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잇따른 화재를 보며 소방업무 종사자로서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다. 특히 화재 초기 단계에서 화재감지기나 스프링클러 등 소화설비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아 막대한 피해로 이어졌다는 언론 보도를 접할 땐 만약 소방시설이 정상 작동 또는 설치됐다면 피해를 최소화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매우 크다.
소방시설은 어떤 상황에서도 정상 작동될 수 있도록 정기적인 점검과 유지관리가 필요하다. 그 목적을 실현하기 위해 소방시설 자체점검제도가 시행되고 있다. 이 제도는 소방대상물 관계인이 소방시설을 스스로 점검하면서 유지ㆍ관리하거나 소방시설관리업체에 의뢰한 뒤 정기 점검해 소방시설 성능을 확보하려는 취지에서 도입됐다.
‘소방법’ 제정 이후 소방시설 점검 등은 소방검사란 제도에 의해 소방관서에서 시행됐고 건축물의 고층화와 지하화, 대형화가 이뤄지면서 다양한 소방시설이 설치됐다. 이후 체계적인 안전관리와 소방시설 점검 전문가 필요성 등이 대두되면서 1983년 12월 자체점검제도가 도입됐다.
1994년 10월에는 점검업체에 의한 의무 점검제도가 시행됐고 이후 여러 차례 법령이 개정되면서 현재에 이르렀다.
이 제도는 소방관서와 소방대상물 관계인, 소방시설관리업체가 공동으로 노력해 각자의 의무를 충실히 이행해야만 법령의 목적이 달성될 수 있도록 설계됐다.
관계인 또는 관리업체가 점검하고 고장 등 시설 개선 사항에 대해선 관계인이 이행계획서를 작성해 소방관서에 제출하고 시정해야 한다. 소방관서는 화재안전특별조사 계획 등에 따라 확인(표본)해야 한다. 다시 말해 각각의 주체가 법령에 따른 의무를 충실히 이행해야만 소방시설의 상시 정상 작동이 가능해진다. 이를 통해 화재 피해 최소화에 한 발 더 다가갈 수 있을 거다.
그러나 건물 소유자 등 관계인에 의한 작동점검은 대부분 점검 장비나 전문성ㆍ점검 기술 부재로 형식적인 점검이 될 우려가 크다. 점검 과정에서 발견된 개선 사항이 비용 문제 등으로 인해 방치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우리는 여러 사고를 통해 화재 시 엄청난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걸 경험했다.
지난 30년간 화재 피해 최소화를 실현하기 위해 정부와 소방대상물 관계인, 소방시설관리업체가 함께 노력해 온 소방시설 자체점검제도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 이 분야 전문가로서 의견을 제시한다. 첫째, ‘점검-시설 개선-확인’이란 삼각 시스템이 바르게 작동될 수 있도록 보완이 필요하다.
둘째, 현행 제도 중 점검 결과에 따른 관계인의 이행계획서 작성ㆍ제출이 시설의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제도가 보완돼야 한다. 셋째, 현장과 조화롭지 못하거나 제도의 취지를 저해하는 법령에 대한 정비가 필요하다. 넷째, 소방시설 점검 품질의 향상과 유능한 점검 인력 확보의 첫걸음은 표준자체점검비 준수에 있으므로 이를 준수할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
그간 소방시설 자체점검 시행을 통해 소방시설 정상화 등 많은 긍정적 변화가 있었다고 판단된다. 앞으로도 자체점검제도가 지속적인 발전을 통해 국민 안전에 꼭 필요한 제도로 정착되길 바라며 소방점검기술자 역시 자긍심을 갖고 근무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길 기대해 본다.
이상환 한국소방시설리협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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