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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진 소화배관 탓에… 천장 뜯고 살아가는 불안한 푸르지오 아파트

건들지도 않은 CPVC 스프링클러 배관에 황당한 균열, ‘물바다’된 아파트
이음부도 아닌 배관 자체에 15㎝ 균열이? “깨진 형상 일반적이지 않아”
“3년 하자보수 기간 지났다” 관리소가 책임있다는 무책임한 ‘대우건설’
깨진 소화배관에 생활은 망가지고 소방시설까지 멈춰, 입주민은 ‘불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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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 기자 | 기사입력 2025/02/11 [12:42]

깨진 소화배관 탓에… 천장 뜯고 살아가는 불안한 푸르지오 아파트

건들지도 않은 CPVC 스프링클러 배관에 황당한 균열, ‘물바다’된 아파트
이음부도 아닌 배관 자체에 15㎝ 균열이? “깨진 형상 일반적이지 않아”
“3년 하자보수 기간 지났다” 관리소가 책임있다는 무책임한 ‘대우건설’
깨진 소화배관에 생활은 망가지고 소방시설까지 멈춰, 입주민은 ‘불안’

최영 기자 | 입력 : 2025/02/11 [12:42]

▲ 춘천 푸르지오 아파트에서 발생한 스프링클러설비 누수 사고로 아파트 세대 내 천장이 모두 개방된 상태다. 피해를 입은 A 씨는 수개월 째 천장 없는 안방은 사용조차 못하고 있다. CPVC 소방용 배관이 이렇게 가로로 길게 갈라지는 건 보기 드문 현상이다.  © 최영 기자


# 이른 아침 아파트 관리소장으로부터 다급한 목소리의 전화를 받은 A 씨. 세대 내에서 화재경보가 울리고 스프링클러가 터진 것 같다고 했다. 외출 중이던 A 씨는 허겁지겁 집으로 돌아왔다. 관리소 직원들은 문 앞 복도까지 흘러넘친 물을 연신 퍼내고 있었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안방 천장에서 새어 나온 물로 집안은 온통 물바다였다. 물을 쏟아낸 건 다름 아닌 스프링클러였다. A 씨는 화재를 잡아야 할 스프링클러가 집을 망가뜨렸다는 사실에 망연자실했다.

 

[FPN 최영 기자] = 강원도 춘천에 있는 센트럴파크 푸르지오 아파트의 입주민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 지난해 11월 15일 일어난 스프링클러설비의 누수 사고 때문이다. 피해를 겪은 해당 세대의 주민은 석 달 가까이 안방 천장을 모두 뜯어낸 채 사용조차 못 하고 있다. 관리사무소는 행여나 문제가 또 생길까 전전긍긍이다.

 

센트럴파크 푸르지오 아파트는 지난 2021년 8월 27일 준공된 대규모 단지다. 지어진 지 3년 남짓 된 이 아파트에는 1556세대가 거주한다. 지난해 말 특정 세대에서 이해할 수 없는 누수 사고가 발생했지만 시공사인 대우건설과 배관 제조업체 모두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피해 세대 입주자는 “입주 후 인테리어 공사 같은 배관에 영향을 미칠 만한 행위를 전혀 한 적이 없는데도 일정 시간이 지나 갑자기 소화배관이 터졌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 아파트 스프링클러 배관으로는 CPVC로 불리는 ‘소방용 합성수지배관’이 쓰였다. 일반 금속 재질은 아니지만 내열성, 강도 등을 높이기 위해 물성을 강화한 일종의 PVC 배관 중 하나다. 이런 배관은 ‘소방법’에 따라 아파트 같은 특정한 대상물에만 사용할 수 있다.

 

제보를 받고 <FPN/소방방재신문>이 현장을 확인한 결과 일반적인 CPVC 배관에서 보기 드문 형상의 균열이 발견됐다. 특수 접착제를 붙여 시공되는 CPVC 배관은 이음쇠나 이종재질의 신축 배관 연결부 등에서 누수가 발생하는 게 통상적이다. 하지만 이 아파트에서 발생한 균열은 수평으로 배관을 길게 가로지른 형태로 갈라져 있었다. 그 길이는 무려 15㎝가 넘었다.

 

소방청 고시에 따라 내압시험과 파괴시험, 비틀림시험, 수격시험 등을 거치는 CPVC 배관이 이런 형상으로 깨지는 건 흔하지 않다는 게 분야 내 시각이다. 

 

소방용품 검인증을 수행하는 한국소방산업기술원(이하 KFI)의 관계자도 의아하다는 반응이다. <FPN/소방방재신문> 취재에 앞서 현장을 다녀간 KFI 관계자는 “CPVC 배관이 손으로 만져질 정도로 깨진 게 느껴진다”며 “CPVC 배관에서 나타나는 일반적인 형상은 아니다”고 말했다.

 

최초 배관이 시공될 때부터 큰 충격을 받았거나 눌림 혹은 절단 과정에서 생긴 하자가 아니면 배관 자체의 품질 하자가 원인일 것으로 추정된다. 시공 또는 제품 자체 하자 중 하나라는 얘기다.

 

관리사무소 측은 사고 발생 6일 뒤인 지난해 11월 21일 “배관 균열 발생은 시공상 하자이고 더 이상의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긴급보수공사와 함께 다른 배관을 점검해 달라”며 아파트 시공사인 대우건설에 요청했다. 하지만 대우건설은 “하자담보 기간으로 설정된 3년이 지났다”는 이유로 관리소 쪽에 책임을 떠넘겼다. 건들지도 않은 천장 속 소화배관이 이해 못 할 형태로 깨졌는데 책임이 관리 주체에 있다는 황당한 답변이었다.

 

배관을 제조하는 업체 측은 시공상 문제라며 품질 하자 가능성을 일축했다. 제품의 설계나 생산 과정에서의 결함으로 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해당 CPVC 배관 제조사는 “당사의 CPVC 배관 시공 현장에서 준공 3년 이후 이 같은 형태의 크랙으로 누수가 발생한 사례는 없다”며 “파이프를 운반, 절단, 시공하는 과정에서 충격을 줘 미세한 크랙이 발생했고 장시간 수압이 가해져 파손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아파트를 지은 국내 대표 건설사인 대우건설과 배관 제조사 모두 책임을 회피하면서 피해를 겪은 A 씨는 보수도 못 하고 수개월째 한숨만 내쉬고 있다. 수손 피해로 엉망이 된 침구류와 안방을 사용할 수 없어 거실 소파에서 잠을 청하는 신세가 됐다. 게다가 화재 시 필요한 소방시설까지 멈춰 있다 보니 ‘혹시라도 불이 나면 어쩌나’란 걱정까지 하고 있다.

 

아파트의 B 관리소장은 “15년 동안 관리소장으로 여러 곳에서 일하면서 세대에서 스프링클러 헤드가 터진 적은 있었어도 이렇게 배관에 균열이 가 물이 샌 적은 없었다”며 “시공 당시부터 문제가 있었던 게 분명한데도 국내 메이저급 건설사인 대우건설은 책임 회피만 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또 “더 큰 문제는 이 사고 이후 다른 입주민들이 우리 집 스프링클러 배관도 터지진 않을까 불안해하고 있다는 점이다”고 했다.

 

피해 세대 거주자인 A 씨는 “새 아파트에 이사를 오면서 꾼 꿈은 어느덧 사라졌고 수개월째 생활까지 엉망이 돼 이제 이사를 생각하고 있다”며 “시공 당시부터 문제가 있었던 게 명백한데도 대우건설은 3년이 지났다고 상대조차 안 해주려고 한다”고 한탄했다.

 

국내 대표 종합건설사인 대우건설의 센트럴파크 푸르지오 아파트는 ‘프리미엄 주거환경’을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입주 3년 만에 소방시설이 망가지고 생활공간이 무너진 현실 앞에서 그 슬로건은 무색해졌다. 기본적인 안전과 품질조차 지켜지지 않는 아파트라는 비난이 나온다.

 

최영 기자 young@fpn119.co.kr

 

* 제보를 받습니다.

<FPN/소방방재신문>이 CPVC 소방용 합성수지배관 하자 사례에 대한 제보를 받습니다. 아파트 또는 다중이용시설 등 대상물에서 CPVC 소방용 배관 문제로 인해 피해를 직접 겪거나 전해 들으신 분들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 제보할 곳 : fpn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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