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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의 날 특집] 구급은 소방의 미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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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은영 기자 | 기사입력 2024/11/01 [10:00]

[소방의 날 특집] 구급은 소방의 미래다

유은영 기자 | 입력 : 2024/11/01 [10:00]


제62주년 소방의 날을 맞아 <119플러스>는 고민에 빠졌다. 어떤 주제로 특집을 준비해야 많은 소방관분의 공감을 받을 수 있을지 회의에 회의를 거듭했다. 그러다 일선 소방관들에게 가장 많이 듣는 말에 주목하기로 했다.

 

“구급대원만큼 고생하시는 분들이 없어요”

- 경방대원 A 씨

 

“코로나19 팬데믹 때보다 지금 상황이 더 안 좋은데 

말해도 들어주질 않고 회의감이 들어요”

- 구급대원 B 씨

 

소방이 국민으로부터 이토록 사랑과 지지를 받을 수 있던 가장 큰 이유는 ‘119구급대원’이 아닐까. 내가 위험에 처했을 때나 아플 때 가장 먼저 달려와 안심시키는 그들이 있기에 국민 모두는 119에 대한 신뢰로 가득하다.

 

고령화로 접어든 대한민국에서 소방, 그중에서도 구급은 날이 갈수록 더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선택한 이번 소방의 날 특집의 주제는 ‘구급은 소방의 미래다’다. 구급 분야에서 중간 관리자 정도 되는 8분의 구급대원을 모셨다. 

 

계급, 자격, 근무 햇수를 제외하곤 모두 블라인드한다. 생각보다 많은 분이 선뜻 참여 의사를 밝혔다. 그동안 쌓인 게 많았던 터라 쏟아낼 곳이 필요했는지도 모르겠다. 문득 ‘멜로가 체질’이라는 드라마 OST인 가수 권진아 ‘위로’의 한 구절이 떠오른다. 

 

나의 어제에 그대가 있고

나의 오늘에 그대가 있고

나의 내일에 그대가 있다

그댄 나의 미래다

-권진아, 위로♪ 

 

계급/구급대원으로서의 자격 현황/구급대원 근무 햇수
소방장/응급구조사 1급/18년 소방위/응급구조사 1급/19년 소방장/응급구조사 1급/13년
소방장/응급구조사 1급/13년 소방위/응급구조사 1급/15년 소방위/응급구조사 1급/18년 9개월
소방위/응급구조사 1급/16년 소방교/간호사/7년  

 

1. 끊이지 않는 구급대원 폭언ㆍ폭행ㆍ성희롱 등으로 구급대원의 몸과 마음이 멍들고 있다. 구급활동 방해 행위에 대해 강화된 처벌이 무관용 원칙에 따라 이뤄지고 있으나 여전히 위험을 감수하면서 구급차를 타고 있다. 획기적인 개선 방안이 없을까.

구급 현장은 무형과 인적(사람)을 동시에 대응하기에 많은 경험과 지식이 동시에 필요하다. 가장 중요한 건 충분한 인력이 초기 단계에서부터 투입돼 현장 통제가 이뤄져야 한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① 초기 신고 접보ㆍ출동단계는 최소 인력 출동 ② 도착 이후 인력 필요에 대한 요청 ③ 경찰과 소방의 공동대응 역할 수행의 미흡 등으로 구급대원의 역할 부담이 크다. 

 

기본적인 현장 안전의 필요사항은 ‘초기 단계에 충분한 현장 인력 투입과 협력’이다. 조직 내 구급 현장 필요사항에 대한 자연스러운 인식개선과 당연한 지원 출동이라는 협력의식이 필요하다.

 

현재 ‘펌뷸런스 출동’으로 현장 지원이 이뤄지지만 여전히 ‘구급대원 눈치 보기’가 있다. 이를 처음부터 없애는 방안은 ① 신고 접보 시 충분한 현장 파악ㆍ출동 인력 편성 ② 경찰 등 현장 공동대응인력과 협력 ③ 펌뷸런스 출동에 대한 필요 인식개선이라고 생각한다.

 

‘소방대원은 제16조제1항에 따른 소방활동 또는 제16조의3제1항에 따른 생활안전활동을 방해하는 행위를 하는 사람에게 필요한 경고를 하고 그 행위로 인하여 사람의 생명ㆍ신체에 위해를 끼치거나 재산에 중대한 손해를 끼칠 우려가 있는 긴급한 경우에는 그 행위를 제지할 수 있다’

 

‘소방기본법’ 제27조의 2는 구급대원의 폭행피해를 예방하고자 신설된 조항이다. 이를 적극 활용하기 위해선 어느 정도의 방해 행위에 이르렀을 때 적용할 수 있는지, 어떠한 제지 행위까지 허용되는지 등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소방기관은 이 조항의 적극적인 활용을 유도하고 구급대원의 자의적인 확장 해석으로 국민의 법익을 침해하는 행위를 예방하려면 재정비를 통해 구체적 절차 규정을 마련해야 한다. 또 적용상 한계 또는 주의점에 대해 구급대원 대상 교육의 의무가 있다고 본다.

 

아울러 청에서는 구급대원을 폭언ㆍ폭행하는 행위는 단순 폭력 행위를 넘어 사회 공동체의 안전을 위협하는 중대한 범죄임을 알리고 가해자에 대해 무관용 원칙을 적용하는 홍보 문구나 영상 등을 제작해 꾸준하면서도 지속적인 대시민 홍보를 추진해야 한다.

 

안타깝게도 획기적인 개선 방안은 없다. 대부분 구급활동 방해는 주취 상태에서 일어나기 때문이다. 그나마 할 수 있는 방어적 대안을 찾는다면 비응급 상황일 경우 구급활동 방해 환자에 대해 이송을 거절하는 거다. 

 

또 구급활동 방해로 인한 이송 거절이 정당한 권리와 권한임을 법ㆍ제도ㆍ사회적으로 인정해야 한다. 즉 구급활동을 방해한 대가로 국가가 제공하는 응급의료서비스를 받지 못하게 사회적 권리를 박탈하는 거다. 전 국민에게 ‘주취 상태 또는 폭력적이고 가학적인 행동을 하면 구급차를 이용할 수 없다’는 인식이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말이다.

 

실제 구속 등의 확실한 처벌이 답이다. 민사까지 진행돼 금전적 배상을 받아야 사회적 인식이 바뀔 거다.

 

우린 교통법규를 위반했을 때 당연히 과태료를 내고 거기엔 관용이 적용되지 않는다. 구급대원에 대한 대국민적 홍보도 중요하지만 결국 강력한 법 적용만이 위험한 현장에서 구급대원을 보호할 수 있다. 관용이 없어야 한다.

 

강화된 처벌이 무관용 원칙으로 이뤄진다고는 하나 실질적으로 와 닿지 않는다. 현장에서 폭행을 당하면 광역수사대를 요청하긴 하지만 음주자 같은 사람의 폭언은 그냥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 처벌을 위한 절차(증거자료 수집, 동향 보고 등)가 복잡하다. 그냥 폭언을 듣고 넘기는 경우가 많다. 획기적인 개선 방안은 없다고 본다. 음주면 관용이 원칙인 우리나라의 현실이 아닐까.

 

지금까지 청이나 시도본부 차원에서 문제 해결을 위해 여러모로 노력해 왔다. 하지만 여전히 구급 관련 난제 중 하나다. 문제는 가해자에 대한 강력한 처벌이 없고 폭행 발생 후에도 대체할 인력이 없어 공가나 병가 사용이 원활하지 않다는 점이다. 업무 과중으로 대원 스스로 경미한 폭력에 대한 민감도가 떨어지고 폭력 행위를 한 가해자의 잘못인데도 조직 내부에서는 출동 대원에게 문제 원인을 찾으려는 귀인 오류가 발생한다는 게 문제다.

 

우리나라 음주문화가 개선되지 않는 한 구급대원 폭행 문제는 계속 발생할 거다. 올해 1월 대검찰청에선 일선 검찰청에 소방대원ㆍ응급의료인을 대상으로 한 폭력범죄에 엄정 대응하고 주취 감경을 배제할 것을 지시했다. 이는 구급대원을 대상으로 한 가해자에게 강력한 처벌을 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된 셈이라 추이를 지켜봐야 할 것 같다.

 

폭행 피해 이후 외상 후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대원을 위해 업무 대체 예비인력 확보, 폭력 행위 문제는 가해자에게 있음을 인식하고 피해 구급대원과 분리조치, 폭행 근절을 위한 홍보 활동 강화 등이 필요하다.

 

구급대원은 국민의 생명과 직결되는 직업군이다. 그 직업에 대한 국민 인식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구급대원은 복지국가를 위해 사용된 후 버려지는 도구로 계속 남을 거다. 선진국에서는 존경받는 직업군인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그저 불쌍하고 힘든 3D 직업으로 여겨진다.

 

개선되려면 구급대원을 함부로 할 수 없는 틀이 마련돼야 한다. 법적인 방어막과 국민 인식개선이 필요하다. 비용을 받지 않아 마음대로 불러도 되고 함부로 대해도 되는 존재가 아니다. 비응급과 단순주취자, 폭언, 폭행, 성희롱 등을 하는 분들에겐 응당 법적제재를 해야 한다고 본다.

 

 

2. 해결되지 않는 ‘응급실 뺑뺑이’ 문제. 해결 방안이 있다고 보나.

대한민국의 공공의료에 있어 119구급대원과 연결되는 ‘응급의료’ 부분에 대해 보건복지부, 의사회 등 의료 협의체가 바라보는 인식은 매우 ‘작다’. 소방청과 응급구조사협의회, 대한응급의학회의 적극적인 활동이 꼭 필요한 이유다.

 

의료파업 시작은 어쩔 수 없지만 현재의 문제는 ‘인력 부족’에서 시작됐다. 정부와 의료계의 ‘신속한 타협ㆍ정상화’, 병원 선정 시 강제력 권한 부여, 병원의 정당한 이유 없는 거부행위에 대한 강력한 제재 장치, 구급대원의 사기 진작 방안 제시 등이 필요하다.

 

소방에서 응급실 수용 곤란 문제해결은 힘들다. 전반적인 대한민국 응급의료체계 개선이 답이다. 경증환자의 응급실 이용을 억제하고 비응급환자 상담을 위해 더 전문적인 상담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최종치료 가능 의료기관과 소방의 유기적인 시스템 구축도 필요하다.

 

소방청은 Pre-KTAS 시행으로 구급대의 응급실 뺑뺑이가 전면 해소되길 기대하고 있지만 응급의료체계 목적 달성을 위한 한 부분에 불과하다. 여전히 지역병원들과 시스템적으로 소통되지 않는 게 현실이다.

 

응급실 규모에 따라 Pre-KTAS 등급을 의무적으로 수용시켜야 한다. 예를 들어 ‘지역응급의료센터 이상의 응급의료기관에서는 손상 부위에 상관없이 Pre-KTAS 2점 이상은 수용할 능력을 갖춰야 한다. 지역응급의료기관에서는 Pre-KTAS 3점 이하는 수용할 능력을 갖춰야 한다. 수용 후 진료가 불가능하면 병원에서 1차 응급처치 후 전원 보내는 것으로 한다’고 한다면 병원은 두 가지 선택지가 생긴다. 

 

응급실을 운영해 국가지원을 받으면서 병원과 지역사회에 이바지하겠다면 환자 수용 기반을 준비하고 반대라면 응급실 등급을 낮추거나 운영을 중단할 거다. 첫 번째라면 이상적인 상황이고 두 번째라면 운영을 포기하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다. 이때 병원평가점수 최저점→지원금 중단 등 패널티를 부여하면 된다.

 

병원은 이익을 추구하는 사업체다. 수익이 나지 않으면 내려고 노력하게 된다. 의료체계 붕괴를 걱정하기도 하는데 병원으로 흘러 들어가는 지원금을 공공의료로 돌리면서 국가에서 운영하는 병원을 거점병원으로 활용하면 해소할 수 있다고 본다.

 

이미 시스템이 망해서 앞으로 나아질 거란 기대가 되지 않는다. 의대 증원이 철회돼도 예전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 의문이다. 지방 의료에 비용을 쏟아야 한다. 구급대에서는 비응급 출동이라도 줄이도록 확실한 권한을 줘야 한다. 병원 간 전원이 원활하도록 민간구급차 정비도 필요하다.

 

Exhaustion(소진)이란 용어가 있다. 사람과 관련된 일을 하는 개인에게 일어날 수 있는 정서적 고갈과 감소한 업무 성취 등의 특징을 보이는 일종의 업무상 증후군을 말한다. 현 실정에서 응급의료체계를 하루아침에 바꿀 순 없기에 현실적으로 시행 가능한 구급대원에 대한 복지부터 차근차근 시행돼야 한다.

 

정말 힘들다. 솔직히 응급실 뺑뺑이보단 전화 뺑뺑이가 더 정확하다. 예전처럼 무조건 병원 응급실로 이송하는 게 아닌 수용 가능 여부를 확인한 후 병원으로 이송하는 시스템으로 바뀌었다. 정부도, 소방청도 병원 선정에 대한 문제가 없다고 한다. 실제 현장에서 환자를 접하고 이송하는 업무를 하는 구급대원은 전화 뺑뺑이로 출동 건마다 스트레스를 받는데…. 

 

구급대원 사기진작을 위해 이틀의 특별휴가를 준다고 한다. 언론사ㆍ기자들을 구급차 내에 동승(촬영)시켜 현 병원 선정ㆍ구급 이송의 실태를 계속 알리는 방법이 최선이지 않을까.

 

‘응급실 유선상 진료 거부’가 훨씬 더 명확한 표현이다. 갈 수 있는 병원이 없다. 무력감과 피로감을 매일 느낀다. 구급대원의 현실을 정확히 인지하지 못하는 소방청과의 괴리에서 오는 문제일지도 모르겠다. 정부와 소방청이 실제 현장에서 체감하는 것과 결을 달리하고 있다는 데에 많은 구급대원이 배신감을 느꼈을 거다. 소방청 발표와는 다르게 현장 대원들은 고군분투 중이다. 소방청 주장대로라면 초기에 적합한 의료기관을 선정하지 못하는 능력 없는 구급대원이 된다. 우릴 더욱 지치게 만든다.

 

119종합상황실과 응급의료정보센터(1339) 기능을 통합하면서 가장 핵심 기능인 병원 간 전원조정 업무가 유명무실한 상황이 됐다. 전원조정이 안 돼 수용하지 않으려 한다. 조정해 줄 기관이 없어서다. 일각에서 응급의료정보센터가 부활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다.

 

119종합상황실과 구급상황관리센터에서 기존 응급의료정보센터 업무를 정확하게 이관해 오면 해결할 수 있다. 구급상황관리센터에서 전원조정 업무를 명확하게 처리하고 지역 내 의료기관 진료 한계를 파악한다면, 또 협의체를 통해 이런 안내가 이뤄진다면 의료공백 상황을 슬기롭게 헤쳐나갈 수 있지 않을까.

 

구급대원과 병원 간 하나의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 구급대원이 이송한 환자는 병원에서 치료받고 다시 사회로 복귀할 수 있도록 하나의 트랙이 만들어져야 한다. 환자에 적합한 병원이 자동으로 선정되고 거기서 진료를 보고 안 되면 전원해 제대로 치료받아야 하는데 그게 잘 안 된다. 병원 선정 시스템이 나아지지 않아 언제까지 환자를 떠안고 전전긍긍해야 하는지 답답하다.

 

3. 최근 샤워하느라 늦은 신고자에게 지적했다는 이유로 징계받은 구급대원을 두고 조직이 악성 민원으로부터 직원을 보호하지 않는다며 논란이 됐다. 구급대원 처우 개선을 위해 청 차원에서 어떤 부분이 바뀌어야 한다고 보나.

민원의 판단은 해당 공무원의 법령과 지침 위반 등의 확인을 통해 처리돼야 한다. 하지만 현장 대원의 특수성으로 많은 부분이 민원인과 마찰이 생길 순 있다. 이를 내부적으로 이해하며 수용하는 부분 없이 단순히 민원인 입장에서 내부 직원을 판단하는 일이 많다. 악성 민원에 대응하기 위한 별도 내부 조직이 필요하고 특수성의 관용을 통해 내부 직원 보호가 이뤄져야 한다. 

 

구급 출동은 소방활동 대부분을 차지하므로 민원에서 벗어날 수 없다. 따라서 민원 발생 시 상급부서의 대처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민원을 조속히 마무리 짓기 위한 ‘좋은 게 좋은 것’이라는 생각으로 진위를 확인하지 않고 구급대원에게 먼저 사과를 요구하거나 민원인에게 지나치게 저자세로 나가는 공무원 사상부터 고쳐야 한다. 

 

정당한 소방활동 상황에서 발생하는 민원에 대해선 인과관계를 확실히 따져 구급대원의 책임이 현저하지 않은 이상 징계를 남발해선 안 된다. 구급대원도 시민의 한 사람이라는 걸 상기하고 구급 수혜자 또한 성숙한 시민의식을 가질 수 있도록 지속적인 계도ㆍ홍보가 필요하다.

 

민원이 들어오면 어떤 방식으로든 결과물(징계)을 내야 한다는 구시대적인 사고방식을 버려야 한다. 공무원이 국민의 세금으로 먹고살지만 그 대가로 국민이 직접해야 하는 일을 대신 해주는 거지 ‘을’의 존재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사람과 사람이 하는 일이니 정확하게 잘잘못을 따지고 각자 입장을 판별해 중재해야 한다. “민원이 들어왔으니 액션을 취해야 한다(실제 본부 감찰반에서 한 말)”는 말도 안 되는 한 방향 소통은 사라져야 한다. 부디 소방청은 단호한 뜻을 표명해야 한다. 국민의 가까운 이웃이 되는 건 좋지만 호구가 되는 건 아닐지 생각해 볼 때다.

 

소방청은 어차피 민원 해결에 의지가 없으니 기대하지 않는다. 민원에 소극적인 소방청 간부들을 노조 차원에서 고소ㆍ고발해야 움직일 것 같다.

 

과거부터 어떤 민원이 발생하면 ‘우리 직원이 어떤 상황이었길래 저런 선택을 했지?’를 고민하고 직원 의견을 신뢰하면서 민원인의 잘못도 지적해야 하는데 내부적으로 조용히 해결하기 급급함이 느껴졌다. 민원이 발생했을 때 첫 단추부터 잘 선택해야 한다. 조직에서 직원에 대한 신뢰부터 갖춰야 한다.

 

구급대원으로 19년간 일하면서 처음이나 지금이나 구급대원의 위치는 변한 게 없다. 소방 출동 중 구급의 비율이 가장 높지만 대우는 가장 낮다. 구급을 원해서라기보다 어쩔 수 없이 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내근과 외근을 비교하면 내근이 힘들다고 한다. 내근과 구급을 비교하면 사람마다 생각이 다르지만 둘 다 힘들다고 한다(내근은 경제적 어려움, 구급은 출동이 많아 힘듦). 외근에서 화재와 구급을 비교하면 구급이 힘들다고 한다.

 

소방청 직원들은 다 내근이다. 진급을 위해 정책을 내야 하는 사람들이다. 진급해야 돈을 더 많이 받아서다. 어차피 누구나 돈을 벌기 위해 일하는 건 맞지만 현장에 관한 관심은 미약하다. 외근은 화재직원 대부분이 고참이다. 구급대원은 신임자나 연차가 낮은 후배가 많다. 구급대원의 처우가 개선될 수 없는 구조다. 구급을 빨리 내리는 게 나을 지경이다.

 

구급대원들은 심정지나 중증외상환자 처치보다 민원 압박이 더 심하다. 민원인들은 병원에 이송된 후 구급대원이 왜 적절하게 처치하지 못했는가에 대해 민원을 넣는다. 답변하면 구급대원의 말투, 태도, 행동 등에 대해 추가로 민원을 접수한다. 본인의 민원으로 구급대원이 얼마나 고통받을지 알면서 제기하기도 한다. 물론 구급대원이 현장에서 무조건 잘했다는 건 아니다. 일부 부적절한 언행이나 태도를 할 때도 있기 때문이다.

 

구급 관련 민원에 대해 우선 ‘환자는 응급이나 이에 준하는 증상에 해당하는 환자인가, 구급대원이 환자에 대한 평가와 처치를 적절히 제공했는가’를 판단하고 적절했다면 구급대원에게 책임을 물어선 안 된다. 조직에서 무조건 민원인의 의견만 듣지 말고 적법하게 업무를 처리했다면 징계받지 않도록 민원 대응 프로세스를 바꿔야 한다.

 

비슷한 경험이 있다. 복통이라는 신고가 접수돼 출동했으나 주소를 잘못 알려줘 환자 위치 파악이 안 됐다. 10통이 넘게 전화했지만 받지 않았고 상황실에서 전화번호를 조회해 겨우 위치를 찾아냈다. 도착하니 환자는 너무 멀쩡했다.

 

입원해야 한다며 이것저것 주섬주섬 챙기며 걸어 나오는 모습을 보고 이송하면서 “이 정도 통증이면 택시 타고 가셔도 된다”고 얘기했다가 민원이 들어왔다. 응급차를 불러놓고 응급하지 않으면서 친절하지 않았다고 민원을 넣고 다음날 환자 남편까지 민원을 넣는 등 악성 민원으로 힘들었다. 이런 상황에서 민원 발생 원인을 내부에서만 찾을 게 아니라 외부에서 문제점은 없는지, 개선 방법은 없는지 고민했으면 한다.

 

 

4. 이태원 압사 사고와 서울 시청역 교통사고 등 재난급 대형 사고에 따른 응급의료체계 강화 필요성이 날로 증가하고 있다. 변화하는 시대적 현상에 대비하기 위해 고민해야 할 과제를 꼽는다면.

재난이 다양화ㆍ복잡화됨에 따라 대응 기술과 지식 수준을 높여야 한다. 조직 발전을 위해선 ‘예산ㆍ인력, 조직 간 협력’이 필요하다. 정체된 부분을 해결하는 게 최우선이 아닐까.

 

이런 사고를 접하면서 직제 개편을 통한 구급대 분리가 필요하단 생각이다. ‘119구조ㆍ구급에 관한 법률’에는 모든 소방서마다 119구급대를 편성ㆍ운영토록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 구급대원들은 대부분 안전센터에 귀속돼 운영된다. 현재 구급대가 분리돼 운영되는 지역은 한정적이다. 잘 운영되던 구급대마저 결재권자의 영향력으로 흐지부지 사라져 버리는 게 현실이다.

 

대형 재난 발생 시 컨트롤 타워의 중요성은 누구나 알고 있지만 현재 지휘체계를 보면 구급에 대한 지식과 이해가 낮은 간부들이 구급 현장까지 지휘한다. 이태원 사고와 같은 사회적 재난이 또 발생한다면 일사불란한 활동을 위해서라도 구급 현장은 구급대원이 지휘해야 한다.

 

응급의료체계는 이미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다. 이제 변해야 하는 건 인식과 사회적 영향력이다. 우리 사회 단계에서 안전은 통제다. 통제하려면 파워(공권력)와 단호함이 필요하다. 육상의 응급의료체계를 책임지는 소방조직이 강한 통제가 필요한 재난에 대해 단호함을 보이지 않으니 아직도 불 끄고 있는 소방차 앞으로 시민이 사진을 찍으러 들어오고 주취자가 구급차 안에 무단으로 탑승하는 등의 일이 발생하는 거다.

 

사회적 인식을 바꿔야 한다. ‘특별법에 명시된 소방활동을 방해하면(통제를 따르지 않으면) 안전을 보장받을 수 없다’. 이 인식이 우선돼야 지금껏 쌓아 온 기술과 역량을 쏟아부을 수 있다. 앞으로 한발 더 나아가기 위해 ‘국민의 따뜻한 이웃’보다는 ‘국민의 안전을 지키는 강력한 조직’이 돼야 한다.

 

현장 경력이 없는 사람들이 자꾸 지휘관 보직을 맡다 보니 능력이 현저히 떨어진다. 현장을 충분히 경험한 사람이 통제단을 맡도록 개정돼야 한다. 또 대응단의 경우 필수로 구급대원에게 다수사상자 교육을 받도록 해야 한다.

 

단위 지역에서 응급환자 발생 시 효과적이면서 신속한 의료 제공을 위해 인력이나 시설, 장비 등이 유기적으로 배치되고 현장에서 적절한 응급처치를 시행한 후 신속ㆍ안전하게 환자를 치료 적합한 병원으로 이송, 연이어 도착한 병원에서는 응급의료진이 최선의 의료기술과 장비를 적용해 환자를 치료하도록 하는 이상적인 지원을 응급의료체계라고 한다.

 

환자 발생 후 주어진 시간 내에 최상의 응급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선 환자를 처음 대면하는 사람, 현장에 출동하는 구급대원, 구급상황관리센터, 응급실의 의료인, 응급실 이후 단계에 있는 각 임상과 의료인까지 모두 유기적으로 책임감 있는 자세와 훈련, 이해가 절실히 필요하다.

 

응급실에 빠르게 환자를 데리고 갔지만 도착 이후 시각부터 교통체증이 돼 버리는 모습을 많이 본다. 인근 병원에는 병실이 남아돌고 응급실이 한산하다면 그 지역 응급의료체계는 비효율적이라고 할 수 있다.

 

주요 응급처치를 응급실에서 모두 마쳤지만 이후 단계 처리가 매끄럽지 못해서 최종치료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그 또한 문제다. 응급의료체계는 수요와 공급의 경제원칙과 정확히 맞진 않는다. 그래서 정부와 지자체의 끊임없는 지원과 외국의 벤치마킹, 병원 운영자들의 응급의료체계에 대한 이해와 배려가 많이 필요하다. 응급의료 제공의 정확성과 활용에 대한 홍보, 119구급대원부터 의료진까지 지속적인 교육과 관심도 필요하다.

 

다수사상자 발생 재난도 마찬가지로 훈련을 통해 사고 관리체계를 조직하고 시행을 담당하는 모든 기관이 임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작은 재난으로 기억될지, 세계적으로 이목이 쏠린 대형 재난으로 기억될지는 모든 관계기관이 평소에 얼마나 관심을 두고 있느냐에 달려 있다.

 

전문적인 교육뿐 아니라 직원을 많이 확보해야 한다. 항상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식으로 흘러간다. 사고가 나기 전 훈련과 연습이 있어야 하지만 사고 후 잠깐만 그에 대한 훈련을 시행하려고 한다. 매일같이 훈련해 전문가로 양성해야 한다. 

 

재난 상황에서 구급대원을 지휘하거나 통솔할 조직이 전무하다. 현재 소방조직은 재난대응을 담당할 능력이 되는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긴급구조통제단 훈련 등을 참관하면 모든 초점은 화재와 구조에 국한된다. 아무리 훈련상황이라지만 응급의료소에서 환자가 다 나오지도 않았는데 종료되는 경우가 태반이다. 또 훈련 외적인 모습을 보여주기만 급급해 환자가 어떤 병원으로 이송됐는지 관심을 두지 않은 지 오래다.

 

화재ㆍ구조ㆍ구급 각 직렬엔 이질적인 부분이 존재한다. 구급 현장에서 환자 분류를 한 번도 안 해 본 사람이 어찌 현장지휘를 할 수 있겠는가. 일부 시도는 구급대를 분리해 운영하기도 한다. 훈련 시 구급대장이 임시의료소장을 맡아 본인의 역할을 명확히 알고 행한다. 소방 업무 전체에서 구급이 차지하는 비율을 따질 게 아니라 가장 많은 업무를 담당하는 구급대원의 지휘체계 확립이 매우 중요하다.

 

다수사상자 상황에서 소방은 우리가 하는 행위가 얼마나 보호받을 수 있는지 고민해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재난이나 다수사상자 현장은 의료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 응급처치 공급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그래서 흔히 재난 또는 다수사상자 현장을 출동부터 이미 실패한 작전, 피해를 최대한 막아보려고 노력하는 상황이라고 표현한다. 재난이라는 특수한 상황이라면 통제권을 늘려야 하고 한 사람이라도 살리기 위해 일시적으로라도 현장의 권한을 올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병원에 한 사람이 가는 것도 힘든데 그 재난에 수용이 힘들어지는 건 당연하다. 현장에 가장 먼저 도착하는 구급대원 업무범위는 한정적이라 환자를 살리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부족하다. 환자 한 명, 한 명 의료지도를 받아 가면서 언제 그 많은 사람을 살릴 수 있을까. 환자를 최대한의 효율로 살리는 것보다 환자 집계, 이송병원 등 행정이 우선시 되는 것 같아 아쉽다. 15분 내 50명을 옮긴다는 훈련이 과연 우리나라에서는 가능할지 의문이다. 그렇지 못한다면 큰 재난 현장에서는 사망자만 양산할 뿐이다.

 

5. 응급처치 후 법적 분쟁에 휘말린 적이 있나. 만약 이 같은 상황이 발생한다면 청이나 본부 차원의 지원은 충분히 이뤄지고 있는지 궁금하다.

없다. 현재 시도마다 변호사 출신 직원을 채용해 대응한다. 이는 시도 인력에 차이가 있어 정확한 답변은 어렵다. 하지만 ‘의료’라는 부분의 분쟁은 개인적인 처리가 어렵다. 조직 내 도움이 절실하므로 소송의 시작부터 적극적인 대응을 할 수 있는 인력이 꼭 필요하다.

 

없다. 현재 구급대원 대부분은 응급구조사 1급, 간호사로 구성된다. 이들은 의료적인 업무를 주로 행하는 직군으로 법률의 전문적인 해석과 이해도가 떨어져 법적 분쟁에 한계를 나타낼 수밖에 없다. 이와 관련해 소방청이나 본부에서는 법률 자문단 등을 구성하고 구급대원들이 소방활동 시 발생할 수 있는 법적 분쟁에 지속적인 법률 검토와 교육을 우선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직 없지만 기대도 안 한다.

 

없다. 법적 분쟁이 안 생기도록 수혜자나 보호자가 요구하는 내용을 최대한 다 해주려고 한다(구급발전을 위한 방법은 절대 아니다. 단지 민원이 걸리지 않으려는 19년간의 몸부림이다).

 

아직 없다. 하지만 작은 일이 터질 때마다 ‘과연 보호해 줄까? 우리 말을 들어줄까?’ 걱정부터 앞선다. SOP, 표준지침 등 매뉴얼을 들이밀며 사고ㆍ개선 사례 한 줄만 더 만들지 않을까?

 

 

6. 단순 이송만 담당하던 과거와 달리 현재 구급 업무는 우리나라 응급의료시스템에 있어 ‘병원 전 단계’라는 한 축을 담당할 정도로 중요해졌다. 구급 업무에 대한 인식개선과 위상을 높이려면 어떤 부분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보나.

구급대원은 전문적인 응급의료인이라는 홍보와 적극적으로 현장을 통제할 수 있는 법적인 권한이 필요하다.

 

소방출동 대부분은 구급 출동이 차지하는데도 구급에 대한 지원과 대우가 형편없는 게 사실이다. 이는 조직에서 중요한 결정을 할 수 있는 수뇌부가 구급 업무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고 과거 단순 이송을 담당하던 시절의 사고에 갇혀 있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하게 된다. 대내외적인 정책 홍보나 소방의 좋은 이미지를 위해서만 구급이 소모되는 것 같다. 

 

소방에서 정말 중요한 축을 담당하는 만큼 걸맞은 대우가 필요하다. 구급대를 센터에서 분리하고 좀 더 전문화된 하나의 조직으로 키워나갈 필요가 있다. 조직에서 위상이 높아지지 않는 이상 조직 밖에서 바라보는 구급대의 위상 또한 높아질리 만무하다. 구급대원으로 소방에 입문해 수십 년을 근무해도 구급대원으로서 마땅히 설 자리가 없다. 오랜 기간 쌓인 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후배를 양성하고 대내외적으로 전문화된 조직이 되려면 구급대 분리는 필수다. 

 

구급대 독립이 필요하다. 구급 업무는 의료행위에 가까우므로 소방조직에 어울리는 업무는 아니다. 다수 경방과 구조대원에게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하고 이해도가 떨어져 이격이 발생한다. 구급대원 비율은 전체 20%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상대적으로 적은 인원에 대한 인식이 개선되기 위해선 독립성이 중요하다. 더불어 최상급의 전문성도 필요하다.

 

전문성을 갖추려면 같은 업무를 하는 사람끼리 모여야 한다. 이 모든 건 구급대가 소방 내에서 하나의 독립된 기관으로 분리돼야 가능해진다. 소방서 내에서 구급과장-구급과-구급팀-구급대장-구급대의 형태로 일원화되는 독립 라인이 필요하다. 우선 기반을 만들어 놓고 그 안에서 품질관리와 교육, 능력향상이 이뤄져야 한다. 지금처럼 더부살이하는 사랑방 손님 같은 포지션으로는 인식개선도, 전문성 향상도 기대하기 어렵다.

 

구급대원 처우를 개선하려면 역으로 불평등을 외치는 경방 고인물들이 문제다. 노조 간부라는 사람들도 일 안 하는 경방 고인물들이 태반이라 구급대원 처우 개선이 더디다. 구급대 조직을 따로 분리해 운영하는 게 최선이지만 예산이 든다. 

 

구급대원을 대변해 줄 고위간부가 전혀 없다는 점도 문제다. 일정 이상의 보직에는 구급대원만 진급할 수 있도록 TO를 배정해야 한다. 스스로 자부심을 느끼고 살아야 하는데 공무원이 됐다고 공부도 안 하고 물에 물 탄 듯 살면서 입으로만 불만 많은 구급대원이 적지 않아 실망스럽다. 

 

구급대원 대부분은 임상을 거쳤기에 임상과 소방의 애로를 모두 알고 있다. 그러나 임상에 있는 의료진들은 병원 전 단계 경험이 없다. 모든 건 거기에서 시작되는 듯하다. 왜 구급대원이 이 정도로 처치할 수밖에 없는지 등에 대한 공감대가 전혀 형성되지 않는다. 실력이 없다고 인지할 때도 있다. 서로의 입장을 알 수 있는 워크숍이나 컨퍼런스가 자주 시행되면 좋겠다.

 

단순 이송만 해도 감사하다던 시절이 있었는데 지금은 그렇게 하면 민원이 걸릴 정도로 시대 상황이 바뀌었다. 구급대원은 1ㆍ2급 응급구조사와 간호사, 구급교육 정도로 분류된다. 그나마 1급이나 간호사의 경우 학교에서 교육을 받고 자격증이나 면허를 가지고 들어와 2급이나 구급교육을 받은 대원들보단 나을 수 있다. 하지만 사명감이 없고 열심히 하지 않으려는 1급이나 간호사는 2급보다 못하기도 한다. 그래도 월급은 똑같이 나온다.

 

구급대원이 부족하니 소방학교에서 잠깐 교육받고 2급 응급구조사 자격증을 딴 대원들을 바로 구급대원으로 투입한다. 그들이 과연 전문가일까. 일반 시민은 구급대원이 전문가라고 생각한다. 실력과 능력이 있고 일에 대한 긍지와 자부심이 강한 구급대원을 많이 뽑아야 한다.

 

그간 구급대는 양적 성장을 위해 노력해 왔지만 이젠 질적 성장을 해야 할 때다. 각 시도에서 구급대원의 승진은 매우 저조한 상황이다. 구급 현장을 경험하지 못한 지휘관이 구급대원을 지휘하는 건 매우 힘든 일이다. 실제 그들이 느끼는 고충이나 불만뿐 아니라 조직 내에서 어떤 소외감을 느끼는지 오롯이 받아들일 수 없다. ‘너희가 제일 고생이다’, ‘구급이 있어 소방 위상이 높아졌다’. 구급대원이라면 누구나 들어봤을 말이다. 말로만 할 게 아니라 승진하고 구급에 대한 지휘권을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또 모든 교육을 의사에게 의존하고 있다. 새로운 이론이나 의학지식이 생겼다면 의사에게 받는 게 맞지만 병원 전 단계에서 환자 처치나 장비 사용법, 팀워크 등은 스스로 만들고 개발해 나가야 한다. 소방청에서 구급대원 교육을 위한 구급전문교육사를 양성해 운영 중이다. 이젠 우리 스스로 직원들을 교육할 역량이 만들어지고 있다.

 

각 나라는 그 나라 특성에 맞는 교육들을 스스로 만들어가고 있다. 우리나라도 내년이면 응급의료체계가 구축된 지 30주년이 된다. 더는 다른 나라 프로그램을 들여올 게 아니라 우리 실정에 맞는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해 양질의 구급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얼마 전 이송하던 환자의 우심실 경색을 확인하고 호흡곤란이 있어 빠르게 수액을 주입했다. 의사가 수액을 적게 주라길래 상황을 설명하고 이송했는데 자기 말을 무시했다며 민원을 걸었다. 구급대원은 이송만 하는 사람들인데 왜 현장에서 진단을 내리냐는게 민원의 주 내용이다. 이런 인식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미국의 파라메딕 제도를 보며 병원 전 단계에서 우리 역할을 더 공고히 하고, 할 수 있는 범위를 늘리고, 충분하게 교육해야 한다. 그 결과 국민 건강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연구해야 한다. 좋은 결과가 나올 때 국민이 바라보는 구급대원 인식이 개선된다고 생각한다.

 

구급차는 일정 비용을 내고 이용해야 한다. 그 비용으로 자체 예산을 마련해 질 높은 응급처치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 환자가 생기면 병원에서 환자를 데려가려는 시스템이 만들어져야 한다. 환자는 빠르게 진료를 보고 사회로 복귀하는 일련의 과정이 잘 이뤄지는 정책을 바란다.

 

 

 

7. 과거 불만 끄던 조직에서 구조와 구급까지 아우르는 조직이 된 소방. 구급대원이자 소방관으로서 조직에 어떤 부분을 가장 바라고 변화를 기대하고 있나.

어느 조직이든 내가 속한 조직이 ‘강한’ 조직이길 원한다. 타 기관에 눌리지 않고 적극적인 행정력을 발휘하면서 현장에 강한 조직이 되길 바란다.

 

과거엔 ‘멀티 소방’이라며 개인에게 다양한 전문성을 요구했다. 하지만 앞으로는 한 분야에서 ‘특화된’, ‘전문화된’ 소방관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각자의 자리에서 좀 더 전문가가 돼야 한다. 각 분야에 대한 서로의 이해를 바탕으로 상호 존중하는 조직문화를 만들어 나가면 좋겠다. 

 

소방조직은 아직도 10년 전에 머물러 있다. 정치는 잘 모르지만 대한민국이 한강의 기적을 이뤄낸 건 수장이 각 분야 전문가에게 모든 걸 일임했기 때문이라고 들었다. 소방청에 똑같은 얘기를 하고 싶다. “모르면 아는 사람을 찾아 믿고 맡겨라. 제발 변화를 두려워하지 말아라”. 모든 사람이 소방청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진급 외엔 관심이 없다고 한다. 진급은 일선에서 하고 청에서는 더 잘 아는 사람을 찾아 더 많은 인센티브를 주고 더 많은 변화를 추구하길 간절히 바라본다.

 

이미 이 조직에 실망한 게 너무 많아 큰 기대도, 변화도 바라지 않는다. 다만 실적이 필요할 땐 이용하고 돈과 예산이 들어가는 일, 민원 같은 머리 아픈 일에는 외면해 버리는 현재 상황, 힘들고 피곤한 구급 업무에 막내들만 내보내는 조직문화, 악순환이 되풀이되는 지금 같은 상황을 끊어낼 의지가 있는지 궁금하다.

 

무슨 일이든 그 일에 대한 소신과 자긍심이 떨어진다면 이는 개인을 떠나 조직에도 상당히 위태롭다. 외부에서 보면 응급의료체계나 뺑뺑이 개선을 얘기하겠지만 실제 구급대원들이 바라는 건 내부에서부터 시작되는 처우 개선이다. 구급대원들이 내부에서 사기를 올리지 못한다면 아무리 외부적으로 개선되더라도 반복적인 자긍심 하락으로 열정을 잃지 않을까 싶다.

 

현재 소방은 구급 90, 구조 8, 화재 2%라고 본다. 화재 대원이 인원도 고참도 많다. 허드렛일은 구급이 다 한다. 화재나 구조 출동에 구급 차량은 거의 함께 출동한다. 

 

펌뷸런스 포함 구조ㆍ구급 수당이 10→20만원으로 인상됐다. 그러나 펌뷸런스 출동은 거의 없다. 활동도 거의 안 한다. 취지에 맞도록 인근에 구급차가 없다면 펌뷸런스를 출동시켜야 하지만 대부분 원거리 구급차가 출동한다. 펌뷸런스가 나가더라도 무전으로 “구급차 언제 오냐”만 묻는 게 현실이다. 구급 차량이 도착하면 본인들은 들어간다고 한다. 구급대원으로서 구조ㆍ구급 수당이 인상된 건 감사하다. 그보다도 구급대원에 대한 인센티브가 실질적으로 이뤄지면 좋겠다.

 

구급대원들이 많이 지쳐있다. 코로나19로 막힌 숨통이 종식되는 듯했으나 의료계 집단행동으로 심장에 혈관이 막힌 듯한 통증이 구급대 전반에 퍼져 있다. 앞서 언급한 것들에 대해 정책을 결정하는 분들께서 현직 구급대원의 의견이라고 생각하고 받아들일 게 있다면 정책에 반영해 주시면 좋을 것 같다. 또 구급대원의 의견에 세심히 귀 기울여 주시고 느끼는 문제점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주셨으면 한다. 소방청과 각 시도본부에서 잘못된 답변이나 구급대원과 결을 같이 하지 않는 해명은 오히려 반감만 일으킨다는 걸 명심해 주길 바란다.

 

소방의 모든 분야는 점점 세분되고 전문성이 커지고 있다. 특히 구급은 더 전문화됐다. 이를 인정받기 위해 소방에서도 구급의 특수성을 인정하고 분리해 생각할 수 있어야 한다. 멀티 소방관을 바랄 게 아니라 구급 업무 하나만으로도 출동의 70% 이상을 담당하는 주축으로 인정해주며 시스템 마련에 힘써야 한다. 행정적으로 구급대를 분리하고, 구급대장과 구급팀장을 두고, 구급교육센터를 만들어야 한다. 구급 관련 법 자문단을 두는 등의 독립적인 형태로 발전해 나가야 한다.

 

 

8. 못다 한 말이 있다면.

소방에 있어 구급 분야는 지식에 의한 경험이 매우 중요하다. 계속 발전해야 한다. 발전의 속도는 진압, 구조와 달리 매우 빠르게 진행돼야 한다. 구급 분야에 집중된 지원을 부탁드린다.

 

앞으로 소방청은 일방적이지 않은 정책, 즉 소통의 정책을 해야 한다. 매년 소방청에서 주관하는 심포지엄 워크숍 등이 매우 많은 거로 알고 있다. 하지만 정작 현장에 있는 대원들과 소통의 시간 없이 외부인사 특강이나 주제 발표로만 그쳐 아쉽다.

 

앞서 얘기했듯이 20%의 구급대원이 전체 출동의 70%를 나가고 있다. 이 문제가 개선되지 않는 이상 조직 내에서 구급은 언제까지나 제자리에 머물 수밖에 없다. 소방청이 문제를 인식했다면 해결하기 위해 노력했으면 좋겠다. 궁극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 이상 어떤 정책도 효과를 보지 못할 거다.

 

이제 구급대원에서 벗어나고 싶다. 요즘 정말 힘들다.

 

전국에 계신 구급대원 여러분. 저 역시 한 지역의 구급대원으로서 이 나라의 병원 전 응급의료체계를 담당해 주심에 너무 감사드린다. 우리가 흘린 땀방울이 국민에게는 소중한 혈액이 될 수 있도록 우리 모두 최선을 다해 이 난관을 헤쳐나갔으면 좋겠다.

 

구급은 소방의 미래라는 점에서 그 특수성을 인정하고 전문적인 투자와 교육이 필수라고 생각한다. 구급 업무는 단순 환자 이송을 넘어 응급의료체계에서 병원 전 단계의 핵심 역할을 담당한다. 구급대원이 현장에서 적절한 의료 처치를 할 수 있도록 체계적인 교육ㆍ실습 기회를 확대해야 한다. 이를 뒷받침할 법적 보호와 지지 시스템이 반드시 마련돼야 한다.

 

국민과의 소통을 통해 구급대원의 역할과 중요성에 대한 인식개선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구급대원의 활동과 중요성을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국민이 응급 상황에서 구급대원의 업무를 이해하고 존중할 수 있도록 지속해서 교육과 캠페인을 해야 한다. 이런 노력이 모여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구급의 미래를 밝게 만들어나갈 수 있지 않을까.

 

<본 내용은 소방 조직의 소통과 발전을 위해 베테랑 소방관 등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2019년 5월 창간한 신개념 소방전문 월간 매거진 ‘119플러스’ 2024년 11월 호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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