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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급대 피로도 관리… 질 높은 구급 서비스로 이어진다- 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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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해운대소방서 이재현 | 기사입력 2024/04/01 [10:00]

구급대 피로도 관리… 질 높은 구급 서비스로 이어진다- Ⅲ

부산 해운대소방서 이재현 | 입력 : 2024/04/01 [10:00]

유럽의 비응급환자 대처 방안

1. 프랑스 경의료 차량(VSL, véhicule sanitaire léger)

▲ 프랑스의 경증 의료 차량 VSL(출처 www.ambulances-guerlet.fr/nos-vehicules/vehicule-sanitaire-leger, www.ambulances-meyronneinc-paulhaguet.fr/ambulance-vsl-haute-loire_fr.html)

 

프랑스는 조금 특수한 병원 전 단계 구급 시스템을 갖고 있다. SAMU(Service d’aide médicale urgente/긴급 의료 서비스)에서 운용하는 SMUR1)(Service mobile d’urgence et réanimation/중증 응급 소생 서비스 구급차)은 의사와 간호사, 파라메딕이 탑승하는 차량이다. 고급 인력이 탑승하는 만큼 심정지나 중증 환자 대응을 위주로 활동한다. 

 

소방에서는 파라메딕이나 EMT 구급대원이 탑승한 BLS(기본 소생 구급대) 유닛을 운용하고 있어 2단계의 구급 시스템이 별도의 운용 주체로 구분돼 있다.

 

반면 구급대원의 탑승이 필요 없는 경증 환자나 앉아서 갈 수 있는 단순 이송 환자의 경우 VSL(véhicule sanitaire léger)로 불리는 경의료 차량2)을 이용할 수 있다. 

 

이는 한국의 민간 구급차, 교통약자 택시를 합친 것과 비슷한 시스템이다. 일부 비용을 지자체나 보험으로 부담하고 나머지 소액은 이용자가 부담하는 방식이다.

 

구급대원은 탑승하지 않지만 모니터링 장비와 산소 등 간단한 응급처치 장비가 적재돼 있다. 간단한 응급처치를 할 수 있는 주정부 구급차 자격증(DEA 또는 CCA)을 소지한 인원이 1명 이상 탑승해야 한다. 

 

경의료 차량에는 최대 3인의 환자가 탑승할 수 있다. 이송 거리나 시간에 따라 요금이 부과되는 시스템이다. 병원 간 이송에 사용되기도 하며 거동 불편자나 장애인, 노인 등 주로 앉을 수 있는 경증 환자가 이용 대상이다. 의사의 처방하에 경의료 차량 이용이 결정되는 게 특징이다.

 

프랑스에서는 긴급 환자 신고 시 15번으로 신고하게 되는데 응급 의료 대응을 소방에서 하는 게 아니라 SAMU에서 처리하고 있다. 한국과는 다르게 의사나 간호사가 SAMU 상황실에서 직접 전화를 받고 상담을 하며 어떤 구급차가 필요한지 결정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물론 소방 신고 번호인 18번으로 신고하거나 유럽 공통 긴급번호 112로 신고해도 상황에 따라 SAMU 구급대가 출동하거나 소방에서 운용하는 구급차가 출동할 수 있다.

 

2. 독일 지역사회 구급대원(Gemeinde-Notfallsanitäter)

▲ 지역사회 구급대 차량(출처 www.mdr.de)

 

독일은 지역사회 구급대원3) 시스템을 도입했다. 독일도 구급차 이용 시 주 정부에 따라 정해진 일부 구급차 요금을 부담하고 있지만 응급 자원의 비응급환자 출동은 줄어들지 않았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은 이를 가속화시켜 응급실과 구급 서비스의 부하를 한계에 다다르게 했다. 

 

독일에서는 상황 해결을 위해 지역사회 구급대원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2019년부터 2021년까지 약 2년간 시범적으로 시행했는데 효과가 나타나 조금씩 연장되면서 운영됐다.

 

독일의 긴급 구조 번호인 112번으로 신고하면 구조 관제 센터로 연결된다. 구급차 필요 여부를 센터가 파악한 후 외래 진료가 필요하거나 현장 처치만 필요한 경우 지역사회 구급대를 출동시킨다. 

 

지역사회 구급대원은 응급 서비스 분야에서 최소 5년 이상 경험을 갖고 훈련을 받은 전문가들로 구성된다. 구급대원이 현장에서 할 수 없는 소변 검사나 진통제 같은 약품 배부, 카테터 교체 등의 의료 행위를 할 수 있다. 

 

지역사회 구급대원은 2022년 한 해 동안 1600여 건을 출동했다. 그중 70%의 환자가 병원에 이송되지 않았다. 시범 사업으로 인해 응급 서비스의 부담이 대폭 줄었고 소방 구급차는 응급 환자 출동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

 

환자들도 병원에 가지 않고 도움을 받을 수 있어 만족도가 높았다. 응급실 역시 환자가 줄어드는 효과가 있었다.

 

독일의 정치인들도 결과를 인지해 전국적으로 지역사회 구급대원을 도입하려 하고 있다. 비텐베르크(Wittenberg)의 작센안할트(Saxony-Anhalt) 지역에서는 2023년 여름부터 지역사회 구급대원을 운영 중인데 2개월 만에 가시적인 결과가 나타났다. 

 

예를 들어 작센안할트에서는 신고 후 12분 안에 구급차가 현장에 도착해야 한다. 지역사회 구급대원 도입 전까지는 시간 내 도착 비율이 65%에 불과했으나 시범 사업 후 80%로 증가했다.

 

작센안할트에서는 소방 소속 구급대가 병원으로 이송하면 약 800유로(약 115만원)의 요금을 내야 하는데 지역사회 구급대를 이용하면 절반 수준인 400유로(약 57만원) 정도만 지불하면 돼서 환자들의 반응도 좋다고 한다.

 

3. 스웨덴 경증 치료 구급차(lättvårdsambulans/Light Care Ambulance)

▲ 스웨덴의 경증 치료 구급차(출처 www.alingsastidning.se)

 

▲ 출처 www.sydostran.se/nyheter/som-en-rullande-vardavdelning

 

복지 국가로 알려진 북유럽 국가들도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 달리 구급차 이용 시 요금을 지불해야 하는 곳이 많다. 스웨덴의 경우 지역에 따라 200~400SEK 요금(한화 약 2만5천~5만원)을 내야 하는데도 구급 수요는 계속 증가해왔다. 

 

특히 코로나19 초기 스웨덴은 별도의 격리 조치를 시행하지 않고 일반적인 감기처럼 대응하면서 폭발적인 구급 수요를 감당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상황에 따라 구급차를 요청하고 1시간 이상 대기해야 하는 때도 있었다. 

 

스웨덴에서는 10여 년 전부터 경증 치료 구급차를 운용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응급 자원의 불필요한 출동을 줄이기 위해 2020년을 기점으로 전국적으로 도입하는 상황이다.

 

일반적인 구급차와 적재 장비는 거의 동일하지만 자동식 흉부 압박기나 척추 보호용 장비가 없고 간호사나 전문 간호사 1명만 탑승한다. 운전석과 환자실에는 칸막이가 없다. 간호사가 운전하면서 환자실을 볼 수 있는 CCTV와 대화를 할 수 있는 마이크 장치가 설치돼 있다.

 

또 전동 들것이 탑재돼 있어 혼자서 환자를 구급차에 태울 수 있다. 특별한 응급처치가 필요하지 않은 단순 이송 환자나 병원 간 이송 환자를 주로 태운다.

 

4. 아일랜드 국립구급차 HSE ‘패스파인더(Pathfinder)’ 서비스

▲ 아일랜드 패스파인더 구급차(출처 www.limerickpost.ie, www.kilkennypeople.ie)

 

유럽에서는 노인 인구 증가에 따른 맞춤형 구급 서비스를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2020년께부터 아일랜드에서는 지역 병원과 국립구급차 서비스(NAS)가 협업해 ‘패스파인더(Pathfinder)’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아일랜드 응급 신고 번호인 999번에 전화하면 65세 이상 환자인 경우 지역 병원 응급실로 연락해 병원 소속의 ‘패스파인더’ 팀이 출동하게 된다. 고급 파라메딕(Advanced Paramedic)과 임상 구급대원으로 구성된 ‘패스파인더’ 구급차는 현장에 도착해 환자를 평가하고 병원 진료가 필요하지 않으면 현장 처치만 하거나 상황에 따라 치료사나 물리 치료사가 후속 팀으로 도착해 필요한 처치를 진행하게 된다.

 

999에 신고된 환자 중 ‘패스파인더’ 팀이 출동해 확인한 환자의 2/3는 응급실로 이송되지 않아 불필요한 응급 자원의 활동을 줄이고 응급실의 혼잡을 줄일 수 있었다.

 

특히 서비스를 이용한 노인 환자나 보호자 역시 병원에 가는 것보다 집에 머무르는 걸 훨씬 선호하는 경향4)이 나타났다. 2023년에는 아일랜드 전역으로 서비스가 확대됐다. 

 

5. 영국 NHS 신속 대응팀5)(Rapid Response Teams)

영국은 병원 전 단계 구급 서비스를 소방이 아닌 한국의 보건복지부와 유사한 NHS(National Health Service) 국민보건서비스에서 운용하고 있다. 공공의료가 매우 잘 갖춰진 국가로 유명한데 구급차를 비롯한 대부분의 의료 서비스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하지만 구급차 이용이 무료라 구급 자원의 부하도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난다. 코로나19 이후 구급차의 반응 시간은 급격하게 늘어나기 시작했다.

 

▲ 긴급도에 따른 출동 반응 시간. 모든 상황에서 구급차 출동 반응 시간이 지연되고 있다(왼쪽 위부터 카테고리1(Life-threatening), 카테고리2(Emergency), 카테고리3(Urgent), 카테고리4(Non-urgent), 출처 www.england.nhs.uk/statistics)

 

영국에서는 환자의 긴급도를 카테고리 1~4까지 4단계로 나누는데 코로나19 팬데믹 발생 이후 모든 단계에서 구급차의 반응 시간이 급격히 늘어났다. 생명을 위협받는 초긴급 환자인 카테고리1의 반응 시간은 2022년 12월에 10분을 넘길 정도가 됐다.

 

심정지나 중증 외상 환자 발생 시 구급차가 현장에 도착하는 시간이 평균적으로 10분을 넘긴다는 얘기다. 비응급환자인 카테고리4의 상황에서는 2021년 6월 평균 응답에 3시간이 넘어갈 정도로 구급 자원의 엄청난 부하가 발생했던 걸 알 수 있다.

 

심각한 상황을 인지한 영국 정부는 2023년 1월 ‘응급 및 긴급 의료 서비스 회복을 위한 주요 계획’을 발표했다.

 

전문 정신 구급차 100대를 포함한 구급차 800대를 추가하고 원격 진료를 강화하는 가상병동 서비스와 더불어 지역사회에서 제공되는 긴급 진료를 확대해 사람들이 병원에 입원하지 않고도 집에서 필요한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게 주요 내용이다.

 

2022년 10월 런던 구급차 서비스(London Ambulance Service)는 런던 남서부 지역사회 의료 서비스 제공업체의 구급대원과 간호사를 활용한 신속 대응팀(Rapid Response Teams)의 시범 운용을 시작했다. 신속 대응팀은 집에서 노인과 노약자인 환자를 치료하는 서비스를 일컫는다. 

 

2023년 1월 8일까지 약 3개월간 838명의 환자를 치료했으며 그중 약 35%만 병원으로 이송됐다. 이는 평소 70% 정도의 환자가 이송되는 것에 비해 매우 낮은 수치로 응급 환자에 필요한 자원을 확보할 수 있었다. 시범 사업은 성공적으로 마무리됐고 영국 전역으로 확대될 예정이다. 

 


1) 미국 ALS Unit보다 상위 개념의 구급차다. 의사와 간호사, 마취 전문의, 파라메딕 등 고급 의료 인력이 탑승한다.

2) 출처 프랑스 법무부(www.justice.fr/fiche/ambulance-vehicule-sanitaire-leger-vsl)

3) www.gemeindenotfallsanitaeter.de

4) “Older People Want to Be in Their Own Homes”: A Service Evaluation of Patient and Carer Feedback after Pathfinder Responded to Their Emergency Calls/Grace Corcoran 외 10명/pubmed.ncbi.nlm.nih.gov/36633524 

5) 낙상ㆍ노약자 치료 서비스(Falls and Frailty care service)로 불리기도 한다.

 

부산 해운대소방서_ 이재현 : taiji3833@korea.kr

 

<본 내용은 소방 조직의 소통과 발전을 위해 베테랑 소방관 등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2019년 5월 창간한 신개념 소방전문 월간 매거진 ‘119플러스’ 2024년 4월 호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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