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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천시장 화재/집중취재②-단독] 9년 전 서천특화시장 현대화사업이 되레 ‘火’ 키웠다

2015년 리모델링 과정서 천장재 없던 수산물동에 SMC 1만6천여 장 시공
불연 석고보드 떼어낸 뒤 가연성 SMC로… “건축자재 무지가 빚어낸 비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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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 박준호 기자 | 기사입력 2024/02/13 [22:44]

[서천시장 화재/집중취재②-단독] 9년 전 서천특화시장 현대화사업이 되레 ‘火’ 키웠다

2015년 리모델링 과정서 천장재 없던 수산물동에 SMC 1만6천여 장 시공
불연 석고보드 떼어낸 뒤 가연성 SMC로… “건축자재 무지가 빚어낸 비극”

최영, 박준호 기자 | 입력 : 2024/02/13 [22:44]

▲ 2015년 8월 12일 서천군이 서천특화시장 리모델링 사업을 완료했다며 배포한 보도자료 첨부 사진이다. 사진에는 기존에 없던 천장재를 SMC로 사용한 모습이 보인다.  © 서천군청 누리집


[FPN 최영, 박준호 기자] = 서천특화시장(이하 서천시장) 화재확산의 주범으로 지목된 ‘플라스틱 천장재’, 일명 SMC(Sheet Molding Compound)가 9년 전 서천군이 시행한 현대화사업 과정에서 부착된 것으로 드러났다. 시장의 환경 개선을 위해 추진한 리모델링 사업이 되레 지역 서민들의 터전을 화마의 위험 속에 몰아넣었다는 비판이 쏟아진다.

 

지난 7일 <FPN/소방방재신문>은 서천시장의 화재확산 이유에 대한 관련 보도([단독/집중취재] 화마가 삼킨 서천특화시장… 거센 불길 피할 수 없었던 이유)를 통해 화재 당시 불쏘시개 역할을 한 SMC의 문제를 지적한 바 있다.

 

이후 <FPN/소방방재신문>은 지난 2004년 9월 서천시장 최초 개장 이후 이곳을 다녀간 수많은 블로거 등 누리꾼이 촬영한 수백 장의 과거 사진을 추적했다. 그 결과 충격적인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서천군이 수산물동의 시설 현대화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오히려 화재 위험을 키운 흔적이다. 

 

서천시장 수산물동은 개장 후 약 10여 년간 천장재 없이 운영해 왔다. 당시 2층 식당의 경우 불연재질인 석고보드가 천장재로 쓰였던 거로 확인된다. 이때만 해도 천장재로 인한 화재확산 위험은 없었다. 

 

비극의 시작은 노후 시설을 정비하기 위해 시행한 ‘현대화사업’이었다. 서천군은 2014년 서천시장의 현대화사업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야심 차게 발표했다. 관광객이 늘어남에 따라 이를 수용할 대형 식당과 주차장을 조성하고 화재안전시설 등 안전관리 강화로 성장 동력을 확보하겠다는 취지였다. 이 사업엔 국비와 도비 등 약 110억원의 사업비가 편성됐다.

 

서천군은 2015년 6월 8일부터 8월 10일까지 두 달간 수산물동을 임시 휴업하고 대대적인 공사에 들어갔다. 바닥을 교체ㆍ보완하고 배수로를 정비했다. 주차난을 해결하기 위해 주차공간 80면을 확보하고 노후한 소방시설도 전면 보수했다. 

 

또 ‘천장재’를 새롭게 시공했다. 이 과정에서 천장재가 아예 없던 1층과 2층 천장을 모두 SMC로 마감했다. 2층 식당가의 경우 불연재질의 석고보드 천장재가 있었지만 이를 모두 떼어낸 뒤 SMC로 교체했다. 개방된 천장을 SMC로 막고 불에 강한 마감재를 가연물로 바꾸는 기가 막힌 상황이 벌어진 거다.

 

▲ 왼쪽은 2015년 리모델링 이전 서천특화시장의 모습이다. 1층에 늘어선 점포 위에는 천장재가 보이지 않는다. 2층에는 석고보드가 부착(왼쪽 아래)돼 있다. 오른쪽은 2015년 8월 리모델링을 완료한 이후 화재 사고가 발생하기 전까지 서천특화시장의 천장 모습. 1층에는 마감재가 없던 천장에 SMC를 부착했고 2층 역시 석고보드(일명 텍스)를 떼어낸 뒤 SMC를 시공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인터넷 블로그 캡쳐

 

전통시장의 기반시설을 정비함으로써 지역경제 활성화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하는 시장 현대화사업이 되레 수산물동 전체를 커다란 ‘화약고’로 만들어버렸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서천군은 현대화사업 당시 스프링클러설비와 자동화재탐지설비를 교체하는 등 화재 안전을 위해 막대한 예산을 투입했다. 그러나 정작 소방시설보다 시설물 자체의 안전성을 좌우하는 건축자재인 ‘천장재’의 위험성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화재안전 분야의 한 관계자는 “따지고 보면 천장재를 가연성 자재로만 바꾸지 않았어도 서천시장 화재가 이번 사고처럼 천장을 타고 빠르게 확산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라며 “현대화사업 당시 소방시설에 거액의 예산을 투자한 의미 역시 모두 잃어버린 꼴과 다름없다”고 꼬집었다.

 

화재를 겪은 서천군은 SMC가 언제 시공됐는지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서천군 관계자는 SMC 설치 시점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잘 모른다”면서 추가적인 질문에 대해서는 “업무를 맡은 지 얼마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즉답을 피했다.

 

최영, 박준호 기자 young@fpn119.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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