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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우리나라 건물 화재 안전 규제의 문제들

이영주 서울시립대학교 소방방재학과 교수 | 입력 : 2018/02/09 [11:28]

▲ 이영주 서울시립대학교 소방방재학과 교수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와 밀양 세종병원 화재는 최근 발생한 화재사고 중 가장 많은 인명 피해를 발생시켰다. 발화 초기 대응과 신고의 문제, 소방대의 진압상 난점, 건물의 시설관리체계 상의 문제, 건물의 가연성 외장재 등 다양한 측면에서의 건축물과 화재 안전에 대한 문제점을 노출시켰다. 그 중에서도 건축물의 화재안전 규제에 대한 문제점은 대형 화재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개선이 필요한 시급한 과제들이다.


건축물 위험특성 고려 없는 용도분류체계 = 현재 건축법 및 소방법에서는 그 규모와 이용특성(용도)에 따라 용도분류를 하고 있다. 이에 따라 건축법과 소방법의 시설기준을 적용한다. 건축법에서의 용도분류는 기본적으로 이용특성과 크기(면적), 높이(층수)를 기준으로 용도를 분류하고 있으며, 같은 이용특성(용도)라 하더라도 그 규모에 따라서 용도분류가 달라지기도 한다.


소방법에서는 건축물 용도를 별도 규정하지 않지만 소방시설의 적용과 설치 기준이 되는 특정소방대상물을 규정한다. 이는 소방, 방재시설 등의 설치를 규정하는 용도분류에 따라 다르게 적용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고 하겠다. 따라서 특정소방대상물의 분류는 화재위험도, 발화가능성 등 화재위험 특성에 의해 구분되는 것이 타당함에도 불구하고 건축법의 용도분류체계와 거의 동일하게 변경돼 적용하는 상황이다.


이런 건축법 상 사용용도와 규모를 기준으로 하는 용도분류체계는 크게 두 가지의 문제점이 있다. 첫째, 동일한 사용용도임에도 불구하고 면적의 차이로 인해 용도가 달라져 적용되는 소방시설도 달라지게 된다. 바꿔 말하면 요구되는 화재안전성능은 동일하나 소방시설은 다르게 적용된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동일한 용도 내에 묶여있는 세부용도 간의 화재 위험특성이 상이함에도 불구하고 동일한 소방시설기준이 적용되는 경우다. 예를 들면, 근린생활시설 내의 소규모 의료시설의 경우 진료형태나 환자특성이 동일하더라도 소규모의 특성으로 인해 스프링클러설비, 제연설비 등의 설치대상이 되지 않는다. 근린생활시설의 100제곱미터 이상의 음식점은 다중이용업 특별법에 해당하나, 학교 내 식당(급식시설)은 동일한 면적이라 하더라도 학교(교육시설)의 부속시설로 별도의 규제를 받지 않는다.


또한 주방이나 위험물이 보관된 실험실습실 등은 전체 용도와는 상이한 이용 행태 및 화재위험도를 갖고 있어도 이에 대한 별도의 화재안전성능을 적용하지 않으며, 전체 용도에 해당하는 소방시설 기준을 적용하는 실정이다.


건축법, 소방법 이원화된 안전규제 문제 = 국내 화재안전 및 인명안전 관련 규제는 크게 건축법과 소방법으로 이원화돼 있다. 건축법에서는 주로 passive system, 소방법에서는 active system의 적용을 제시하고 있다.


화재안전 성능은 passive system과 active system의 조화를 통한 최적의 성능 구현이 필수다. 그러나 이원화된 법체계에서는 두 시스템이 상호 연계해 성능구현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한계가 발생하게 된다. 예를 들면, 소방 시스템을 아무리 강화하더라도 건축법 상 방화구획 완화를 받을 수 없고, 반대로 구획성능을 아무리 강화한다 해도 소방법 상 소방시스템의 설치 완화나 면제가 불가능하다.


이런 법체계 이원화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정부부처 차원에서의 연구와 테스크포스 구성 등의 노력이 진행됐었지만 아직까지 성공적인 결과를 도출하지 못한 실정이다.

 

규제의 양산, 그리고 실효성… = 대형화재를 겪을 때마다 화재안전법 기준은 강화돼 왔다. 그러나 강화된 법 기준이 과연 어느 정도 기대효과나 실효성이 있는지에 대한 충분한 검토가 이뤄지지 못한 채 규제로 반영되는 경우가 있다. 그런가하면 오히려 불필요한 규제로 인해 규제의 피로도와 불필요한 비용의 투입 등을 불러오고 있다.


2010년 해운대 우신 골드스위트 화재로 30층 이상 건축물의 가연성 외장재 사용을 제한했다. 그 후 2015년 의정부화재로 가연성 외장재 규제 요구가 높아지자 다시 6층 이상 건축물의 가연성 외장재 사용 제한으로 강화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건축물 내부에는 가연성 단열재(보온재)에 대해서는 별도 규제가 없다. 만약 가연성 단열재가 내부에서는 문제가 없고 외부에서만 문제가 되는 것이라면, 가연성 자체보다는 수직으로의 빠른 연소 확대가 문제가 될 것이다. 이에 대해서는 연소 확대를 차단하는 방화 띠 또는 재료의 분리 등을 의무화하는 것이 바람직했을 것이라 판단된다.


또 다른 예로 초고층 건축물에 대한 규제의 경우 초고층 건축물이 일반 고층건물 또는 일반 중소형 건물에 비해 얼마나 화재위험이 높은지, 어떤 위험요소가 있는지에 대한 충분한 고민 없이 매우 강한 규제를 적용하는 실정이다.


대표적인 초고층 규제 중 하나인 피난용승강기의 설치는 30층 이상 고층건물에 피난용승강기를 1개 이상 설치토록 하고 있으나, 수직관통부를 최소화해서 수직으로의 연소확대나 연돌현상을 방지하는 초고층건축물의 설계개념과는 전혀 맞지 않는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30개 층 이내마다 1개 층 이상 설치토록 한 피난안전구역의 경우, 그 실효성이나 효과성이 명확하지 않다. 중국이나 홍콩을 제외한 다른 나라(미국, 일본 등)에서도 의무적용이 아닌 선택적 적용을 하도록 돼 있다.


소방법에 따라 시행하는 성능위주설계제도는 전 세계적으로 적용하는 성능위주설계의 개념과는 다른 개념으로 운용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성능위주설계는 소방방재시스템의 설계 및 적용 시 법규를 만족시키지 못하더라도 성능적으로 법에서 요구하는 동등 이상의 성능을 입증하면 이를 인정해주는 제도다. 성능위주설계요소에 따라 경제성, 실용성, 성능확보 등이 가능하고 이는 설계자나 건축주가 선택할 수 있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그 적용대상을 법으로 정하고 있으며 이에 해당하는 대상물은 무조건 성능위주설계를 시행해야 한다. 성능위주설계 시 성능적 입증으로 그 성능을 인정받는 부분은 사실상 없다. 법규는 100% 만족시켜야 하고 위험요소에 대한 추가 시설의 적용 등 규제로만 적용되는 실정이다.


물론 이러한 과정을 통해 위험도가 높은 시설에 대한 추가적인 안전을 확보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으나 반대로 불필요하게 과도한 시설이나 설비의 적용, 원칙 없는 규제로 작용하는 등의 문제점을 낳는다.


2016년부터 적용되는 소방배관의 내진설계제도의 경우, 국내의 지진환경변화를 고려하더라도 과도한 비용 대비 그 효과성은 장담하기 어렵다. 소방배관의 내진설계 적용이 지진 시 소방배관의 손상을 최소화해 2차 피해로 발생하는 화재에 대응할 수 있도록 한다는 취지는 좋다. 그러나 소방배관의 손상을 줄 지진의 발생 또는 지진 화재 피해의 발생 가능성과 이에 투입되는 비용을 고려한다면, 차라리 그 비용을 평상 시 화재 때 스프링클러나 소방시설의 성능향상과 작동신뢰성 확보에 쓴다면 훨씬 높은 효과를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최근 발생한 경주지진, 포항지진은 국내에서 이전에 겪지 못했던 강한 규모의 지진으로 큰 피해를 발생시켰다. 하지만 이로 인해 화재발생이나 화재 피해가 거의 없었음을 볼 때 소방배관 내진설계 적용의 필요성과 효과성을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앞서 언급한 몇 가지 사례로 규제 양산과 실효성의 문제를 객관화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이 사례들만으로도 충분한 사전 검토를 통해 실효성을 충분히 검토하고 정말 필요한 규제로 가다듬어 제도화해야 할 필요성은 인식할 수 있을 것이라 본다. 

 

소급 적용 못하는 안전규정 = 현재 국내 화재안전 규정은 여타의 선진국과 비교하더라도 매우 강화된 기준으로 갖춰져 있다. 따라서 현행 안전규정에 의해 신축되는 건축물의 안전성능은 매우 높은 수준이라 할 수 있다. 다만, 현행 강화된 법규정은 법의 특성상, 소급적용이 원칙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에 이미 지어져 사용되는 건축물은 과거 기준에 의한 성능만을 유지하고 있다.


즉, 강화된 기준으로 앞으로 지어질 건축물에 대한 안전을 확보할 수는 있어도 기 지어진 건축물은 여전히 위험을 내재한 채 사용되는 실정인 것이다. 이번 제천화재에서 급격한 연소 확대 원인으로 지목된 가연성 외장재료의 경우도 현행 기준으로는 가연성 외장재료의 사용이 불가하나 해당 기준이 법제화되기 이전 지어진 건물로 적용 대상이 아니었음이 확인됐다.


법의 특성상 소급적용에 한계가 있음은 이미 충분히 알고 있는 상황에서 소급적용이 안돼 어쩔 수 없다는 논리 뒤에 숨기에는 한계에 다다랐다. 소급적용이 되지 않은 안전사각에 놓인 건축물에 대한 안전 확보 방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할 시점이다.


이런 안전규정의 소급적용을 강제할 수 없다면, 자발적 성능개선을 위한 지원, 유도 정책이 필요하다. 소방시설 개선에 대한 비용의 일부를 지원 또는 자발적 시설 개선 시 인센티브를 줄 수 있는 정책 등의 개발도 요구된다.


다른 방법으로는 화재보험 등을 통한 시설개선을 유도하는 방법도 가능할 것이다. 시설개선을 통한 화재안전성능 확보 시 보험요율을 낮춰 건축주가 실익을 얻을 수 있도록 하고 보험사 입장에서는 대상 물건의 위험도 하향으로 인한 손실률 저하 등의 이익을 취할 수 있다. 보험 선진국인 미국, 영국 등의 경우 건축물의 안전성능 향상에 보험이 큰 영향을 주고 기여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보험사가 안전성능 요소에 따라 보험요율의 할인을 적용하고 있으나 그 적용범위나 적용 폭이 매우 제한적인 실정으로 이를 적극적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


한편으로는 노후 건축물의 리모델링 요건을 완화하는 방법이다. 대수선 이상의 리모델링을 진행하는 경우 소방시설을 현행법에 맞게 적용토록 하고 있다.


이는 건축물의 리모델링 시 건축물의 소방시설 성능 향상이라는 좋은 취지를 갖고 있기는 하나, 반대로 건물 일부만을 리모델링하는 경우에도 건물 전체의 소방시설을 현행법에 맞춰 개선해야 하는 부담으로 인해 리모델링 자체를 포기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이 경우 노후 상태로 계속 사용함에 따라 건물의 화재위험도는 더욱 높아지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따라서 건물 전체를 리모델링하는 경우와 일부를 리모델링하는 경우를 분리해, 리모델링 요건을 완화하고, 이에 적용돼야 하는 소방시설의 개선범위와 시설수준을 설정헤 적용토록 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이영주 서울시립대학교 소방방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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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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