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국의 나라밖(2)] 소방력 3요소에 대한 재고 필요성

조현국 강원 철원소방서 소방행정과장 | 입력 : 2018/02/09 [11:28]

▲ 조현국 강원 철원소방서 소방행정과장

2006년 소방서 장비관리계장을 맡고 있을 때 일이다. 신규 산악구조차량에 대한 업무처리 관계로 군청을 다녀온 차량 담당 계원이 잔뜩 화가 나서 사무실로 들어왔다. 이유를 묻자 산악구조차량은 자동차세 면제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세금을 내라고 해서 세무담당자와 한참을 다퉜다고 했다.


얘기를 처음 들었을 땐 나 역시 화가 많이 났고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정작 군청 직원이 준 관련 법령 인쇄물을 보고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당시 법령상 자동차세 비과세 대상에 관한 조항에서 소방차량의 비과세 근거가 지방세법의 ‘소방의 용(用)에 공하는 자동차’였고 이를 구체화한 같은 법 시행령에서는 ‘화재의 진압 또는 예방’을 목적으로 하는 차량으로 한정하고 있었다.


이 조항은 1970년대에 만들어져 그대로 이어져 오다 보니 새로이 소방업무 영역에 들어온 구조업무를 반영하지 못했던 것이다.


법 내용의 불합리함과 모법 취지를 하위법령에서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것을 문제 삼아 행정자치부에 민원을 수차례 제기했다. 그 일이 있은 후 4년 뒤에 시행령이 개정됐다. 지금은 지방세법 시행령 제121조에 ‘구조’를 목적으로 운용되는 소방차량에 대한 자동차세 비과세 근거가 명확해졌다. 한편 소방서의 구급차량은 기존 병원 등의 환자수송차량에 대한 비과세 면제근거가 있었기 때문에 별도의 근거가 필요하진 않았다.


이 일을 겪은 뒤 소방에서 구조구급업무의 영역이 계속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보게 된 또 다른 문제가 있었다.


그것은 바로 소방력의 3요소다. 소방력의 3요소는 인력, 장비, 소방용수다. 화재진압이 소방고유의 주된 업무라 하더라도 현대 소방은 구조와 구급 영역이 더 크고 계속 확장돼 가는 추세다.


화재진압에 있어 더없이 중요한 소방용수라지만 과연 이것이 구조와 구급영역까지 대표하는 소방력의 요소가 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앞서 언급한 예전 지방세법 시행령처럼 지금 우리가 사용하는 소방력의 3요소 개념 역시 구조구급에 대한 업무영역 부재의 시절 만들어졌다. 이 때문에 화재진압을 위한 필수 요소로만 구성돼 있는 것은 아닌가 생각된다.


만약 소방력 3요소를 변경하게 된다면 ‘소방용수’를 대체할 수 있는 것으로 소방의 모든 업무영역을 아우르는 아주 중요한 요소는 무엇일까. 이러한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고자 해외사례를 지속적으로 찾아봤지만 명확한 사례는 발견하지 못했다.


오히려 최근 잇단 대형 화재 사건을 계기로 소방에서 좀 더 나은 대응력을 갖추고자 중점 추진하기 시작한 대책들 속에 답이 있다고 생각된다. 이 대책을 보면 인력보강, 장비보강, 그리고 교육훈련 강화를 비중 있게 다루고 있다. 개인적으로 무형(無形)이지만 소방력 3요소의 하나로 ‘교육훈련’을 제안하고자 한다. 외국의 여러 소방서와 학교 등의 웹페이지에서도 교육훈련이 현장활동에 있어 아주 중요한 요소라고 언급하고 있는 것을 다수 발견할 수 있었다.


오스트리아 오버외스터라이히 주립 소방학교 어느 교재에는 이런 표현이 있었다. 바로 ‘현장대응력 = 인력×장비×교육훈련’이라는 내용이다.


당연히 현장대응력 강화를 위해서는 많은 인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아무리 인력이 많더라도 필요한 적정 장비가 없으면 대응력이 낮아지게 된다. 인력과 장비가 많더라도 대원들이 장비를 올바르게 다루고 현장 상황에 맞게 대응할 수 있는 기술과 지식을 배워 익힌 것이 없다면 대응력은 더 높아질 수 없다는 뜻이다. 낯설었지만 개인적으로는 상당한 공감을 했다. 특히 우리나라 대형사고현장에 많은 사람들이 별다른 기술이나 장비도 없이 맨몸으로 와서 혼란만 가중시키는 상황을 많이 접하고 있기 때문에 더욱 그러했다.


그렇다면 소방력 3요소의 개념은 왜 중요할까. 이것은 우리가 현장 소방 대응력을 높이기 위해 중점 가치를 두고 지속 투자해야 할 핵심 대상을 정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서유럽 선진국에서는 주별로 소방학교를 1개 이상 설치하고 있다. 심지어 독일 바이에른 주의 경우에는 소방학교를 3개소나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 또한 소방서와 소방청사마다 자체 훈련을 실시할 수 있는 공간과 시설도 충분하다. 그러나 우리는 아직도 소방학교가 설치되지 않은 시도도 있다. 기존의 소방학교도 선진국의 소방학교 시설이나 보유기자재와 비교하면 부족한 부분들이 아직 많은 실정이다.

 

일선의 소방청사에 교육을 위한 강의실, 훈련 공간, 기자재 등도 많이 부족하다. 앞으로 소방공무원이 많이 증원될 것이라는 반가운 소식이 있지만, 앞서 언급했듯이 소방력의 실질적인 증가는 새로 들어오는 대원들에게 지속적인 교육훈련을 통해 전문성을 유지 및 발전시킬 때 완성되는 것이다. 따라서 증원되는 인력만큼 교육훈련을 위한 시설 등 기반을 확충하는 것이 필요하다.


개인적으로는 향후 소방력 3요소에 교육훈련을 대체 포함시켜 향후 여기에 대한 관심과 투자를 높일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은 대단히 중요하다고 본다. 현실에 맞는 변화를 기대해 본다. 

 

조현국 강원 철원소방서 소방행정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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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원주에서 출생해 강원대학교 재료공학과를 졸업한 조현국 과장은 지난 1999년 10기 소방간부후보생으로 소방에 첫 발을 내딛었다. 수원중부소방서 서둔파출소장을 시작으로 강원도 태백소방서 구조구급계장을 거친 뒤 2004년 유럽으로 건너가 다양한 소방관서 실습과 각종 교육을 이수했다. 독일 프라이브르크, 칼스루에, 슈투트가르트, 뭘하임의용소방대, 뭘하임 적십자구급대, 프랑스 콜마르 등에서 풍부한 현장 경험을 몸소 체험하면서 유럽의 선진 소방조직 구조와 시스템 등에 관한 자료를 수집했다. 또 소방 및 THW 초급지휘자 과정 교육을 이수하기도 했다. 2015년 강원도 특수구조단 수난구조대장으로 부임한 이후 2017년부터는 철원소방서 소방행정과장을 역임하고 있다. 조현국 과장은 풍부한 유럽 경험과 지식을 기반으로 2012년, ‘독일소방이야기’라는 책을 집필하기도 했다. 이 책에는 소소한 외국 소방의 이야기부터 체계적인 시스템과 제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외에도 독일, 스위스 등 다양한 선진국 제도 등 각종 외국 소방자료를 수집해 공유하는 등 대한민국 소방 발전에 이바지하기 위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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