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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기고] 무안공항 제주항공 참사로 본 한국 사회의 문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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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훈 리스크랩 연구소장(공학박사/기술사) | 기사입력 2025/01/21 [16:29]

[전문가 기고] 무안공항 제주항공 참사로 본 한국 사회의 문제점

김훈 리스크랩 연구소장(공학박사/기술사) | 입력 : 2025/01/21 [16:29]

▲ 김훈 리스크랩 연구소장(공학박사/기술사)     ©FPN

 

2024년은 우리에게 매우 힘든 한 해였다. ‘참사공화국’이라는 우리 사회의 오명을 다시 한번 절감했던 한 해였기 때문이다. 159명이 사망한 2022년 이태원 참사의 아픔이 가시기도 전에 2024년 6월 23명의 생명을 앗아간 화성 아리셀 사고, 2024년 12월 29일 179명이 사망한 무안공항 제주항공 참사가 연이어 터졌다. 이런 후진국형 대형 재난이 지금도 여전히 발생하고 있는 건 과거의 낡고 부조리한 관행과 시스템이 여전히 작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제주항공 사고​

방콕 수완나품 공항에서 새벽 2시 29분에 출발해 한국 무안공항으로 향하던 제주항공 항공기는 오전 9시께 랜딩기어 문제로 동체 착륙했고 활주로를 벗어나 로컬라이저 콘크리트 둔덕에 충돌했다. 이로 인해 탑승객 181명 중 승무원 두 명을 제외한 179명이 모두 사망했다. 

 

▲ 08: 54 활주로 01 방향으로 착륙허가 / 08: 57 관제탑에서 조류 활동 주의를 조언 / 08: 59 조류 충돌로 인한 조종사의 비상선언 및 복행통보 / 09: 00 복행 후 재접근 시도 / 09: 01 활주로 19 방향으로 착륙허가 / 09: 02 활주로 터치다운 / 09: 03 항공기 충돌  © 연합뉴스

 

제주항공 B737-800 항공기는 무안공항 관제탑으로부터 29일 오전 8시 54분 착륙허가를 받고 1차 착륙을 시도하던 8시 57분께 새 떼를 주의하라는 경고를 받았다. 이후 2분이 더 지난 8시 59분에 조류 충돌로 기장은 긴급구난신호를 보내며 복행(다시 고도를 높이는 재착륙 시도)했다. 2차 착륙 땐 랜딩기어 없이 동체 착륙을 시도하다가 9시 3분 로컬라이저 둔덕과 충돌했다.

 

사고조사위원회는 충돌 후 현장에서 수거한 한쪽 엔진에서 새 깃털을 발견했지만 나머지 엔진은 조류 충돌이 확실치 않아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고 발표했다. 블랙박스를 수거하긴 했지만 비행기록장치(FDR)와 음성기록장치(CVR)에 충돌 직전 4분 동안의 기록이 남아 있지 않았다. 2018년 이후 제작된 항공기엔 블랙박스에 전원을 공급할 수 있는 보조전력장치(RIPS)가 의무화됐지만 사고가 발생한 항공기는 2009년 8월에 제작돼 이 장치가 없었다.

 

2차 착륙 당시 랜딩기어가 내려오지 않았고 블랙박스의 기록도 저장돼 있지 않은 거로 보아 항공기의 주전력계통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했을 거로 추정할 뿐이다. 현재까지 언론에 보도된 정보를 종합해 볼 때 사고 원인은 다음과 같다.

 

항공기 기체 결함

B737은 1967년 보잉 사가 중ㆍ단거리용으로 개발했다. 전 세계 항공기의 1/3을 차지하며 전 세계에서 3초마다 뜨고 내리는 항공기다.

 

하지만 2000년 초부터 747 항공기에서 치명적인 기체 결함이 보고되기 시작했고 2018, 2019년 인도네시아와 에티오피아에서 발생한 연이은 대형 사고로 보잉의 경영 문제가 대두됐다.

 

2000년대 초반 보잉의 경영진은 엔지니어에서 전문 경영인으로 교체됐는데 새로 교체된 전문 경영인은 비용 절감을 위해 1만2천 명이나 되는 숙련된 엔지니어를 해고하고 항공기 부품을 외주로 만들어 공급받기 시작했다.

 

이로 인해 항공기 부품에 품질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했고 747기종의 설계를 안전과 품질보다는 경제적인 관점에서 변경하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2018, 2019년에 인도네시아와 에티오피아에서 연이은 추락사고가 발생했고 사고들의 원인이 보잉의 자동항법장치(MCAS) 문제라는 게 밝혀지자 2019년 트럼프 대통령은 B737기종의 운항을 정지시키는 긴급명령을 발표했다.

 

이후로도 보잉은 랜딩기어에 끼움새를 넣지 않고 제작하기도 했고 이륙 준비 중인 항공기의 랜딩기어 앞부분이 떨어져 나가는 사고도 발생했다. 튀르키예에선 이륙 준비 중이던 항공기 랜딩기어 바퀴가 터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번 사고도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은 랜딩기어 문제였다.

 

조종사 과실

사고 원인 중 조종사의 과실도 배제할 수는 없다. 전 세계 항공 사고의 절반이 조종사 과실이기 때문이다. 조종사 과실로 인한 최악의 사고는 1977년에 발생한 테네리페 공항 충돌사고다. 이 사고로 네덜란드 KLM 항공기와 미국 팬암 항공기가 정면충돌해 총 583명이 사망하는 대참사가 발생했다.

 

이후에도 조종사 과실로 인한 사고는 전 세계에서 계속 발생했다. 1989년 영국에선 보잉 747 기종 엔진에 불이 붙는 사고가 발생했는데 조종사가 불이 붙은 좌측 엔진을 끄지 않고 멀쩡한 우측 엔진을 끄는 바람에 탑승객 126명 중 47명이 사망했다.

 

이번 사고도 1차 착륙을 시도한 후의 항공사진을 보면 우측 엔진엔 불이 붙었지만 좌측 엔진은 이상이 없어 보였다. 우측 엔진을 끄려 했지만 영국에서의 사고처럼 조종사의 착오로 좌측 엔진을 꺼버렸을 수도 있다. 

 

또 한 가지 의문점은 ‘왜 1차 착륙 시 조류 충돌이 발생했는데 착륙하지 않고 복행을 강행했는가’이다. 1차 착륙 시엔 랜딩기어가 제대로 작동했었다.

 

조종사들의 조류 충돌 훈련 매뉴얼엔 조류 충돌이 발생해도 복행 대신 랜딩을 하라고 돼 있다. 고장 난 엔진을 가지고 다시 복행해 2차 착륙을 시도하는 건 매우 위험하기 때문이다.​

 

정비 문제 

자동차와 달리 항공기는 정비가 매우 중요하다. 자동차는 운행 중 문제가 생기면 운행을 중단하면 되지만 항공기는 그럴 수 없기 때문이다. 제주항공은 정비에 전혀 이상이 없었다고 발표했지만 제주항공 정비사의 내부 폭로에 의하면 제주항공 정비사들은 인력 부족으로 인해 매우 높은 노동강도에 시달렸다고 한다.

 

국토교통부가 김은혜 국회의원에게 제출한 LCC 정비사 현황 자료에 따르면 제주항공 비행기 1대당 정비사 수는 7.5명에 불과했다. 대한항공 18.6, 아시아나항공 16, 티웨이항공 11.5명에 크게 못 미치는 수치다.

 

‘항공안전법’에 따라 조종사와 승무원은 피로위험관리시스템(FRMS) 적용 대상이지만 정비사는 여기에 해당하지도 않았다. 

 

제주항공은 2021년 2월 17일 김포공항에서 제주공항을 향해 이륙 도중 동체 꼬리가 활주로에 닿아 기체 일부가 손상됐고 이 상태로 운행을 하다가 과징금 2억2천만원을 낸 이력도 있었다. 

 

5년간 항공안전법 위반으로 납부한 과징금 내역을 보면 제주항공이 1위(37억3800만원)였다. 이어 이스타항공(28억6천만 원), 티웨이항공(24억3900만원), 대한항공(16억2천만원), 진에어(13억5900만원), 에어서울(2억1천만원), 에어부산(2천만원) 순이었다. 무리한 일정으로 운행을 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항공산업의 안전관리시스템

국제민간항공기구(ICAO)가 발표한 ‘2024년 안전진단 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 이후 항공사고는 드라마틱하게 줄고 있었다. 이는 기술 발전으로 기체 결함이 감소했고 조종사 실수 등 조종사 과실로 인한 사고도 자동항법장치 도입으로 줄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민간항공기구는 2013년 안전관리 국제표준을 제정해 현재까지 운영하고 있는데 항공산업 안전관리시스템의 진화는 1900년대 초부터 지금까지 기술적(Technical Era), 인적(Human Factor), 조직적(Organizational Era), 종합시스템(Total System Era) 등 네 가지 접근 방식으로 설명된다.

 

그간 과학기술의 진보로 기술적 문제(Technical proplem)는 극적으로 줄었고 인적요인(Human Factor Problem)도 점차 안정화돼 가는 추세지만 조직적 문제(Organizational Problem)가 아직도 해결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 Safety Evolution - The Fifth Approach(https://www.linkedin.com/pulse/safety-evolution-fifth-approach-shared-culture-al-hadabi/)

 

게다가 지금은 항공산업의 조직적 문제와 더불어 항공 관련 분야의 각 조직이 상호작용을 통해 만들어 내는 불확실성 문제에 직면해 있다. 이번 사고만 봐도 보잉 사 항공기, 조종사, 정비사, 국토교통부 로컬라이저, 무안공항 조류 퇴치 인력 문제 등 여러 사항이 복잡하게 얽혀 있다. 

 

무안공항 조류 퇴치 인력은 4명인데 사고 당시엔 1명만 근무하고 있었다. 무안공항의 여객기 운항 횟수가 급증했음에도 조류 퇴치 인력을 증원하지 않았다. 인력을 보강했더라면 조류 충돌이 일어나지 않았을 거고 제주항공 항공기는 추락하지 않았을 거다. 국토교통부가 설치한 로컬라이저가 최신 항공규정에 맞게 수정됐더라면 항공기가 로컬라이저에 충돌하는 일은 발생하지 않았을 거다. 랜딩기어가 정상 작동했더라면 조류 충돌 문제나 로컬라이저 문제가 있더라도 안전하게 착륙할 수 있었을 거다. 

 

복잡계 시스템

현대 사회는 다원화와 예측 불가능성으로 설명되는 복잡계 시스템이다. 복잡계 시스템에선 단 하나의 작은 변수도 엄청난 결과를 초래한다. 복잡하고 수많은 변수가 전혀 예측이 불가능한 상황을 만들어 낸다.

 

복잡계 시스템에선 위험을 예측하고 대비하는 게 불가능하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수없이 많았던 다니엘 벨, 존 나이스비트, 레이 커즈와일 등과 같은 미래학자들이 모두 사라진 이유도 이 때문이다.

 

이미 우리 세계는 복잡계 시스템으로 들어선 지 오래다. 이런 세계에서 우리가 취할 수 있는 유일한 위험관리 방법은 사고를 예측ㆍ대비하는 게 아니라 시스템의 취약성을 파악하는 일이다. 이번 사고도 여러 취약점 중 한 가지만이라도 제대로 작동했다면 발생하지 않았을 사고였다.

 

​2024년 우리나라에 유독 대형 사건ㆍ사고가 많았던 이유는 우리 사회구조가 매우 취약해졌다는 방증이다. 국토교통부는 제주항공 참사에 책임과 역할을 다하려고 하기보다는 잘못이 없다며 발뺌부터 하려고 했고 급기야는 사고조사위원회를 국토교통부 출신 위원들로 구성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세월호 사고를 통해 ‘관피아’의 폐단을 직접 목격했음에도 우리 사회는 전혀 나아진 게 없다.

 

1991년 소비에트 연방 붕괴 당시 여러 징조가 발생했다. 1986년 체르노빌 사고로 수십만 명이 목숨을 잃었고 같은 해 흑해 여객선이 침몰해 400명 사망했다. 1988년엔 소련지진으로 2만 명이 사망했으며 이듬해엔 시베리아 송유관 폭발로 열차가 탈선해 800명 숨졌다. 이렇게 대형 사고가 연속해서 발생한다는 건 한 국가의 기강이 무너져 가고 있다는 징조다.

 

우리도 이런 징조를 절대 무시해선 안 된다. 최근 몇 년간 한국 사회는 격동의 세월이었다. 정치권은 국민의 안녕은 안중에도 없이 당리당략을 위해 서로 헐뜯고 싸웠다. 그 와중에 치안과 안전관리 소홀로 인해 이태원 참사가 발생했고, 기업의 관리ㆍ감독 소홀로 인해 아리셀 사고가 발생했고, 제주항공 참사가 발생했다.

 

급기야는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했고 결국 현직 대통령이 내란수괴로 체포되는 헌정사 초유의 사태가 일어났다. 정치가 안정되지 않을 때 죽어 나가는 건 국민밖에 없다. 과거 1993년 아시아나 추락사고, 1994년 성수대교붕괴,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 1997년 대한항공 추락사고 등 대형 사고의 발생 원인은 한 조직의 문제가 아니라 군사정권이 만들어 놓은 국가의 구조적 문제였다.

 

우리는 과거의 역사로부터 배워야 한다. 권력은 태생적 속성상 스스로 부패해 자멸의 길로 걸어 들어간다. 그것을 매의 눈으로 지켜보고 노려봐야 하는 게 언론의 몫이며 국민의 몫이다. 우리 사회가 건강한 사회가 되려면 국민 스스로 먼저 일어나야 한다.

 

김훈 리스크랩 연구소장(공학박사/기술사) 

 

※ 외부 필자의 기고 및 칼럼 등은 FPN/소방방재신문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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