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실 뺑뺑이 ‘NO’, 뚜렷한 목표 설정 없는 정부 대책이 문제”응급의료체계 국회토론회… 이형민 응급의학의사회장 “을의 싸움 돼선 안 돼”
지난 3일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개최된 ‘응급의료체계 문제점과 개선방안을 위한 국회토론회’에서 이형민 대한응급의학의사회장은 이같이 주장하며 우리나라 응급의료체계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형민 회장은 “가장 이상적인 응급의료는 언제, 어디서, 어떤 응급환자가 발생해도 제일 가까운 의료기관으로 이송하면 똑같은 양질의 응급의료를 받는 것”이라며 “병원 전 단계는 인력과 시설이 부족한 현장에서의 착취이기 때문에 이상적으로 볼 땐 짧으면 짧을수록 유리한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과거엔 응급실 뺑뺑이가 없었던 게 아니라 병원 응급실 안에서 뺑뺑이가 있었다”며 “대부분 병원이 모든 치료를 다 제공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회장에 따르면 자정이 넘어가면 서울 내 대학병원 중 침대가 꽉 차 있는 곳은 거의 없다. 그런데도 환자가 들어갈 수 없는 이유는 전문의 부재 등으로 인한 응급실 이후 이어지는 치료가 어렵기 때문이다.
이 회장은 “실제 응급실에서 제공할 수 있는 의료라는 건 응급처치뿐인데 심정지 등 중증환자가 왔을 때 필요한 건 ‘최종치료’”라며 “어려운 응급의료 상황에서 대책을 논의하는 건 찬성하고 동의하지만 책임지고 있는 정부의 변화 없이 을의 싸움이 돼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정부에서 지금까지 의료 대란과 관련해 4조4천억원을 투입했으나 오히려 병원 3곳이 문을 닫는 등 실질적으로 나아진 게 없다는 주장도 내놨다. 그는 “정부가 10년 후 응급실 뺑뺑이를 몇 %로 줄이겠다는 목표 제시 등을 한 적이 있는가”라며 “이런 생각으론 50년, 100년이 지나도 절대 없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그러면서 “만약 모든 국민에게 응급실을 중증환자만 이용하는 게 맞냐고 설문하면 99%가 맞다고 할 거다. 하지만 단 하나의 예외가 있다. 나 빼고”라며 응급실을 이용하는 경증 환자와 119구급대의 높은 경증 환자 이송률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생각해 봐야 한다는 견해를 내놨다.
이형민 회장은 “지금부터 응급실이나 병원을 정책적으로 쥐어짠대도 나올 게 없다. 이미 풀로 돌아가고 있다”며 “원래 응급의료는 위기였고 응급센터는 포화였다. 응급실 뺑뺑이는 실체가 없고 중증 응급환자의 최종치료 제공 여부가 핵심”이라는 의견을 내세웠다.
그러면서 “병원의 책임을 응급실로 밀어 놓은 지금의 프레임은 악의적인 억지라고 생각한다”며 ‘응급의료 취약지 문제 해결(인프라)’과 ‘사법 리스크 완화’, ‘과밀화’ 등을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선으로 최종치료ㆍ취약지 인프라 확충과 사법 등 소송 부담을 국가가 책임지는 방향의 개선책을 주문했다. 과밀화와 관련해선 두 가지 대안을 제시했다. 경증 환자를 볼 수 있는 의원인 ‘급성기 클리닉’ 설치와 ‘119 유료화’다.
이 회장은 “현재 신뢰가 떨어진다는 게 우리나라 의료계의 리스크다. 신뢰가 비용이고 신뢰가 올라가면 비용이 떨어지는데 지금까진 그걸로 버텨왔다”며 “하지만 지금은 신뢰가 떨어지고 있어 결국 돈으로 해결할 수밖에 없다”고 답답해했다.
이어 “올해 벌써 4조원을 넘게 투입했는데 뭐가 나아졌나. 유지도 못 하고 있다”면서 “결국 이 신뢰에 대한 비용을 국민이 질 수밖에 없어 의료계가 망하기 전 국민이 먼저 망하게 될 것”이라고 역설했다.
또 “지금까지 저수가, 저비용, 고효율을 바치고 있던 두 개의 가장 큰 기둥에 저임금 전공의와 박리다매하던 대형병원이 있었지만 이마저 사라지고 있다”며 “우리가 당연시한 의료를 앞으로 절대 다시 누리기 어렵다”고 했다.
이 회장은 “의사들이 바라는 건 인정과 신뢰에 따른 보상이지만 이건 돈의 문제가 아니다”며 선을 긋고선 “저만해도 20년 넘게 지금 대학에서만 근무하고 있는데 돈을 벌려면 벌써 개업했거나 돈을 많이 주는 지방에서 일했을 거다. 큰 병원에 있는 건 그만큼 내가 하는 일이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피력했다.
그러면서 “현재 정부가 얘기하는 의료 개혁은 실체가 없다”며 “우리나라 응급의료체계가 앞으로 미국식 또는 유럽식으로 갈 건가 등 목표 설정 없이 주장해봤자 임시 처방밖에 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한편 이번 토론회는 더불어민주당 이개호, 한병도, 이재정, 이해식, 이수진, 김윤, 박정현, 양부남 의원과 조국혁신당 정춘생 의원, 진보당 전종덕, 윤종오, 정혜경 의원,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이 공동주최했다.
국회 건강 돌봄 그리고 인권포럼과 대한응급의학의사회,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소방본부 서울소방지부, (사)안전생활실천연합, 의료이동취약성 연구소는 공동주관으로 함께 했다.
주제 발표자로는 김성현 전공노 소방본부 서울소방지부 구급국장(응급의료체계에서의 병원 전 단계 문제와 법적 책임)과 이형민 대한응급의학의사회 회장(응급의료체계 개선을 위한 병원단계의 운영 문제와 해결 방안)이 나섰다.
김윤 의원을 좌장으로 구급대원을 대표해 서울소방 신미애 대원과 박시은 의료이동취약성 연구소장, 박준범 대한응급의사회 KTAS 위원장, 김정곤 안실련 시민안전위원회 위원장 등은 토론자로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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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은영 기자 fineyoo@fpn119.co.kr <저작권자 ⓒ FPN(소방방재신문사ㆍ119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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