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소방점검제도, 개혁이 절실하다

윤명오 서울시립대학교 재난과학과 교수 | 입력 : 2018/01/10 [08:09]

▲ 윤명오 서울시립대학교 재난과학과 교수

소방인 모두가 제천 화재와 함께 비통한 심경으로 밝지 않은 신년 초를 맞이하고 있다. 마치 폭탄 제거반의 역부족으로 희생자가 다수 발생한 것을 ‘테러리스트’가 아닌 ‘폭탄제거반’에게 질책과 비난을 쏟아내고, 모든 책임을 몽땅 감당해야 하는 형국이 돼 버린 것 같아 안타깝다.


우선 제천 화재 현장대원들에게 “수고하셨다”는 말부터 전하고 싶다. 소방인 모두의 마음과 함께 전할 수 있다면 더없이 좋을 것이다.


이번 화재에서도 ‘소방안전점검’의 부실 문제는 예외 없이 불거졌다. 우리나라에서는 매년 현업에 종사하는 소방시설관리사의 10% 정도가 허위 보고서 작성으로 중징계를 받는다. 그런데도 소방 관련 학원에는 이 자격 취득을 위해 공부하는 수험생들이 즐비하다. 안타깝고 답답한 일이다.


수년 전 여당의 한 국회의원은 ‘소방시설관리사’의 점검 부실에 대해 특단의 대책을 요구한 적도 있었다. 얼마 전 한 기자와의 대화에서 필자는 발주 형태는 ‘용역도급’이지만 책임은 ‘소방검사’이고 징벌 요구 수준은 첨단 의료 수준이기에 결국 점검 당사자는 ‘돈’과 ‘정책명분’ 그리고 품질 현실 사이에서 연명하다 여차하면 죄인이 될 뿐이라는 말을 한 적이 있다.


워낙 사정이 답답하다 보니 이런저런 대안을 고민해 봤다. 최소한 국가가 용역비의 하한선이라도 정하던, 의료심사평가와 같은 비용관리기관을 설립해 국가 예산으로 운영하는 방법도 있을 듯하다. 또 건물관계인에 대해서는 ‘벌금’이나 ‘영업정지’처럼 여러 나라가 공통적으로 하는 소방검사 위반 수준의 처분이 가능토록 제도를 강화하거나 부실 점검의 수준을 항목별로 차별화하고 점수화해 벌점을 주는 누계관리 시스템을 반영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을 법하다.


부동산거래나 임대, 영업허가 등에 ‘안전증명’을 의무화하고 신뢰도 경쟁을 유발시켜 자발적 점검 시장을 병행 형성하는 방법 또는 경비회사 개념으로 실시간 관리 상태를 모니터링하는 네트워크형 원격관리사업을 육성하는 방향도 고려해 볼 만 하다. 오프라인 점검업은 현재대로 유지시키되 이른바 ‘소방검사’는 별도의 국가 발주 용역으로 하고 그 비용은 소방시설세 형태로 조성하는 방법도 고민해 본다.


이런 여러 방안을 아무리 설명해도 역시나 매스컴은 극단적이었다. 필자가 마치 현행 소방점검제도를 폐지하고 소방관에 의한 직접 검사로 회귀시키자는 주장을 한 것처럼 단 두세 줄의 어이없는 요약 보도로 마무리하는 것을 보면 말이다.


목적이 단순하다고 그 방법마저 간단한 것은 아니다. 그렇게 생각한다면 지식도, 경험도 없는 철부지라는 소리를 들어 마땅하다. 오히려 목적의 당위성이 강할수록 요구되는 완성도는 극도로 높아지기 마련이다. 또 그것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은 한없이 복잡해질 수밖에 없다.


‘안전한 세상’, ‘이상 없는 시설’이라는 목표는 ‘나라다운 나라’ 만큼이나 누구나 동의하는 대명제다. 동시에 지구상 어느 국가도 풀지 못한 인류 문명의 영원한 난제라는 사실도 인정해야 한다. ‘국민 안전 불감증’으로 치부한다면 그것은 얼차려 만능의 군대 내무반 정서로 사회 문제를 풀겠다는 말과 다를 게 없다.


요즘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라는 TV프로가 인기다. 혹시 그 친구들이 국내 여행 중 안전을 걱정한다면, 필자는 그들에게 오히려 우리나라 국민조차 잘 모르는 세 가지를 꼭 전해주고 싶다.


그 첫 번째는 한국의 화재 사망률은 미국이나 일본보다 훨씬 낮다는 사실이다. GDP 선진권에서도 화재 안전 최우수국가라는 OECD 통계를 증거로 보여주고 싶다.


두 번째는 우리는 소방점검제도를 운용하고 있는데, 가혹하기 그지없는 점검 제도와 업무 결과로 미국과 일본보다 월등한 안전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세 번째는 소방안전 최우수 국가임에도 국가 화재안전기준이나 소방점검 정책을 기획하고 관리하는 연구기관은 따로 존재하지 않을뿐더러 담당 공무원 숫자도 스시(초밥) 1인분의 절반도 안 된다는 말을 꼭 해주고 싶다.


지금 우리나라의 소방점검업은 ‘걸프전의 충격과 공포 작전’처럼 무리하게 강행되고 있다. 3만 달러 소득 시대에 들어선 지금보다 지혜롭고 직업에 대한 자긍심을 가질 수 있는 상황으로 변화되길 갈망하지 않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2018년 오늘날 여전히 우리에게는 이 문제에 도전하고 풀어갈 역량은 부족해 보인다. 필자는 소방청 정책 자체평가위원장을 맡고 있다. 그런 본인이 목격한 것은 ‘능력의 문제’ 이전 중앙 정책부서의 물리적인 인원수와 조직 기반이 도저히 ‘국가 소방업무’를 감당할 수준이 아니라는 사실이었다.


그렇다 보니 작은 것 하나를 바꾸려 해도 실무자의 눈빛은 이미 좌절 상태가 돼버리고 만다. 어떻든 점검제도가 떠안은 구조적 모순과 무리함은 선진적 정책 리모델링을 통해 필사적으로 개혁돼야 한다.


모든 문제점을 철저히 노출시키고 아이디어를 모아 현실적이고 설득력 있는 정책 프레임을 구축하는 게 필요하다. 언제까지 앉아서 책임지기만을 기다릴 수는 없지 않은가. 소방인 모두가 승자가 되어야 하지 않겠는가.

 

윤명오 서울시립대학교 재난과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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