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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쓸법식] AI 시대에서 변호사의 역할에 대한 소고

알아두면 쓸모있는 법률 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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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법인 어진 주어진 | 기사입력 2025/12/03 [10:00]

[알쓸법식] AI 시대에서 변호사의 역할에 대한 소고

알아두면 쓸모있는 법률 지식

법무법인 어진 주어진 | 입력 : 2025/12/03 [10:00]

요즘 형사 사건을 담당해 처리하는 과정에서 의식적으로 챗GPT를 비롯한 AI 플랫폼 활용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서면 작성에 획기적인 도움을 받겠다는 등의 거창한 목적이 있는 건 아니고 그저 급변해가는 AI 시대에 뒤쳐지지 않기 위한 제 나름의 소소한 발버둥에 불과합니다. 

 

그런데 막상 AI를 활용해 판례 검색 또는 기초적인 서면, 유사 사건에 대한 의견을 묻는 과정에서 제법 그럴싸한 AI의 답변에 놀라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이 추세대로라면 향후 5년 이내에 기초적인 소송서류는 AI가 작성하더라도 업무처리에 큰 지장이 없을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AI의 시대에 AI에 비해 실수도 가끔 하고 감정적이며 쉽게 지치는 인간 변호사는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요? 지금도 많은 변호사가 수임의 압박에 시달리는데 향후 형사 전문 변호사인 전 AI에 밀려 완전히 도태되지 않을까요?

 

여기까지 걱정이 미치다가도 이내 그럴 리는 없을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우려를 접어봅니다. 

 

어느 저명한 인공지능 학자분의 유튜브 강연에서 인용하자면 “AI의 시대가 도래할수록 사람과 사람 간의 관계성은 더욱 중요해질 것이고 결국 사람을 대하는 태도가 경쟁력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있습니다.

 

이러한 분석에 따를 때 경험 많은 ‘인간’ 변호사들은 명백하게 AI보다 강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바로 의뢰인의 말을 경청하고 의뢰인의 처지를 공감하며 이러한 의뢰인의 사정을 조심스럽게 수사기관과 재판부에 알려 법리적인 처벌뿐 아니라 인간적인 형편의 고려를 함께 구하는 게 업무 습관화됐기 때문입니다.

 

직접 처리한 형사 사건 두 개를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한 사례는 인테리어 업자(의뢰인)가 인테리어 비용을 받지 못해 인테리어를 맡긴 도급인의 가게를 차로 들이받고 그도 모자라서 가게와 자신의 몸에 불을 지르려다 구속된 사건(특수 상해, 특수 협박, 현주건조물 방화미수)이었습니다. 

 

또 다른 사례는 가족을 위협하는 취객을 방어하는 과정에서 상대방에게 중한 상해를 입혀 1심에서 법정구속이 된 사건이었습니다. 

 

챗GPT에 위 사건들의 예상 결과를 물어보니 어김없이 중형을 면하지 못했습니다. 유사 사건의 판례를 주르륵 붙이면서 왜 집행유예가 어려운지, 왜 중형이 나올 수밖에 없는지 일목요연하게 결괏값을 도출하는 인공지능의 단호한 모습에서 저도 모르게 고개가 끄덕여졌습니다.

 

그러나 실제 제가 받은 판결문은 내용이 챗GPT의 예상과 크게 달랐습니다. 첫 번째 사건은 집행유예를 이끌어냈으며 두 번째 상해 사건은 누범기간 중 저지른 사건이었는데 놀랍게도 항소심에서 벌금형의 결과를 이끌어냈습니다(참고로 누범기간에는 집행유예 선고가 불가합니다).

 

만약 챗GPT에게 표정이 있다면 위 판결문을 보고는 말도 안 되는 엉터리 판결이라며 황당한 표정을 지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러한 표정을 지을 챗GPT에게 저는 이렇게 반문하려고 합니다. 

 

“챗GPT 당신의 단호한 판단에 인테리어 업자가 자신의 몸에 휘발유를 뿌리며 죽음을 각오하기까지의 경제적으로 힘듦과 그로 인한 좌절, 그에 따른 고뇌와 이를 홀로 해결해야 하는 외로움이 들어가 있습니까?”

 

“챗GPT 당신의 명료한 판단은 긴박한 사실관계 아래에서 가족을 방어하고자 했던 절박한 사람의 심정까지 함께 반영한 것인가요?”

 

우린 변호사이기에 앞서 인간이라 의뢰인 한 명, 한 명의 삶의 궤적을 살피고 의뢰인의 처지에서 오는 고통과 절박함, 그리고 불안감과 진심 어린 반성을 재판 과정에서 가감 없이 투영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의뢰인은 자신의 잘못된 행동에 대해 응분의 대가를 치러야겠지만 그와 함께 의뢰인의 처지와 심경도 아울러 고려되도록 앞으로도 최선을 다해 재판부를 설득할 겁니다.

 

아마도 이러한 사람의 체취가 묻어나는 변론은 챗GPT를 비롯한 AI만으로 수행하기에 아직은 시기상조라고 생각합니다. 

 

결국 AI 시대가 전면적으로 도래하더라도 재판이라는 굴곡진 길을 걸어가는 사람 옆을 동행하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그게 AI 시대에서 사람의 일을 다루는 변호사의 역할이 아닐지 싶습니다.

 

 

 

법무법인 어진_ 주어진

 

<본 내용은 소방 조직의 소통과 발전을 위해 베테랑 소방관 등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2019년 5월 창간한 신개념 소방전문 월간 매거진 ‘119플러스’ 2025년 12월 호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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