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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조명] 국회 소위서 발목 잡힌 소방공사 분리발주… 왜?

엇갈리는 정부 부처 의견들, 법안소위 심사서 제외 결정
소위 “건물 안전ㆍ하자 책임 등 영향성 검토 선행해야”

신희섭 기자 | 입력 : 2018/01/25 [10:11]

 

[FPN 신희섭, 최영 기자] = 소방시설공사 분리발주를 의무화하는 내용의 법률 개정안이 국회 상임위 법안심사소위에서 또 발목이 잡혔다. 관련 부처 간 이견으로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결정이 내려지면서 결국 제대로 된 논의조차 이뤄지지 못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는 지난 10일 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열고 소방시설공사 분리발주 등의 내용이 담긴 ‘소방시설공사업법 개정안’을 계속심사하기로 결정했다. 국토교통부와 행정안전부 등의 반대 의견이 이어지면서 추가 검토와 평가가 선행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소방시설공사 분리발주 법안은 지난 16대 국회와 18대, 19대 국회에서도 논의된 바 있다. 하지만 모두 국토교통부 반대로 소위에서 논의조차 진행되지 못했고 결국 임기만료로 폐기됐다.


이번에 소위에 상정된 개정안은 지난해 5월 장정숙 의원이 대표발의 한 법안이다. 소방시설공사 등을 다른 업종의 공사와 분리해 도급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단 공사의 성질이나 기술 관리상 곤란한 경우에는 분리하지 않을 수 있도록 명시돼 있다.


또 이를 위반해 소방시설업자가 아닌 자에게 소방시설공사 등을 도급할 경우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는 벌칙 규정도 포함돼 있다.


소위 검토의견서에서는 이 법안이 타당성은 있지만 부처별 의견에 따른 검토와 평가가 선행돼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직접 공사 수주에 따른 전문성 증대와 소방산업 발전이 기대되지만 실제 건물의 안전성 확보와 하자 시 책임, 발주자 비용 부담 등에 대한 부처별 의견이 심하게 엇갈리고 있기 때문이다.


법안소위 심사는 무산됐지만 법안을 발의한 장정숙 의원은 19일 <FPN/소방방재신문>과 전화 인터뷰에서 법안 통과 의지를 재차 강조했다. 장 의원은 “소방시설공사 분리발주를 가장 크게 반대하는 곳이 국토교통부”라며 “그들의 논리도 타당성 있게 보이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법안은 건설산업기본법상 이미 분리발주 조항이 있고 이를 좀 더 명확히 하자는 것으로 관행적으로 안 돼 왔던 것을 바로 잡는 것”이라며 “분리발주가 시행돼야 소방공사의 품질이 높아지고 국민 안전도 보장 된다. 앞으로 의원분들을 적극 설득시켜 나가겠다”고 밝혔다. 


<FPN/소방방재신문>은 소방시설공사 분리발주 의무화 법안을 놓고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는 각 부처 간 시각을 집중 조명한다.


‘안전성’과 ‘효율성’ 관련 부처 간 온도 차 커


해당 법안에 대한 각 부처 제시 의견 등 관련 검토 자료를 보면 소방청과 국토교통부, 행정안전부 등의 의견은 심하게 엇갈리고 있다.


과거부터 분리발주 필요성을 강조해온 소방청은 개정안을 적극적으로 찬성하고 있지만 국토교통부와 행정안전부는 수용이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조달청은 설계와 감리, 방염을 제외한 공사에는 분리발주를 수용할 수 있다며 의견을 제시했다.


분리발주 효율성 = 소방청은 소방시설이 전용 소화용수 배관과 전기 배선, 통신선 등을 갖추고 다른 공사와 별도로 설계와 공사ㆍ감리 절차가 진행되기 때문에 분리발주가 이뤄져야 한다며 수용 견해를 밝히고 있다.


반면 국토교통부와 행정안전부는 분리발주 시 종합적인 공정관리가 어려워지고 각종 시설의 유기적인 연계시공이 어려워 오히려 효율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며 수용하기 곤란하다는 입장을 내보이고 있다.


건축물 안전성 = 소방청은 일괄발주 시 하자가 증대하고 불법 하도급으로 시공 품질이 저하된다는 자체조사 결과도 내놨다. 분리발주가 시행되면 적정 공사비를 확보해 저가 하도급에서 사용하지 못했던 우수 성능 자재를 사용할 수 있고 이로 인해 시공 품질을 높여 건축물의 안전성을 제고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그러나 국토교통부는 스프링클러 등 방재시설이 콘크리트에 매립되거나 피난시설 등 건축물 구조와 밀접하게 연계되기 때문에 일방적 시공에 따른 잦은 설계변경이나 재시공으로 건축물의 품질과 안전, 재난 관리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는 입장이다.


하자발생 책임 소재 = 소방청은 분리발주가 시행되면 전용 배관과 별도 시공에 따라 하자발생 시 업무와 책임 구분이 명확해진다고 강조하고 있다. 현행법에 하자보수 규정이 상세하고 시공능력 평가와 공시로 부도나 부실시공 예방이 가능해 업체 부도 시에도 소방산업공제조합의 보증 으로 신속한 보수가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국토교통부는 하자 원인과 책임이 모호해질 수 있다는 반대 입장이다. 행정안전부도 부실 또는 사고 발생 시 책임소재 규명이 곤란하고 상호 책임 전가로 하자보수 지연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는 의견을 내비치고 있다.


발주자 미치는 영향 = 국토교통부와 행정안전부는 분리발주가 시행되면 발주자에게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시각을 보이고 있다. 분리발주 시 업체를 별도로 선정해야 하므로 불필요한 행정력 낭비와 사업비 증가 문제를 불러올 수 있다는 주장이다. 또 발주처의 선택권을 침해하는 문제도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근로 환경 영향성 = 소방청은 분리발주 시행으로 소방산업의 발전이 담보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주로 중소기업군으로 구성된 소방시설업이 분리발주 시행으로 성장이 촉진되고 경영환경과 근로조건도 개선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또 소방산업의 기술개발과 품질 향상, 신규 채용 확대의 계기가 될 것이라는 의견도 보이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이 부분에 대해서도 매우 회의적이다. 종합적인 관리책임 업체의 부재와 전문 업체의 취약한 재정, 임금체불과 4대 보험 누락, 산재 증가 등 오히려 근로 환경이 악화할 것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산업간 융ㆍ복합 추세와의 관계 = 국토교통부는 나눠먹기식의 분리발주와 업역 간 칸막이 강화는 신시장에 대한 기회 상실과 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킬 우려가 있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소방청은 발주형태와 산업간 융ㆍ복합은 무관하며 분리발주는 효율성보다 안전성 강화를 위해 필요한 정책 대안이라고 맞서고 있다.


관련 법령 및 제도 = 소방청은 분리발주 필요성을 강조하는 배경으로 현재 다수 시ㆍ도에서 조례 제정을 통해 관급공사를 대상으로 분리발주가 시행되고 있다는 점도 들고 있다.


하지만 국토교통부는 저가 하도급과 하도급업자 보호를 위해 지난 2014년 이미 현행법이 개정됐었기 때문에 분리발주를 위한 법률 개정의 필요성이 높지 않다고 주장하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단일구조물 공사는 일괄 도급하고 효율성 등에 지장이 없는 범위에서 예외적으로 분리 도급을 허용하는 것이 국제적 추세고 현행 국가계약법도 일괄 계약이 원칙이라는 의견을 국회에 제출했다.


조달청은 설계와 감리, 방염을 제외한 소방시설공사에만 분리발주를 수용할 수 있고 기술형 입찰(설계시공 일괄입찰(Turn-Key), 기술제안 입찰 등)은 해당 제도의 취지상 분리발주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외국의 입법 사례를 놓고도 소방청과 국토교통부 의견은 서로 엇갈렸다. 소방청은 독일의 경우 분리발주가 법제화돼 있고 프랑스는 공공공사의 분리발주를 시행 중에 있다는 의견이다.


반면 국토교통부는 미국과 영국, 일본 등은 통합발주를 원칙으로 하고 있으며 분리발주가 시행됐던 미국 일부 주(오하이오, 위스콘신)에서도 이를 폐지하는 등 통합발주 추세로 전환하고 있다고 완강하게 맞서고 있다.


신희섭, 최영 기자 ssebi79@fpn119.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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