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3년 전 76억 엉터리 감사… 중징계 당한 소방 고위직 누명 벗었다

- 감사 중단ㆍ압력 사유로 징계, 김일수 본부장 재판서 ‘승소’
- 부당한 징계로 뇌출혈까지… 박두석 조정관도 2심서 ‘승소’
- 이해 못 할 감사와 징계 처분 “조직 차원 명예 회복시켜야”

최영 기자 | 입력 : 2018/01/17 [10:30]

▲ 과거 중앙119구조본부 감사 과정에서 징계를 받았던 고위 두 명의 소방공무원. 왼쪽부터 박두석 전 국민안전처 소방조정관과 김일수 전 중앙119구조본부장(현 경기북부재난소방본부장)     © 소방방재신문

 

[FPN 최영 기자] = 과거 중앙119구조본부 장비구매 관련 내부 감사 과정에서 압력을 넣어 감사를 중단하고 감사보고서를 축소ㆍ은폐했다는 이유로 중징계를 받았던 두 명의 고위직 소방공무원이 3년 만에 실추됐던 명예를 되찾게 됐다. 부당했던 징계자들에 대한 소방조직 차원의 명예회복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FPN/소방방재신문> 취재결과 지난달 22일 서울행정법원 제1부(재판장 김용철)는 현 김일수 경기북부재난본부장(감사 당시 중앙119구조본부장)이 제기한 감봉처분취소 사건에 대해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지난 1월 11일에는 박두석 조정관에 대한 서울고등법원 2심 판결(재판장 문용선)에서도 과거 내려졌던 징계처분이 부당하다고 결론 내렸다.


3년 전 비리의 온상처럼 비쳐지며 세간을 떠들썩하게 만든 소방 고위직 공무원의 징계 사건이 사실상 모두 잘못됐었다는 결과가 나온 것이다. 이로써 지난해 감사원 감사와 검찰 조사에서 과거 중앙119구조본부의 76억 자체 감사 결과 대부분이 엉터리였다는 사실이 밝혀진 데 이어 관련 고위직 징계자들도 억울한 누명을 벗을 전망이다.


지난 2014년 지금의 소방청 전신인 소방방재청은 중앙119구조본부가 소방장비를 구매하는 과정에서 원가산정 소홀 등으로 약 76억원의 예산을 낭비했다는 내부 감찰조사 결과를 도출했었다. 이 조사보고서가 2015년 국정감사에서 공개되면서 수십억 원의 국고 예산을 낭비한 것도 모자라 소방 고위직(박두석, 김일수)에 의해 해당 감사가 중단ㆍ축소까지 이뤄졌다는 등 심각한 비리 문제로 떠오르며 이슈를 낳았다.


당시 중앙119구조본부장을 역임했던 김일수 본부장은 감사 진행 과정에서 같은 소방장학생 출신의 박두석 소방조정관에게 압력을 행사해 감사를 중단시키고 결과를 축소시켰다는 이유로 감봉 3월의 징계(표창경감)를 받았다. 박두석 소방조정관은 김일수 본부장으로부터 조사 중단 요구를 받았고 이를 받아들여 당시 감찰 실무를 담당하는 소방정책과에 관련 지시를 내렸다는 사유로 감봉 3월의 징계(표창경감) 처분을 받았다.


이에 김일수 본부장은 당시 국민안전처를 상대로 ‘감봉처분취소’ 소송을, 박두석 국장 역시 ‘소청심사위원회결정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최근 판결 난 이 두 재판에선 징계처분의 원인이 된 사유가 존재하지 않고 당시 국민안전처(소방청 전신)의 징계처분은 부당했다는 결과가 나왔다. 재판부는 당시 감사를 조속히 종결하도록 청탁하거나 압력을 행사해 부당하게 중단시켰다고도 볼 수 없다고도 판결했다.


재판부는 김일수 본부장 경우 “감사 대상이 된 중앙119구조본부의 장비구매 관한 조사(자체 감사) 결과는 경ㆍ검찰의 수사 결과와 감사원 감사 등에서 대부분 비위사실이 존재하지 않거나 경미한 것으로 판명된 점에 비춰 볼 때 중대 비위사실 존재를 인식하고서 불이익을 염려해 이 사건 감사를 무마시키거나 방해하려는 의도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김일수 본부장의 청탁이나 압력에 따라 사건 감사가 2014년 8월 13일 중단됐다는 점도 징계 사유 중 하나였지만 이 또한 사실이 아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오히려 감사가 중단되기는커녕 9월 24일경까지 혐의자들을 추가 소환 조사하면서 문답서 작성 등이 이뤄졌다는 사실이 재판 과정에서 확인됐기 때문이다. 감사를 조속히 종결하도록 청탁하거나 압력을 행사해 감사를 부당하게 중단시켰다고 볼 수 없어 징계사유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결론이다.

 

재판부는 김일수 본부장과 박두석 국장이 특별한 친분이 있었다는 것 역시 근거가 없고 이해관계를 함께 한다고 볼만한 객관적인 사정도 보이지 않는다는 판단 내리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김일수 본부장이 박두석 조정관과 담당계장에게 중앙119구조본부 소속 직원들이 감사 과정에서 겪는 어려움을 전하고 감사를 조속히 종결해 줄 것을 요구했을 뿐이었고, 추가적인 감사가 필요함에도 이를 무마시키려고 하거나 이 사건 감사를 방해하려고 한 의도는 보이지 않기 때문에 김일수 본부장의 의견이 정당했다고 판결한 것이다.


지난해 초 1심 판결과 달리 박두석 조정관의 손을 들어준 2심 재판 결과도 김일수 본부장의 재판결과와 유사하다. 과거 박두석 조정관은 김일수 본부장과 같은 소방장학생 출신으로서 평소 깊은 친분을 유지해 왔다는 것을 전제로 징계조치가 내려졌었다. 그러나 재판부는 같은 소방장학생 출신이라는 것만으로 두 사람의 특별한 친분이 있었다는 근거가 되긴 어렵다고 결론 내렸다.


두 사람 사이의 업무 외적인 개인 친분관계를 인정할 만한 객관적인 사실도 없다고 봤다. 또 박두석 조정관은 김일수 본부장으로부터 감사인력을 더 투입해서라도 감사기간을 단축시켜 달라는 말을 듣고 감사 장소를 이전하는 안으로 당시 남상호 소방방재청장에게 보고한 뒤 장소를 변경했다. 징계 사유가 됐던 감사기간 단축이 아니라 오히려 연장 조사가 실시됐던 셈이다.


보고서 축소ㆍ은폐 부분에서도 박두석 조정관이 축소ㆍ은폐ㆍ왜곡하거나 삭제하도록 지시한 사실은 없고 실제 보고서가 축소ㆍ은폐ㆍ왜곡됐다고도 보기 어렵기 때문에 징계 사유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게 재판부의 최종 판단이다.


이번 재판 결과를 두고 소방조직 내부에서는 부당한 징계조치로 피해를 받은 이들의 명예를 회복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당시 중앙119구조본부의 엉터리 자체 감사를 발단으로 경찰과 검찰, 감사원 감사 등에 시달린 이들도 수십 명에 달한다는 이유에서다.


소방 조직 내부의 한 관계자는 “이 사건의 시작은 부당한 내부 감사에서 기인하기 때문에 이를 단 두 사람만의 피해로 치부할 게 아니다”며 “당시 사건에 연루됐던 수십 명의 소방공무원은 남모를 정신적, 육체적 고통을 받아야만 했다”고 말했다.

 

▲ 지난 2015년 11월 29일 갑작스런 징계조치로 인한 정신적 충격을 견디지 못해 쓰러진 박두석 전 소방조정관의 실제 병상 당시 모습이다.     © 최영 기자


또 다른 내부 관계자는 “그 어느 조직보다 국민으로부터 신뢰 받는 소방에서 결코 있어서는 안될 일이 벌어진 것”이라며 “다시는 이런 불합리한 감사로 인해 고통 받는 소방공무원은 없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당시 부당한 징계를 받았던 박두석 조정관은 직위해제 후 징계절차를 앞둔 2015년 11월 29일 징계에 따른 정신적 충격을 견디지 못하고 갑작스런 뇌출혈로 쓰러지기까지 했다. 한동안 의식불명 상태로 지내온 박 조정관은 불행 중 다행으로 정신을 되찾았지만 3년이 지난 지금도 완쾌하지 못한 상태다.


또 세월호 희생자 수색 작업에 투입된 중대 시기에 부당한 감사를 받은 김일수 본부장은 감사 시작 후 3일 뒤 강원소방헬기 추락으로 소방관 5명의 목숨을 잃으면서 정신 불안 증세와 우울증을 겪는 등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로 인해 무려 1,169일 동안 요양을 하기도 했다.


최영 기자 young@fpn119.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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