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UE] “아름다운 청년 고 임성철 소방관, 당신을 잊지 않겠습니다”화재진압 중 순직한 고 임성철 소방장 영결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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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월 1일 화재진압 중 불의의 사고로 순직한 제주동부소방서 표선119안전센터 소속 고 임성철 소방장의 영결식이 5일 오전 10시 제주도청장으로 엄수됐다.
운구 행렬과 함께 시작한 영결식은 묵념과 고인에 대한 약력 보고, 1계급 특진ㆍ훈장 추서, 조전 낭독, 영결사, 조사, 유족 고별사, 헌화ㆍ분향 순으로 1천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엄숙히 진행됐다.
이날 영결식은 유튜브 ‘빛나는 제주 TV’를 통해 생중계됐다. 600명이 넘는 시청자가 함께하며 댓글로 애도의 뜻을 표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조전을 보내 유가족을 위로하고 고 임성철 소방장에겐 옥조근정훈장을 추서했다. 제주도는 1계급 특진을 추서했다.
윤 대통령의 조전은 남화영 소방청장이 대독했다. 윤 대통령은 “화재 현장에서 물러서지 않고 구조 현장에서 망설이지 않은 용감하고 헌신적인 소방관이자 장래가 촉망한 소방관을 화마로 잃어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길 없다”며 “현장 최일선에서 국민의 생명을 지킨 고인의 헌신을 잊지 않겠다”고 전했다.
장례위원장을 맡은 김성중 제주도 행정부지사는 영결사를 통해 “임 소방장은 자랑스러운 아들이자 힘이 되는 든든한 동생, 누구보다 성실하고 믿을 수 있는 직원이었다”며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희생한 헌신을 잊지 않도록 기리겠다”고 말했다.
이후 고 임성철 소방장의 친구이자 동료인 표선119안전센터 소속 장영웅 소방교의 조사가 이어졌다.
장 소방교는 “그날 밤도 여느 때와 다름없이 우린 출동벨 소리에 칠흑 같은 어둠이 내린 깜깜한 밤을 구급차를 타고 내달렸다”면서 “단지 우린 여느 때처럼 도움이 필요한 한 생명에 충실하기 위해 달려갔을 뿐인데 하늘은 왜 그리도 너를 빨리 데려가는 건지 이해가 되질 않는다”며 울음을 터트렸다.
또 “내일부터 다시 우리가 자랑스러워했던 소방관으로서 도움이 필요한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다가가고 너를 가슴에 품고 가겠다”며 “남겨진 가족은 우리에게 맡기고 그곳에서 편히 잠들길 바란다”고 했다.
임 소방장의 아버지는 고별사를 통해 “엄마에겐 딸 같은 아들, 형은 본받고 싶은 존재, 나쁜 것만 아버지를 닮았다고 하는 순수한 네가 내 주위에 있으면서 압박과 상처를 받고 살았다는 게 더 아프게 한다”며 “아무것도 해줄 수 없게 됐지만 아들이 가장 좋아하는 엄마에게 올인하며 살 테니 걱정하지 말고 잘 지내고 있어라”면서 슬픔을 토해냈다.
이어 “아들의 희생과 청춘이 밑거름이 돼 동료 소방관들이 안전하게 활동할 수 있는 소중한 자산이 됐으면 한다”며 유족을 대표해 인사를 전했다.
영결식 이후 제주특별자치도는 오후 3시 국립제주호국원에서 안장식을 거행했다. 안장식에는 오영훈 제주도지사와 오영환 국회의원, 김성중 제주도 행정부지사, 김수환 제주소방안전본부장을 비롯해 유가족, 동료 소방관 등 300여 명이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오영훈 지사는 “고인은 누구보다 제주를 사랑했고 제주를 위한 삶을 살면서 더 큰 사명과 책임으로 소방관의 임무를 다해왔다”며 “누구보다 먼저, 망설임 없이 화재와 구급 현장에 뛰어들 만큼 책임과 사명이 투철했던 고인의 숭고한 희생에 다시 한번 고개 숙여 존경과 경의를 표한다”고 애도를 표했다.
또 “이 순간에도 눈물을 삼키며 도민의 안전을 위해 현장을 지키고 계신 소방관 여러분에게 위로ㆍ애도의 뜻과 존경의 마음을 전한다”면서 “제주도정은 고인의 숭고한 희생과 용기를 오래도록 기리고 기억하며 마음의 빈자리를 채워가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국가보훈부는 5일 세종국가보훈부 본부를 포함한 전국 지방보훈관서와 국립묘지, 소속 공공기관에 조기를 게양하기도 했다.
고 임성철 소방장 안장식에 맞춰 진행된 조기 게양은 지난해 7월 고 승병일 애국지사 안장식(2022년 7월 30일) 이후 일곱 번째다. 제복근무자로서는 고 채수근 상병 안장식(2023년 7월 22일)에 이어 세 번째, 순직 소방공무원으로서는 고 성공일 소방사 안장식(2023년 3월 9일)에 이어 두 번째다.
숭고한 사명감과 뜨거운 열정 남긴
‘고 임성철 소방장’
고 임성철 소방장은 1994년 7월 25일에 태어나 동화초등학교와 제주동중학교, 오현고등학교, 한라대학교 응급구조학과를 졸업했다. 군 복무 후 2019년 창원시 신월119안전센터에서 소방관으로서 근무를 시작했다.
2021년 10월 제주에서 다시 임용돼 소방관 생활을 이어오던 중 올해 2월 소방교로 승진했다.
5년여 재직 동안 500여 차례 재난 현장에서 선제적 소방활동을 수행했고 그간의 공로를 인정받아 11월 9일 61주년 소방의 날에 유공 표창을 수상했다.
그는 평소 직장 동료 간 우애가 깊어 많은 사랑과 존경을 받는 모범적인 직원으로 평가 받았다.
지난 12월 1일 서귀포시 표선면 세화리 감귤창고에 불이 났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고 임성철 소방장은 현장에 가장 먼저 도착해 진압 활동을 벌였다.
그러던 중 거센 불길에 무너진 창고 외벽 콘크리트 처마에 머리를 심하게 다쳐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안타깝게도 유명을 달리했다.
추도사
고 임성철 소방장님 영전에 올립니다.
영전에 앞서 제주소방 선ㆍ후배를 대표하여 이 자리에 나오게 된
소방교 장영웅입니다.
고인이 된 임성철 소방장은 저와 대학을 같이 다니고
창원소방본부에 같이 근무하다가 고향인 제주에서 근무하고자
퇴근하면 같이 살며 시험공부를 같이하던 친구이자 동기입니다.
나의 친구이자 동료인 성철아!
우리는 너무도 닮았었다.
예전부터 소방공무원으로
처음 몸담았던 곳도
다시 고향인 제주로 돌아와서
같은 센터에 같은 팀까지
근무할 수 있어
나는 행복했고 어느 때보다 든든했다.
그날 밤도 여느 때와 다름없이 우리는 출동벨 소리에
칠흑 같은 어둠이 내린 깜깜한 밤을 구급차를 타고 내달렸고,
뜨거운 화재 현장에 들어가 우리 대원들의 손에 들려 나오는 모습을 보고
너무 놀라 심장이 끊어지는 슬픔을 느꼈다.
성철아!
나는 지금도 너의 사고 소식을 받아들일 수가 없구나.
단지 우리는 여느 때처럼 도움이 필요한
한 생명에 충실하기 위해 달려갔을 뿐이었다.
아무런 잘못도 없는 어린 너를
하루하루의 삶에 충실한 너를
하늘은 왜 그리도 빨리 데려가는 건지
도통 이해가 되질 않는구나.
아직도 네가 고인이 된 것을
받아들이기 힘들지만
내 가슴 속에 너와 함께했던 기억을
평생 간직하도록 할게.
그리고 나는 내일부터 다시
우리가 자랑스러워했던 소방관으로서
도움이 필요한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달려갈 것이고
그때마다 너를 내 가슴에 품고 함께 갈게.
세월이 지나 나도 나이가 들면
나는 내 후배들에게 자랑스러운
임성철 대원의 이야기를 할 거고
너와 함께 현장에 출동한 것을 자랑스러웠다 말할 거야.
성철아, 이제 우리는 너를 보내려고 한다.
이 세상 남겨진 가족은 우리에게 맡기고 그곳에서 편하게 잠들기를 빌게.
임성철 소방장은 우리의 곁은 떠나 영면에 들었지만 그의 희생은 결코 헛되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의 희생은 우리의 가슴 속에 영원히 살아 있을 것입니다.
아울러 고인의 명복을 빌어 드리기 위하여 이 자리에 참석하여 주신 조객 여러분과 소방가족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유은영 기자 fineyoo@fpn119.co.kr
<본 내용은 소방 조직의 소통과 발전을 위해 베테랑 소방관 등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2019년 5월 창간한 신개념 소방전문 월간 매거진 ‘119플러스’ 2024년 1월 호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