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조사법’ 제1조에선 화재조사는 ’과학적이고 전문적인 조사를 통해 화재 예방 및 소방 정책에 활용되는 행정조사’로 규정하고 있다. 그렇지만 ’실화책임법’의 개정 이후 소방의 화재조사는 단순한 행정조사를 넘어 민사 분쟁에서 책임 판단의 증거자료로 많이 사용되고 있다. 즉 소방의 화재조사 결과가 최초 발화 지점과 원인을 판단하는 공적 신뢰성이 큰 증거로 사용됨으로써 국민의 화재피해구제 또는 권익보호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소방은 화재 현장에 가장 먼저 출동해 화재 초기부터 연소 현상과 화재 확산 상황을 관찰하고 파악할 수 있는 구조적 여건을 구비하고 있다. 따라서 화재조사는 소방 업무 중 가장 원초적이며 전문성을 수반하는 분야라 할 수 있다.
이러한 화재조사 전문성 확보의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기관이 바로 중앙소방학교다. 학교에서는 최신 과학 기술을 활용한 현장 감식 기술과 조사 방법을 강조한다.
중앙소방학교의 화재조사 교육 과정은 3단계로 운영된다. 교육 방식은 이론과 실습을 병행하며 실제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화재 상황에 대한 분석 능력을 배양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1단계는 화재조사관 양성 교육이다. 이 과정에서 화재조사의 기초 지식ㆍ이론을 가르치며 화재 발생 원인, 연소 과정, 증거물 분석, 조사 보고서 작성법 등을 배울 수 있게 된다. 궁극적으로 이 교육과정을 거친 조사관은 조사결과가 법적 증거로 채택될 수 있도록 절차 안에서 그 역할을 다할 것이다.
2단계는 화재조사 심화교육으로 고난도의 조사 기법과 사례를 중심으로 진행된다. 전기 화재, 가스 화재, 폭발 화재 등 다양한 화재 유형에 대한 원인 판정 방법을 학습하며 실제 현장 경험을 통해 습득한 사례를 바탕으로 대응 능력을 기른다. 이를 통해 조사관은 더욱 전문화된 역량을 갖추게 된다.
3단계는 화재조사관을 양성하기 위한 교관 양성 과정이다. 전통적인 강의 위주의 교육을 넘어 학습자 중심의 참여와 상호작용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전환하는 게 특징이다. 교육생들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고 실제 상황에서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를 고민하도록 만드는 교육 방식이다.
아울러 중앙소방학교는 화재조사 교육의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실습과 사례 중심의 특성화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첫째, 첨단 화재조사 장비의 도입과 장비 활용 교육을 강화하고 있다. 3D 모델링을 통해 화재 현장을 재구성하거나 열화상 카메라, X-ray 촬영기, 금속현미경 등 첨단 장비를 활용한 실습 교육을 통해 화재조사관들이 더 정밀하고 신속하게 화재 원인을 규명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둘째, 앞서 말했던 실험실을 전국 화재조사관들에게 상시 개방해 더 많은 소방공무원이 이러한 장비로 실습할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이를 통해 현장에서도 첨단 장비를 보다 원활하게 사용할 수 있는 능력을 배양하고자 한다.
셋째, 현장을 통한 실습과 사례 분석을 통해 실질적인 능력 배양에 주력하고 있다. 현장에서의 경험이 중요한 만큼 실제 화재 현장과 유사한 상황을 재현해 조사관들이 다양한 화재 유형에 맞춰 신속하고 정확하게 대응할 수 있는 역량을 키우고 있다.
최근에는 생성형 인공지능(AI)을 화재조사에 접목하는 미래지향적 발전을 도모하고 있다. 화재조사 분야의 다양한 전문적 지식을 학습한 인공지능이 화재조사관을 지원하도록 하는 것이다. 화재조사관의 특정 요구에 따라 결과를 능동적으로 산출해 내는 ‘화재조사 비서관’, ‘챗봇’ 등의 인공지능 개발도 구상 중이다.
최근 정확한 화재조사를 통해 냉장고ㆍ세탁기 등 제조물책임으로 피해를 입은 국민이 구제되는 적극행정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이는 화재조사의 중심 기능이 행정조사를 넘어 국민 권익보호 영역으로 이동 발전하고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국민의 피해구제와 권익보호라는 중대한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선 중앙소방학교 화재조사 교육이 필수적이다.
앞으로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전문 화재조사관이 더 많이 양성돼 화재로 인한 국민 피해가 제대로 구제됐으면 한다.
중앙소방학교 교육훈련과장 신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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