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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t!119] “하늘에서 펼친 감동 서비스, 재난 현장에서 이어가겠습니다”

[인터뷰] 소방에 착륙한 ‘비행청년(飛行靑年)’, 강일환 하남소방서 소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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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윤 기자 | 기사입력 2024/03/04 [10:00]

[Hot!119] “하늘에서 펼친 감동 서비스, 재난 현장에서 이어가겠습니다”

[인터뷰] 소방에 착륙한 ‘비행청년(飛行靑年)’, 강일환 하남소방서 소방사

김태윤 기자 | 입력 : 2024/03/04 [10:00]


“타인의 안전을 책임지는 직업의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엄청난 부담감이 뒤따르죠. 제복이 무겁게 느껴지는 이유인 것 같아요. 항공사 제복을 벗고 소방 제복을 입게 된 만큼 재난 현장에서 더 많은 국민께 안전과 감동을 선사하고 싶습니다”

 

 강일환 소방사는 지난 2022년 2월 임용된 새내기 소방관이다. 비행기 승무원 출신이라는 특이한 이력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현재는 경기 하남소방서 신장119안전센터에서 진압대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소방에 입문하기 전 강 소방사는 국내 모 항공사 소속 비행기 승무원으로 사회에 첫발을 내디뎠다. 학부 전공이 동물생명공학이어서 전혀 염두에 두지 않은 직업이었지만 운명은 그를 창공으로 이끌었다.

 

“졸업을 앞둔 학부 4학년이 돼서야 친구의 권유로 비행기 승무원을 지망하게 됐어요. 자칫 위험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는 기내에서 전문성을 바탕으로 임무를 수행하는 모습이 근사해 보였죠. 돌이켜 보면 교환 학생과 워킹홀리데이 같은 해외 경험이 많았던 점도 영향을 미친 것 같습니다”

 

경쟁자들에 비해 늦은 시기에 생긴 꿈. 대학교 졸업에 맞춰 취업하기 위해선 남들보다 몇 배는 더 치열하게 노력해야 했다. 꿈에도 그리던 합격 소식과 함께 2019년 7월 당당히 근무를 시작한 강 소방사는 국내외 하늘을 수백 차례 누비며 승객의 안전하고 편안한 비행을 도왔다.

 

 

“기내에선 노트북이나 휴대폰 리튬이온배터리로 인한 화재와 승객의 심정지 상황이 종종 발생해요. 승무원들이 가장 예의 주시하는 부분이죠. 다행히 이런 상황을 직접 겪진 않았지만 항상 만반의 준비를 하고 근무에 임했습니다”

 

승객의 생명을 짊어진 채 비행 중 불편한 점이 없도록 전심을 다해 살피는 건 강 소방사가 당초 각오했던 것보다 고된 일이었다. 하지만 그는 승객을 대할 때 언제나 미소를 잃지 않았다. 승객이 서비스에 감동할 때 말로는 다 형언할 수 없는 큰 감동과 보람을 느꼈기 때문이다.

 

“두 다리가 없어 거동이 불편한 승객을 모신 적이 있어요. 기내에서 연락을 받고 휠체어를 준비해 기다렸지만 브리지(bridge)가 없는 공항이라 계단으로 비행기에 오르셔야 하는 상황이었죠. 지체 없이 뛰어 내려가 그분을 업어 자리까지 모셔다드렸습니다. 무척 고마워하시더라고요. 승무원 하길 정말 잘했다고 느낀 순간이었습니다”

 

 

천직으로 여기던 비행기 승무원. 하지만 입사 1년여 만에 코로나19 감염병이 전 세계적으로 급격히 확산하면서 위기가 찾아왔다. 해외 출ㆍ입국은 물론 국내 여행마저 수요가 줄자 항공업계는 타격을 피할 수 없었다. 그가 몸담았던 항공사 역시 경영 여건 악화 등의 이유로 직원들을 무급휴직시키기에 이르렀다.

 

“7~8개월 정도의 무급휴직 기간 중 동료 대부분이 다른 일을 찾아 회사를 떠났어요. 저 역시 고민했는데 소방관인 지인이 ‘소방관’을 추천해 줘 바로 결심이 섰습니다. 사람들의 안전을 책임지며 감동과 행복을 끌어낸다는 점에서 승무원과 비슷한 만족감을 느낄 수 있을 것 같았거든요. 오랫동안 일할 수 있는 안정적인 직장을 갖고 싶은 마음도 있었습니다”

 

공무원 시험 준비 기간 그를 가장 힘들게 한 건 ‘자괴감’이었다. 또래 친구들은 사회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치는 반면 자신은 불투명한 미래를 붙잡고 공부에만 전념해야 했기 때문이다. 불안감에 성격마저 예민해졌다. 친구의 안부 전화에도 날이 선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정말 힘든 시간이었습니다. 간절한 마음 하나로 여기까지 온 것 같아요. 부모님의 지지와 동기부여가 큰 힘이 됐습니다. 합격하자 부모님께선 승무원이 됐을 때보다 훨씬 더 기뻐하셨어요. 수능 때보다 더 열심히 공부하는 모습을 곁에서 지켜보셨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임용 후 그는 하남소방서 신장119안전센터에서 화재진압대원과 펌뷸런스대원 등으로 활동하며 다양한 현장을 경험했다. 극단적 선택 등으로 인한 사망자나 그 유가족을 볼 때면 심적으로 힘들기도 했지만 이를 상쇄하고도 남는 보람이 있어 견딜 수 있었다는 강 소방사. 활주로처럼 곧게 뻗은 선한 천성은 그를 소방에 무사히 착륙시켰다.

 

“불이 크게 난 주택에 출동한 적이 있는데 진화가 끝나고 시민께서 ‘고생했다’며 직접 생수를 가져다주셨어요. 그저 소임을 다했을 뿐인데 고생을 알아주고 격려해 주시니 감사하고 뿌듯하더라고요. 그런 순간들이 쌓여 이 일을 더 좋아하게 된 것 같습니다”

 

강 소방사는 동료와 민원인들 사이에서 ‘친절맨’이라는 별명으로 통한다. 승무원 시절 몸에 밴 서비스 정신과 태도, 공감 능력이 주변 사람에게 긍정적으로 비쳤기 때문. 비행기 승객이든 재난 현장의 구조대상자든 정성을 다하면 감동할 수밖에 없고 시민의 감동은 소방 조직에 대한 신뢰도 향상으로 이어진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시민이 소방을 친구나 가족처럼 편안하게 여겼으면 좋겠어요. 그들의 적극적인 지지와 협조가 없다면 안전을 위한 소방의 모든 정책은 난항을 겪을 수밖에 없을 겁니다. 소방이 먼저 더 다가가고 더 친절해져야 하지 않을까요”

 

승무원 시절 하늘에서 펼친 감동 서비스를 지상의 재난 현장에서도 이어가고 싶다는 강일환 소방사. 자신은 아직 ‘배울 게 많은 신출내기’라고 강조하면서도 장차 ‘다재다능한 멀티형 소방관’이 되겠다는 포부를 수줍게 털어놨다.

 

 

“화재ㆍ구조ㆍ구급 등 다양한 현장을 아우르는 베테랑 소방관이 되는 데 더해 추후엔 소방설비 등 예방 관련 공학 지식과 제도도 공부하려고 합니다. 소방관으로서 시민의 안전에 빈틈이 없도록 아낌없이 헌신하겠습니다”

 

 

김태윤 기자 tyry9798@fpn119.co.kr

 

<본 내용은 소방 조직의 소통과 발전을 위해 베테랑 소방관 등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2019년 5월 창간한 신개념 소방전문 월간 매거진 ‘119플러스’ 2024년 3월 호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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