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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택구의 쓴소리단소리] ‘가스소화설비 성능인증’ 안전성 못 믿겠다

이택구 소방기술사(한국소방시설관리사협회장) | 기사입력 2020/03/10 [09:51]

[이택구의 쓴소리단소리] ‘가스소화설비 성능인증’ 안전성 못 믿겠다

이택구 소방기술사(한국소방시설관리사협회장) | 입력 : 2020/03/10 [09:51]

▲ 이택구 소방기술사     

지난 4일 롯데케미칼 대산 공장 가스 폭발사고로 현장 노동자 7명과 주민 34명이 다쳤다. 실제 부상자는 50명을 웃돌 것으로 보인다고 한다.

 

가스 관련 시설은 제대로 설치하고 관리하지 않으면 언제든지 대형 폭발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우리 소방시설도 이런 사고가 일어날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

 

소화설비로 사용하는 할로겐화합물 약제와 불활성가스는 철제 용기에 액체 또는 기체로 저장해 사용한다. 약제 방출 시 고압의 가스가 배관을 타고 흐르다 보니 고압에 견딜 수 있는 안전한 배관과 부속류, 밸브류를 사용해야 한다. 

 

문제는 이를 고려하지 않은 시스템이 존재한다는 점이다. 지난 10월 대구 안전실천시민연합에서는 3개월간 자체 조사를 통해 드러난 할로겐화합물 가압식 시스템의 문제를 제기했다. 비상식적인 인증을 내주는 한국소방산업기술원(이하 기술원)과 소방청, 한국가스안전공사에는 조치를 요구했다.

 

이 성명서에 따르면 저압(2.4 MPa)의 약제 용기에 고압의 질소(6∼9.4MPa)를 추진제로 사용하는 가압식 시스템에 문제가 있고 산업통상자원부가 고압가스안전관리법 위반이라는 결론을 내렸다고 한다.

 

그러나 기술원은 문제가 없다는 주장으로 일관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그러나 이번엔 산업통상자원부 해석이 나와 논란을 회피하긴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할로겐화합물 가압식 시스템뿐 아니라 IG-541 일부 시스템도 20MPa로 비상식적 인증이 이뤄졌다는 문제점은 이미 알려진 일이다.

 

이 시스템은 기술원의 검토능력 부족으로 현행 화재안전기준 위반과 안전성능 등이 제대로 검토되지 않았다는 심각한 문제가 있다. 그런데도 여전히 많은 장소에 설치되면서 국민을 위협하고 있다. 성능인증을 내준 국가(기술원)만 믿고 안심하는 현실이 안타깝기만 하다.

 

근본적인 문제는 레귤레이터 기능이 없는 감압장치(후렉시블호스에 오리피스 부착)를 사용하면서 선택밸브를 적용한 것이다. 부연하면 할로겐화합물 가압식 시스템과 마찬가지로 선택밸브 사용 여부에 따라 배관과 배관 부속류, 선택밸브의 압력 등급이 달라져야 하는 아주 기본적인 상식을 무시한 것이다. 

 

선택밸브는 평상시 닫힌 상태를 유지한다. 따라서 화재 시 기동장치 고장 등으로 선택밸브가 열리지 않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닫힌 폐쇄공간 상태를 감안해 배관과 후렉시블 호스를 비롯한 관부속류와 선택밸브의 안전성능이 결정돼야 한다.

 

그런데 이 기본적인 상식을 무시해 성능을 인증하다 보니 시스템 구성품 전체가 하나 같이 압력 등급이 낮아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선택밸브가 닫혔을 때 감압오리피스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기에 선택밸브 이전 배관의 최소사용설계압력은 화재안전기준에 의거해 20MPa에 견디는 Sch 160의 배관과 이에 등급이 맞는 관부속류와 선택밸브를 사용해야 한다. 하지만 해당 제조사 매뉴얼에서는 감압장치로 감압된다고 주장하며 Sch 80배관 사용이 가능하다고 한다. 사용압력이 11MPa인 선택밸브 등급 역시 법 위반이다.

 

안전밸브에도 문제가 있다. 정상적인 압력 범위에선 감압장치인 안전밸브가 작동하지 않아야 하고 배관 최소사용설계압력인 20MPa 또는 이 압력 바로 아래에서 작동해야 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가 않다. 만약 선택밸브가 닫힌 상태로 약제가 방출되면 롯데케미칼 대산공장 사고 같은 폭발사고가 일어나는 것은 당연하다고 본다. 

 

국민으로부터 외면받지 않으려면 소방당국은 이제라도 가스소화설비 안전성 전반에 대해 전면 조사를 해야 한다.

 

이택구 소방기술사(한국소방시설관리사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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