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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IT in Cana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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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소방학교 채해승 | 기사입력 2024/01/04 [12:30]

RIT in Canada

경북소방학교 채해승 | 입력 : 2024/01/04 [12:30]

 

11월 21일부터 12월 2일까지 12일간 단기교육훈련(신속동료구조분야 대응역량 강화) 대상자 6명 중 한 명으로 선정돼 캐나다 온타리오주 Southwest Fire Academy에 교육을 다녀왔다.

 

F.F Survival(소방관 생존훈련)과 F.F Rescue(소방관 구출훈련), RIT Training(신속동료구조팀) 교육을 이수하고 서로의 기술을 공유하며 ‘NFPA1407 Firefighter Survival & RIT 자격’도 취득했다.

 

▲ 이번 교육에서 취득한 NFPA1407 Firefighter Survival & RIT 자격증  © 소방방재신문

 

결론부터 말하자면 소방관 생존 구출 관련 스킬이나 교육 커리큘럼은 국내 소방교육 기관에서 운영하는 교육과 대동소이했다. 하지만 RIT 운영 방식이나 교육대상자에 관해선 큰 차이가 있었다.

 

먼저 국내는 구조대원들을 대상으로 소방관 생존구출교육을 진행하지만 캐나다는 모든 소방대원이라면 받아야 하는 필수 과목으로 인식한다. 특히 생존 관련 교육은 특정 대원들을 위함이 아닌 신규자 교육과 지휘자 과정에도 필수로 편성돼 있다.

 

생존ㆍ소방관 구출훈련은 현직들의 일상 교육훈련에 포함돼 교육기관에 입교하지 않더라도 평상시에 훈련을 진행하고 있다. 

 

캐나다의 RIT 훈련 방식

캐나다소방은 RIT를 모든 현장에서 필수로 운영하고 있다. 단순하게 MAYDAY 호출이나 동료 대원이 위험에 처했을 때 구조하는 게 아닌 사전(Pre) RIT 절차를 중요시한다. RIT는 3단계의 레벨로 나눠 운영된다.

 

1. RIT Lv. 1

Lv. 1은 사전 예방적인 RIT 행동이다. 현장에 도착해 무전 청취와 SIZE-UP(현장 상황판단)을 시작으로 현장에서 활동 중인 대원들의 안전조치를 취하는 절차다. 

 

- 현장 내 소방관이 건물에서 탈출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전략적인 위치에 사다리 설치

- 건물의 탈출구를 비춰주도록 각종 라이트 설치

- 작업 구역 내에 방해가 될 수 있는 것들 제거 

- 현장 대원의 모니터링(위치, 현 상황)

- 관리하는 장비 확인(공기공급 장치 등)

 

2. RIT Lv. 2

Lv. 2는 MAYDAY 등 비상상황 발생 시 구조작업을 시행하는 시기다. 

 

- 실종되거나 갇힌 소방관을 수색하고 위치 확인

- 소방관을 안전한 지역으로 이동시키거나 갇힌 소방관에게 공기 공급

- 위험에 처한 소방관을 구조하거나 보호하는 데 필요한 인원, 장비 등을 현장 지휘관에게 보고

- 구조조치계획 만든 후 실행

- 정찰팀(위치 확인, 공기 공급, 구조에 필요한 장비 등을 통신)

- 구조팀(탈출ㆍ환자 보호(Packing)) 수행

- 구조지원팀(지원, 탈출, 이동 등을 도와주는 역할)

 

3. RIT Lv. 3

Lv. 3은 현장 활동 중 건물 붕괴 등 대형 재난에 대처

 

- 건축물 구조사 자격을 갖춘 전문가를 안전 책임자로 배정

- 이전 RIT Level 등에서 수행된 수색 범위 확대

- 중장비 활용

- 인력ㆍ장비 확대 배치

- 다수의 구급대원, 구급차 배치 등

 

RIT 대원은 현장 지휘관의 재량으로 편성이 가능하다. 그렇다는 건 모든 대원이 RIT 대원이 될 수 있고 평소 준비가 돼 있다는 의미다. 캐나다의 오크빌소방서와 베리소방서를 방문했을 때 RIT의 준비상태를 확인해 보고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 

 

모든 소방차에는 공기공급 장비와 기본 RIT 장비가 적재돼 있었다. 일상 교육훈련 시간에 생존 훈련뿐 아니라 소방관 구출 훈련을 주로 했다. 캐나다 소방관들은 누구나 RIT가 될 수 있으며 고립이나 갇힘 등의 사고에 대비하고 있었다.

 

캐나다 RIT 훈련 ‘뭣이 중헌디’

캐나다에서는 RIT 교육 중 중요시하는 부분이 몇 가지 있다. 첫 번째는 공기 공급이다. 현재 국내 소방기관에서도 공기 공급에 대한 부분을 중요시하고 실습을 많이 한다. 공기 공급은 비상호흡시스템 혹은 EBSS(Emergency Breathing Safety System)라고 부른다.

 

우리가 많이 사용하는 공기호흡기는 서로 공기를 주고받을 수 있지만 여러 가지 브랜드의 공기호흡기를 같은 현장에서 쓴다면 공기공급이 되지 않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119플러스> 2023년 10월호 ‘SCBA 비상상황! 신속히 Air Supply를 실시하라!’를 참고해 평상시 꼭 훈련해 봐야 하는 부분이다. 

 

본격적인 훈련에서 집중력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했다. 쓰러진 소방관은 PASS(Personal Alert Safety System, 인명구조경보기) 알람을 울릴 거다. 정찰팀이나 수색팀은 쓰러진 소방관을 찾을 때 이 알람 소리에 집중해야 한다.

 

하지만 우리가 활동하는 현장은 시야가 제로에 가깝고 여러 소음이 많이 발생한다. 따라서 PASS 알람 소리만으로 쓰러진 소방관을 찾는 연습을 자주 하고 있다. 처음엔 소리에 집중하는 게 쉽지 않았으나 반복 훈련을 통해 알람 소리 위치가 적응됐고 쓰러진 소방관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수업 중 소리에 집중하는 훈련으로 SCBAseball을 소개했다. SCBA(공기호흡기)+Baseball(야구)의 합성어로 눈을 가린 채 소리로만 1ㆍ2ㆍ3루, 홈을 찾아 들어오는 훈련이다. 소방서 차고 등에서 간단하면서도 쉽게 할 수 있는 훈련이 아닐까 싶다.

 

▲ SCBAseball 훈련(출처 strike the box training)


집중력에 이어 ‘패닉’에 대한 내용도 강조했다. F.F Survival교육 시에는 얽힘이나 갇힌 상태를 만들어 교육생들을 순간 패닉 상황에 빠트렸다. 지금까지 폐쇄공포증을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사람이라도 이런 상황에 놓인다면 패닉이 올 수 있다.

 

그럼 맥박이 빨라지고 그만큼 호흡도 빨라진다. 따라서 공기 소모도 매우 많아져 더 우리에게 불리해진다.

 

만약 이런 상황을 훈련에서 느껴보지 못하고 현장에서 맞닥뜨린다면 극복하기 매우 힘들 거다. 이게 바로 훈련에서 최대한 패닉 상황을 연출하는 이유다. 실제 훈련 시 패닉 상황이 와서 호흡도 훨씬 빨라지고 공기소모량도 많아졌다. 게다가 위험에서 벗어나려는 행동들이 더 위험한 상황을 만들었다.

 

▲ (왼쪽부터)협소 공간 탈출, 얽힌 공간 탈출

▲ 출처 Firefighter Craftsmanship

 

패닉 상황 극복은 일단 멈춤이다. 멈추고, 생각하고, 움직인다. 이 세 가지를 반복해야 한다. 호흡법 중에서는 박스호흡법을 강조했다. 미군 네이비실에서 연구한 것으로 극적인 스트레스를 다스리는 호흡법으로 알려져 있다.

 

5초간 들이쉬고, 5초간 숨 참고, 5초간 내쉬고, 5초간 참고를 반복하는 건데 패닉이 온 상태에서 5초를 온전히 지키기란 쉽지 않다. 그래서 이 박스호흡법도 평소 연습이 필요하다. 처음엔 4초 간격으로 연습하는 게 수월하다. 

 

또 각 소방서에 심리상담사를 분기별로 초청해 비상상황 시 스트레스 관리에 관한 교육을 주기적으로 진행한다. 우리 소방에서 운영하는 심리상담사도 있지만 현장에서 겪을 수 있는 스트레스에 대한 교육과 스트레스를 극복ㆍ관리할 방법에 대한 여러 가지 연구를 할 필요가 있다는 걸 느꼈다. 

 

국내에서도 비상호흡법에 대한 교육이 진행된다. 하지만 현장에서 극심한 스트레스 상황에 놓이자 비상호흡법의 효과는 미비했다. 우선 심적 안정이 이뤄진 후에야 비상호흡법이 효과가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계기다. 

 

▲ 캐나다 Orangeville 소방서 훈련장

 

또 캐나다의 RIT 교육은 교육기관에 입교해 받기보단 소방서마다 교육훈련을 담당하는 부서에서 직접 행해지고 있었다.

 

일상 교육 훈련시간에 모든 대원이 생존ㆍ구출 관련 훈련을 진행하고 있으니 RIT에 대한 이해도나 접근을 쉽게 할 수 있었다. 대부분 훈련시설도 직접 제작해 사용하고 있어 소방서마다 특색있는 훈련시설이 눈에 띄었다. 

 

각 소방서 훈련시설의 규모는 크거나 웅장하진 않았다. 대부분 해상용 컨테이너 2~3개를 이어 붙여 목재로 협소 공간이나 얽힌 공간 등을 제작해 탈출 훈련이 가능하도록 했다.

 

중간중간엔 패닉 상태를 경험할 수 있도록 장애물 등을 설치해 놨다. 이 훈련시설은 RIT뿐 아니라 화재, 구조훈련도 동시 진행할 수 있도록 제작됐으며 매년 리모델링한다.

 

지난 호에 소개한 RIT 무선 통신 중 LUNAR, U-CAN Report에 대한 언급도 있었다. MAYDAY를 호출한 대원은 LUNAR나 U-CAN Report에 맞춰 보고하지만 캐나다 소방관은 더 간편한 무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주마다 쓰는 무전 방식이 다르지만 캐나다 온타리오주에서는 LIP Report를 사용한다고 했다.

 

L – Locate(장소)

I – Identify(신원)

P - Problem(문제)

 

기존 사용하던 절차보다 간소화시켜 MAYDAY를 호출한 대원이 현재 장소와 신원, 겪고 있는 문제 등 세 가지만 무전으로 전달한다. 추가로 알아야 하는 상황은 지휘관이 따로 질문하는 방식이다.

 

앞으로 우리는

캐나다 소방관은 생존ㆍ구출에 대한 교육과 훈련 그리고 RIT 운영 편성을 선택사항이 아닌 모든 현장에서 필수로 생각하고 행한다. 소방관이 현장에 출동해 수행하는 화재진압이나 인명구조만큼 소방관 생존ㆍ구출을 중요시한다.

 

언제 일어날지 모르는 비상상황에 일 분, 일 초라도 빠르게 접근해 소방관의 생존율을 높이고자 항상 준비하고 있었다. 

 

지난 몇 개월간 많은 소방관에게 RIT, 즉 소방관 생존 구출이 전파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연재를 진행했다. 많은 관심과 격려를 받았다.

 

앞으로도 한층 더 발전되고 도움이 될 수 있는 소방관 생존 구출 과정 교육을 준비하겠다. 각 시도 소방학교교육으로 부족한 부분은 일상 교육훈련을 통해 채워갈 수 있도록 교재와 영상을 배포할 계획이다.

 

지금까지 연재를 도와준 경북소방학교 교관들에게도 진심으로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경북소방학교_ 채해승 : chae1hae@naver.com

 

<본 내용은 소방 조직의 소통과 발전을 위해 베테랑 소방관 등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2019년 5월 창간한 신개념 소방전문 월간 매거진 ‘119플러스’ 2024년 1월 호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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