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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취재] 황당한 소방산업기술원의 인증 시험 과실과 난무하는 의혹들

내부 고발로 드러난 부실 성능인증 시험 사실, KFI ‘발칵’
“시험기 조작 실수해놓고 재시험이라니…” 피해 업체 반발
“도무지 이해 안 가” 내부 고발자 행태 놓고 술렁이는 KFI
수요 늘어난 지하소화장치함 두고 꼬리에 꼬리 무는 의혹
쏟아지는 의혹에 KFI 분위기는 ‘아수라장’… “진실 밝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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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 기자 | 기사입력 2024/06/25 [11:00]

[집중취재] 황당한 소방산업기술원의 인증 시험 과실과 난무하는 의혹들

내부 고발로 드러난 부실 성능인증 시험 사실, KFI ‘발칵’
“시험기 조작 실수해놓고 재시험이라니…” 피해 업체 반발
“도무지 이해 안 가” 내부 고발자 행태 놓고 술렁이는 KFI
수요 늘어난 지하소화장치함 두고 꼬리에 꼬리 무는 의혹
쏟아지는 의혹에 KFI 분위기는 ‘아수라장’… “진실 밝혀야”

최영 기자 | 입력 : 2024/06/25 [11:00]


[FPN 최영 기자] = 소방용품의 검ㆍ인증 업무를 수행하는 한국소방산업기술원(이하 KFI)이 시험기기를 오조작하는 바람에 인증을 추진해 온 기업이 재시험을 받게 되는 황당한 일이 발생했다. 그런데 이 부실 시험 사실이 드러나는 과정이 석연치 않아 논란이 거세다.

 

KFI 내부 직원이 수일 전부터 시험기기가 잘못 돌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도 이를 즉시 바로잡지 않은 데다 해당 문제를 외부인에게 전달해 고발하는 등 이해하기 어려운 일을 벌였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 고발 내용에는 현 KFI의 핵심 임원에 대한 부당지시 의혹이 담겨 진위 논란으로까지 번졌다. 그런데 KFI 직원들은 문제를 외부로 고발한 내부 직원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며 고발 배경의 진정성을 의심하고 있다. 어찌 된 영문인지 <FPN/소방방재신문>이 집중취재했다. 

 

“시험이 잘못됐다”… KFI의 황당한 실수

지난달 27일 KFI는 A 사가 신청한 지하소화장치함(소화전함)의 성능인증 시험을 긴급 중지하고 재시험에 들어갔다. 제품의 내구성을 확인하는 노화 시험 중 시험기기가 제대로 운용되지 않은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기 때문이다. 

 

▲ 실제 전통시장 바닥에 설치돼 있는 지하소화장치함의 모습  © 최영 기자


'지하소화장치함'은 지하에 매립돼 소방호스 등의 방수용 기구를 보관할 수 있는 함이다. 전통시장이나 소방차 진입 불가 지역 등에서 발생하는 화재 시 주변 관계인이 빠르게 화재를 진압할 수 있도록 바닥 속에 설치하는 비상소화장치 종류 중 하나다.

 

전통시장이나 좁은 골목길 등에 전용함을 세워 설치하는 일반적인 비상소화장치와 달리 바닥에 매립된다는 게 큰 차이다. 최근 들어 지하소화장치함은 서울과 부산 일대 화재 취약지역에 대량으로 설치되는 등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지하소화장치함의 경우 지난해 6월 23일 관련 성능인증 기준(소화전함)이 마련되면서 인증품을 의무사용해야 한다. 이에 앞서 소방청은 2018년 6월 27일 비상소화장치함은 성능인증품을 쓰도록 법규(소방기본법 시행규칙)를 고친 바 있다.

 

최근 KFI의 성능인증 과정에서 시험기기 운용 잘못으로 피해를 입은 A 사는 법규 개정 이후 증가하는 제품 수요에 맞춰 올해 2월부터 성능인증을 추진해 왔던 것으로 확인된다. 이 과정에서 수차례 보완을 거쳐 마지막 시험인 노화 시험만을 남겨둔 상태였다. 

 

지하소화장치함의 노화 시험은 약 50℃에서 30일간 제품을 방치한 뒤 문을 개방할 때의 힘이 110N 이하인지를 테스트하는 시험이다. A 사에 따르면 시험기기에 제품을 투입한 날짜는 4월 26일로 한 달 뒤인 5월 27일 시험기기를 개방해 성능을 확인하면 테스트가 끝나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27일 KFI 감사실은 시험인증부서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부실하게 진행된다는 고발이 있었기 때문이다. 감사실 조사결과에 따르면 A 사의 지하소화장치함에 대한 노화 시험은 실제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원인은 시험 진행 담당자가 시험기기 조작을 잘못했다는 것. 

 

▲ 조작을 잘못해 문제가 발생한 노화시험용 기기  © 최영 기자


KFI에 따르면 노화 시험은 관련 규정에서 정한 온도 값인 50℃를 30일 동안 유지해야 한다. 그런데 시험 담당자가 기기 가동 시간 설정을 30일이 아닌 24시간(하루)으로 운용하면서 온도 설정이 지속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실 관계자는 “조사결과 실제 정상 온도값에서 시험이 진행된 날은 불과 7일밖에 안 됐던 것으로 밝혀졌다”고 전했다.

 

<FPN/소방방재신문>은 지난 20일 실제 시험을 진행한 담당자를 직접 만나 문제가 발생한 경위를 물었다. 그러자 담당자는 “시험기를 24시간인지 30일로 돌아가는지 정확히 체크를 안 하고 가동시키는 실수를 했다”며 “좀 더 체크를 잘했으면 됐는데, 앞으로 조심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KFI의 시험 담당자 실수로 인해 A 사는 30일이 걸리는 노화시험을 다시 진행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인증 획득 시기에 맞춰 제품 생산을 준비 중이던 A 사는 “KFI의 과실로 왜 업체가 피해를 봐야 하냐”며 강하게 반발했다. 

 

그러자 KFI는 ‘시험 중 정전과 시험장치 이상 등으로 시험이 지연됐다’는 내용을 담은 공문을 A 사와 수요기관 등에 발송해 주는 등 수습에 나섰다.

 

내부 고발로 밝혀진 부실 시험… 무슨 일 있었나

KFI에 따르면 시험에 문제가 생긴 이유는 시험 담당자가 기기를 잘못 조작했던 게 원인으로 밝혀졌다. 이와 관련해 KFI는 최근 해당 직원(견책)과 팀장(서면경고), 담당부서장(구두경고) 등 3명에게 징계를 내린 것으로 확인됐다.

 

이 같은 문제가 드러날 수 있었던 건 내부 고발자가 문제를 제보했기 때문이다. 이 고발은 A 사의 노화시험 완료 시점을 하루 앞두고 이뤄졌다. 

 

KFI 주요 임원의 지시로 A 사 제품에 대한 시험을 제대로 진행하지 않은 채 인증을 내주려 한다며 시험기의 이상 상태 등 구체적 증거 자료를 제시한 것으로 파악된다. 즉 모 임원이 A 사의 인증을 내주려고 부당한 지시를 했다는 내용이다. 

 

이 고발 자료에는 A 사 제품의 시험 당시 모습과 멈춰진 시험기기의 사진, 시험 담당자들의 성명까지 상세하게 적혀 있다. 이 같은 고발은 KFI의 내부 직원이 알 수 없는 외부 인물에게 전달한 뒤 특정 인물이 KFI 원장에게 직접 휴대폰 메신저를 통해 제보한 것으로 확인된다.

 

부당한 지시를 했다고 지목받은 해당 임원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관련 고발 내용에 대해 그는 “부당한 지시를 한 적이 없을뿐더러 있을 수도 없는 일”이라며 일축했다. 그러면서 “고발 내용에 내가 들어가지 않으면 비리 건이 되지 않으니 이런 일을 벌인 것 같다. KFI에서 한평생 몸담으면서 부당한 일을 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는데 황당하기만 하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도대체 왜”… 이해 못 할 고발자 행동과 커지는 의혹들

이번 부실 시험 사실이 밝혀진 건 다행인 일이다. 하마터면 제대로 된 시험조차 받지 않은 제품이 인증을 받을 수도 있었던 상황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KFI 내부에선 내부 고발자의 행동을 두고 크게 술렁이고 있다. 문제를 외부인에게 제보하는 과정에 석연치 않은 점이 많다는 이유에서다. 고발 내용에선 KFI 임원의 지시로 A 사가 특혜를 받은 것처럼 돼 있지만 이면에는 다른 의도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온다.

 

현재 지하소화장치함의 성능인증을 받은 업체는 B 사 단 한 곳이다. 이 업체는 지난해 8월 최초로 지하소화장치함의 성능인증을 받아 관련 시장을 독점해 오고 있다. 

 

최근 들어 서울과 부산 등 각 지자체에선 제품값만 2천 만원에 달하는 이 지하소화장치함의 구매 또는 공사를 위한 입찰에 한창이다. 따라서 후발 주자인 A 사가 인증을 받을 경우 관련 시장은 경쟁 체제로 접어들 수밖에 없다. A 사의 인증이 늦어질수록 B 사는 관련 시장의 독점 체제를 오래 유지할 수 있는 셈이다.

 

▲ 나라장터에 올라오고 있는 지하소화장치함 입찰공고 목록을 보면 서울을 중심으로 여러 건의 계약 입찰이 진행되고 있음이 확인된다.  © FPN


이 같은 의혹이 제기되는 배경은 KFI 내부 고발자의 이해 못 할 행동들 때문이다. KFI의 내부 고발자가 알 수 없는 외부 인물에게 부실 시험 사실을 알려 KFI 원장에게 최종 전달된 고발 내용에는 여러 장의 사진이 존재한다. 시험기기가 멈춰선 모습이 담긴 사진은 5월 9일과 13일 각각 촬영됐다. 고발이 이뤄진 5월 27일보다 18일이나 앞서 시험기기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내부 고발자가 알았다는 얘기다.

 

하지만 내부 고발자는 이 문제를 즉시 바로잡지 않고 A 사의 성능인증 완료 시기가 임박해 문제를 제기했다. 통상 시험 도중 문을 열면 안 되는 시험기기를 개방해 사진을 찍기도 했다.

 

이를 두고 KFI 내부에선 “관련 시험이 잘못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동료 직원에게 알려주거나 바로잡지 않고 마치 무슨 증거를 수집하듯 수차례 확인한 건 같은 조직 내 구성원으로서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또 다른 KFI 관계자는 “시험기기를 잘못 조작한 직원은 입사한 지 1년 6개월 정도밖에 안 됐고 고발자와 함께 근무까지 했던 직원이다”며 “까마득한 후배 직원이 일을 잘못하고 있으면 알려주는 게 일반적인 선배의 모습인데 이렇게까지 한 이유를 전혀 모르겠다”고 의아해했다.

 

고발자는 시험을 진행하는 ‘시험인증부’ 소속 직원이 아니라 ‘제품검사부’ 소속인 것으로 확인됐다. 시험실의 출입이나 시험 상태를 살펴볼 이유가 없는 부서에 있었다는 얘기다. 그런데도 주기적으로 A 사의 시험 상황을 살폈고 문제를 발견한 뒤에는 이를 즉시 바로 잡지 않았다는 사실을 이해할 수 없다는 게 KFI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고발자는 지하소화장치함의 성능인증을 최초로 받은 B 사의 시험에 관여하기도 했던 인물이다. 경쟁 업체인 B 사의 편에 서서 A 업체의 인증 과정을 감시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는 배경이다. 

 

일각에선 내부 임원의 비리라고 주장한 고발 내용을 수사기관이나 감사원 등 공적 기관에 신고하지 않았다는 점도 의문점 중 하나로 보고 있다. 

 

<FPN/소방방재신문>은 이런 의혹들에 대한 고발자의 입장을 듣기 위해 수차례 연락을 시도했지만 받지 않았다. 지난 10일 기자는 경기도 용인에 소재한 KFI 본사를 찾아가 출근 이전 시간부터 고발자를 기다린 끝에 그를 직접 만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는 “할 말이 없다”며 만남을 피했다. 

 

▲ 지난 10일 기술원의 내부 고발자로부터 입장을 들어보기 위해 직접 찾아갔지만 대화에 응해주지 않았다.  © 최영 기자


이후 6월 18일 각 의혹에 대한 상세 내용을 설명하는 문건 등을 카카오톡으로 발송하고 6월 21일까지 답변을 요청했지만 끝내 고발자는 메시지를 읽고도 답하지 않았다.

 

▲ 기술원의 내부 고발자에게 보낸 카카오톡 메시지에는 메시지를 읽은 것으로 나타나지만 답변은 없었다.  © FPN


국내 최대 법무법인 인사의 이상한 고발

이번 내부 고발 과정에서의 의문점은 또 있다. 텔레그램 메시지로 관련 제보를 건넨 외부 인사가 무슨 이유로, 누구에게 자료를 받아 KFI 원장에게 문제를 제기했는지가 확인되지 않는다. 

 

<FPN/소방방재신문> 취재결과 이 인사는 과거 청와대 행정관과 국회의원 보좌관을 지내는 등 정치 분야에서 오랜 기간 몸담아 온 인물로 파악된다.

 

지금은 국내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모 법무법인에서 입법ㆍGR(Government Relations)ㆍ규제컨설팅 분야 전문위원으로 일하고 있다. 현재는 정부 등을 감시ㆍ감독하는 국회 또는 정부 기관에 속한 인물이 아니다.

 

KFI의 업무 등 이번 문제와 이해관계가 전혀 없는 것으로 보이는 해당 인사가 관련 고발 내용을 무슨 이유에서 KFI 원장에게 보냈는지를 알 수가 없는 상황이다.

 

특히 법무법인 소속 인사가 해당 고발 내용을 왜 KFI 원장에게 보냈고 누구로부터, 어떤 목적으로 전달받았는지에 대한 의문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KFI 직원으로부터 내용을 받았는지, 유착 의혹을 받는 업체 관계자로부터 받았는지에 따라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또 문제 제기 배경이 무엇인지에 따라 KFI의 내부 고발자가 받는 의혹과 무관하지 않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더 이상한 건 해당 인사가 KFI 원장에게 텔레그램 메시지를 보낸 뒤 얼마 지나지 않아 이를 삭제했다는 점이다. 

 

<FPN/소방방재신문>은 해당 설명을 듣기 위해 관련 인사의 휴대폰과 사무실 등으로 연락을 시도하고 10일에는 관련 법무법인 본사로 찾아가기도 했지만 만날 수 없었다. 

 

▲ 지난 10일 법무법인을 찾아가 기술원의 문제를 고발한 인사를 만나려고 했지만 만날 수 없었다.  © FPN


지난 18일에는 관련 의혹들에 대한 상세 설명과 함께 ▲문제 제기 배경 ▲KFI 내부 고발자에 대한 의혹 인지 여부 ▲정보 제공자 ▲텔레그램 메시지 발송 후 삭제 이유 등의 질문을 담은 문건을 이메일, 문자메시지, 카카오톡으로 보내고 21일까지 답변을 요청했다. 19일 오전 7시 57분 이메일을 읽은 것으로 확인되지만 끝내 답변을 받지는 못했다.

 

▲ 제보자인 법무법인 인사에게 보낸 이메일의 수신 확인 내역을 보면 6월 19일 오전 내용을 읽은 것으로 표시된다.  © FPN


의혹 대상 기업은 ‘부정’… 꼬리에 꼬리 무는 의혹들

내부 고발자와의 관계성을 의심받는 B 사 측은 제기되는 의혹에 대해 강하게 부인했다. 내부 고발자가 누군지는 알고 있지만 그와 관계는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오히려 A 사와 KFI의 유착 의혹을 제기했다. 

 

B 사 대표는 “오히려 KFI에 있는 높은 분들이 A 사와 유착돼 있을 거라고 강하게 의심을 한다”며 지난해 지하소화장치함의 성능인증 직후 겪은 일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그는 “작년에 인증서를 처음 받았을 때 KFI에서는 인증서를 자진 반납해 달라고 했었다”며 “지금 와보면 그때 당시 우리 인증을 취하하려고 주도했던 분들이 지금 똑같은 행태를 하고 있어 강하게 의심이 든다”고 말했다.

 

B 사 대표에 따르면 KFI는 지난해 B 사가 지하소화장치함의 인증을 득한 직후 이를 자진 취하하라고 요구했다. 그러다 소방청에 부당성에 대한 민원을 제기해 해석이 내려지면서 자진 취하를 면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B 사 대표는 “법조문을 해석하는 데 있어 조금씩 다를 수 있는데도 이를 문제 삼았었고 결국 소방청에서 KFI가 잘못됐다고 인정을 해 취하하지 않았다”며 “그때 문제를 처음으로 제기했던 사람이 지금 논란의 한복판에 있는 사람”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KFI가 A 업체와 관련해 생성한 공문 등을 문제 삼았다. <FPN/소방방재신문> 취재결과 실제 KFI는 A 사 지하소화장치함의 성능인증 시험과 관련해 두 차례의 공문을 생성한 것으로 확인됐다.

 

5월 20일 A 사에 보낸 공문에는 ‘지하소화장치 인증 완료일자 요청 건에 따른 회신’이라는 제목이 적혀 있다. 본문에는 ‘귀 사에서 문의하신 “지하소화장치 인증 완료 일자 회신 요청”과 관련하여 현재 진행 중인 귀사의 지하소화장치함이 성능인증에 부적합 사항이 없을 시 2024. 05. 27까지 인증 승인이 가능함을 알려드리오니 업무에 참고하시기 바랍니다’라는 내용이 담겼다.

 

두 번째 공문은 5월 31일 A 사와 지자체, 소방서 등으로 발송됐다. ‘지하소화장치함의 성능인증시험 진행 안내’라는 제목의 이 공문에는 A 사가 ‘소방산업대상에서 소방청장상을 수상하는 등 소방산업진흥에 노력하는 소방산업체’라며 ‘A 사가 신청한 지하소화장치는 총 11개 시험항목을 진행해 10개 시험 항목은 완료했고 나머지 노화 시험을 진행하는 중에 정전과 시험장치의 이상 등으로 시험이 지연됐으며 인증 처리기한인 6월 27일까지 성능인증 시험이 완료됨을 알려드리니 업무에 참고하시기 바랍니다’라는 내용이 적혀 있다.

 

B 사 대표는 “KFI가 A 사를 찬양하는 내용의 말도 안 되는 공문을 보냈다”며 “오히려 A 사가 KFI에 있는 높은 분들과 유착돼 있을 거로 의심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A 사는 소방 관련 일을 한 지 10년 이상 됐고 그 안에는 KFI와 소방청 퇴직자도 있다고 하더라. 그럼 그 관계는 당연한 거 아니겠냐”고 말했다.

 

KFI 관계자는 이러한 공문들의 문제성을 부정하고 있다. 첫 번째 공문은 발송 10일 전 A 사가 요청한 공문에 대해 회신한 것이고 두 번째 공문은 KFI가 시험을 잘못한 문제로 인해 업체 피해가 발생할 수밖에 없어 이를 최소화해주기 위한 책임적 측면에서 조치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 A 사가 보낸 공문과 기술원의 회신 공문(첫 번째 공문)  © FPN

 

KFI의 관계자는 “KFI는 소방 검인증의 업무를 맡고 있지만 소방산업진흥 업무도 수행하는 기관”이라며 “관련 산업체에 애로가 있다거나 요청이 있다면 법규 등 원칙 아래에 최대한 편의를 봐주려고 노력하고 고려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두 번째 공문에 대해서는 “시험기기를 잘못 조작한 문제로 왜 업체가 피해를 봐야 하는지 강한 항의가 있었다”며 “과실을 일으킨 부분을 부정할 수 없어 최소한의 도리 차원에서 시행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 한국소방산업기술원이 시험기 오조작 문제 발생 후 해당 피해 기업과 수요기관에 보낸 공문   © FPN

 

쏟아지는 의혹에 KFI ‘아수라장’… “진실 밝혀야”

이번 사건을 두고 쏟아져 나온 의혹과 논란 속에 KFI 내부는 그야말로 혼돈의 도가니다. 내부 고발자의 이해할 수 없는 행동과 고발 내용 탓에 서로 간의 의심과 불신은 커져만 가고 있다.

 

KFI의 한 관계자는 “지금까지 KFI의 내부 직원이 이런 일을 벌인 적은 없었다”며 “한 직장에서 일하는 동료들 간 신뢰가 처참하게 무너져버린 상황이다”고 귀띔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관련 소문이 다 퍼지면서 굉장히 혼란스러운 분위기다”며 “업체와의 유착설까지 나오면서 KFI 전체에 대한 신뢰에 영향을 미치진 않을까 걱정하는 이들이 많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다른 관계자는 “내가 잘못하면 내 선ㆍ후배가 나를 이렇게 할 수도 있다는 의구심을 품게 되면 직원들은 점점 자기 일을 감추고 맡은 일 외에는 안 하려고 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질 것”이라며 “서로 간의 믿음이 없어지게 될 앞날이 가장 두렵다”고 했다.

 

내부의 불신감을 정화하기 위해서라도 관련 의혹에 대한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한 관계자는 “내부 고발자가 정말 공익제보자인지, 다른 의도가 있었는지를 제대로 밝히지 않는다면 직원들 간의 불신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며 “소방청이 감사를 벌이든, 수사기관이 개입하든 어떤 방법으로든 진실을 밝혀야 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최영 기자 young@fpn119.co.kr

[인터뷰]
[인터뷰] 김종길 “소방 분야 발전 위해선 업체들도 역량 키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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