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취재① 반얀트리 화재/단독] 허가 도면과 ‘딴판’인 엉터리 방화구획이 피해 불렀다… 명백한 위법발화 지점과 6명 숨진 장소 사이 있어야 할 방화문 화재 때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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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6명이 숨진 부산 반얀트리 리조트의 허가 도면과 화재 직후 확인된 발화지점 등 위치도다. 도면의 검은색 진한 선은 방화구획을 뜻한다. 파란색 사각형 내에는 벽이 아닌 방화문 또는 방화셔터 등으로 구획해야 하는 장소다. 하지만 설계 도면과 달리 실제 현장에는 설치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발화지점과 희생자 발견 위치는 이같은 방화구획이 다르게 설정돼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 도면 : 윤건영 의원실, 편집 : FPN |
[FPN 최영 기자] = <FPN/소방방재신문> 취재결과 반얀트리 리조트는 건축물의 사용승인을 받았지만 화재 당시 방화구획조차 제대로 안 돼 있던 것으로 드러났다. 건축법에 따라 반드시 설치해야 하는 방화문과 방화셔터 등이 아예 없는 채로 준공이 났을 것으로 보이는 정황도 확인된다. 더욱이 화재로 숨진 6명의 희생자가 깨져버린 방화구획을 넘어온 연기에 피해를 입은 것으로 보여 방화구획 부실이 피해를 키웠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부산시가 더불어민주당 윤건영 의원(구로을, 행정안전위원회 간사)실에 제출한 반얀트리 리조트 준공 도면(방화계획도)에 따르면 불이 난 B동 1층은 모두 3구역의 방화구획을 나눠 건축 허가를 받았다. 허가 당시 도면을 보면 불이 처음 시작된 1층 PIT실 쪽 구역과 희생자들이 발견된 구역은 각각의 방화구획으로 구분돼 있다.
건축법상 방화구획은 스프링클러설비가 설치될 경우 3천㎡ 마다 반드시 구획해야 한다. 화재 시 화염과 연기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일정 공간마다 쪼개는 방식으로 안전성을 확보하는 것이다. 이러한 방화구획은 스프링클러설비 등 소방시설보다 더욱 중요한 건축물의 근본적인 화재 안전성을 좌우한다.
하지만 지난 17일 <FPN/소방방재신문>이 현장을 확인한 결과 건축 도면상 방화구획 위치에 반드시 존재해야 하는 방화셔터가 아예 설치되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방화구획 자체가 형성되지 않아 희생자들이 발견된 장소까지 연기가 급속도로 번졌을 가능성이 커 보이는 정황이다.
방화셔터는 물론 방화셔터 설치 시 옆으로 출입할 수 있도록 설치돼야 하는 고정식 방화문도 있어야할 위치에 없었다. 도면과는 다르게 도어릴리즈 타입(상부가 아닌 벽면에 고정장치를 달아 방화문을 열린 상태로 유지하다가 화재 시 보장력이 풀려 닫히는 구조)의 방화문을 시공하기 위해 구멍을 뚫어 놓은 흔적만 남아 있었다.
그러나 주변 어디에도 방화문은 보이지 않았다. 애초부터 방화문을 달지 않은 채 준공이 났을 가능성이 커 보이는 대목이다. 방화문 자체는 인테리어 과정에서 어딘가에 떼어놨다손 치더라도 방화문을 벽면에 고정하기 위한 벽면부 걸쇠 장치조차 시공되지 않은 점은 처음부터 방화문이 없었을 가능성을 뒷받침한다.
이같이 방화문 또는 방화셔터 등으로 구획되지 않은 채 건축물의 사용승인이 이뤄진 거라면 건축감리부터 승인권자인 기장군청, 현장 확인을 통해 사용승인 업무를 대행한 제3의 건축사까지 부실 준공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상황이다.
건축물의 사용승인은 시공자 간 위법묵인 등에 따른 부조리를 차단하기 위해 제3의 건축사를 통한 업무대행 방식으로 최종 승인된다. 이 과정에서도 방화구획 상태를 확인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 내부 인테리어 등이 이뤄지는 과정에서 방화문이나 방화셔터의 기능 등을 훼손하는 것 역시 명백한 위법사항이다.
전문가들은 화재 당시 방화구획이 온전했다면 분명 피해를 줄일 수 있었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현장을 함께 확인한 박경환 한국소방기술사회장은 “화재 시 도면에 설계된 대로 셔터가 내려와 있거나 방화문이 달려 있었다면 사망자가 발생한 곳까지 연기나 화염이 전파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결과적으로 인명 피해의 원인은 뚫려 있던 방화구획으로 연기가 확산됐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촬영 영상과 도면 등을 함께 검토한 이영주 경일대학교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사용승인 시 방화구획의 설치 여부는 명확한 조사가 필요해 보이지만 이후 인테리어 공사과정 중 방화구획의 훼손은 그 자체만으로도 법 위반과 안전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것으로 볼 수 있다”며 “결과적으로 연기 확산을 막지 못해 사망자 발생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여 책임이 매우 크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사용승인 이후 이뤄지는 크고 작은 공사과정에서의 방화구획 유지는 화재안전을 위해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최영 기자 young@fpn119.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