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화재통계시스템에 따르면 화재는 주거시설에서 가장 많이 발생했다. 그중 우리나라 국민 절반 이상이 거주하는 아파트에서 37% 이상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소방청은 아파트 화재로 인한 인명피해 최소화 안전대책으로 피난과 소방시설 점검의 중요성을 강조해 왔다.
현행 공동주택의 소방시설 점검은 주민편의시설과 부대시설 확충에 따른 공용부 고려 없이 종합점검, 작동점검에 점검 인력 1단위가 하루 동안 250세대를 점검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관계인들의 표준자체점검비 적용에 불합리한 부분이 발생하는 등 여러 문제점을 낳고 있다.
우리나라 아파트 추세를 보면 점점 주민편의시설과 부대시설 확충에 따라 공용부 면적이 증가하고 있다. 서울시 아파트 준공 연도별 전용률은 1980년 90.4%에서 2020년 72%까지 떨어진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공용부 면적이 상대적으로 늘어난 걸 의미한다. 특히 지하주차장의 경우에는 과거보다 3배 이상 증가했으며 전체를 지하화로 설계함에 따라 점검이 필요한 소방시설 역시 대폭 증가하고 있다.
준공 연도에 따른 공동주택 주차장 면적 변화를 살펴보면 1990년대는 세대당 0.5대의 지하주차장을 설치해야 했다. 이 때문에 지하주차장이 없거나 지상 주차장 규모보다 작았다.
2000년대는 세대당 1~1.2대 수준으로 개선되면서 지하주차장 면적이 상당히 증가했다. 2010년대는 세대당 1.5대로 전체 주차장을 지하화(보행자 안전)하는 형식으로 바뀌었다. 2019년 3월 이후 주차장 규격이 너비 2.5m, 길이 5.0m 이상으로 확대됐다.
이렇듯 세대수만으로 점검 일수가 산정되는 획일적인 배치기준은 준공 시기에 따라 많은 편차가 생길 수밖에 없으며 공용부에 대한 점검이 상대적으로 소홀하게 취급돼 화재피해 최소화를 도모하기에 많은 어려움이 있을 수밖에 없을 거다. 그렇다면 아파트 화재피해 최소화를 위한 합리적인 소방시설 점검은 어떻게 이뤄져야 할까?
첫째, 현재 세대수만을 기준으로 설계된 규정을 공용부와 세대부로 분리해 실질적인 점검이 이뤄지도록 규정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 주민편의시설과 함께 주차장의 지하화 확대로 여러 소방시설이 설치돼 점검 중요성이 강조되지만 현행 규정으로는 공용부에 대한 실질적인 점검이 곤란한 게 사실이다.
둘째, 개인 주거지인 세대 내 소방시설은 외부인이 점검하기 어려운 만큼 실효성 있는 공동주택 세대 점검을 위해 2022년 12월 개정된 ‘소방시설 설치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의 취지에 따라 관계인이 자율적으로 소방시설을 철저히 유지ㆍ관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셋째, 공동주택 관리사무소 관계자와 소방안전관리자, 세대원 모두 소방시설 유지ㆍ관리에 대한 관심과 실천이 습관화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또 소방시설 외관점검표 서식을 통해 세대 거주 입주민이 적극적으로 소방시설 점검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현재는 소방청과 (사)한국소방시설관리협회, 국민의 3년여간의 노력 덕분에 법 개정 취지에 부합하는 국민 안전 의식이 높아졌다. 안정적인 제도 정착도 체감하고 있다. 공동주택 특성상 이웃에게 피해를 줄 수 있는 미점검 세대주에 대한 처벌 규정이 마련돼 시행을 앞두고 있지만 소방시설 배치기준은 2012년 최초 제정 이후 별다른 개정 없이 여전히 세대수에만 근거하고 있어 국민의 기대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실정이다.
이러한 불합리한 부분을 해소하고 자체점검 제도의 공신력ㆍ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공동주택의 소방시설 점검인력 배치기준을 공용부와 세대부로 각각 산정할 수 있도록 빠른 제도 정비가 필요할 거다.
이기훈 한국소방시설관리협회 부회장
※ 외부 필자의 기고 및 칼럼 등은 FPN/소방방재신문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저작권자 ⓒ FPN(소방방재신문사ㆍ119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
많이 본 기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