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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안전처 신설, 빛 좋은 개살구 될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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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기환 발행인 | 기사입력 2014/05/26 [09:42]

국가안전처 신설, 빛 좋은 개살구 될라

최기환 발행인 | 입력 : 2014/05/26 [09:42]
▲  최기환 발행인  

 지난 19일 박근혜 대통령은 막강한 파워를 자랑하던 안전행정부와 해경의 사실상 해체를 선언하고 국가안전처를 신설해 안전관련 조직을 모두 일원화하겠다고 밝혔다. 육상재난을 담당하는 소방과 해상재난을 맡고 있는 대응조직 등을 한 곳에 묶어 놓겠다는 구상이다.

안행부는 올해 초 개정된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에 따라 대규모 재난에 대한 총괄조정업무를 수행하고 있었다. 하지만 세월호 침몰 사고 시 현장수습 지휘능력은 물론 해수부 등 타 부처와의 공조에서도 완벽한 ‘실패’의 모습을 보여줬다. 해양경찰청도 상실한 해양 재난현장의 지휘체계를 여실히 드러냈다.

이를 배경으로 안행부의 안전부서와 소방방재청, 해양경찰청은 모두 격하 내지는 간판을 떼어내야 하는 상황에 몰렸다.

하지만 국가적 재난체계의 문제는 관련 부처를 하나로 묶는다고 해결될 일이 결토 아니다. 인위적으로 조합된 조직은 분명 효율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지난 2004년 재난총괄 조직으로 출범한 소방방재청만 보더라도 소방과 방재가 물과 기름처럼 융합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우리는 잘 알고 있지 않은가. 결국 바깥 울타리만 치는 국가안전처의 형상은 제2의 소방방재청을 만드는 꼴이 돼 자칫 갈등의 불씨를 조장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이러한 발상은 실효성이 떨어지고 나아가 행정적 문제까지 불러올 수 있는 위험성을 안고 있다. 소방과 해경 등 안전관련 부처가 재난대응 업무만을 수행하는 것은 아니다. 평상시에는 작은 사고에 대처하고 사고예방과 인허가, 관리 등 다양한 제도를 관장한다. 수많은 행정 업무를 병행하고 있는 것이다.

소방은 평상시 화재진압과 구조, 구급 등 이 외에도 사고예방을 위한 다양한 정책을 펴고 크고 작은 사고에 대비한 업무들을 수행한다. 해양안전 외 단속 업무와 수사, 정보 업무 등을 펼치는 해경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이렇게 평상시 이뤄지는 모든 고유 업무를 국가안전처가 도맡을 수는 없다. 때문에 평상시에는 소관업무의 독립성을 갖고 입법 등 필요한 행정을 펼치되 재난상황에선 보장된 지휘권을 확보해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체제를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우리나라는 대형사고가 나면 그 사고만을 근시안적으로 바라보며 대책을 내놓기 바쁘다. 이번 세월호 사고 역시 해난에서 발생한 수난사고라는 점에서 해경을 수술대에 올려놓았다. 과거 삼풍백화점 사고와 대구지하철사고 때에는 육상재난을 초점으로 대비책을 세웠던 것처럼 말이다.

효율적인 재난대응체계를 정립하는 시점이 지금이 적기인 것은 분명하다. 작금의 대한민국 재난관리체계의 핵심적 문제는 전문성과 실용성을 갖춘 현장대응 중심의 체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그렇기에 국가재난관리체계의 개선은 재난현장의 초기대응 기능을 강화해 인명안전을 지키는 일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예방이나 준비, 복구에 비해 ‘대응’은 단 한번의 실패도 용납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선 현행법상 재난상황 시 지휘관의 역할을 장관이나 시ㆍ도지사, 시ㆍ군ㆍ구, 부단체장 등이 아니라 육상재난 혹은 해상재난을 대응하는 해당조직의 수장이 지휘권한을 갖고 주도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기반부터 조성해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께 고한다. 신설되는 국가안전처는 큰 틀의 안전정책과 표준화 기능, 대응체계, 사전계획수립, 자원관리 계획 등을 맡고 재난상황에 대비한 철저한 훈련계획을 수립해 통합훈련을 주관하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또 국가적 차원의 안전정책을 진단하고 위험도 판단을 통한 예산배분, 관련 소관 법률 간의 충돌이나 이견 등을 조율하고 재난 발생 시에는 인력과 장비, 타 부처의 역량 등을 효율적으로 지원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분명 대통령이 구상한 국가안전처의 모습은 비대한 모습의 안전전담 부처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는 조직을 키운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다. 억지로 묶어 놓는다고 재난현장에서 전문적인 대응역량을 갖출 수 있고 평상시 수행하는 고유 업무까지도 수월하게 이뤄질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이는 큰 오산이다.
 
본지 발행인 최기환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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