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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t!119]소방관 아이디어-개발자 능력이 낳은 한국형 ‘열화상 카메라’

[인터뷰]삼성전자 김윤래 책임연구원, 경기 동두천소방서 한경승 소방교
김윤래ㆍ한경승, 두 남자의 똘똘 뭉친 열정… 막연한 꿈 현실로 이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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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은영 기자 | 기사입력 2018/02/26 [10:16]

[Hot!119]소방관 아이디어-개발자 능력이 낳은 한국형 ‘열화상 카메라’

[인터뷰]삼성전자 김윤래 책임연구원, 경기 동두천소방서 한경승 소방교
김윤래ㆍ한경승, 두 남자의 똘똘 뭉친 열정… 막연한 꿈 현실로 이뤄

유은영 기자 | 입력 : 2018/02/26 [10:16]

▲ (왼쪽부터)경기도 동두천소방서 한경승 소방교, 삼성전자 김윤래 책임연구원     © 최고 기자


[FPN 유은영 기자] = 2014년 3월 한 통의 화재 신고 전화가 접수됐다. 불이 난 곳은 지어진 지 오래된 고택으로 주변이 모두 재개발되면서 식당들이 화재 장소를 둘러싸고 있었다.


현장은 좁은 출입구 탓에 구조대원의 진입조차 쉽지 않았다. 게다가 건물 전체는 이미 화염으로 뒤덮여 한 치 앞도 분간하기 힘든 상황이었다. 결국 안타깝게도 요구조자는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이 현장에 출동했던 경기도 동두천소방서 한경승 소방교는 “당시 ‘열화상 카메라가 있었다면 살릴 수 있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그날을 회상했다.


열화상 카메라는 고가의 장비다. 대당 2천만원 가까이 하는 가격 때문에 당시만 해도 한 소방서당 가까스로 한 대 정도만 보유하고 있으면 다행이었다.


‘보급이 어렵다면 내가 만들어 보면 어떨까’라는 생각이 한 소방교의 머리를 스쳤다. 그때부터였다. 열화상 카메라에 대한 국내ㆍ외 자료를 검색하기 시작했다. 필요한 자료는 꼼꼼히 모아두며 틈날 때마다 연구에 매진했다.


자료를 찾던 중 삼성전자 김윤래 책임연구원의 블로그를 발견했다. 그곳에는 김윤래 연구원이 개발한 개발품과 다양한 학생들을 자문하며 기록된 상담 내용이 가득했다.


한경승 소방교는 주저하지 않고 김윤래 연구원에게 메일을 보냈다. “소방 장비를 만들고 싶은데 조언을 받을 수 있을까요?”가 주된 골자였다.


서로 몇 차례 메일을 주고받았다. “메일로 하는 것보다 만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한번 찾아오시겠어요?” 김윤래 연구원의 제안으로 둘의 만남이 성사됐다.


“한 소방교가 매주 주말마다 차에다 산소통, 등지게, 마스크를 가득 싣고 왔어요. 그때부터 ‘열화상 카메라’에 대한 얘기를 하기 시작했죠. 문득 그가 묻더군요. 얼마를 드려야 하냐고……. 저는 돈을 받고 할 생각이 전혀 없었거든요. 하하”


“도와준다고 하시는 연구원님의 말이 정말 고마웠지만 무상으로 요청할 순 없었어요. 그래서 부품 값이라도 댄다고 말씀을 드렸죠”


김윤래 연구원은 “사람마다 살아가는데 자기 주관이 있을 거예요. 저는 개발자로서 어떻게 사는 게 좋을지 많이 고민했거든요. ‘내 능력으로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자’는 마음으로 아이들을 가르치기도 했고요. 그때쯤이었어요. 한경승 소방관에게 연락이 온 게, 사람의 인연이라는 건 참 재미있는 것 같아요”라며 첫 만남을 떠올렸다.

 

▲ ‘IGNIS-KR01’은 아이론모드(컬러), 높은 온도 강조, 높고 낮은 온도 강조, 흑백 모드 등 총 4가지 모드로 구현된다.    

 

뜻이 통한 둘은 2016년 삼성 투모로우 솔루션에 기획서를 내고 한국산업기술대학교 한규동, 김홍주, 윤여환, 박선희 학생과 ‘이그니스’라는 팀을 꾸렸다. 이 팀은 아이디어 대상을 차지하며 상금 1천만원과 실현지원금 4천만원을 받았다.


“실현지원금은 개발해야만 받을 수 있는 돈이에요. 그런데 그 금액으로 좋은 품질의 제품을 생산해 내기란 버거웠습니다. 다행히 회사에서 TF를 하는 게 어떻겠냐는 제안이 왔고 이듬해 새로운 TF팀을 꾸리게 됐죠”


삼성전자 김민준, 김한준, 김세훈, 주형민 씨를 멤버로 결성된 TF팀은 보급형 열화상 카메라의 제작과 개발은 물론 포장, 계약까지 6명이 해내기엔 벅차게 느껴질 만한 일들을 훌륭히 해냈다. 그 결과 지난해 10월, 무게는 기존 제품의 3분의 1밖에 안 되는 350g에 제작단가 또한 50만원 정도의 보급형 열화상 카메라가 세상에 등장하게 됐다.


이 카메라는 같은 해 11월 삼성 투모로우 솔루션 임팩트 부분에서 대상을 차지하기도 했다. 현장에서 불편함을 느낀 한 소방관의 아이디어가 연구원의 개발능력을 만나 꿈이 실현되는 순간이었다.


“열화상카메라의 이름은 ‘IGNIS-KR01’이에요. 이그니스팀에서 만든 한국판 첫 번째라는 뜻을 담고 있어요. 우리 이그니스팀 학생들이나 멤버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꼭 전하고 싶어요. 정말 대단한 일들을 해낸 거죠” 


삼성전자는 서울 113, 부산 55, 대구 47, 인천 47, 광주 23, 대전 26, 울산 22, 세종 7, 경기 163, 강원 69, 충북 42, 충남 73, 전북 49, 전남 63, 경북 91, 경남 67, 제주 21, 창원 22대 등 총 1,000대를 소방관들을 위해 기부했다.


“앞으로도 사회 공헌을 지속해 나갈 생각입니다. 사업을 하고자 함이 아니에요. 이 때문에 현장에서 개별로 구매할 수 있냐는 문의도 많이 오는데 별도의 판매도 하지 않죠. 기부행렬을 이어나갈 수 있게 좋은 기회가 많이 만들어지면 좋겠습니다”


휴대폰을 개발하던 김윤래 책임연구원. 그는 “소방관들의 두 손을 자유롭게 하자, 카메라를 사용하기 위해 다른 장비까지 새로 구매하는 일이 없게 하자는 이 두 가지를 가장 염두에 두고 열화상 카메라를 개발했다”며 “현장에서 오는 다양한 피드백이 기구적, 소프트웨어적으로 많이 적용됐다. 결국 ‘IGNIS-KR01’은 소방관 분들이 만든 것과 다름없다”고 강조했다.


여전히 현장에서 필요한 장비 개발을 꿈꾸는 한경승 소방교는 “각 시ㆍ도 본부 차원에서 더욱 관심을 갖고 더 많은 현장 대원들에게 보급이 됐으면 한다”며 “현장에서 활동하는 우리 동료, 선ㆍ후배들에게 미약하게나마 보탬이 된다면 그 이상 바랄게 없다”고 전했다.


유은영 기자 fineyoo@fpn119.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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