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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획] 그들은 왜 소방시설공사 분리발주를 외치는가

소방시설공사업체 대표가 밝히는 소방공사업의 현실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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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 기자 | 기사입력 2014/02/24 [19:50]

[특별기획] 그들은 왜 소방시설공사 분리발주를 외치는가

소방시설공사업체 대표가 밝히는 소방공사업의 현실태

최영 기자 | 입력 : 2014/02/24 [19:50]
- 경기도서 30년간 소방공사업 수행해 온 A씨
- “열심히 공사하고, 열심히 소송 진행하고…”
- 발주처는 대금 지불… 돈 못 받는 실제 시공업체


소방시설공사의 분리발주를 골자로 한 관련법 개정안이 국회에 계류 중이다. 하지만 건설업계와의 첨예한 의견 대립으로 법안의 국회 통과가 불투명하다는 시각이 적지 않다.

사실 소방시설공사는 건축법상 건설공사 범위에 포함되지 않지만 건설공사나 전기공사 등 타 공종과 일괄 발주되면서 전문소방공사업체는 입찰기회조차 얻지 못한 채 하도급에만 의존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대부분의 소방시설공사는 종합건설 업체의 통합수주 이후 전문소방시설공사업체에 하도급하게 되는데 최악의 경우 공사 금액의 최초 예정가격의 약 50% 수준으로 공사를 진행하는 경우도 있다. 여기에 법적으로는 1차에 한해 하도급이 가능하지만 2차, 3차 하도급까지 이뤄지는 일도 허다하다.

이 때문에 소방시설공사는 물론 소방 제조, 설계, 감리 업계 등 소방관련 업계와 주무부처인 소방방재청까지 나서서 “소방공사의 품질을 떨어뜨려 부실시공이 불가피하고 갑을관계를 조장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로 인해 구두계약이나 저가 이중계약 등 고질적인 부패를 불러오고 있어 소방시설공사의 분리발주 의무화가 시급하다고 강조한다.

이러한 소방시설공사의 발주 실태는 공사를 직접 수행한 업체들이라면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하지만 관련 소방공사업체 관계자들은 실 사례를 통한 분리발주의 필요성을 언급하기에는 두려움이 앞선다고 털어 놓는다.

분리발주의 반대 입장을 강하게 고수하는 건설업체로부터 소방공사를 하도급 받아 사업을 이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대놓고 문제점을 논하자니 행여나 불이익을 당할까 부담감부터 앞서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도 일부 소방시설공사업체 대표들은 “이제는 소방시설공사의 도급 실태를 만천하에 알려야 한다”며 소방공사업계에서 나타나는 폐해에 대해 조심스레 입을 열고 있다.

본지(FPN)는 소방시설공사업을 수행하는 업체 대표자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소방시설공사업의 현 실정과 하도급 실태를 조명하고자 한다. 인터뷰 당사자와 도급업체 등의 정보는 모두 익명으로 진행하는 조건으로 첫 번째 대상을 어렵게 섭외했다.

“소방시설공사는 공사대로, 소송은 소송대로”
경기도에서 30년이 넘도록 소방시설공사업을 운영해 온 모 업체 대표 A씨. 지난 17일 사무실에서 만난 그는 소방공사 대금을 받지 못해 법적 소송까지 진행한 파일들을 탁자 위에 펼쳐 보이며 하소연하기 시작했다.

그는 “현재 건설공사와 통합으로 발주되는 소방시설공사의 문제는 공사 품질을 떨어뜨리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더욱 심각한 문제는 기성공사 대금을 받지 못해 공정 자체가 엉망이 되고 전문소방시설공사업체는 돈조차 못받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여러 건의 소송 파일을 보여주던 그는 “만약 분리발주가 시행됐었다면 모두 받을 수 있었을 대금이고 공사 과정에서 나타나는 문제도 사전에 방지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이어 A대표는 소방시설공사의 통합발주 문제로 겪어야만 했던 대표적인 사례들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A씨는 지난 2004년 한 주상복합건물 주차타워의 소방시설공사를 맡은 적이 있다고 했다. 시설 건축주는 I업체(종합건설사)에 주차타워 건설공사를 통합 발주했다. 모든 공사를 일괄 수주한 이 종합건설사는 소방기계공사를 떼어내 K업체라는 곳에 하도급했다.

이 K업체로부터 소화설비 공사를 재하도급 받은 A씨는 법적 위반 행위인 2차 하도급임을 알면서도 공사를 진행할 수밖에 없었다고 털어놨다. 규모가 작던 크던 간에 공사를 지속적으로 수주해야만 경영자체가 가능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사 진행 과정과 완료 이후에도 대금을 못 받아 소송까지 진행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이 소송에서 A씨는 승소 판결을 받았지만 대금을 받을 길은 없었다. 소방공사를 종합건설사로부터 하도급 받았던 K업체가 I종합건설사로부터 대금을 모두 받고 도주해 버렸기 때문이다.

발주처와 원도급자인 종합건설사는 공사대금을 지불했기에 A씨에게 추가로 돈을 지급할 이유는 없었다. 이로 인해 A씨는 수천만 원에 이르는 공사대금을 아직까지도 못 받고 있다.

A씨 설명에 따르면 당시 소방시설공사를 포함한 건설공사를 일괄 수주했던 I종합건설사는 소방공사업 면허조차 없었다. 이 경우 관련법에 따라 처벌을 받게 되지만 서류상으로는 문제될 게 없었다. 실제 소방시설공사 신고서류는 발주처와 A씨 업체가 체결한 것처럼 허위로 꾸며졌기 때문이었다.

A씨는 “2차, 3차 하도급을 통해 수주하더라도 관련 서류는 발주처에서 받는 경우도 있고 종합건설사를 찾아가 서류를 놓고 가라고 하면 종합건설사가 대신 발주처의 도장을 받아주는 경우도 있다”며 “사실 위법성을 가려내기 위해서는 기성에 따라 발행되는 세금계산서 내역을 조사하지 않는 한 불가능한 것이 현실이다”고 설명했다.

A씨는 지난 2006년에도 비슷한 상황을 겪어 수천만원의 공사비를 날렸다. 안산의 모 화학공장 증축 공사 역시 소방공사를 포함한 모든 건설공사를 M종합건설이 일괄 수주했던 적이 있다.

M종합건설사는 A씨에게 소방시설공사를 별도로 하도급했는데 이 공사에서도 대금을 30% 정도 밖에 받지 못했다. 소방공사와 건설공사를 일괄 수주한 M종합건설이 대금을 모두 받고도 하도급 업체에게는 준공 후 지급하기로 했던 잔금을 주지 않고 도주해 버렸기 때문이다.

A씨는 “이 사건을 계기로 당시 발주처였던 모 기업은 전기와 소방, 공조, 설비 등 건축을 제외한 나머지 공사에 대해서는 분리발주를 시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A씨는 불과 1년 전에도 이런 일을 겪었다. 한 제약회사 공장 증축 과정에서 모 제약회사는 H종합건설업체라는 곳에 건설공사를 통합 발주했다.

이 중 소방기계공사를 S업체에 하도급 줬고 A씨는 이 S업체로부터 소화설비 공사를 2차로 하도급 받아 공사를 수행했다. 하지만 수천만원에 이르는 공사비 중 약 20%에 달하는 공사대금을 받지 못했다.

1차 하도급 업체였던 S업체는 폐업을 해 버렸고 A씨는 제3채무자였던 H종합건설과 채권청구분할 소송을 진행해 승소했다. 하지만 H종합건설을 상대로 노임을 받지 못한 사람들의 노임 청구가 들어오면서 노임우선변제권이 적용됐고 결국엔 공사비를 받을 길이 없어졌다.

A씨는 이러한 일련의 사건들은 “빙산의 일각”이라고 잘라 말한다. 소방공사의 대금이 원도급 업체나 1차 하도급 업체에는 당연히 지급되지만 실제 공사를 수행한 전문소방공사업체로 전달되는 것이 순탄치만은 않다는 것이다.

A씨는 “문제가 발생된 공사의 경우 발주자는 소방공사비를 모두 지급했으나 중간에서 모든 공사를 일괄 수주했던 종합건설사나 도급업체의 문제로 실제 공사비를 받지 못한 것”이라며 “사실상 분리발주가 이뤄졌다면 발주자를 통해 공사대금을 정당하게 받았었을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최초 발주자가 소방공사비에 실제 투입하려 했던 공사비는 일괄 발주와 하도급이 이뤄지면서 줄어들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라며 “이 사건들의 경우도 소방공사의 최초 발주금액은 알기조차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최영 기자 young@fpn119.co.kr
 
<소방방재신문(FPN)에서는 현재 소방시설공사의 발주 실태가 불러오는 다양한 문제점에 대한 실제 사례 중심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관련 내용은 담당기자 이메일(fpn0@hanmail.net) 또는 본지 취재부 02-579-0914로 연락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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