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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천 화재/집중취재⑦-단독] 화재 한 달… 소방 대응 이슈에 묻힌 ‘참사의 실체’

- “실종돼 버린 참사 본질들” 인명 피해 키운 화재 속 진실
- 현장 도착 시점부터 골든타임은 없었다… 소방 대응 한계
- 인명 피해 키운 주범은 건축법… 공범은 못 믿을 소방안전

최영 기자 | 입력 : 2018/01/25 [10:38]

▲ 지난달 21일 화재로 29명이 사망하고 40명이 부상을 입은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노블휘트니스 스파)    ©최영 기자

 

지난 11일 제천 화재 참사와 관련해 소방청이 구성한 소방합동조사단(이하 합조단)의 1차 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이 조사 결과를 토대로 충북소방 지휘관 등 3명은 직위해제됐다. 그러나 여론은 부정적이다. 소방의 지휘 책임을 묻는 조치 결과만이 부각되면서 소방 책임으로만 치부되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 나온다. 일각에선 앞으로 소방의 현장 대응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내비친다.

 

게다가 경찰까지 소방의 부실 대응 문제에 대한 조사에 들어가면서 부정적 여론은 극에 달하고 있다. 청와대 홈페이지에는 소방관을 형사 처벌하지 말아 달라는 청원이 올라왔다. 여기엔 3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서명을 한 상태다.


과연 소방의 대응 부실이 피해를 키운 가장 큰 원인이었을까.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사실이지만 소방의 대응 부실은 후차적인 문제다. 이를 논하는 것보다 대형 인명 피해를 불러올 수밖에 없었던 건축 구조와 부실한 관리, 관계자의 미흡한 대처 등 근본 문제의 해소방안을 마련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소방의 일부 대응 차원의 문제가 도출됐다고 해서 모든 피해 확산의 근원지를 소방으로 몰아서는 안 된다. 소관 부처인 국토교통부는 지난 10일 열린 국회 업무보고에도 불참했다. 건축 구조의 화재 취약성을 방치해 온 핵심 부처가 관심대상에서조차 빠졌는데도 누구도 신경 쓰지 않는다.


<FPN/소방방재신문>은 지난달 21일 사고 직후부터 제천화재 참사 현장과 소방 내부에서 일어나는 이슈를 놓치지 않기 위해 애썼다. 소방청의 국회 업무보고 자료와 각종 언론이 제기하는 이슈 등을 집중 분석해 왔다.

 

최근에는 합조단의 최종 조사 결과 보고서도 어렵게 입수했다. 이 보고서에는 지난달 25일부터 이달 10일까지 17일간 24명을 투입해 분석한 당시 사고 현장 상황과 문제점, 그리고 향후 재발방지 대책 등이 담겨 있다. 역시나 건축의 근본적인 문제가 대거 드러났고 미흡하기 짝이 없었던 건물 관계자의 과실도 확인됐다. 소방안전관리의 부실성도 밝혀졌다.


이런 세밀한 조사 결과가 나왔지만 소방은 소극적이었다. 정확히 말하면 합조단은 모든 문제를 숨김없이 끄집어냈다. 그러나 민심과 여론, 언론은 소방 대응에만 주목하며 요동쳤다. 책임질 대상을 찾고 싶었던 것이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소방 자체 조사에서도 대응 부실을 확인한 만큼 일부 문제를 부정할 수는 없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핵심을 비켜가고 있다. 냉정하게 정리하면 이번 화재는 ‘골든타임’이라는 개념 자체가 애초부터 무너진 사고였다. 최초 관계자의 대처도, 신고도, 피난도, 건축 구조도, 소방시설도 총체적 부실 덩어리였기 때문이다. 겹겹이 쌓인 시스템의 실패는 결국 사고를 키웠다. 소방의 현장 대응은 최후의 보루였지만 이 마지막 희망조차 감당할 수 없었던 ‘비상식 수준’의 화재였던 셈이다.


소방의 현장 대응 결과는 화재 신고 시점과 현장 상황에 따라 극명하게 달라진다. 화재 당시 CCTV나 사진 등 여러 기록 자료를 보더라도 소방 도착 직후부터 최성기였던 화세와 농염은 말 그대로 ‘최악’의 수준이었다.


<FPN/소방방재신문>의 이번 보도는 결코 소방조직을 두둔하자는 의미가 아니다. 화재 대응 책임과는 별개로 화재 피해를 키운 본질적 문제에 눈을 뜨고 개선방향을 제대로 잡아가야 한다는 취지다. 소방 대응에만 초점을 둔 채 근본적인 문제를 외면한다면 필로티 구조 건축물의 화재 위험성과 허술한 건축법, 소방 예방 측면의 부실 문제는 시간이 지나면서 국민 머릿속에서 잊혀 질게 빤하기 때문이다. 지난 한 달간의 취재를 토대로 제천 화재에서 인명피해가 커진 근본적인 이유를 짚어본다.

 

혼란 속 화재 현장… 촉박했던 골든타임

 

▲ 3시 48분 CCTV에 포착된 초기 화재 발화 모습(왼쪽)이다.  천장 부분에서 발생되는 불꽃이 보인다. 최초 신고가 들어온 3시 53분경 CCTV 모습(오른쪽)이다. 화세가 천장 내부에서 커지고 있다.     © 주변 cctv 캡쳐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가 발생한 지난달 21일 오후 3시 53분. 당시 상황실에 최초 화재 신고가 들어온 시각이다. 이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 선착대는 오후 4시쯤 현장에 도착했다. 지휘차와 펌프차 1대 씩 총 6명이 화마와 마주했다. 1분 후 제천소방서 소속 펌프차 1대와 구급차, 펌프차 1대가 추가로 현장에 왔다. 이때까지 투입된 선착대의 총 소방인력은 총 13명이었다. 이 중 지휘팀장과 화재조사, 구급대원 2명, 의무소방 2명, 기관원 3명을 제외하면 진압대원은 고작 4명뿐이었다.


4시 1분에서 2분께 2대의 펌프차는 맹렬한 화염에 노출된 2톤 용량 LPG탱크 주변과 스포츠센터 1층에 주차된 16대 차량에 방수를 시작했다. 4시 4분, 봉양 소속 펌프차 1대가 현장에 왔다. 3명의 인력(소방2, 보조1)이 더 투입됐고 4시 8분에는 물탱크차(소방1, 보조1)가 추가로 도착해 소화전 점유와 중계급수를 돕는다.


4시 6분 신백동에 고드름 제거를 위해 출동했었던 구조대 4명이 현장에 뒤늦게 도착했다. 하지만 건물 우측 3층 창문에 아슬아슬하게 매달린 요구조자 1명을 구조하는 데 집중했다. 이 과정에서 4시 15분까지 약 9분이 소모됐다.


4시 14분에서 20분 사이에는 굴절차가 불법 주ㆍ정차된 차량을 피해 우회 진입에 겨우 성공했다. 이 시각은 화산 소속 고가사다리차도 현장에 도착한 시각이기도 하다. 건물 내 희생자들이 살아있을 것으로 추측되는 골든타임은 여기까지였다.

 

소방 도착 후 12분… “골든타임은 짧았다”


20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2층 생존자와 연결된 통화는 4시 12분이 마지막이었다. 사망자 중 한 명은 4시 4분부터 6분까지 통화가 연결됐고 다른 한 명은 4시 12분 마지막 통화 도중 전화가 끊겼다. 합조단은 희생자들이 통화가 진행되던 중 실신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소방이 현장에 도착한 시간은 신고 시간인 3시 53분에서 7분이 지난 4시였다. 소방에 주어졌던 대응 시간은 고작 12분 정도였다. 생존자를 구조할 수 있었던 유일한 시간이었지만 턱없이 촉박했다. 이날 불은 못해도 신고 5분 전인 3시 58분께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며 관리직원 두 명이 5분간 자체진화를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3시 57분경부터는 이미 화염이 내부와 외부 등 3면으로 분출됐고 상부층으로 확산되는 상태였다.

 

▲ 최초 불꽃이 보인 뒤 9분이 경과한 3시 58분경 모습으로 소방차가 도착하기 전부터 화세는 이미 급격하게 진행되고 있었다.     © cctv 캡쳐


당시 CCVT를 보면 선착대 도착 당시 16대의 주차 차량은 동시에 화염에 휩싸여 강한 복사열과 화염, 농연을 내뿜고 있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3층 창문에 1명, 8층에 1명, 9층에는 3명의 요구조자가 애타게 구조를 기다리고 있었다. 주변에선 아슬아슬하게 매달린 3층 요구조자를 향해 소리쳤다. 언제 떨어져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긴박했던 모습에 소방은 이들을 구조하기 위해 역량을 집중했다. 주차장에 인접한 2톤 용량의 LPG탱크는 화염과 고열에 노출돼 언제 터질지 모르는 상황이었다. 누구든 선조치가 필요하다는 판단은 불가피했을 것이라는 게 대다수 시각이다.


한 고위직 소방관은 “여러 정황상 결과를 놓고 볼 때 사고 당시 지휘관이었으면 어땠을까하는 생각을 한다”며 “아무리 뛰어난 소방의 지휘관도 당시 상황에서 발생했던 인명피해를 막을 수는 없었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소방 대응 이슈에 묻힌 ‘대형 참사의 실체’


화재 발생 한 달. 결과적으로 볼 때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당시 모든 인명피해를 막는 것은 물리적으로 어려웠다. 과연 무엇이 이렇게 많은 희생자를 만들었는지부터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이 이면에는 수많은 문제가 숨어 있다. 아니 이미 드러난 문제들일 수 있지만 그 누구도 주목하지 않고 있다.


특히 가장 기본이 됐어야만 하는 건축 구조의 화재 안전성은 최악의 수준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피해를 부른 주범과 공범을 나눈다면 단연 ‘건축 구조’가 주범이라 할만하다. 만약 건축물 자체가 안전했다면 피해는 분명 줄었을 일이기 때문이다. 건물 내 상업시설 운영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관계자들은 안전에 소홀했고 평상 시 방치돼 왔던 소방시설의 문제도 드러났다. 화재 피해를 줄이기 위해 구성된 시스템은 하나부터 열까지 부실했다. 그럼 어떤 것이 문제였는지 꼼꼼히 따져보자.

 

① 안전에 등 돌린 건축법, 깨진 ‘방화구획’ = 제천 스포츠센터 건물의 1층 주차장과 실내 연결 부분이 내화구조로만 구획됐어도 피해는 적었을 일이다. 그러나 제천 스포츠센터는 유리벽체로 구획한 탓에 화재 확산을 막지 못했다. 이곳만 제대로 막혔어도 불길이 실내로 유입되는 건 충분히 막을 수 있었다. 허술한 방화구획 규정을 방치하고 있는 건축법이 문제다.

 

▲ 주차장과 1층 사이를 구획해 놓았던 유리벽체가 처참히 부서져 있다. 전문가들은 화재 당시 불길과 유독가스 1층 실내 부근을 거쳐 상부층으로 확산된 가장 큰 이유로 지목하고 있다.     ©최영 기자


상층부로 빠르게 이동한 불길과 연기도 미비한 건축 구조에 원인이 있었다. 지난달 24일 <FPN/소방방재신문>이 보도한 것처럼 해당 건물의 상층 직결 설비들의 방화구획은 모두 깨져있었다는 게 합조단 조사 결과다. 수직으로 불은 EPS(전기용 배관 샤프트), PD(배관덕트 샤프트), 화물용ㆍ승객용 승강기실이 경로가 됐다는 분석이다.

 

▲ 왼쪽은 구멍이 송송 뚫린 제천 스포츠센터 1층 PD(파이프덕트 샤프트) 상부의 모습이다. 수직 관통부로 뻗어 있던 PVC배관은 전소됐고 불길이 옮겨 간 흔적이 남아 있다. 오른쪽은 EPS(전기용 배관 샤프트) 상부 모습으로 이 역시 방화구획이 제대로 되지 않았던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 소방방재신문


즉 파이프나 전선 등 전기, 배관시설을 수직으로 연결하기 위한 관통부의 방화구획이 불량했다는 얘기다. 대형 화재 때마다 나타나는 이 수직관통부 문제는 역시나 같았다. 이는 4명이 숨진 8층 공간 전체가 불에 탄 이유이기도 하다.


심지어 해당 건물의 화물용 승강기의 승강로는 실내와 면하는 벽을 합판으로 구획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합판에 타일을 붙인 구조여서 방화성능은 건축 당시부터 붕괴됐다. 열과 연기가 삽시간에 실내로 유입되는 통로로 작용하면서 승강로는 굴뚝 역할을 한 셈이다. 이 역시 건축 구조의 부실 문제였다.

 

▲ 불에 탄 1층 화물용 승강기(왼쪽)의 상부의 방화구획이 깨져 있어 불과 연기가 상부층로 확산되는 경로가 됐다. 2층 화물용 승강기(오른쪽)도 불에 타 버렸다.     © 소방방재신문


1층과 2층으로 연결되는 층계 입구의 방화문도 부재했다. 이곳에 방화문 하나만 제대로 달려 있었어도 2층으로 퍼지는 불길과 연기를 최소 1시간 이상 막을 수 있었다. 계단실 전체가 오염되는 상황도 불렀다. 1층 층계 부근에 방화문을 설치하지 않아도 법상 문제되지 않는 엉터리 건축법이 화근이다.

 

결국 이번 화재는 수평 확산된 화염이 외벽과 EPS, PD, 주계단, 화물용ㆍ승객용 승강기를 통해 확산됐고 위층으로 향한 불길과 연기도 층간 방회구획 불량이 주 원인이었다. 이 때문에 1층에서 시작된 불은 건물 옥탑까지 급속히 번져 나갈 수밖에 없었다.

 

29명의 사망자들은 1층 실내 구역 로비에서 1명, 2층에서는 승강기 앞에서 10명, 화장실 앞 1명, 휴게실 근처에서 8명 등 총 19명, 3층 황토방 앞에서 1명, 4~5층 주 계단에서 1명, 7층 스트레칭 실 옆에서 1명, 7~8층 비상계단에서 1명, 8층 테라스 등에서 4명, 9층에서 1명이 발견됐다. 이들은 깨져버린 방화구획 탓에 건물 전체로 삽시간에 퍼진 짙은 연기를 들이마셔 숨진 것으로 추정된다.

 

▲ 불은 1층 주차장에서 시작돼 같은 층 측면 실내 로비를 타고 번져 나갔지만 1층에서 층계로 이어지는 입구에는 방화문조차 달려 있지 않았다.     ©최영 기자

 

▲ 스포츠센터 8층은 전소돼 버렸다. 방화구획이 되지 않았던 화물용 승강기, 주계단 방화문까지 개방돼 있어 불길이 번진 것으로 확인됐다. 8층은 천장 내화바닥도 미시공돼 있었으며 주계단 역시 마찬가지였다. 하부층과 비교할 때 소실 면적이 크다. 그 이유는 방화구획이 께져버린 건축구조 탓이다.     © 소방방재신문

 

② 안전보단 경제성… 활개치는 가연성 건축자재 = 1층 주차장 천장과 외벽 등에 무자비하게 붙은 가연성 자재는 화염과 함께 수많은 유독가스를 내뿜었다. 만약 불연성이나 최소 준불연성 자재였다면 어땠을까. 분명 화재 발생 확산 속도를 늦추는 게 가능했을 일이다. 어쩌면 발화 자체가 쉽게 일어나지 않았을 수도 있었다는 게 분야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 1층 주차장 천장에서 시작된 화재는 천장 내 가연성 스티로폼 등 건축 재료를 순식간에 태우며 유리벽체로 구획된 1층 내부와 외벽으로 번졌다. 화마가 휩쓸고 간 천장에는 당시 스티로폼 등 자재가 하나도 남지 않았다.     ©최영 기자


제천 스포츠센터의 경우 천장에는 10cm 두께의 스티로폼이 붙어 있었고 최초 화재도 이 스티로폼 등 가연성 물질에 착화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렇게 시작된 불은 불완전하게 연소(훈소)되다가 순식간에 1층 전체로 확산됐다. CCTV에서 확인되듯 주차장 바닥으로 불꽃이 떨어지면서 주차된 16대 차량(내부 15대, 외부 1대)에 옮겨 붙었고 불은 건물 전체로 삽시간에 번졌다. 값싼 스티로폼을 단열재로 붙여 피해를 키웠던 것이다.


외벽 단열을 위해 적용된 드라이비트(스티로폼+시멘트몰탈) 공법에는 일반 EPS(발포폴리스티렌, Expanded Polystyrene) 단열재가 사용됐다. 최소한의 화재 안전성을 고려했다면 난연 이상 등급의 제품을 사용했겠지만 값싼 일반 스티로폼을 사용했다. 건물 내 일반 배관을 감싸고 있던 가연성 보온재도 불완전 연소가 진행되면서 다량의 유독성 연기를 발생시킨 것으로 밝혀졌다.

 

▲ 제천 스포츠센터 건물에는 두 겹의 스티로폼을 벽에 덧댄 뒤 시멘트 몰탈을 바른 구조였다. 보통 한 겹을 덧대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목욕장 특성을 고려해 강한 단열 조치를 하면서도 화재안전성은 고려하지 않았다.     ©최영 기자


안전보다는 경제성을 선택한 건축물의 태생부터가 문제였다. 최소한의 화재안전성을 담보하기보다는 더 싸게, 더 빨리 건물을 지으려는 건축주도 문제지만, 경제 논리에 밀려 제대로 규제하지 않는 국토교통부와 정부의 미약한 의지가 더 큰 문제다.

 

▲ 실제  제천 스포츠센터 외벽 단열재로 사용된 스티로폼이다. 일부를 떼어내 라이터로 불을 붙여봤더니 스르르 녹아내리며 순식간에 불이 붙었다. 난연성이 전무한 일반 스티로폼이다. 흔히 스티로폼으로 불리는 이 EPS(발포폴리스티렌, Expanded Polystyrene) 단열재는 작은 스티로폼 알갱이들을 모아 붙여 만든다. 밀도와 강도에 따라 종류가 다르지만 화재안전성 측면에선 보통 흰색 일반스티로폼과 회색이나 흑색 등으로 만들어지는 난연 스티로폼으로 구분된다.이런 EPS는 주로 건축에서 보온자재로 많이 쓰이지만 대부분 가연성 소재로 사용되고 있는 게 국내 현실이다.  ©최영 기자

 

③ 소 잃고도 안 고친 필로티 구조 = 가연성 자재로 마감됐던 천장과 감당 못 할 화세를 만들어낸 수많은 차량들, 피난 동선이었던 출입구 자체를 불구덩이로 만들어버린 것은 필로티 구조 건물의 특성 때문이었다.


지난 2015년 발생한 의정부 대봉그린아파트(도시형생활주택)와 1층의 구조가 조금은 다르지만 위험성은 동일했다. 의정부 대봉그린아파트는 필로티를 경유해 지나가야만 건물 내로 들어갈 수 있는 구조였다면, 제천 스포츠센터는 1층이 필로티와 실내로 분할된 특성을 보인다. 단순히 볼 때 실내와 실외로 구분된 제천 스포츠센터가 안전할 수 있어 보이지만, 그건 방화구획이 제대로 됐을 때 성립되는 얘기다.

 

▲ 필로티 구조의 제천스포츠센터 건물 1층은 지난 2015년 발생한 의정부와는 다르게 1층 일부가 실내로 나뉘어 있었지만 유리벽체로 구획돼 있어 화재와 연기 확산을 막지 못했다.     © 최영 기자


필로티 주차장에서 시작된 불은 실내와 실외 사이의 깨져버린 방화구획(유리벽체 구획)을 뚫고 분할돼 있던 실내로 번졌다. 피난로가 돼야 할 주출입구는 의정부 화재처럼 화재 발생초기부터 불길과 연기로 봉쇄돼 버린 셈이다.


결국 이번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도, 지난 2015년 발생한 의정부 대봉그린 도시형생활주택 화재도 마찬가지 문제점이 드러난 꼴이다. 반복되는 화재라는 뜻이다. 의정부 화재 때에도 이런 필로티 구조 건축물의 법규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거셌다. 필로티 구조 건물 1층에 주차장이 들어설 경우 주출입구를 필로티 반대방향으로 위치시키도록 관련법을 고쳐야 한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건물 외면과 맞닿게 출입구를 만들면 피난 경로가 안전할 수 있기 때문에 법규를 고쳐야 한다는 지적이었다.


하지만 국토교통부는 사고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식어버리자 이 문제를 철저히 외면했다. 의정부 사고 이후 관련 규정(건축법자 시행령)을 손보긴 했지만 허술하기 짝 없는 규정만을 추가했다. 핵심 문제가 됐던 출입구 위치가 아니라 필로티 통로 길이가 2m가 넘으면 차량 진입을 방지하기 위한 말뚝 등 통로 보호시설을 설치하거나 통로에 단차(段差)를 두도록 하는 규정을 만들어 버린 것이다.


주차장 화재 시 피난로가 불길로 막혀버리는 문제를 해소했어야 했는데, 통로 보호시설을 설치하라는 엉뚱한 규정을 추가했다. 신규 건축물에만 적용되는 강화 법규는 기존 건물의 안전성까지 담보할 수는 없는 게 현실이다. 더 큰 문제는 신규 대상물에 대한 법을 고치면서도 화재 안전성조차 확보하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허공에 삽질을 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는 기존 건물과 신규건물 모두 의정부 대봉그린아파트나 이번 제천 스포츠센터 유형의 화재가 언제든 또다시 발생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④말만 유리지… 꽉 막힌 통유리 구조 = 제천 화재 사고 직후부터 줄기차게 나오던 말은 “화재 초기 2층 목욕탕 쪽 유리창을 깼다면 희생자들이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는 주장이었다.


이 통유리 구조의 유리창이 일각의 주장들처럼 내부에 있던 사람들이 피난할 수 있는 구조물이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주장을 현실과 대조할 땐 거리가 먼 얘기다.

 

▲ 통유리 구조의 2층 목욕탕 창문은 일반 유리보다 5배가 넘는 강도를 가진 강화유리였다. 유리 내면에는 필름지까지 붙어 있어 파괴 자체가 쉽지 않은 구조다.     © 최영 기자


2층 목욕탕의 통유리는 일반 유리와는 차원이 다르다. 보통 5mm 기준의 일반유리는 1kgf/m의 강도를 갖지만 강화유리는 동일 두께에서 5.5kgf/m의 강도로 제작된다. 실제 제천 스포츠센터 통유리는 5배가 넘는 강도를 가진 강화유리 2개(6mm+5mm)가 덧대진데다 내면에는 필름지(썬팅지)까지 붙어 있었다. 중간층에는 공기층(12mm)이 형성된 구조였다.

 

▲ 실제 제천 스포츠센터 2층 통유리는 6mm 강화유리와 7mm 강화유리 사이에 두터운 공기층이 형성된 구조였다.     © 소방방재신문


일반인은 파괴 자체도 힘들뿐더러 소방관이 만능도끼로 수차례 타격해야만 겨우 파괴할 수 있는 유리다. 목욕탕 특성상 유리 내면에 붙은 필름지 탓에 유리를 내려쳐도 부분 파괴만 간신히 할 수 있을 정도였다. 이 통유리 구조는 내부에 가득 찬 연기의 배출도 어렵게 만들었다. 소방 도착 전 짧은 시간에 다수의 사망자가 발생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로도 꼽힌다.


특히 2층 목욕탕 내에 있던 손님들은 내ㆍ외부 시야를 가린 필름지 때문에 내부로 연기가 유입될 때까지 검은 연기나 화염을 관측하기 힘들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만약 내부에 전용 파괴기구가 비치돼 있었거나 외부에서 쉽게 진입할 수 있는 별도의 창 구조가 있었다면 대응 자체가 수월했을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가까운 일본의 경우 높이 31m 이하 건물의 3층 이상 각 층마다 비상진입구 표시를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11층 이하 건축물은 소방관이 진입할 수 있는 곳을 외부에서 주ㆍ야간에 식별이 가능하도록 설치토록 하고 있다. 하지만 국토교통부는 이 규정의 하위 세부 법규를 제정하지 않고 있다. 법 근거가 있음에도 하위 규정을 마련하지 않으면서 무분별한 통유리 건축물은 지금도 아무런 제재 없이 건축되고 있다.

 

⑤관리도, 구조도… 부실천지 소방시설 = 건축 요소 다음으로 인명피해를 줄일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소방시설이었다. 소방시설이 건축물의 구조적 안전성까지 감당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피난 시기를 제대로 알려줬다면 피해를 어느 정도 줄일 수 있었다.


화재 발생 시 생사를 가르는 건 적정한 피난 시기다. 얼마나 적기에 화재를 인지했느냐가 관건이 된다. 일반적이라면 자동화재탐지설비(화재감지시스템)가 설치된 건물에선 화재 발생 초기부터 경보가 울렸어야 했다. 직상층에 있던 2층이라면 상부층까지 경보를 울려주는 소방시설 특성상 다른 층보다 빠르게 화재를 인지했어야 정상이다.


그러나 결과를 볼 때 경보는 제때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추측된다. 소방에서는 관련 경보시설이 정상 작동했다고 보고 있지만 이는 대피자 증언에 의존한 조사결과일 뿐이다. 우리나라 소방시설은 미진한 과학화로 인해 사고 당시 소방시설이 어떻게 작동했는지조차 알 수 없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 1층 실내 부근에 설치돼 있었든 화재 수신반이 까맣게 불탄 채 놓여 있다. 이 수신반은 P형 복합형 수신기로 내부 작동 이력이 남지 않기 때문에 전소되지 않았더라도 신호 이력을 확인할 수 없다.     © 소방방재신문

화재감지시설 중 두뇌역할을 하는 ‘수신기’(화재 제어 시스템)에는 블랙박스 개념의 ‘기록장치’ 자체가 내장돼 있지 않다. 제천 스포츠센터에 설치된 P형수신기 역시 마찬가지였다. 소방시설 정상 작동 여부를 관계자 증언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와 관련해 소방청은 지난해 1월 11일 이후 생산되는 모든 화재 수신기에 소방시설 작동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기록장치 탑재를 의무화했다. 하지만 그 이전 보급된 화재수신기(P형)는 이런 기능이 없는 실정이며 관련 업계는 강화 기준 시행 직전까지 ‘사재기식’의 검사를 받아 구형 제품을 시중에 대량 납품하기도 했다.


특히 화재 한 달 전 실시한 전문업체의 소방시설 점검 결과를 보면 화재가 최초 발생한 1층 외부주차장 쪽 감지기 1개와 1층 수신기 주경종은 불량 상태였다. 실내 부분의 카운터 앞 감지기도 단선돼 있었다. 경보가 울렸다 손치더라도 적기에 화재가 감지되고 경보가 울렸는지 의문이 제기되는 부분이다. 소방시설의 부실 관리로 경보시설이 제 때 작동하지 않았다고 봐도 무리는 없어 보인다. 자체 피난을 위한 골든타임을 놓칠 수밖에 없었던 배경이다.


또 당시 화재 현장에서 있었던 한 대피자는 소방에 “경보도 울렸고 구두 대피 경고가 있었지만 탕 내부에서는 잘 안 들렸다”고 진술하기도 했다. 진술처럼 경보가 울렸다면 사우나 특성상 현재의 경보음이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했다는 결론이 된다. 현재의 경보 음향 크기가 시설 특성에 따라 실효성이 있는지 적정성을 재검토해야 할 일이다.


감지기의 특성도 문제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화재감지기는 비화재보(오작동)를 우려해 열감지기가 설치되고 있다. 일정 온도가 올라가면 화재 신호를 주는 방식이다. 하지만 선진국이나 외국에서는 연기감지기를 설치하는 게 보편적이다. 실제 과거 소방방재청의 주택실물화재실험에서는 연기감지기와 열감지기의 작동시간 차이는 8분가량 차이 나는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감지기 종류에 따라 대피 시간에 막대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얘기다.


우리나라 화재 감지시스템 대부분이 화재 발생 위치를 정확히 알 수 없다는 점도 문제다. 일정 공간 내 많게는 수십 개를 모두 묶어 한 회로로 구성하기 때문이다. 화재층은 알 수 있어도 정확한 실(室)은 모르는 구조다. 비화재보 시 정확한 대처도 어렵기 때문에 시스템을 아예 꺼놓는 상황을 불러오기도 한다. 소방시설의 과학화와 선진화가 시급하다.

 

⑥ ‘0’점짜리 소방안전관리 = 스포츠센터 건물은 양쪽으로 피난 동선이 확보돼 있었지만 제구실을 못했다. 시설 업주도, 종업원도 소방안전관리에 소홀했던 탓이다.

 

▲ 희생자가 가장 많이 발생한 2층 비상구 부근에는 목욕용품이 쌓여 비상구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왼쪽은 계단 쪽 방향에서 내부를 볼 때, 오른쪽은 목용탕 내부에서 바라본 비상구 쪽 모습이다.     © 최영 기자


화재 시 생사를 결정하는 건 피난로의 유무다. 건축물 화재안전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양방향 피난로 확보를 기본 개념으로 본다. 한 쪽이 화염이나 연기로 봉쇄되더라도 반대편을 이용한 피난이 가능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소방에서는 다중이용업소 완비증명을 내줄 때도 비상구를 반드시 갖추도록 하고 있다. 간혹 뉴스에 등장하는 낭떠러지 비상구가 태생하는 배경이다. 그만큼 피난에 있어 양방향 피난로가 중요하다는 것을 나타낸다.


건축물 역시 규모에 따라 설계 당시부터 피난계단을 갖추도록 하거나 피난을 위한 동선을 확보토록 하고 있다. 가장 많은 사망자가 발생된 2층 사우나의 경우 분명 화재가 가장 빠르게 확산된 주출입구 외에 피난이 가능한 비상구가 직통계단과 연결돼 있었다. 그러나 무용지물이었다. 평상시 창고로 사용돼 왔기 때문이다. 화재 당시 3층에선 이발사의 대피 유도로 이 비상구를 통해 사람들이 대피했지만, 2층은 비상구 존재 사실을 아무도 몰랐다. 안전을 등진 채 목욕장업을 해 온 시설 관계자들의 책임이 크다.


게다가 합조단 조사결과에 따르면 당시 2층 목욕탕 안에서는 건물 밖의 상황조차 잘 보이지 않는 구조였다. 통유리에 붙은 필름지 때문이었다. 이로 인해 사고 당시 메케한 냄새로 화재를 인식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소방 조사 결과 지난해 10월 24일 영업개시가 된 이후 소방교육이나 훈련은 단 한 차례도 진행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⑦고양이한테 맡긴 생선… 소방시설 ‘관계인 점검’ = 이번 화재 때에도 소방시설 점검 문제는 어김없이 드러났다. 평소 점검과 관리만 잘 됐어도 비상구의 목욕 용품이나 선반 등은 오래전 치워졌을 일이다. 소방시설도 적기에 작동했다면 인명 피해를 줄이는 데 분명 도움이 될 수 있었다. 하지만 제대로 된 건 없었다. 부실한 관리와 점검이 원인이었다.


이 같은 점검 부실 문제는 화재 때마다 도마 위에 오른다. 하지만 언제 그랬냐는 듯 기억 속에서 잊혀진다. 정부는 사고 때마다 관련 점검 업체에 대한 칼날을 치켜세우며 벌칙을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춘 정책을 내놓고 있다. 이번 사고도 마찬가지다.


제천 스포츠센터는 지난 1일 <FPN/소방방재신문> 취재결과 드러난 것처럼 소방법의 사각지대에 놓여 정기적인 정밀 점검 대상에서조차 빠져 있었다. 이로 인해 건물 준공 이후부터 6년 동안 반쪽짜리 점검만 받아왔다는 사실이 취재결과 드러났다. 허술한 관련 법규의 정비 시급성을 보여준다.

 

▲ 화재 발생 전 실시한 전문업체 점검에서는 1층 스프링클러 알람밸브가 폐쇄돼 있었다. 건물 관계자는 1층 누수로 인해 폐쇄 상태로 관리했다고 소방에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 소방방재신문


이번 제천 화재에서는 더 심각한 문제점이 드러났다. 바로 건축물 관계인이 직접 실시하는 ‘작동기능점검’의 허구성이다. 관계자가 실시한 자체 소방점검의 신뢰는 바닥으로 곤두박질치면서 관계인 점검의 타당성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소방법상 소방시설 점검은 기본적인 기능 상태만을 확인하는 일종의 ‘기본점검(작동기능점검)’과 준공 시점과 동일한 수준으로 세밀하게 점검하는 ‘정밀점검(종합정밀점검)’ 등 두 가지로 구분된다.


종합정밀점검의 경우 ‘소방시설관리사’라는 전문 자격자가 반드시 투입되는 반면 ‘작동기능점검’은 건축물 관계인도 누구나 일정 교육을 이수한 뒤 소방안전관리자 자격을 부여받아 실시할 수 있다. 그런데 이 제도 속에는 숨은 모순점이 있다.


소방법상 소방시설점검업자가 소방시설을 점검할 땐 전문 자격자인 소방시설관리사 1명에 보조인력 2명 이상이 반드시 참여해야 한다. 하지만 관계인이 직접 점검할 땐 강습교육 이수자 등 소방안전관리자 1명만으로도 가능하다. 제천 스포츠센터 건물을 2016년까지 건물주 아들이 직접 점검(2015년, 2016년 2회)할 수 있었던 이유다.

 

▲ 2015년년 건축물 관계인인 건물주 아들 박 모 씨 이름으로 소방서에 제출된 작동기능점검보고서에는 소방시설에 이상이 없다는 내용이 적시돼 있다. 2016년 제출된 보고서에는 소화기 충압과 휴대용 비상조명등 교체가 필요하다는 소소한 내용만 담겨 있다.     ©국회 홍철호 의원실


심지어 제천 스포츠센터의 2015년 점검은 단 이틀 만에 끝내고 이상이 없다는 결과를 소방서에 제출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그것도 단 한 명의 인력으로 말이다. 사실 화재감지기의 선로 상태 점검만 하더라도 수신기를 확인하는 인력 1명, 각 공간 내 화재감지기 점검 등 1명씩 투입돼야만 가능하다. 그러나 이 점검보고서의 점검자 인력 명단에는 단 1명(건물주 아들)만 표기돼 있었다. 그는 슈퍼맨이었던 것일까. 의문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더 큰 문제는 이런 점검을 수행한 곳들이 주변에 많다는 사실이다.


특히 지난해 8월 소유권을 취득했던 새로운 건물주는 11월 30일 건물 준공 후 처음으로 전문 점검업체에 의뢰해 점검을 진행했다. 이 점검에선 무려 67건에 이르는 문제가 확인됐다. 이 점검 결과를 보면 그동안 건물 내 소방시설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부분이 수두룩하다. 건물 관계인이 실시하는 소방시설 점검의 현실이 민낯을 드러난 셈이다. 관계인 소방시설 점검의 타당성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 화재 발생 1달 전 소방시설점검업체를 통해 실시한 소방시설점검에서는 67건에 이르는 지적사항이 확인됐다.     ©최영 기자

 

⑧ 허수아비 소방안전관리자 = 평상 시 소방안전관리는 화재 때 피해를 좌우하는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하지만 제천 스포츠센터의 화재안전을 책임져야 하는 소방안전관리자는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


이같은 소방시설의 부실 점검과 관리 문제는 매번 사고 때마다 불거진다. 분야에서는 소방시설의 부실 점검과 관리 문제가 발생되는 원인으로 전문성이 부재한 소방안전관리자 자격 기준을 지목한다. 건축물의 소방안전관리자 자격 자체가 너무 쉽게 부여되면서 실질적인 역할 수행이 불가능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실제 3급에서 1급, 특급까지 총 네 가지로 나뉘는 소방안전관리자 강습교육은 적게는 24시간에서 80시간을 받으면 자격 획득이 가능하다. 하지만 이 교육을 받았다고 모든 자격자가 소방시설의 자체 점검할 수 있거나 정상 관리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게 분야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대다수 교육 이수자는 건물의 소방시설을 관리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법적 기준을 충족하기 위한 목적으로 자격을 획득하기 때문이다.


제천 스포츠센터의 경우도 건물주가 바뀌기 전까지 과거 건물주 아들인 박모씨가 2급 소방안전관리자 자격으로 시설점검을 직접 진행해 왔다. 확실히 따져보면 2015년도부터 점검보고서 제출이 의무화됐기 때문에 그 이전에 실제 관리를 했는지는 미지수다.


소방시설을 제대로 점검하기 위해선 관련 전문 장비가 필요하다. 화재감지기의 정상 상태를 파악하려고만 해도 연기나 열을 발생시키는 전용 기구를 반드시 사용해야 한다. 스프링클러설비의 점검은 펌프 정상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선 실제 기동 방법을 숙지해야 하는 등 복잡한 점검 지식이 요구된다. 그렇지만 대다수 건축물에는 자체 구비한 장비조차 없고 강습교육만을 받은 자격자 대부분이 전문성도 부족한 게 현실이다. 일부 소방관서에서는 점검장비를 대여해주기도 하지만 현실성이 없다는 지적은 꾸준히 제기돼 왔다.


소방청이 발간한 2017년 예방통계자료에 따르면 제천 스포츠센터같이 스프링클러 또는 옥내소화전을 설치하는 2급 대상물은 국내에 14만6,418개소가 넘는다. 이 중 강습교육을 받은 소방안전관리자 배치 대상은 5만1,171곳에 달한다. 무려 34.9%에 이르는 건물에 강습 자격자가 배치돼 있는 셈이다.


분야에선 더 이해가 안 가는 부분은 경찰경력자라는 지적도 나온다. 화재 안전과 큰 관련이 없음에도 경찰 경력이 3년 이상 됐다는 이유로 자격을 부여받아 2급 소방대상물에 배치된 소방안전관리자는 무려 77,326명(53%)에 이르고 있다. 과연 실효성을 갖춘 소방안전관리자 정책인지 의구심이 생길 수밖에 없다.

 

건축물의 화재안전을 책임져야 하는 소방안전관리자가 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무분별하게 주어지는 자격기준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최영 기자 young@fpn119.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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