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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취재] 안전이 목적인데… 애물단지 전락한 공기호흡기 안전충전함

업체들 이권 싸움에 피해는 고스란히 소방 ‘몫’
중개업자 배만 불리는 입찰 구조… 품질은 뒷전
사후관리는 ‘나 몰라라’ 배짱부리는 중개업자들
충전함 개발업체들 “잘해야 본전” 하소연 봇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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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 기자 | 기사입력 2018/07/10 [10:36]

[집중취재] 안전이 목적인데… 애물단지 전락한 공기호흡기 안전충전함

업체들 이권 싸움에 피해는 고스란히 소방 ‘몫’
중개업자 배만 불리는 입찰 구조… 품질은 뒷전
사후관리는 ‘나 몰라라’ 배짱부리는 중개업자들
충전함 개발업체들 “잘해야 본전” 하소연 봇물

신희섭 기자 | 입력 : 2018/07/10 [10:36]

▲ 가장 먼저 가스안전공사로부터 인증을 받은 안전충전함 2종    

 

[FPN 신희섭 기자] = 소방공무원의 안전과 법 규정을 준수하기 위해 도입한 공기호흡기 안전충전함이 중개업자와 시설공사업자의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그사이 충전함을 구매해야만 하는 소방의 초조함은 더 커지고 있다.


최근 안전충전함의 입찰 과정에서 중개수수료를 챙기며 호주머니를 채우고 있는 업자들이 정작 장비 납품과 사후관리를 외면하면서 그 피해가 고스란히 수요기관으로 전가되고 있는 것으로 <FPN/소방방재신문> 취재결과 드러났다.


안전충전함은 공기호흡기를 충전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폭발 등의 안전사고를 예방하고 고압가스안전관리법에서 안전을 위해 규정하는 적정 시설 설치 의무를 해소하기 위한 목적으로 지난 2014년 정부의 구매조건부 사업으로 개발됐다.


사업 완료 후 정부는 공기호흡기 충전시설에 반드시 갖춰야 하는 방호벽 등을 충전함으로 대체할 수 있도록 관련 특례고시까지 마련했다. 지난해 8월부터 이 고시에 따라 가스안전공사로부터 인증을 획득한 안전충전함이 시장에 등장하면서 전국의 소방관서에서는 충전함 구매 사업이 한창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다.

 

안전충전함 설치 자격 놓고 잡음 속출


안전충전함은 고압가스안전관리법에 따라 가스시설공사업 면허를 보유한 업체만 시공과 인허가 업무 등을 수행할 수 있다. 하지만 충전함 제조업체들은 이 같은 규정 때문에 시장의 구조가 오히려 기형화되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공기호흡기 충전기와 안전충전함 사이 배관을 연결하는 어렵지 않은 작업에 가스시설공사업 면허가 요구되면서 인허가 업체는 중간에서 쉽게 수수료를 챙기고 있고 이런 경우가 허다하게 발생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업계는 오히려 공기충전기와 안전충전함 구조를 잘 이해하고 있는 제조사가 직접 시공하는 게 더 안전할 수 있다는 주장까지 내놓고 있다.


한 제조사 관계자는 “안전충전함의 경우 가스안전공사로부터 안전인증을 완료해야만 소방관서 등에 납품이 가능하다”며 “공기호흡기 충전기와 배관 등을 연결하는 공사를 진행하고 소요되는 재료도 다 규격품을 사용하는데 면허까지 필요한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제조사 관계자는 “가스시설공사업 면허를 내는데 부담스러울 정도로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대다수 제조사가 입찰에 참여하기 위해 면허를 보유한 업체와 협업한다”며 “면허를 보유하고 있어도 가스시설공사업체의 경우 안전충전함과 공기호흡기 충전기에 대한 기술적 이해도가 낮아 실제 배관 공사 등은 제조사에서 하고 인허가 절차만 담당하는 경우도 많다”고 귀띔했다.

 

▲ 폭발 테스트를 마친 알루미늄 용기(좌), 소방용 탄소섬유 용기(우)


중개업자 배불리는 시장구조, 제조업계는 ‘울상’


지난해 8월 첫 인증업체가 탄생한 이후 최근까지 7개 제조사가 가스안전공사로부터 안전충전함 인증을 획득한 상태다. 여기에 입찰공고가 뜨면 벌떼처럼 몰려드는 중개업자들과 인허가를 핑계로 수수료를 떼어가는 시설업체까지 안전충전함 제조업계에서는 요즘 ‘잘해야 본전’이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나온다.


안전충전함은 타 소방장비와 같이 대부분 조달청 나라장터를 통해 구매가 이뤄진다. 일반입찰의 경우 조달청과 계약을 맺고 나라장터에 등록된 모든 업체가 입찰참여 대상이 된다. 문구류나 헤어용품류 업체도 가스시설공사업 면허를 보유하고 있는 업체와 협업만 잘하면 입찰에 참여해 낙찰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안전충전함을 제조하는 업체 관계자는 “입찰에 특별한 자격이 없다 보니 중개업자들이 무분별하게 입찰에 참여하고 가격을 흥정하면서 무리한 중개수수료를 제조사에 요구하고 있다”며 “중개수수료까지는 이해한다지만 납품과 사후관리 등에 대한 책임까지 제조사 측에 떠밀어 골치가 아프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중개업자의 요구를 안 받아 주면 그만’이라는 소리도 주변에서 듣지만 수요기관과의 관계를 비롯해 제품 생산을 위해 투자한 설비와 직원들의 임금 등을 생각하면 그럴 수도 없는 노릇”이라고 하소연했다.


다른 제조사들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다. 다른 업체 관계자는 “인허가를 받을 수 있는 면허를 빌미로 시설업체가 갑질을 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며 “장비에 대한 기술적 이해도가 떨어져 직접 시공을 하지도 못하면서 인허가 서류 한 장 달랑 들고 수수료는 받아가고 있다”고 토로했다.


현재 전국 소방조직에서 이뤄지는 안전충전함의 구매는 시설공사와 장비를 별도 구분해 구매하는 방식으로 입찰이 진행되기도 하지만 시설공사와 장비가 하나로 묶여 입찰이 뜨기도 한다. 하지만 입찰 방식과는 관계없이 납품의 최종 단계인 인허가까지 완료하려면 가스시설공사업체와의 협업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안전 위한다던 장비, 애물단지 전락하나


안전충전함은 공기호흡기를 안전하게 충전하기 위해 도입한 장비다. 하지만 설치를 해 놓고도 사용하지 못하는 사례가 현실로 나타나면서 애물단지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 지자체의 소방관서에서는 지난해 안전충전함 구매를 위해 조달청 나라장터를 통해 입찰을 진행했다. 당시 낙찰자가 선정된 이후 인허가조차 받지 못한 상태에서 문제가 생겼다. 안전충전함 설치 과정에서 A/S가 필요한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이로 인해 수요기관과 낙찰자, 제조사 간 A/S 책임을 놓고 공방까지 오갔다.


낙찰을 받았던 업체는 제조사에게 책임을 전가했고 제조사는 수요기관에 직접 납품한 물건이 아니기 때문에 책임을 질 수 없다는 입장을 보였기 때문이다. 결국 충전함 납품과 시공에도 참여하지 않은 제조업체가 소방의 난처한 상황을 고려해 A/S를 해줄 수밖에 없었고 소방은 안전충전함을 사고도 제때 사용하지 못하는 불편을 겪어야만 했다.


더 심각한 문제는 다른 지역에서도 발생되고 있다. 지난해 12월 한 지자체 소방관서에서는 안전충전함을 구매해 사용하다 올해 초 고장이 발생했는데 수개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수리를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취재결과 해당 소방관서에서는 낙찰자로 선정된 가스시설공사업체에 하자보수를 지난 6월 말까지 이행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해당 업체는 대응조차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심지어 이 공사업체는 안전충전함을 만든 제조사에 구매 대금도 지급하지 않고 있었다. 충전함 제조사는 현재 법적인 조치를 강구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저가 입찰에 중간 마진까지… 피해는 결국 소방 ‘몫’


중개업자와 가스시설공사업자의 무차별적인 입찰이 허용되는 상황에서 충전함 제조사의 숫자까지 늘면서 입찰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결국 피해는 고스란히 소방조직이 떠안을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최근 나타나고 A/S 등과 같은 문제 역시 무분별한 입찰 참여로 이뤄지는 충전함의 시장 구조에서는 반복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일각에선 중개업자나 가스시설공사업자가 중간에서 마진을 챙기는 현실을 개선하지 못할 경우에는 덤핑으로 인한 제품의 품질 저하 문제도 불러올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실제 최초 인증품이 등장할 당시 1500~2000만원으로 형성됐던 안전충전함의 시장가격이 최근 1200만원대까지 떨어진 상태다. 가스시설공사업체나 이런 업자를 끼고 입찰에 참여한 중개업자가 제조사에 터무니없는 가격을 제시하거나 단가 경쟁을 부추기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제조업계에서는 입찰 과정도 모자라 중간 낙찰 업체들로부터 요구받는 가격 흥정까지 있다 보니 품질향상을 위한 노력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오히려 원가를 절감한다고 질 낮은 재료를 사용하거나 기능을 축소하지나 않으면 다행이라는 입장이다.


제조업계의 한 관계자는 “나라장터를 통해 구매가 진행되면 제조사에서 책정한 가격보다 적게는 10%에서 많게는 20%까지 가격이 내려가 낙찰 금액이 정해진다”며 “생산원가를 제외하고 나면 원래부터 남는 게 많지 않던 장비인데 가격마저 내려가고 나니 재료비와 인건비를 제할 경우 오히려 손해가 나는 일이 허다하다”고 주장했다.


안전충전함을 반드시 도입해야만 하는 소방관서의 걱정도 날로 커져만 가고 있다. 지난해 최초 인증 제품이 나온 만큼 앞으로 구매해야 할 수량이 많은 상황에서 여기저기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일선 소방관서에서 장비구매 업무를 담당하는 한 소방공무원은 “안전충전함을 구매해야 하는데 A/S 등 여러 문제가 이어지는 상황을 보니 걱정부터 앞선다”며 “무분별한 업체들의 마찰을 방지할 수 있는 대책을 찾지 않는다면 사후관리 문제로 결국 소방의 피해만 이어질 것”이라고 꼬집었다.

 

신희섭 기자 ssebi79@fpn119.co.kr 

[인터뷰]
[인터뷰] “다양한 경험ㆍ조직 이해 바탕으로 새로운 변화 물결 만들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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