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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화재/집중취재①-단독] 피해 키운 방화문 “설계도면엔 있었다”

- 없거나 열린 계단 방화문, 피해 키운 핵심 요인 지목
- 화재 피해 키운 허술한 건축… ‘뻥’ 뚫렸던 방화구획
- 건물 도면 3종 입수했더니, 전량 1층에 방화문 설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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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 기자 | 기사입력 2018/01/30 [01:23]

[밀양화재/집중취재①-단독] 피해 키운 방화문 “설계도면엔 있었다”

- 없거나 열린 계단 방화문, 피해 키운 핵심 요인 지목
- 화재 피해 키운 허술한 건축… ‘뻥’ 뚫렸던 방화구획
- 건물 도면 3종 입수했더니, 전량 1층에 방화문 설계

최영 기자 | 입력 : 2018/01/30 [01:23]

▲ 세종병원 내 중앙에 위치한 계단의 1층에는 방화문이 아예 설치돼 있지 않은 구조였다. 하지만 설계도면에는 방화문을 설치하는 것으로 인허가를 받았던 것으로 취재결과 밝혀졌다.     © 최영 기자

 

[FPN 최영 기자] = 세종병원 화재 역시 제천 화재와 마찬가지로 깨져버린 방화구획이 문제였다. 1층 중앙계단 출입구엔 방화문 자체가 없어 불과 연기는 삽시간에 위층으로 번졌다. 2층 역시 중앙계단에서부터 들어가는 쪽 방화문이 열려 있어 내부로 유입되는 연기를 막지 못해 피해를 키웠다.

 

화염과 연기를 막아줘야 하는 방화문이 제천 화재 때처럼 제구실을 못했던 것이다. 그런데 피해를 키운 1층 방화문은 설계 당시 설치되도록 인허가를 받았던 것으로 <FPN/소방방재신문>취재결과 밝혀졌다. 화살은 가장 중요한 화재 안전 시설인 계단 방화문의 불법화를 방치해 온 밀양시청을 향하고 있다.


지난 26일 39명의 사망자를 낸 밀양 세종병원 화재 이후 현장을 확인한 결과 실제 이 건물 1층의 방화문은 화재 당시 아예 달리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또 2층으로 이어지는 층계 방화문도 활짝 열려 있었다.

▲ 가장 많은 사망자가 발생한 2층 세종병원 중앙 계단 방화문은 활짝 열려 있었다. 화재 당시에도 이 문이 열려 있어 빠르게 확산된 화염과 연기는 2층으로 급속히 펴졌던 것으로 보인다.     © 최영 기자


소방의 한 관계자는 “화재 당시 1층 방화문이 없고 2층 방화문도 열리면서 빠르게 연기가 유입된 것으로 보인다”며 “방화문만 닫혀 있어도 급격한 연기 확산을 막을 수는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한수 세종병원 화재사건 수사본부 부본부장도 29일 경남 밀양경찰서에서 진행된 브리핑에서 “1층에서 (연기가) 차단이 됐으면 연기가 소량이었을 것”이라며 “차단이 안 돼 각층으로 연기가 올라가 엄청난 열기가 났고 피해가 컸던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1층 계단실 초입의 방화문은 설계 당시부터 설치하도록 도면이 작성됐다는 사실이 <FPN/소방방재신문> 취재결과 밝혀졌다.


취재 과정에서 입수한 세종병원 도면은 총 세 가지에 이른다. 여러 번의 구조변경이 이뤄진 탓에 어떤 도면이 진짜인지조차 확인하기 힘들 정도다. 그러나 이 세 가지 도면에는 공통점이 있었다. 모두 1층에 방화문이 달리도록 설계가 이뤄졌던 것.


그중 가장 현장과 유사한 것으로 확인된 도면 등 건축 도면 2곳에는 ‘갑’이라는 단어까지 표기돼 있다. 갑종방화문이라는 뜻이다. 방화문은 말 그대로 불에 견디는 문을 말하는데 종류는 갑종과 을종으로 나뉜다. 불에 버티는 시간이 갑종은 1시간 이상, 을종은 30분 이상이 기준이다.


쉽게 말해 세종병원의 1층 방화문은 1시간 이상 불에 버틸 수 있는 갑종방화문이 설치돼 있었어야 했다는 얘기다. 그런데 방화문은 온데 간데 사라진 상태였다. 언제부터 이 방화문이 없었는지는 파악조차 되지 않는다. 최초부터 설치되지 않았거나 내부구조를 불법으로 변경하면서 방화문을 떼어냈을 가능성도 있다. 만약 최초 설치가 안 된 거라면 건축 감리 부실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 반면 중도에 사라진 것이라면 건축 이후 불법화를 가려내지 않은 시청 책임이 크다.

 

▲ 취재 과정에서 세종병원의 세 가지 도면을 입수해 확인해본 결과 실제 건물구조와 달리 모든 도면에 1층 방화문이 설치되도록 설계돼 있다. 건축법상 피난계단을 설치해야 하는 건물의 1층에는 반드시 방화문을 설치해야 한다. 설계 당시 이 중앙계단을 피난계단으로 보고 방화문을 달도록 설계한 것으로 보여진다.     © 최영 기자 / 소방도면 :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박성중 의원실

 

이렇게 사라진 방화문 탓에 중앙계단을 타고 번진 화염과 유독가스는 방화문이 없는 1층 층계를 타고 순식간에 건물 전체로 퍼질 수밖에 없었다. 이 도면들에는 화재 이후 밀양시청 건축과에서 소방 쪽에 제공한 도면도 포함돼 있다. 건축구조를 담당하는 밀양시청이 설계도면과 다른 건축 구조물을 장기간 방치하면서 참사를 불렀다는 비판이 나온다.


특히 이 건물의 최초 설계자는 이 계단을 ‘피난계단’으로 보고 갑종방화문을 반영했던 것으로 보인다. 현행법상(건축법) 층수가 5층 이상인 층의 바닥면적 합계가 200제곱미터가 넘으면 반드시 피난계단을 설치해야 한다. 이런 ‘피난계단’ 설치 대상물 1층에는 반드시 방화문을 달아야 하기 때문에 설계 당시부터 ‘갑종방화문’을 설계에 반영했던 셈이다.


숭실사이버대학교 소방방재학과 박재성 교수는 “피난계단 1층 방화문 설치 규정은 한 차례 논란이 된 뒤 국토교통부가 5년 전 관공서를 포함한 일반 건축물의 1층에 방화문을 설치하지 않은 것은 위법이라는 점을 인정하고 시정조치를 내렸었다”며 “더욱이 세종병원이 건축 당시부터 방화문이 설계돼 있었다면 이는 심각한 문제”라고 말했다.

 

최영 기자 young@fpn119.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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