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국의 나라밖(1)] 신속한 화재 현장 도착, 선진국 사례 주목해야

조현국 강원 철원소방서 소방행정과장 | 입력 : 2018/01/25 [10:06]

▲ 조현국 강원 철원소방서 소방행정과장

최근 소방차량의 신속한 화재 현장 도착이 화두로 떠오르면서 출동 방해 차량에 대한 강력 조치를 취하는 선진국 사례들이 관심을 받고 있다. 출동 차량의 방해 문제 해소도 중요한 사항이다. 하지만 이런 신속한 화재 현장 도착에 있어 우리가 아직 들여다보지 못한 선진국의 시스템이 있다.


필자는 지난 2004년 수개월간 독일의 여러 소방서에서 그곳의 소방관들과 함께 생활했다. 당시 출동했던 현장은 200여 곳이 넘는다. 가장 인상 깊었던 것 중 하나는 우리나라에 비해 화재 출동이 굉장히 많다는 사실이었다.


그런데 이 화재 출동의 절반 가까이는 건물의 화재감지기가 작동해 소방서에 자동으로 신고 된 사례였다. 이른바 ‘자동화재속보설비 작동’에 따른 출동이다. 자동화재속보설비는 건물의 화재 발생 신호가 생길 경우 자동으로 소방서로 통보해 주는 시스템을 말한다.


최근 독일의 관련 통계를 보면 2016년도 독일 함부르크 소방서의 전체 화재출동은 11,702건 정도다. 이 중 감지기 오작동의 자동신고 출동은 3,730건에 이른다. 약 32%에 달하는 수치다.


화재감지기의 오작동 원인은 지하주차장의 누수로 인한 낙수로 물이 튀기면서 화재감지기가 작동하거나 요양원에서 노인이 담배를 피우는 일 등이었다. 평일 주간 식당에서 감지기 작동을 일시 차단 조치하지 않은 경우도 있다. 독일에서 식당 등은 평일 주간 연기감지기 오작동을 고려해 일시 차단을 허용하고 있는데, 이를 사전 차단하지 않아 화재신호가 생겨나는 경우다.


우리나라에선 특정한 대상과 일정한 규모 건물에만 이 같은 자동화재속보시스템이 설치된다. 그러나 독일은 거의 모든 소방대상물에 자동화재속보시스템이 적용된다.


규모가 작은 건물은 주변에 있는 큰 건물의 방재실을 통해 소방서와 연결되는 구조다. 소방대상물 내에는 거의 모든 감지기가 연기감지기로 설치된 것도 우리나라와 다른 부분이다. 이를 통해 화재 초기 연기가 소량 발생하는 단계에서 자동신고가 들어가는 체계다.


이렇게 화재 초기 작동한 연기감지기와 소방서에 자동으로 신고를 해주는 시스템은 소방의 출동 시 목격자가 없더라도 정확한 위치를 알 수 있게 해 준다. 화세가 작아 소규모의 인력과 장비로도 화재 진압을 수월하게 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다.


독일 소방은 이 자동화재속보시스템에 따른 초동 화재 대응을 가능하게 하면서도 이 시스템의 유지관리에 대해 수익자인 소방대상물 소유주들로부터 수수료를 받는다. 이 돈은 소방서의 재정수입에도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연기감지기는 전기적 문제 외에도 습기, 먼지 등에 쉽게 반응하고 담배, 요리 시 발생하는 연기 등 사용자의 부주의에도 민감하다. 이런 시스템이 불필요한 화재출동을 발생시키는 요인이 된다는 사실도 부정할 수는 없다. 오작동에 따른 대피 소동과 소방 과태료의 부담도 큰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독일에선 이 불편함을 초기에 화재진압으로 피해를 최소화하는데 있어 기꺼이 감당해야할 투자이자 과도기적 부담으로 생각한다.


필자 경험에서도 독일에선 수많은 화재 오인 출동을 했다. 하지만 1건의 실제 화재 땐 초기 연기만 발생한 상태에서 현장에 도착해 그 피해를 크게 줄일 수 있었다.


이 독일의 이야기는 우리나라 실정에 비춰볼 때 아주 먼 미래의 얘기일지 모른다. 그러나 뒤늦고 부정확한 신고로 인한 거센 불길을 눈앞에 마주해야만 하는 국내 현실을 탈피하기 위해선 이런 선진국의 시스템을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우리가 근본적인 시스템을 보강하지 않는 한 소방의 신속한 화재 현장 도착은 여전히 요원하지 않을까 싶다.

 

조현국 강원 철원소방서 소방행정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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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원주에서 출생해 강원대학교 재료공학과를 졸업한 조현국 과장은 지난 1999년 10기 소방간부후보생으로 소방에 첫 발을 내딛었다. 수원중부소방서 서둔파출소장을 시작으로 강원도 태백소방서 구조구급계장을 거친 뒤 2004년 유럽으로 건너가 다양한 소방관서 실습과 각종 교육을 이수했다. 독일 프라이브르크, 칼스루에, 슈투트가르트, 뭘하임의용소방대, 뭘하임 적십자구급대, 프랑스 콜마르 등에서 풍부한 현장 경험을 몸소 체험하면서 유럽의 선진 소방조직 구조와 시스템 등에 관한 자료를 수집했다. 또 소방 및 THW 초급지휘자 과정 교육을 이수하기도 했다. 2015년 강원도 특수구조단 수난구조대장으로 부임한 이후 2017년부터는 철원소방서 소방행정과장을 역임하고 있다. 조현국 과장은 풍부한 유럽 경험과 지식을 기반으로 2012년, ‘독일소방이야기’라는 책을 집필하기도 했다. 이 책에는 소소한 외국 소방의 이야기부터 체계적인 시스템과 제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외에도 독일, 스위스 등 다양한 선진국 제도 등 각종 외국 소방자료를 수집해 공유하는 등 대한민국 소방 발전에 이바지하기 위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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