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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9기고] 응급의료체계에서 외면받는 119구급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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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현 강남소방서 소방장(전국공무원노동조합 서울소방지부 | 기사입력 2025/04/25 [10:01]

[119기고] 응급의료체계에서 외면받는 119구급대

김성현 강남소방서 소방장(전국공무원노동조합 서울소방지부 | 입력 : 2025/04/25 [10:01]

▲ 김성현 강남소방서 소방장(전국공무원노동조합 서울소방지부 구급국장)


한국의 응급의료체계는 병원 도착 이후 치료에 집중돼 있어 제도적으로 환자 생존율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병원 전 단계(Pre-hospital stage)가 소외되고 있다.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이하 응급의료법)’ 제2조는 상담ㆍ구조ㆍ이송ㆍ응급처치와 진료 등 전 과정을 포함한 ‘응급의료’를 정의한다. 하지만 실상은 환자의 응급실 도착 이후에만 논의가 되고 주목받는다.

 

이런 구조적 문제는 대량 재난 발생 시 119구급대 초기 대응에 장애가 되고 있다. 이는 결국 응급환자의 골든타임을 놓치는 결과로 이어진다. 119구급대는 응급의 시작점이자 마지막 방패막인데도 현행법은 우리의 손발을 묶고 있다.

 

현재의 문제점을 짚어보자. 첫째, 현실과 동떨어진 법 조항(‘응급의료법’ 48조2 수용능력확인)이다. 수용 가능 병원을 확인하라는 법 규정 때문에 현장에서는 전화로 병원을 일일이 확인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골든타임이 소모되고 일부 병원에서 ‘환자를 가려 받는다’는 의혹이 있다.

 

둘째, 환자 수용 정보 신뢰 부재로 인한 혼란이다. 병원이 119에 수용 불가 통보를 하지 않은 상황에서 현장 구급대원이 전화로 수용 여부를 확인하면 수용을 거부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이는 응급의료 현장에서 119구급대에 제공되는 응급실 정보의 신뢰도 하락을 불러온다.

 

셋째, 평가 기준이 불일치한 상황이다. 병원별로 동일한 환자를 두고 다른 판단을 해 2ㆍ3차 병원이 서로 환자 수용을 떠넘기며 환자의 골든타임 지연이 발생한다.

 

넷째, 2차 응급실이 부재하고 제 역할도 하지 못하고 있다. 휴일이나 오후 6시 이후의 밤, 환자들이 3차 병원에 집중되며 응급실 과밀화가 심화되고 있다.

 

이를 해결하려면 우선 응급의료체계의 현장 실사를 기반한 상시 점검 협의체를 구성해야 한다. 현장 실무 경험을 가진 각 분야 실무자 중심으로 구성된 협의체를 통해 현실에 맞는 제도 개선을 추진해야 한다(협의체는 문제를 지적하기보단 현장 개선을 위한 동반자가 돼야 한다).

 

의ㆍ정 관계 회복과 공백 최소화도 필요하다. 의ㆍ정 갈등으로 인한 응급 공백 상황에서 권역별 당직병원 지정 등으로 소외계층의 접근성을 보장해야 한다.

 

이 밖에도 응급상황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119구급 권한 확대와 병원 협조 체계 강화, 출동 건수와 유동 인구를 반영한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119구급대 인력 배치 시스템 구축이 시급하다.

 

이제 119구급대원들도 현장 활동 이외의 법적인 부분에 관심을 가져야 할 때다. 그동안 우린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킨다는 사명감 하나로 묵묵히 현장에서 최선을 다해왔다. 하지만 우리의 노력과 헌신이 법적인 부분까지 고려된 건 아니다. 

 

현장과는 동떨어진 법령이 우리의 손발을 묶고 소극적인 대응을 강요하는 현실이 반복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응급의료법’ 제48조 제2항이다. 

 

이 조항은 구급대원이 응급환자를 이송하는 과정에서 의료기관 간 갈등이나 책임 소재 문제로 인해 법적 분쟁에 휘말릴 여지를 만들고 있다. 결과적으로 현장 판단에 의한 신속한 이송이 어려워지는 상황을 초래한다. 

 

현장의 복잡한 현실과는 맞지 않는 이 같은 법 조항은 구급대원의 판단력을 위축시키고 결국 국민의 생명과 직결되는 응급처치의 골든타임을 놓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응급의료법’은 119구급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해야 한다. 그리고 그 변화를 이끌 주체는 바로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우리, 구급대원들이다. 법적인 부분에 무관심한 사이, 우리의 현실과 동떨어진 법이 만들어지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우리와 우리가 이송하는 환자들에게 돌아온다.

 

이제 더 침묵해선 안 된다. 현장 전문가로서 목소리를 내고 문제점을 지적하며 개선을 요구해야 한다. 그래야만 앞으로 또다시 우리와 국민이 잘못된 법의 틀 안에서 고통받는 일을 막을 수 있다.

 

김성현 서울 강남소방서 소방장(전국공무원노동조합 서울소방지부 구급국장)

 

※ 외부 필자의 기고 및 칼럼 등은 FPN/소방방재신문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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