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국의 나라밖(3)] 대형 화재 현장에서 활약하는 복사열 방어 장비

조현국 강원 철원소방서 소방행정과장 | 입력 : 2018/02/19 [10:03]

소방관들에게 대단히 반갑지 않은 일이지만 화재신고를 받고 현장에 도착해 보면 건물이나 주차장, 타이어 더미 등이 불길에 휩싸인 경우가 많다. 대부분 다량의 가연물의 연소 과정에서 뿜어대는 강한 복사열로 인해 현장 접근이 곤란한 경우다. 인명구조는 물론 화재진압 작전 자체에도 심각한 문제를 겪는다. 드물기는 하지만 복사열로 인해 소방차가 불에 타는 경우도 종종 있었던 게 사실이다.


다량의 복사열과 화염에 대항하기 위해서는 많은 물을 뿌려 냉각효과를 높이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하지만 소규모의 인원과 차량으로 지역에 소방출동대가 분산배치돼 있는 현시스템에서 초기에 많은 화재진압 차량들이 현장에 도착하기는 어렵다.


소방차량 물탱크에 있는 물은 한 번에 통째로 끼얹는 것이 아니라 호스를 통해 탱크의 물을 가압해 약 5~10분의 시간동안 뿌릴 수밖에 없다. 때문에 초기에 많은 진압 차량이 도착할 수 없는 현실 속에서 대규모 화염과 복사열은 제압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소방활동 전반에도 큰 어려움이 따른다.


이런 문제의 대안으로 외국의 한 사례를 소개하고자 한다. 개인적으로는 독일 소방관서 실습 기간에 뉘른베르크 소방서에서 이 특이한 장비를 처음 접하게 됐다.

 

▲ 독일 수벽 형성 관창이다. 우리나라 기존 장비인 수막 형성 관창과의 혼동을 피하기 위해 ‘수벽형성관창’으로 표기한다.     © 조현국


겉으로 보면 장비의 구조는 단순해 보인다. 커플링에 호스를 연결해 바닥에 놓은 뒤 사용하는 것으로 방수구 쪽의 상부 절반이 절단, 개방돼 있고 그 앞에는 반원판이 부착돼 있다.  소방차량이나 소화전에서 가압된 물을 이 관창으로 보내면 방수구에서 나온 물이 반원판을 타고 반원형의 수막을 형성하게 된다.

 

▲ 스위스 호흐도르프 소방대 훈련 모습이다.     © Hochdorf 소방대 홈페이지


장비 구경과 송수되는 물의 압력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보통 높이 5미터 이상 폭 10미터 이상의 수막이 형성된다. 복사열이 강한 화염의 정면에 이 수막을 형성시키면 복사열과 화염을 방어해 대원과 소방차량, 그리고 연소 확대 우려가 있는 인접 건물도 보호할 수 있다.  수막을 통과하는 방수도 가능하기 때문에 복사열의 방해없이 대원의 근접 화재진압 방수가 가능하다. 상황에 따라서는 구조대원의 활동을 보호하는 기능도 할 수 있다.

 

▲ 수벽 형성 관창의 구경과 사용압력에 따른 수막형성의 규모를 비교한 표다.     © 조현국


공장화재처럼 도착한 소규모 소방력에 비해 화세가 너무 강한 경우 이 장비를 활용, 연소확대 저지에 주력하면서 지원 소방력이 도착할 때까지 시간을 버는 방어적 진압활동을 하는데 효율적이지 않겠는가 하는 기대를 갖기에 충분하다.


이 장비를 운영하는데 있어 미리 호스를 연결해 두면 현장 도착 후 적정 위치 바닥에 놓기만 하면 되기 때문에 별도의 인력이 필요 없다. 도착 초기 인력 운영이 효율성을 가져올 수 있다는 생각이 앞선다. 이 장비는 실제 화재 현장에서 사용한 사례도 인터넷에서 확인할 수 있다.

 

▲ 독일 도르트문트 건초 저장창고 대형 화재 모습이다.     © 도르트문트 소방서


수벽형성 관창은 독일과 인근 국가에서만 사용하는 장비는 아니다. 물론 빈도가 높지는 않겠지만 ‘Water Curtain Nozzle’이라는 이름으로 영국 등 영어권 국가에서도 사용된다. 여하튼 국내에서는 아직까지 사용되지 않는 장비인 것 같다. 여러 이유로 인해 소규모의 소방력으로 대형화재를 접할 수밖에 없는 우리의 실정에서 한 번쯤을 도입을 검토해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제안해 본다.

 

▲ 오스트리아 괼링 소방대 주택 화재 실제 진압 모습이다.     © Fire World 인터넷 언론 사진 캡쳐

 

조현국 강원 철원소방서 소방행정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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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원주에서 출생해 강원대학교 재료공학과를 졸업한 조현국 과장은 지난 1999년 10기 소방간부후보생으로 소방에 첫 발을 내딛었다. 수원중부소방서 서둔파출소장을 시작으로 강원도 태백소방서 구조구급계장을 거친 뒤 2004년 유럽으로 건너가 다양한 소방관서 실습과 각종 교육을 이수했다. 독일 프라이브르크, 칼스루에, 슈투트가르트, 뭘하임의용소방대, 뭘하임 적십자구급대, 프랑스 콜마르 등에서 풍부한 현장 경험을 몸소 체험하면서 유럽의 선진 소방조직 구조와 시스템 등에 관한 자료를 수집했다. 또 소방 및 THW 초급지휘자 과정 교육을 이수하기도 했다. 2015년 강원도 특수구조단 수난구조대장으로 부임한 이후 2017년부터는 철원소방서 소방행정과장을 역임하고 있다. 조현국 과장은 풍부한 유럽 경험과 지식을 기반으로 2012년, ‘독일소방이야기’라는 책을 집필하기도 했다. 이 책에는 소소한 외국 소방의 이야기부터 체계적인 시스템과 제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외에도 독일, 스위스 등 다양한 선진국 제도 등 각종 외국 소방자료를 수집해 공유하는 등 대한민국 소방 발전에 이바지하기 위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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