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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9기고] 가을철 등산객 산악사고 발생 시 대처 요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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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창민 부천소방서 119구조대 소방장 | 기사입력 2024/11/07 [15:55]

[119기고] 가을철 등산객 산악사고 발생 시 대처 요령

지창민 부천소방서 119구조대 소방장 | 입력 : 2024/11/07 [15:55]

▲ 지창민 부천소방서 119구조대 소방장   

올해 가을은 유난히 따뜻한 탓에 예년과 달리 단풍이 잘 보이지 않는다. 단풍은 보통 최저기온이 5℃ 이하에 물들기 시작한다. 일교차가 큰 가을에 생기지만 올해는 더운 가을을 맞이한 탓에 예년보다 단풍놀이가 더디게 시작되는 것 같다. 

 

단풍이 보이는 시기가 늦어져도 새로운 계절은 다가온다. 단풍을 즐길 시간도 짧아지기에 산을 찾는 등산객들이 한 번에 몰리기 마련이다. 한 장소에 많은 사람이 모인다는 건 그만큼 안전사고의 위험도 늘어난다는 걸 의미한다. 

 

통계에 따르면 산악사고는 날씨가 선선해지는 10월을 기점으로 급증하기 시작한다. 더욱이 올해처럼 늦가을 단풍을 찾는 등산객이 많은 11월에는 평년보다 더 많은 신고가 접수된다. 

 

산악사고 유형은 실족과 추락 외에도 길을 잃거나 야생 동식물에 의한 피해 등 다양하다. 지역적 특성상 빠른 대처가 힘들다. 신고해도 구조대원이 구조대상자에게 접근하기가 매우 힘들고 부상자를 이송하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산행 중 사고를 당하거나 위험에 처할 경우 몇 가지 사항을 체크하고 대비한다면 구조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 산에 오르기 전 가장 먼저 숙지해야 할 내용을 짚어보도록 하자.

 

첫째, 등산 전 주변 지인이나 가족 등에게 목적지를 알려주는 게 좋다. 우리나라의 경우 산세가 험하고 규모가 큰 산들이 많다. 방문 지역과 산을 가족이나 지인들에게 미리 알려주면 예기치 못한 사고로 연락이 두절될 경우 구조지역을 빠르게 추론할 수 있다. 실제로 미국 등 선진 외국에서도 등산객을 대상으로 이 같은 교육을 많이 실시하고 있다.  

 

둘째, 휴대폰 등의 배터리는 가능한 완충된 상태로 등산을 시작한다. 만약 산에서 실족이나 추락, 길을 잃은 상태라면 휴대폰이 유일한 연락 수단이 된다. 휴대폰 GPS 기능을 사용해 현재 위치를 구조대에 알려주면 구조대가 도착하기까지 상당한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 

 

실제로 필자는 산악구조 현장에서 실종자를 수색할 때 신고자의 휴대폰에 배터리가 없어 신고자를 찾기까지 꽤 많은 시간이 걸렸던 경험이 있다. 최근에는 카카오톡 등에도 GPS를 이용한 위치 알림 기능이 있다. 휴대폰만 있으면 어디서든 쉽게 자신의 위치를 알릴 수 있다.

 

셋째, 비상시 사용할 수 있는 휴대용 랜턴 등을 반드시 챙겨야 한다. 과거 설악산을 오를 때 경험했던 일이다. 일몰 시각이 가까워져 서둘러 예약된 대피소로 이동 중이었는데 앞서가던 남녀가 랜턴 하나 없이 등반 중이었다. 걱정스런 맘에 어두울 때 사용할 장비가 있냐고 물었지만 역시 아무런 장비 없이 산을 오르고 있었다. 

 

가을철 산속답게 해가 금방 져버렸다. 순식간에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필자와 동료는 남녀를 대열 사이에 두고 목적지까지 함께 도착했다. 중간에 우리를 만나지 않았다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산속에서 그들이 어찌 됐을지 아찔하기만 하다.

 

얼마 전엔 산행 중 길을 잃었다며 도와달라는 신고가 접수돼 출동한 현장에선 신고자가 소지하고 있던 작은 랜턴 하나로 쉽게 위치를 찾았던 적도 있다. 주변이 어두워 본인의 위치를 정확히 설명할 수 없었던 신고자는 랜턴을 하늘로 향해 흔들었고 산 아래에서 드론을 띄워 살피던 필자는 랜턴 빛을 발견하고 주변의 대원들에게 신고자의 위치를 특정해 줄 수 있었다. 야간 산행 계획이 없더라도 비상용 랜턴은 산행의 필수품일 수 있다.

 

넷째, 등산로 주변의 산악안내표지판과 국가지점번호표시판 등의 위치를 기억해 두거나 사진을 찍어 남겨두는 습관이 필요하다. 자신의 위치를 알 방법이 없을 때 현재 자신과 가장 가까이 있는 위의 두 가지 표지판은 구조대원에게 위치를 알릴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지표가 된다. 

 

전국 어느 산이든 산악안내표지판과 국가지점번호표시판은 관할 지자체에서 지속해서 관리하고 있다. 

 

이 같은 내용을 미리 숙지하고 산행을 시작한다면 사고를 당해도 보다 빨리 응급서비스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올바른 산행의 기본은 사고가 나기 전 미리 예방하는 것이다.

 

▲산행 전 본인의 컨디션을 확인하고 무리하게 산행을 강행하지 않는 것 ▲그날의 기상정보를 확인하고 나 홀로 야간 산행을 하지 않는 것 ▲지정된 등산로를 벗어난 등산을 하지 않는 것 ▲음주 산행을 하거나 날씨를 고려하지 않은 복장으로 등산을 시작하지 않는 것 등 기본적인 안전 수칙을 지키는 것이야말로 가을철 아름다운 단풍을 즐길 자세가 돼 있는 거다.

 

지창민 부천소방서 119구조대 소방장

 

※ 외부 필자의 기고 및 칼럼 등은 FPN/소방방재신문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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