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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t!119]그림 그리는 소방관들, “소방관의 활동상 알리고 싶어요”

[인터뷰]이창목ㆍ김윤수ㆍ이병화 소방관

유은영 기자 | 입력 : 2017/12/22 [12:53]

▲ (왼쪽부터)이창목, 이병화, 김윤수 소방관     © 최고 기자


[FPN 유은영 기자] = 지난달 3일 ‘소방의 날 기념식’이 열리던 이 날 그림 전시회를 계획하고 있던 세 명의 소방관이 있었다. 이들은 42년 만에 독립한 소방청 발족을 축하하고 세월호와 대구 지하철 참사 기억을 화폭에 담았다. 또 소방청 CI를 활용한 7080시대의 소방활동상을 그림 속에 녹여냈다.


아쉽게도 계획된 이 전시회는 무산됐다. 그러나 이들은 “그림으로 소방관의 활동을 세상에 알리겠다”는 큰 꿈을 갖고 틈날 때마다 그림을 그리고 있다.


이들이 그린 그림은 그 형상이나 특징은 달랐지만 목적만큼은 같았다. 그림을 통해 소방을 널리 알려 국민과의 공감대를 더욱 넓히고 싶다는 이유다.


이들의 그림 속에는 소방을 향한 애틋함이 숨어 있다. 때로는 그림을 통해 국민에게 메시지를 던지고 스스로 마음을 위로하기도 한다. 하지만 무엇보다 소방에 대한 그들의 애정은 작품에서 확연히 나타난다.


지난 12일 이 세 명의 소방관을 만났다. 앞으로도 펜을 놓지 않겠다는 그들은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이유가 “소방관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언젠가 작품을 한데 모아 달력이나 다이어리 같은 상품을 제작해 기부문화에 동참하고 싶다는 그들과 진솔한 이야기를 나눠봤다.

 

▲ 이창목-대구 지하철 참사


▲충주세계소방관대회 추진단 이창목 소방장

“소방활동을 하면서 그동안 마음속에 담아뒀던 많은 이야기를 그림 속에 담을 수 있었습니다. 작업하는 내내 제 마음을 치유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2009년 11월 임용된 이창목 소방장은 청주동부소방서, 진천소방서를 거쳐 현재 충주세계소방관경기대회 추진단 국제협력팀에서 근무하고 있다. 영어를 전공한 그는 유창한 영어 실력으로 세계소방관경기대회 성공 개최를 위해 세계 소방관들에게 대회 개최 소식을 알리고 있다.


“그림을 따로 배워본 적은 없어요. 워낙 손에 펜을 들고 이것저것 낙서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소방에 임용된 후 몇 년간 그림을 그리지 못했었는데 전시회가 계기가 돼 다시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그는 ‘대구 지하철 화재’와 ‘세월호 사고’를 주제로 그림을 그렸다. “사건이나 사고가 발생하면 가장 먼저 달려가는 것이 소방관입니다. 그런 현장에서 슬픔과 아픔도 가장 먼저 마주하게 되는데요. 이런 안타까운 상황을 마주하게 되는 소방관들은 마음의 깊은 상처를 안게 됩니다”


그가 캔버스에 담아내고 싶었던 것은 다름 아닌 대형 재난 상황 속에서 소방관들이 느꼈을 안타까운 심정이었다. “재난 현장으로 들어갔던 소방관들의 마음이 얼마나 무거웠을까. 상황이 종료된 후 그들의 마음이 얼마나 무거웠을까를 생각하니 제가 현장에서 겪었던 일들이 떠오르더군요. 제 기억을 되짚어 보며 큰 힐링을 받은 듯한 기분입니다”

 

▲ 김윤수-시민과의 약속

 

▲서울 구로소방서 김윤수 소방교

“사진이나 동영상은 담겨있는 이미지만을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림은 보여주는 이미지를 넘어 그 이상의 다양한 상상력과 자극을 줄 수 있죠. 또 특정 연령층이 아닌 다양한 연령층이 쉽게 접할 수 있는 매체가 바로 ‘그림’이 아닐까요?”


2010년 소방관이 된 김윤수 소방교는 양천소방서를 거쳐 현재 구로소방서에서 홍보담당으로 근무하고 있다. 시각디자인을 전공한 그는 뛰어난 그림 실력으로 2016 서울소방작품공모전에서 영상 부문 대상을 차지했다. 올해는 웹툰 부문에서 대상을 받는 영예를 안았다.


“처음 소방관이 됐을 때부터 홍보 업무를 하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현장의 참혹함이나 참담함을 사진이나 영상이 아닌 그림으로 풀어내면 받아들이는 국민이 조금은 편안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했죠”


김윤수 소방교는 이번 전시회를 준비하며 소방청 독립의 기쁨과 희망을 캔버스에 담았다. “지난 세월호의 아픔을 극복하고 더 이상의 재난사고의 안타까움이 생기지 않도록 소방청과 대한민국 정부가 합심해 시민이 편히 살 수 있는 안전한 나라를 꿈꾸길 기대하며 작업했습니다”


그의 작품은 대부분 채색 없이 펜으로만 그려낸다. “개인적으로 김정기 작가님의 작품을 좋아합니다. 그분의 영향 때문인지 채색 없이 표현하는 그림에 매료돼 그런 작품들을 그려내고 있죠”


김 소방교는 이미 소방관들 사이에서 ‘그림 잘 그리는 소방관’으로 유명하다. 함께 일하는 동료들의 모습부터 동료들이 현장 활동을 하는 모습까지 많은 상황은 그의 손을 거쳐 그림으로 완성된다.


“우리 소방관들은 시민과 떨어진 단절된 조직이 아닙니다. 언제나 시민 곁에서 어려움이나 기쁨에 함께하고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들입니다. 그런 모습을 그림으로 전달하고 싶습니다”

 

▲ 이병화-7080소방

 

▲인천 계양소방서 이병화 소방사

“소방관의 꿈을 갖게 되고 공부를 시작하면서 소방 조직에는 정말 많은 분야와 여러 선배님이 각자의 역할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제가 모든 분야를 경험하긴 힘들지도 모르지만 적어도 경험한 분야에서 제가 겪고 느낀 것들은 그림으로 남기고 싶습니다”


인천 계양소방서 이병화 소방사는 올해 6월에 임용된 새내기 소방관이다. 그는 인천소방학교에 벽화를 그렸다. 소화전과 급수탑에도 그림을 그려 넣은 게 계기가 돼 이번 전시회를 준비하게 됐다.


이병화 소방사는 인천중부소방서 현장대응단장인 이순모 소방령의 아들이기도 하다. 사실 미술을 전공했지만 소방관이라는 직업을 선택하게 된 것은 아버지의 영향이 컸다.


“대학교 3학년 때 아버지께서 유럽으로 배낭여행을 보내주신 적이 있는데 그때 저 자신을 돌아보며 미래에 대해 많은 생각들을 했어요. 원래 소방관에 대해 큰 관심은 없었는데 아버지에 대해 생각해 보다가 여행하는 도시마다 소방서에 들렀습니다. 출동하는 소방관들의 멋지고 늠름한 모습이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아 소방관이 되기로 마음먹었죠”


그렇다고 해서 그가 그림을 포기한 것은 아니었다. 그는 이번 전시회를 위해 소방청의 CI를 재해석해 1970년대부터 80년대까지의 소방 활동상을 표현했다. “순수 미술을 전공했기 때문에 그동안 캔버스에만 그림을 그렸었는데 이번 작업은 컴퓨터로 하면서 제 스스로가 한 단계 더 발전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전시회를 하지 못해 아쉽긴 하지만 앞으로 소방관으로서, 또 그림을 그리는 사람으로서 게을리하지 않고 열심히 활동해 나가고 싶습니다. 소방관인 제가 가진 재능이 서로 좋은 시너지를 낼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유은영 기자 fineyoo@fpn119.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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