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년간 휴대폰, 노트북, 전기차 등의 전자기기와 전기설비의 수요가 급증하면서 이들 기기에 사용되는 배터리의 생산도 증가하고 있다. 특히 리튬 금속을 이용한 리튬이온 배터리가 주로 사용되면서 이로 인한 다양한 재난 유형과 대응 방법이 중요하게 대두되고 있다.
리튬전지는 우리나라 위험물안전관리법상 제3류 위험물로 지정돼 있지 않다. 하지만 리튬(Li) 금속 등을 이용해 제작되기 때문에 그 화재는 분명 특수 재난 유형에 속한다. 이에 따라 리튬전지 배터리 화재는 일반 화재와는 다르게 접근해야 한다.
문제는 이런 금속화재의 진압이 매우 어려운 유형의 사고라는 점이다. 전이금속(아연, 망간, 철, 코발트 등), 전이후금속(알루미늄, 주석 등) 그리고 합금금속(마그네슘 합금, 알루미늄 합금 등)의 경우 용융된 적열 상태에서 물과 접촉하면 가연성 수소 가스와 열 방출, 용융 액체 금속의 튐 현상 등으로 인해 화재 폭발의 위험이 크다.
알칼리(토)금속의 경우 점화되지 않은 상태에서도 물과 접촉하면 수소 가스와 엄청난 열을 방출한다. 언제든 화재 폭발의 위험을 일으킬 수 있다는 얘기다. 이처럼 금속 화재의 소화 방법은 금속 종류에 따라 차별화된 접근이 반드시 필요하다.
다양한 금속 화재 진압 시 물을 피해야 한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상황에 따라 물을 활용할 필요가 있는 차별화된 대응 절차와 기술이 요구되는 이유다.
실제 리튬 금속을 이용해 배터리를 만드는 많은 기업들은 비교적 단순하면서도 확실한 위험 제거방식을 준용하고 있다. 생산 과정에서 나타나는 제품의 불안정 또는 자체 점화 등 불량이 발생하면 신속하게 대형 수조(물)에 담가 리튬 자체의 화재 폭발 위험성을 강제로 종결시키는 방식이다. 퀜칭(quenching)이라 부르는 이 대처법은 원천적인 위험을 확실히 제거하는 방법이다.
퀜칭은 여러 화학물질을 취급하는 유기합성 실험실에서도 사용되고 있다. 유기용매 잔류 미세수분 제거를 위해 나트륨(Na) 금속 등을 사용해 정제작업을 한 뒤 사용한 나트륨 금속을 안전하게 제거하는 방식에도 쓰인다.
이와 같은 산업 현장뿐 아니라 소방의 대응에서도 차별화된 기술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리튬(Li) 알칼리금속의 경우 화재 현장에서는 구획을 철저히 지정한 뒤 다량의 물을 이용해 연소 확대를 저지하고 초진 후에는 방호활동 이격거리를 충분히 확보해 섬세한 물 주수로 잔류 알칼리(토)금속의 반응성을 강제로 퀜칭하는 등의 조치로 위험성을 제거해야 한다.
소방청에서는 리튬 배터리 화재와 같은 특수 재난 현장의 특성을 극복하기 위해 지휘관 자격 인증제 운영과 전국 Hazmat 대응부서의 교육과 훈련으로 특수화재 현장 대응 기술을 향상시키고 있다. 앞으로는 금속 화재(D형)에 대한 정의를 확립하고 소화기 기준이 보다 실질적이고 금속류별 차별화된 기준으로 수정, 개선돼야 할 것이다.
조철희 국립소방연구원 소방경(화공학박사) <저작권자 ⓒ FPN(소방방재신문사ㆍ119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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