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단소방서 마전119안전센터 소방위 김은택

화재 발생이 많은 겨울철이 다가왔다. 여러 화재 중 특히 소방관들을 긴장하게 하는 게 바로 노인 관련 시설 화재다. 자칫하면 다수의 인명피해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65세 이상 고령인구는 총인구 대비 2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이에 통계청은 2017년 고령사회가 된 우리나라의 초고령 사회 진입을 2026년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렇게 초고령사회로 진입하는 과정에서 요양병원 등 노인 관련 전문시설 또한 크게 증가했다. 이는 가족이 노인층을 직접 부양하는 우리 문화가 점차 사라져가는 데에서 기인하는 현상이다. 노인 관련 시설은 앞으로도 가파르게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여러 노인 관련 시설 중 특히 노인요양시설은 화재에 매우 취약한 조건을 갖고 있는데도 이에 대한 소방안전대책은 아직 미흡하다고 생각한다. 

먼저 소방안전과 관련해 무엇이 문제인지 살펴보도록 하자.

노인요양시설은 건축 단계부터 이용자들의 안전을 충분히 고려해 건축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복합건축물의 형태로 지어져 다른 영업장과 함께 운영하거나 기존 건물의 일부 층을 임대해 사용하고 있다. 문제는 거동이 불편한 시설 이용자들의 안전을 위해서는 시설이 최대한 저층에 위치해야 함에도 대부분 건축물의 중층 이상에 자리잡고 있다는 것이다.

화재 시 화염과 연소가스는 건물의 상방으로 이동하므로 노인요양시설은 최대한 저층에 위치해야 화염과 유독가스의 유입을 최소화할 수 있고 신속한 대피도 가능하다. 또 현장에 도착한 소방대가 내부에 진입할 수 있는 시간을 최대한 앞당길 수 있어 신속한 구조활동이 가능하게 된다. 

그러나 막연한 화재에 대한 불안감보다는 당장 눈앞에 있는 고층의 이점에 안전 문제는 철저히 외면당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피난 상의 문제점에 대해서는 좀 더 깊이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요양시설의 이용자들은 대부분 거동이 불편해 화재 시 자력 대피가 불가능한 노인들이며 이들을 관리하고 돌보는 종사자는 소수다. 특히 야간에는 불과 몇 명의 돌봄 종사자가 수십 명에 이르는 노인의 안전을 책임져야 하므로 더욱 취약한 상황에 놓이게 된다. 

이렇다 보니 화재 초기에 신속하고 빈틈없는 조치를 확신할 수 없어 영업장에서조차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비용 문제로 많은 인력을 충원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보니 대부분 시설들이 이러한 취약함을 안고 영업을 하는 실정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문제점에 대한 대비책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먼저 예방적 조치로 각 영업장에는 화재속보설비, 자동화재탐지설비, 스프링클러 등 소방시설과 방화문, 비상구 등 피난ㆍ방화시설이 설치돼 있으며 화재 시 비상탈출을 위해 구조대 등 피난시설도 설치돼 있다. 대응 방안으로는 영업장의 인원ㆍ환자 정보를 출입구에 상시 부착해 내부 환자 정보를 누구나 알 수 있도록 하고 있으며 관할 119안전센터에 요양시설의 관리카드를 작성, 비치하고 있다. 또한 연중 시설 자체 훈련과 소방합동훈련 등으로 만일의 화재 발생에 대비하고 있다.

그러나 이것으로 충분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남아 있다. 

먼저 훈련과 관련해서는 화재 발생 지점을 다양하게 설정하고 대비할 필요가 있다. 노인요양시설의 화재 대비 훈련은 시설 관계자 위주로 실시하고 있는데 만약 화재가 시설 외의 다른 층에서 발생한 화재이고 평소 층별 교류가 없는 경우라면 소통 문제로 대피가 지연될 수 있다. 

따라서 훈련에 소방안전관리자 등의 주요 건물 관계자가 필히 참여해 유사시 협력ㆍ대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다음은 대피의 문제다. 화재 초기에 소수의 종사자가 거동이 불편한 다수의 이용자들을 안전한 곳으로 신속하게 대피시키기는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설상가상으로 피난동선에 짙은 연기까지 침투했다면 매우 위험한 상황이 된다. 이 경우에는 무리하게 외부로 대피하기보다는 소방관들이 도착할 때까지 안전한 실내에서 구조를 기다리는 편이 나을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노인 관련 시설을 일정 층 이상에서 운영하지 못하도록 하는 규정을 두거나 시설 내부에 유사시 피난공간과 겸해 활용할 수 있는 거실을 두도록 하는 게 효과적이라고 본다. 방화구획이 되고 화염과 짙은 연기로부터 일정 시간 보호받을 수 있는 안전한 실을 설치한다면 적은 인원으로도 다수를 대피시키는 일이 가능하게 될 것이다.

노인요양시설은 화재 시 다수의 인명피해가 예상되는 취약대상으로 문제점에 대한 시설ㆍ관련 기관의 지속적인 고민과 개선 노력이 있어야 화재 시 인명ㆍ재산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각별한 관심과 철저한 대비로 시설 입소자들이 안심하고 생활할 수 있는 공간이 되길 소망한다.

검단소방서 마전119안전센터 소방위 김은택

※ 외부 필자의 기고 및 칼럼 등은 FPN/소방방재신문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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