다시금 화두로 떠올랐다.
소방 노조 조직 중 하나인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소방본부는 “무분별한 119구급차 동원에 대한 적극적인 방지 대책을 수립하고 권한을 남용해 119구급차를 동원한 것에 대한 책임 관계를 분명히 해야 한다”며 성명서를 냈다.
소방 인력의 동원 문제는 사실 어제오늘 얘기가 아니다. 대표적인 사건 중 하나는 10년 전 대통령 취임 행사다. 2013년 2월 14일 대통령 취임 행사를 앞두고 100여 명의 소방관이 동원됐다. 이들이 4만5천 개에 달하는 의자에 쌓인 눈을 치우고 닦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긴급 대응 기관의 무분별한 인력 동원에 대한 국민적 비난이 쏟아졌다.
당시 대통령취임행사위원회는 “시행착오였다”는 해명을 내놨다. 하지만 확산된 논란은 장관 인사청문회장으로까지 번졌다. 유정복 당시 안전행정부 장관 후보자는 국회의원들의 질타가 이어지자 “적절하지 못한 일이었다”면서 “유념해서 일하겠다”고 인력 오남용에 대한 문제성을 인정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였던 2022년 3월에는 검찰사무관의 특별승진 서면실무평가 응시자 중 확진자를 119구급대가 이송하라는 소방청 방침이 내려져 현장 대원로부터 공분을 샀다. 가뜩이나 인력이 부족한 팬데믹 상황에서 내려진 지원 방침은 논란이 커진 뒤 중단을 결정했다.
소방은 사회 안전을 지키는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 그러나 현대 사회에선 그들에게 본연의 임무 외 일반 영역의 공적 업무를 부여하는 경향이 늘고 있다. 국가 또는 지자체의 주요 행사 동원이나 급수지원, 수험생 이송 지원 등 다양한 일에 참여하는 일이 대표적 예다. 이는 소방의 명확한 역할 수행과 협력이라는 관점에서 딜레마를 가져온다.
소방의 각종 동원은 지역 사회의 다양한 요구를 반영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소방의 존재 가치는 사회 안전을 총체적으로 고려하는 것부터 출발한다. 그렇기에 안전이라는 큰 틀 속에서 지역 사회에서의 역할을 명분으로 내세울 땐 이를 외면하기도 쉽지 않다. 이러한 협력과 지원은 지역 사회와의 유대감을 높이고 사회에 기여한다는 측면에서 필요하다는 시각도 없진 않다.
하지만 문제는 소방이라는 본연의 임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소방의 핵심 임무는 화재진압과 구조 작업, 응급 상황에 대한 대응이다. 이런 업무는 상당한 전문 지식과 훈련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신속한 대응이 필수다.
긴급 상황에서 소방은 최상의 전문성과 신속한 대응 능력을 요구받는다. 따라서 일반 업무로 분산된 인력과 시간은 핵심 임무의 효율성을 저해할 수 있는 요인이라는 건 부정할 수 없다.
더욱이 이태원 압사 사고나 오송 지하차도 침수 사고 등 사고 대응 과정의 부실성을 문제 삼는 책임 규명 행태가 이어지는 근래 풍토에선 더욱더 큰 고민이 아닐 수 없다.
이런 딜레마를 극복하기 위해선 협력과 지원 측면의 절묘한 조화와 균형이 필요하다. 지금이라도 소방의 핵심 임무와 일반 공적 업무 간의 우선순위를 명확히 설정해야만 하는 이유다.
긴급 상황 발생 시 핵심 임무에 전념하고 비 긴급 시 참여 가능한 협력의 범위에 대해 분명하게 선을 그어야 한다. 그래야 소방업무의 효율성을 지켜낼 수 있다.
사회적으로는 소방에 대한 가치를 인정하는 문화가 절실하다. 이들의 노고가 누군가의 안전을 위해 존재한다는 인식이 바로 설 때 비로소 무분별한 소방 인력과 장비 동원 문제 역시 사라질 수 있다.
<본 내용은 소방 조직의 소통과 발전을 위해 베테랑 소방관 등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2019년 5월 창간한 신개념 소방전문 월간 매거진 ‘119플러스’ 2023년 9월 호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저작권자 ⓒ FPN(소방방재신문사ㆍ119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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