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조명] 소방인력 기준 재배치ㆍ등급화 정책이 궁금하다!

- 소방 법정기준 인력 규정 개선, 그 배경과 정책 세부 내용은?
- 현장 인력 규모 줄지만 서울 등 광역시 일부는 오히려 늘어
- 상황실ㆍ화재조사, 직할구조대 등 일부 인력도 산정기준 정립
- ’22년까지 2만 명 확충 계획 맞춰 기준 바꿔도 숙제는 남아

최영 기자 | 입력 : 2018/03/09 [11:11]

▲ 현장 활동을 벌이는 소방공무원     © 2016 서울소방안전작품 사진공모전 장려상 수상작

 

[FPN 최영 기자] = 소방청이 부족 소방공무원의 효율적인 소방인력 배치를 위해 시ㆍ도 소방관서의 등급화를 추진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지난 6일 공포된 ‘소방력 기준에 관한 규칙’에는 소방수요와 지역특성을 고려해 소방력의 적정 배치를 새롭게 규정하는 내용이 담겼다.


일각에선 소방관서 등급화에 따라 부족 인력 산정 기준이 변화되면서 향후 충원 인력 또한 줄어드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나타낸다. 다른 한켠에선 그동안 소방차량의 적정 탑승 인원만을 고려한 소방력 기준을 비로소 바로 잡게 됐다는 긍정적인 인식도 교차하고 있다.


소방청에 따르면 소방력의 기준 변경은 향후 5년간 2만 명 소방공무원 충원의 차질 없는 진행을 위해 1년 반 동안 진행돼 온 사안이다. 현재 획일적 법정기준에서 벗어나 소방수요와 지역특성을 고려해 소방관서를 3단계로 등급화하고 인력 기준을 재설정한 것이 핵심이다.


신규 기준에는 현장 중심 대응조직으로의 기구 개편과 현장부서 인력의 개념 정립을 위해 다양한 특성들이 반영됐다. 시ㆍ도 소방본부의 하부조직으로 분류되는 특수대응단과 안전체험관, 119종합상황실을 소방기관으로 격상하고 그 역할과 기능을 강화하면서 인력 산정 기준도 도입했다.


또 현재 화재진압과 구조ㆍ구급 등으로만 국한돼 오던 현장부서의 개념을 본부 출동부서인 특수대응단과 항공대, 119상황실 수보ㆍ관제요원, 소방교육ㆍ특별조사요원 등 대국민 서비스분야 인력으로까지 확대했다.


특히 소방수요와 지역특성을 고려한 소방관서 등급화를 통한 인력 차등 배치 과정에선 인구와 관할 출동거리, 소방대상물, 인구밀집도, 중증환자 발생율 등이 고려되면서 한층 세밀한 인력배치 기준을 정립했다는 게 소방청 설명이다.

 


<FPN/소방방재신문>은 이번에 새롭게 바뀐 소방인력 배치 기준이 주는 의미와 정책 변화에 따라 달라지는 소방 조직을 가늠하기 위해 신규 소방력 산정 기준 변경에 대한 세부적인 내용을 집중 조명한다.

 

소방력 산정 기준 그게 뭐 길래…


소방관서의 인력 기준을 조정한다는 것은 소방서의 적정 인력을 어떤 잣대로 볼 것인지를 결정짓는 것과 일맥상통한다. 우선 이 같은 소방인력 배치 기준 조정 정책을 들여다보기에 앞서 소방 법정기준 인력에 대한 자세한 이해가 필요하다.


소방의 ‘법정기준 인력’이란 각 소방서 출동부서마다 소방공무원의 안전을 확보하고 사고에 적절하게 대응하기 위해 필요한 최소 인력 기준을 말한다. 이 기준은 ‘소방력 기준에 관한 규칙’이라는 법령을 통해 산정된다. 실제 소방관서에서 활동하는 정원과 법정 기준의 차이가 있다면 해당 소방서는 인력이 부족한 것으로 집계된다. 바로 부족 소방인력 수를 결정하게 만드는 기준이 바로 법정기준 인력인 셈이다.

 

현장 소방인력 재산정 왜 이뤄졌나


소방청이 소방수요와 지역특성을 반영한 현장 소방인력 산정기준의 새롭게 정립한 배경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직후 오는 2022년까지 부족한 현장 소방인력 2만 명을 충원하기로 하면서 적정 인원 배치의 문제는 잡음을 낳았다.

 


대폭 증원하는 공무원의 숫자가 문제로 지적되면서 소방도 이 논란을 피하지 못했다. 특히 최근 바뀐 이 기준 이전의 소방은 소방관서에 배치된 차량 탑승인력에 따라 매년 산정해 왔다. 예를 들어 A센터 진압대에 펌프차 1대와 물탱크차 1대가 배치되면 펌프차 운전원 1명, 대원 3명 등 총 4명과 물탱크차 운용에 필요한 운전원 1명, 대원 1명 등 2명이 가산돼 6명이 법정기준이 되는 방식이다.


이런 기준의 문제는 지역마다 다른 소방 수요 탓에 부정적인 시선을 받았던 게 사실이다. 소방수요와 지역특성이 반영되지 않고 차량 수에 따라 인력 기준을 산정하다보니 많은 인력을 충원할 시점에선 늘 잡음을 낳기 일쑤였다. 국회나 언론, 관계부처는 물론 전문가들 역시 소방인력의 무분별한 충원 문제를 제기했다. 획일적인 법정기준은 이처럼 인력 충원에 있어서도 걸림돌이 됐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이 때문에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실질적인 소방수요 분석과 지역특성을 고려해 적정 인력을 재산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줄 곧 터져 나왔다.


지난해 국회 소방인력 충원에 대한 추경예산안이 통과될 때에는 이에 대한 부대의견이 적시되기도 했다. 당시 부대의견에는 기존 공무원의 인력 운영 효율화와 인력재배치 계획을 수립해 올해 본예산 심의 시 해당 국회 상임위원회와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보고토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도 현장 수요에 맞는 효율적인 인력 증원과 배치방안을 마련하라는 국회의원들의 요구가 이어지기도 했다.


여기에 더해 현재 법정 기준에 반영조차 되지 않은 119종합상황실과 본부 특수구조대 현장지휘관 등의 인력을 재정립해 산정기준에 반영해야 한다는 소방 내부의 목소리도 높았다.


이에 소방청은 지난해 8월 21일부터 본격적인 소방인력 재배치 수순에 들어갔다. 전국 시ㆍ도 소방관서의 행정과 현장인력 조직 구성에 대한 전수조사를 시작으로 전국을 돌며 인력 운영 실태를 분석했다.


또 전국 시ㆍ도와 함께 소방인력의 효율적인 재배치를 위한 합동작업에도 돌입했다. 관련 전문가 자문회의 등을 통해 의견 수렴을 거쳐 지난해 11월 말이 돼서야 소방청은 세부 개편방안을 확정했다.


인력 기준 세부 개편, 어떤 방향 잡았나


장기간 논의 끝에 설정한 세부 개편 방안은 크게 세 가지였다. 현장 중심 대응조직으로 거듭나기 위해 기구 개편을 추진하고 현장 인력 개념의 현실화가 첫 번째 과제였다.


이를 위해 정책과 지원을 맡고 있는 1차 기관인 소방본부를 슬림화 하고 재난대응과 민원을 담당하는 현장 부서를 확대ㆍ강화하는 방향을 최우선 개선 과제로 잡았다.


또 소방수요를 분석해 소방관서를 3단계로 나눠 등급화하고 이에 따른 소방력 산정기준도 고치기로 했다. 소방서와 화재진압, 구조, 구급, 지역대, 상황실 등을 구분해 각각의 기준을 새롭게 마련한 것이 바로 이 등급화의 핵심 내용이다. 결과적으로 볼 때 이 등급화로 현장활동을 위한 최소전술인력은 현 기준보다 상향됐다. 기존 펌프차 1대와 탱크차 1대로 산정되던 6명과 대조할 때 1급서는 8명이 되고 3급은 그대로 6명이 되기 때문이다.

 


소방청은 이 과정에서 중앙과 지방소방의 업무 연계성 강화와 효율화를 위한 표준 조직안도 제시했다. 이 제시안에는 소방서의 보조기관 명칭을 통일하고 등급별 행정인력과 특수차량을 차등 배치하는 내용이 담겼다. 1급서와 2급서, 3급서로 소방서를 나눈 뒤 각 등급별 소방서마다 과 단위 부서의 표준안을 만들었다. 1급서는 1관 3과 1단 81명, 2급서는 1관 3과 1단 69명, 3급서는 2과 1단 52명 등 차등적인 조직규모와 인력이 배치되도록 했다.

 


이에 더해 현장 소방공무원의 근무여건과 안전확보를 위한 인력 재배치도 추진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2019년부터는 119종합상황실 등 격무부서 대상으로 4교대(4조2교대)제를 단계적으로 도입하고 보건안전부서를 본부에는 과 단위로, 소방서에는 계 단위로 설치해 나갈 방침이다. 서울 등 일부에서만 운영되는 현장안전점검관도 3교대 방식으로 배치하기로 했다.

 


달라지는 현장 부족인력 수… “오히려 늘어”


소방청의 이번 조치로 앞으로는 현장에서 부족한 소방인력 수에 큰 변화가 생기게 됐다. 소방청에 따르면 지난 2017년 법정 현장 소방 기준인력은 5만2582명으로 현원 3만5224명에 비해 1만7358명이 부족한 상태다.


하지만 관련 인력 배치 기준의 재설정으로 현장 부족인력 수는 표면적으로 1만5209명 정도로 줄어들게 된다. 소방관서 등급화에 따라 전체 법정 소방 기준인력 자체가 5만433명으로 감소되는 탓이다.

 


그렇다고 충원 필요 인력 자체가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119상황실과 특수대응단 등 인력이 현장 인력으로 새롭게 분류되면서 오히려 3162명이 더 필요한 상황이 된다. 결과적으로 현장 부족인력은 1만8371명으로 늘어나고 부족인력의 수 역시 증가하는 셈이다. 현장 부서 분류의 개편으로 실제 필요 인력을 가산했다고 볼 수 있다.


소방청이 산정한 현장 부서 인력 개념 확대에 따른 신규 현장 소방인력은 전국적으로는 8500여 명 규모에 이른다. 이는 소방특별조사와 안전체험 교육, 특수대응단, 119상황실, 지휘관, 현장안전관, 화재조사, 운전ㆍ통신 등을 포함한 인력들이다.


새롭게 분류된 부서 또는 인력의 구체적인 기준을 살펴보면 전국의 소방특별조사 기준 인력은 2758명, 안전체험교육은 817명, 특수대응단은 833명, 119상황실은 1547명, 소방서 현장대응단 소속 지휘관은 645명, 현장안전관 645명, 화재조사 1470명, 운전ㆍ통신은 645명 등 모두 합쳐 8543명이다.

 

그러나 현재 정원은 소방특별조사 인력이 820명에 그치고 있고 안전체험교육 인력도 422명으로 절반 수준이다. 특수대응단의 경우 575명, 119상황실은 1171명, 소방서 현장대응단 지휘관은 645명, 현장안전관 270명, 화재조사 833명, 운전ㆍ통신은 645명 뿐이다. 이렇게 현장 부서 개념 확대에 따라 산정된 부족 소방인력은 총 3162명이 되는 것이다. 여기에 소방서 등급 하에 따라 부족한 1만5209명을 가산하면 기준 변경에 따라 필요한 부족 소방인력은 1만8371명으로 집계된다. 


소방청 관계자는 “현재 전국적으로 부족율이 30%를 상회하고 있기 때문에 기존 현장 인력을 재조정하는 것은 아니다”며 “향후 충원 인력이 5명 증원되는 곳이었다면 8명으로, 6명이 충원될 곳은 4명으로 되듯 조정될 예정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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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화 한 기준에도 과제는 남아

 

정부는 올해부터 오는 2022년까지 1만8500명의 소방공무원을 충원할 계획이다. 소방력 기준의 개선은 이 같은 정부 방침을 실현시킬 단초가 될 전망이다.


그렇다고 현장 소방인력 부족 문제가 쉽게 해소될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정부의 소방인력 충원 계획에는 향후 5년간 늘어나는 전국 119안전센터 130여 개소에 대해서는 고려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부족 소방인력을 정상 확충하기 위해선 향후 신설 소방관서의 수요까지도 반영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매해 늘어나는 소방관서 필요 인력이 고려되지 않는다면 현재 기준으로 산정된 부족 인력 충원이 100% 이뤄지더라도 5년 후 늘어난 센터에 따른 부족 인원은 또다시 발생될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소방청은 이 같은 우려점에 대해서는 차후 부처 협의 등을 통해 우려점을 해소해 나가겠다는 입장이다. 소방청의 관계자는 “늘어나는 센터 등 소방관서에 대해서는 현재 행안부와 협의 중에 있다”면서 “재설정된 소방력 기준과 함께 늘어나는 센터 필요 인력에 대해서도 적극 협의해 나갈 예정이다”고 말했다.

 

최영 기자 young@fpn119.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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